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31일 토요일

1483일 아들의 농락

영우가 물건 파는 아저씨가 되었다. 돼지 저금통을 하나 사고 하나 더 사겠다고 하자 안된단다. 왜 안되냐고, 나는 갖고 싶은데 왜 안되냐고, 영우 식으로 억지를 부렸는데 영우가 짜증을 내지도 않고 차근차근 설명을 한다. 돼지 저금통이 갖고 싶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두 개를 다 가질 수는 없다고 해서 알겠다고 했다. 영우식 억지에 짜증이 나는 사람은 엄마아빠 뿐인건가 살짝 반성이 된다.
이어서 영우는 택배 아저씨가 되어서 옥토넛 장난감을 배달하기 시작한다. 아빠한테 여기 있으라고 하고 하나하나 다 배달하더니 배달이 끝나자마자 이제 택배 아저씨가 아니라 아빠 아들 하겠단다. 그리고 배달온 옥토넛 장난감으로 옥토넛 놀이가 시작되었다. 요즘 내내 옥토넛 놀이로 고통받는 아빠에게 심심한 위로를.
낮에는 전 직장 후배 결혼식이 있어서 서울에 갔다. 덕분에 수지형과 오랜만에 본 후배들과 티타임도 즐겼다. 후배들이 영우에게 킨더조이를 하나씩 사주어서 밥도 잘 먹고, 카페에서도 장난감에 집중해서 잘 앉아 있고, 데리고 다니기 수월한 아이 코스프레에 성공하였다. 짜증내지만 않으면 대체로 괜찮은 편이긴 하지.
돌아와서 교회 소모임에 갔다가 마치고 놀이터에서 놀았다. 새로 온 친구가 있는데 영우가 같이 놀고 싶은데 안 놀아주자 운다. 항상 챙겨주던 누나들도 새로 온 친구와 노느라 영우에게 신경을 안써주자 누나들이 안 놀아준다며 또 운다. 그동안 누나들에게 사랑받는게 너무나 당연해서 놀아달라고 이야기도 한 번 안해봤으면서 안 챙겨준다고 우는지. 와중에 예슬엄마의 위로가 짠한다. '영우야 놀아주는 사람 없으면 혼자 놀면 돼. 예슬이는 항상 혼자 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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