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26일 금요일

1161일 일정 세 개의 날

이제 영우도 하루 일정 세 개씩 소화하는 것에 익숙해질 때가 되었지. 지난 주도 결혼식 갔다가, 박물관 갔다가, 333 이모들을 만났으니 이번 주도 그리해보자! 이번 주는 교회 갔다가, 영훈이형 만나서 놀고, 아트쌀롱 가서 놀고, 백화점 가서 놀았는데 아트쌀롱에서는 대부분 자는 시간이었으니 일정 세 개인걸로 하자.
교회에 갔다가 영훈이 형아를 만나러 간다. 고맙게도 영훈이네가 우리 일정에 맞추어 율동공원으로 와주었다. 영훈이는 일찍 와서 놀이터에서 노느라 영우를 만났을 때는 이미 다리가 풀릴 정도로 지친 상태였는데 영우를 보더니 또 기운을 내서 열심히 논다. 영훈이는 이쪽의 큰 미끄럼틀을 타고 싶은데 영우는 저쪽에서 흙놀이하고 작은 미끄럼틀 기어올라가는데 주력을 하니까, 영훈이는 자기가 형이라고 영우 위주로 놀아준다. 그래도 잊지 않고 나중에는 큰 미끄럼틀 가서 노는걸 보니 한 살 차이가, 또는 내가 형이라는 상황이 하고 싶은 것도 꾹 참을 정도로 의젓하게 만드는구나 싶다. 밥 먹을 때도 영훈이는 한 자리에 앉아서 어린이메뉴로 시킨 두부스테이크를 다 먹었는데, 의젓하게 잘 먹는다고 칭찬했더니 친구 왈, 영우가 있으니까 평소보다 훨씬 차분하다고 한다. 바람직한 형의 모습^^
이 날 날씨가 갑자기 더워져서 놀이터에서 한 시간 넘게 놀았더니 얼굴도 좀 익었고, 매우 피곤해서 영우는 차에 타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집으로 갈까 어쩔까 하다가 예전에 추천받았던 아트쌀롱으로 향했다. 영우가 자는 동안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영우가 깨어나서는 아트쌀롱 야외정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완전 산골에 위치해 있는데 사람들이 다들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나름 힙한 곳이라 그런지 유모차 친화적이지는 않다. 
이제 백화점으로 이동. 어린이 날을 맞이하여 AK 플라자 1층에서는 매 시간마다 공룡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퍼포먼스를 한다. 영우는 공룡을 쫓아다니며 요리조리 살펴보더니 '왜 다리가 있어?' 한다. 헉, 이렇게 동심이 파괴되다니. 공룡 퍼포먼스만 보여주고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1층 한켠에 마련되어 있는 블럭들을 갖고 노느라, 한 시간 후의 퍼포먼스까지 보게 되었다. 5층에 올라가서 공룡 목마도 타고, 공룡뼈 구경도 하고, 공룡신발도 구경하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지치지 않는 이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받아온 크래용으로 유리창에 그려보고 또 그려보고는, 다시 지우느라 밤 늦게까지 씨름을 했다. 그릴 때는 좋았는데 잘 안지워지고, 창문틀과 고무패킹부분에까지 크래용을 칠해놓아서 아주 고생이었다. 그래도 영우가 즐겁다면 또 해야지 뭐.

그리고 웃겼던 이야기.
크래용으로 놀다가 영우 코 옆에 점이 찍혔는데 그걸 보고는 콧구멍이 하나 더 생겼단다.
영우 종교는 뭐냐고 물어보니 육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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