하도 어린이집 안간다고 난리를 쳐서 할머니까지 따라 나서며 이제는 집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안 가겠다고 버티고 우는 통에 길에서 만난 동네 사람들이 다들 한마디씩 한다. 이렇게나 우는데 이대로 억지로 데리고 가는 것이 맞는건지, 집에서 쉬게 하는게 맞는건지 도대체 판단이 안서서 선생님께 전화를 해서 상황을 알렸다. 선생님 말씀은 어쨌거나 울음을 그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중이고, 일과 시간 중에 울음을 보이는 일도 잦아들고 있으니 오는게 좋겠다고 하신다. 안가겠다고 힘으로 버티는 영우를 신랑이 완력으로 안아올려서 교실에 밀어넣다시피 하고는 원장선생님께 면담을 신청했다.
우리의 이런저런 상황을 이야기하고, 영우에게 어떻게 어린이집에 가야한다는 사실을 이해시키는지를 이야기하였다. 다 듣고 난 원장선생님은 잘 이야기해주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는데 바로 공감이라고 하신다. 엄마아빠랑 이제 같이 살게 되었는데 어린이집 가기 싫은게 당연한거고, 가기 싫다고 하면 그렇구나 하면서 먼저 공감해줘야 하는데 우리는 가기 싫다고 하면 가야하는 이유를 설명했던 것이다. 가야하는 이유를 설명하면 알아듣고 이해할 줄 알고, 아직 공감이 필요한 아이인데 너무 어른 중심으로 생각해버렸다.
영우가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하면 설명보다는 먼저 공감해주기. 안쓰럽고 슬프다 하더라도 함께 슬퍼하기보다는 별 거 아닌것처럼 가볍게 이야기해주기. 이렇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어린이집 가는 것을 루틴한 일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거라고 한다. 그동안 떨어져서 살았지만 영우의 반응을 보니 애착은 잘 형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도 말씀해주셔서 참 감사했다. 면담이 끝나고 영우 울음 그치고 잘 놀고 있는지 보고 가시라고, 원장 선생님도 궁금하시다고 해서 함께 가서 살펴보았는데 울음을 그치고 놀고 있다.
하원해서 집에 돌아온 영우는 또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징징대기 시작한다. 평소같았으면 '왜'가 먼저 나갈텐데 '그렇지~' 하면서 안아주었더니 더 이상 가기 싫다는 이야기를 안한다. 아 이런거였구나, 영우도 공감이 필요했던거였구나 싶어서 반성이 많이 되었다. 이후에도 가기 싫다는 이야기는 계속 했지만 거의 울리지 않고 달랠 수 있었다. 우리가 참 부족한게 많구나. 역시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큰 도움이 되는구나.
- 어린이 집에서는
밥과 감자된장국을 맛있게 먹고 스스로 식판을 정리했다고 한다. 낮잠 시간에 이불 위에 눕게 하니 자고싶지 않다고 해서 '우리 영우 대장님은 잘 먹고 잘 자는데?'라고 말하니 바로 눕기도 하고 금방 잠들었다고 한다.
레고놀이를 하였는데 레고블럭을 쌓아보기도 하고, 빨간색 파란색 레고를 올린 뒤 '경찰차 불빛'이라고 웃으며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한다. 큰 초록놀이터에서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어보기도 하고 스펀지 블럭 위를 걸어보며 놀이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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