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가시기 전에 바람 좀 쐬어드릴까 싶어서 한강변에 요즘 핫하다는 카페 요새에 갔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딱 점심시간 무렵이기는 했지만 이런 난리통이 없다. 패티가 다 떨어져서 버거류는 주문할 수 없고, 밥류도 주문이 안되고, 브런치만 가능하다고 해서 식사는 다른 곳에서 하기로 하고 커피만 시켰다. 음료 나오는데만도 30분은 걸린 것 같다. 야외 데크의 자리(소파석도 있지만 돗자리를 깔아놓은 자리가 인기석인듯)는 만석이고, 몇 개 남은 테이블에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서 커피를 기다렸다. 서비스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탁트인 한강뷰는 괜찮다.
강 건너에 하남 스타필드가 보이는 자리라, 스타필드에 갈까 하다가 강변을 따라 위치한 식당 어딘가에 가기로 하고 카페 요새 바로 옆옆집 정도 되는 두부집에 갔다. 정식을 시키니 푸짐하게 나오고 맛도 괜찮았다. 영우가 들깨 가득 들어간 두부찌개를 잘 먹어서 밥 한그릇 뚝딱해서 더 좋은 기억이다. 식사를 하고 난 후 강변으로 나가 잠깐 산책을 했는데 날씨도 좋고 강도 흐르고 평화로운 시간이다.
영우는 이제 컵에 직접 물을 따를 수 있다. 물 따르는게 재미있어서 물 마시고 물 따르고를 몇 번 했는데, 잠결에 카시트에 쉬를 하고 말았다. 괜찮다고 말해줬는데 쉬를 싼 경험이 별로 없어서 당황했는지 많이 울었다. 카시트에 쉬하고 울어도 참 귀엽구나.
신랑이 회사 건물에 새로 생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서 채송화 씨를 받아왔다. 영우가 교회에서 배운 노래 중 '싹트네, 싹터요' 하는 노래를 율동과 함께 하는 것을 보며 귀여워하더니만, 싹트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받아왔다고 한다. 10년 넘게 잘 키운 화분들을 지난 겨울 다 죽이고, 하나 남은 군자란 화분 귀퉁이에 채송화 씨를 심었다. 잘 커서 싹이 터야 할텐데.
찬 바람을 쐰 것도 아닌데 콧물이 살짝 나는가 싶더니 코를 흥흥거린다. 몇 번 흥흥하더니 방법을 알았는지 코가 나왔다! 드디어 코를 풀 수 있게 되는 것인가. 콧물이 난다는 것을 잊을 정도로 기쁜 코풀기 성공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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