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28일 일요일

1174일 홍천 여행

엄마아빠 결혼 40주년 기념으로 무얼 할까 하다가 가까운 곳에 회사 콘도를 신청했는데 당첨이 되었다. 동생들한테도 시간이 되면 같이 가자고 했는데 대구에서 홍천은 너무 멀구나. 결국 부모님과 우리 식구들만 홍천으로 출발.
내내 숙소에만 있을 수 없으니 근처에 있는 수타사를 목적지로 하고, 수타사 근처의 메밀막국수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칡사랑 메밀사랑이라는 지극히 지방 맛집 같은 이름의 식당은 산 속에 있어서 공기도 좋고, 풍경도 좋고, 여기저기 연산홍도 피어 있고, 물도 흐르고, 나름대로 신경써서 조경을 한 흔적이 보여서 엄마가 딱 좋아할만한 곳이었다. 
수타사는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도 크고, 자연풍광도 멋졌다. 절 뒷쪽으로는 트래킹 코스도 잘 조성되어 있고, 절 입구에는 식물터널과 연못을 재조성하고 있는중이다. 원래는 연꽃으로 유명했나본데, 뭔가 새로운 볼거리를 구상 중인듯. 보통의 절과 달리 주차장에서부터의 거리도 아주 가깝고 입장료도 없어서 아이들 데리고 가볼 만 하다. 내려올 때는 계곡을 따라 산길을 걸어 내려왔는데, 다람쥐도 보고 영우에게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이제 숙소로 이동하는데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쳐서 구불구불 산길을 가야 하는데 어찌나 무섭던지. 숙소에 도착하자 비가 잦아들었다. 중간에 체크인은 어디에 해야하는지 물어봤더니 도착하면 사람이 안내해줄거란다. 음? 싶었는데 정말로 사람이 뛰어와서 주차할 자리까지 뛰어서 안내를 하고, 또 다른 사람이 키를 갖고 나타난다. 럭셔리 리조트는 이렇게 운영하는 것이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는 거라고 생각하나본데 나는 영 불편한 것이 럭셔리함을 즐길 준비가 안되어 있다.
숙소는 매우매우 좋았고 테라스에 제트스파까지 구비되어 있으나, 강원도는 아직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워서 영우는 수영복까지 준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물에 몸을 담궈볼 수 없었다. 처음에는 엄마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총출동 했는데 테라스 문 여는 법을 몰라서 당황해하고 있었는데 지켜보고 있던 영우가 와서 '내가 알려줄게' 하면서 문 여는 법을 알려줬다. 도어락이 아랫쪽에 있어서 영우 눈높이에서는 딱 보이기는 했을테지만 다들 한바탕 웃었네.
저녁에는 가족뮤지컬 미녀와 야수 공연이 있다고 해서 잔뜩 기대했다. 영우의 첫 뮤지컬이구나, 영우가 좋아할까, 미녀와 야수 노래도 불러주고 야수가 무엇인지도 알려줬는데, 세상에 이럴수가. 제일 싫어하는 해설이 있는 토막토막 노래부르기였다ㅜㅜ 게다가 대부분 아이들과 왔는데 청중을 생각하지 않는 피아니스트의 쓸데없이 긴 설명(리조트에서 주최한 무료 가족뮤지컬에서 말러 5번 이야기하면 누가 알겠냐고)에, 사회자의 오버스러운 액션에 유명 배우들과의 친분 자랑, 갑자기 배우들 듀엣에 끼어들었는데 한 번 맞춰보지도 않았을테니 화음이 엉망이어서 정말이지 듣기 싫었고, 노래를 너무 못해서 충격이었다. 뮤지컬 보러 가야한다고 저녁 먹으면서도 계속 재촉했는데 엄마아빠한테도 죄송합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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