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로 얻은 휴일, 원래는 과천 동물원에를 가고 싶었다. 그런데 미세먼지가 나빠도 너무 나빠서 실내에서 머물 수 있는 어딘가에 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네이버 도서관에 갔는데 휴일. 판교어린이 도서관에 갔는데도 휴일. 도서관에 너무 오랫동안 가보지 않아서 언제 쉬는건지 감을 잃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미술관이다.
과천현대미술관 1층에 위치한 레스토랑에 갔는데, 가는 길에 백남준의 미디어 작품도 있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나가서 돌아다니고 싶어할 줄 알았는데, 어쩐 일인지 내내 자리에 얌전히 앉아있다. 그리고, 옆 자리에 앉은 손님들이 먹고 있는 초컬릿을 유심히 보다가 먹고 싶다고 외쳐서 결국은 하나 얻어먹었다. 음식이 나와서 신랑이 가지러 가자 '고객님 음식 찾아가세요 왜 안나와?' 한다. 그래, 최근에 휴게소를 몇 번 갔지.
현대미술관은 생각했던 것보다 모든 것이 다 좋았다. 무료 전시도 있지만 시간 관계상 전시실에 들어가 보지는 못하고, 복도에 있는 몇 작품만 보았는데 박정환 작가의 어느 시인의 낮꿈이라는 작품도, 공동경비구역같은 구성의 작품들도,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 미술관도 좋았다. 영우는 어린이 미술관에서 이것저것 체험해 보고 꽤나 즐거워했다. 가장 재미있어 한 것은 미술관 외부의 노래하는 조형물. 집에 와서도 영우가 입을 벌릴테니 엄마아빠가 부우웅 소리를 내라고 하며 한참을 놀았는데, 요즘도 문득 생각나면 조형물 흉내를 낸다. 그리고 토요일에 미술관에 또 가자고도 이야기했다! 다음엔 여유 있게 가서 전시실 구경도 하고 오면 좋겠네.
유화 수업이 있는 것을 깜빡 하고 있다가 10분 전에야 깨달았다. 영우 밥도 안 차려줬는데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고 있는데 신랑이 자기한테 맡기고 다녀오라고 한다. 다녀와서 물어보니 영우는 '아빠가 해 준 돈가스 너무 맛있어' 하면서 아빠 뺨을 쓰다듬었다지 뭔가. 밥을 한 그릇 다 먹고 더 달라고도 했단다. 이제 영우 밥 걱정하지 않고 아빠한테 온전히 맡겨두어도 되겠군. 음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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