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전 주라, 엄마도 이모와 약속을 잡고 외할머니 뵈러 부산에 가신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식구도, 동생이랑 성민이도 같이 부산으로 출발. 사실 외할머니 뵙는 시간은 잠깐이고, 해운대에 가서 바다구경도 하고 모래놀이도 시켜주려는 욕심으로 간 것이지만, 외할머니가 이제는 보기 힘들어질 영우와 처음 만나는 성민이를 보시고는 아주 기뻐하셨다.
부산 가는 차 안에서 한 이야기들은 정말이지 신기하다. '수아가 보기에는 내가 작고 내가 보기에는 수아가 크지, 일요일이 보기에는 토요일이 어제지' 이런 이야기들을 계속하는데 벌써부터 상대적인 개념을 알 수 있는건가? 요일 개념을 정확히 아는 것도 신기하고 특히 수아와 키를 비교하는게 넘 신기해서 감탄했더니 어린이집 가는 날이 보기에는 내일이 어제지 이런 막말 대잔치도 했다.
외할머니 집에서는 성민이랑 뒹굴뒹굴하면서 껴안고 장난치며 어른들 보기 흐뭇하게 해주었고, 밥 잘먹는 성민이 따라서 밥도 한 그릇 뚝딱 잘 먹었다. 할아버지랑 동네 공원 산책도 하고, 파출소까지 가서 경찰차 구경도 하고 왔다.
해운대에서는 모래놀이 장비까지 챙겨와서 원없이 모래놀이를 했다. 잘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덤프트럭을 갖고 온 다른 아이를 보고는 어찌나 부러워하는지.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바다에서 성민이와 뛰어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빠는 바닷가에서 멋지게 연을 날려주고 싶었지만 트렁크에서 몇 년을 굴러다닌 연은 이제 생명을 다했다.
대구로 돌아가기 위해 외할머니 집을 나설 때 어른들께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입을 가리고 계속 뭐라고 뭐라고 중얼거리길래 뭐라는건지 왜저런 이상한 행동을 하는건지 싶었는데 중얼거리는 소리의 정체는 '미세먼지 나빠'였다. 어린이집에서 미세먼지 나쁠 때는 입 가리고 못나가게 하니까 밖에 나오니 미세먼지 생각이 났나보다. 우리 어린시절에도 미세먼지는 나빴겠지만 이제는 아이들이 먼저 미세먼지 좋은지 나쁜지를 먼저 체크하는 시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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