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날 어린이대공원 앞에 늘어선 줄을 보면서 여기는 지하철 타고와야하는거구만 하면서 지하철역을 보여줬더니 지하철을 타고싶단다. 전부터 지하철 타고 싶다는 이야기는 했었는데 6개월무렵 333 만나러 광화문 갈 때 말고는 서울에서 지하철 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하여 오늘은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이동해보는걸로 하고 동네 탐방에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수내에 가서 롯데백화점을 뛰어다니고, 분당구청의 산책로를 거쳐 AK백화점을 뛰어다니고, 점심은 서현 에머이에서 먹고, 마을버스 타고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영우는 마을버스가 우리 집 바로 앞에 서는 것을 보며 정말 즐거워하며 어린이집 가서 지하철이랑 버스 탔다고 자랑할거라고 선생님한테도 이야기해달라고(알림장에 써달라고) 하였다.
돌아와서 낮잠을 자는데, 또 내가 먼저 잠들어버렸나보다. 거실에서 깜빡 잠든 신랑이 영우방에서 무슨 소리가 나길래 와봤더니 나는 자고 있고, 영우는 잠이 안온다며 블라인드를 올렸다 내렸다 하고 있더란다. 우리 덜 힘들자고 매번 나들이때마다 유모차를 챙겨 다녀서 영우가 좀 덜 뛰고, 그래서 체력이 남아도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었는데 오늘도 덜 뛰었는지 영우는 한참동안 잠이 안들었다.
놀이하다가 늑대가 나타났다며 인디언텐트에 들어가서 숨는 때가 있는데, 나름대로 진지했었나보다. 내가 안방에 들어가서 영우야, 늑대가 엄마를 물어갔어 했더니 갑자기 대성통곡을 한다. 늑대가 엄마를 물어갔다며 우는데 내가 나와서 장난이라고 해도 한참동안을 운다. 영우 머릿속에는 정말로 늑대가 있었는데 내가 너무 가볍게 생각했나보군.
요즘은 자꾸 슬픈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밤이 되면 영우 슬퍼서 울고 싶다며 슬픈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엄마도 할머니랑 떨어져서 산 적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영우는 슬프다며 정말로 더 울어버린다. 오늘은 슬픈 노래를 불러달란다. 팔 베고 스르륵 자는 노래를 해달라고 한다. 섬집 아기 노래는 얼마나 구슬픈지 아기는 혼자 남아 부분에서 엉엉 울어버린다. 슬픈 이야기, 슬픈 노래 안해주겠다고 하면 안해준다고 울어, 해주면 슬프다고 울어, 사춘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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