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시장에서 산 신발이 있는데 며칠 전에 개시했다. 신발 바닥이 플라스틱으로 덧대어 있어서 좀 불편해 보이는데 영우가 걸어가면서 '신발에서 엄마신발같은 소리나지' 한다. 한 달도 더 전에 친구 결혼식 때 구두를 신었었는데, 그 때 구두 신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는지, 까치발하며 엄마신발 신었다고 흉내도 냈었는데 또각또각 소리나는 것도 재미있었나보다.
이번 주 5일간은 어린이집에 들어갈 때 대성통곡하지 않고 참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헤어지는 그 순간이 너무 슬퍼서 울지 않을 수는 없는데 최대한 울지 않으려고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거리는게 너무 안쓰럽다. 그래도 지난 주보다 이번 주 더 나아지고 있으니 언젠가는 무덤덤하게 들어가는 날도 오겠지. 오늘도 화이팅!
내가 영우를 데리러 가면 칼퇴하고 가도 7시 20분이 되기 때문에 보통은 신랑이 먼저 영우를 데리러 간다. 오늘은 엄마아빠 같이 데리러 오라고 하길래 그러면 평소보다 조금 늦는데 괜찮겠냐고 했더니 괜찮다고 해서 같이 데리러 갔다. 영우가 우리를 보고 뛰어오더니 다시 들어가서 자기가 만든 블럭 자동차를 갖고 온다. 통합반 선생님이 영우가 저 자동차의 바퀴를 하나하나 세더니 16까지 다 셌어요 라고 놀라며 말씀하셨는데 제대로 된 반응을 하지 못했다. 같이 깜짝 놀라며 영우 대단한데~ 했어야 할 것 같은데 영우는 40 넘게도 셀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너무 무덤덤하게 아 네~ 영우 그랬어? 하고 말았다. 무심한 엄마로 보였겠지ㅜㅜ
영우가 집에 들어갈 때마다 한바퀴 더 돌고 들어가자고 하는데 오늘은 아트센터 가볼까? 했더니 '좋아~' 한다. 그래서 아트센터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이나 먹고 들어갈까 싶었는데 신랑이 치킨이나 시켜먹지? 한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영우는 '아트센터 안 가고 집에 빨리 들어가서 우리 치킨 시켜먹자' 한다. 금요일이라 치킨을 받기까지 한 시간이 넘게 걸렸는데 치킨치킨 노래를(정말로 노래를) 한다. 치킨 사랑은 변함이 없구나.
영우가 '아빠 물먹는거 봐' 해서 왜? 했더니 '나도 사랑을 받아야지'란다. 영우에게 사랑을 주는 방법은 모든 행동에 관심을 갖고 바라봐주는 것.
요즘은 이상한 노래, 가사를 바꿔서 자기 마음대로 노래를 불러대는데, 이상한 노래를 부르길래 관심을 갖고 귀엽네 했더니 괴물노래라며, 괴물노래인데 귀엽다 했다고 짜증을 낸다.
영우님 기분 맞추기 참 힘드네요.
- 어린이집에서는
점심 시간에 '선생님 나 김치랑 생선도 먹어봤어요' 하며 제공된 반찬에 흥미를 보이면서 골고루 먹었다고 한다. 저녁에는 곤드레나물 비빔밥이 나왔는데 이것도 다 먹었단다. 잘 먹는다는 이야기 들을 때마다 매번 놀랍고 실감이 안난다.
어제에 이어서 요리활동을 했는데 선생님 도움 없이 식빵위에 딸기잼을 발랐다고 한다. 치즈의 비닐을 혼자 떼어내려고 시도했는데 잘 되지 않자 불편한 표정(어떤 표정인지 상상이 된다;)을 지으며 선생님에게 치즈를 건네주었다고 한다. 영우의 불편한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더니 '치즈 벗겨주세요~'라고 씩씩하게 이야기했단다. 샌드위치를 완성하고는 맛있게 먹으며 즐거워했단다. 짜증을 낼 때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한 가지 또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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