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아침에 잘 못일어나니까 '아빠 정신차려'란다. 우리가 평소에 저런 말을 하는걸까, 흠, 말조심해야지. 아빠를 깨우고는 할머니가 보고싶단다. 그러니 안아달란다. 한동안 할머니 보고싶어서 울면 아빠가 많이 안아줬는데, 이제는 안기고 싶으면 할머니 보고싶다는 영혼 없는 말을 내뱉는다. 저런 잔머리는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탑재되나보다.
신랑 친구네가 놀러왔다. 몇 번 블로그에도 언급된 적이 있었을텐데 연년생 아이를 키우는 집이고, 둘째가 영우보다 한 달 빠르다. 오랜만에 봤더니 키가 많이 커서 6세라고 해도 믿을 지경이다. 그렇잖아도 4세인 연준이는 5세 아이들과 영어유치원을 다니고 있는데 다들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5세인 서정이는 제주 KIS 국제유치원에 합격해서 온 가족이 7월에 제주로 이사를 간다. 나도 그렇게 시킬 생각은 없지만 막상 제주에 내려가는 사람들을 보니 부럽기도 하다.
영우는 오랜만에 또래를 만나 노니까 엄청 신이 났다. 장난감을 다 내놓고, 트램폴린에서 뛰다가, 동영상도 보다가, 블럭도 하다가, 책도 읽다가, 망치질도 하다가, 지치지도 않고 논다. 연준이와 서정이는 낮잠을 자지 않는데 영우는 낮잠을 자야한다. 졸리기는 한데 잘 수는 없고, 그러다가 누군가를 때렸는데 사과하라니까 사과 안한다고 울며불며 소리를 지러서 방에다가 격리를 시켰다. 사과할 때까지 못 나간다고 했더니 자기는 잘거란다. 울다가 혼나다가, 잘못한 줄은 알지만 사과는 하기 싫고, 사과 얘기가 나오면 자기는 잘거란다. 그러나 밖에서 노는 소리가 계속 들리자 30분만에 나가서 사과를 하고 다시 같이 놀기 시작했다.
아이들 모두 땀을 뻘뻘 흘리며 4시간쯤 열심히 놀았는데, 이렇게 또래끼리 같이 놀게 두니까 너무 편하고 좋다. 노는 모습을 보면서 보현 오빠가 계속 영우 엄청 장난꾸러기구나 라고 했는데 장난꾸러기라는 말에 어떤 진심이 담겨있었나보다. 나는 그간 규희씨가 연년생 아이들 키우느라 정말 힘들고 고생이 많겠다 생각했는데, 웬걸, 그녀가 나에게 정말 힘들겠어요 라고 한다. 영우가 연년생만큼이나 힘든 장난꾸러기였구나ㅜㅜ 그래도 엄마아빠는 영우를 위해 최선을 다해서 놀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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