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날 영우의 민폐로 거실에서 잔 진섭이네는 매우 힘들었을 듯 하지만 모두 일찍 기상해 있고 우리집 남자들만 9시가 넘어 일어났다. 아침을 먹고 눈썰매장 가서 본격적으로 놀기로 했는데 문의할 것이 있어서 전화를 해보았더니 글쎄 눈썰매장이 오늘 안한단다. 폐장이 가까워지니 눈썰매장 운영비용이 많이 드는 탓인지 월화수 휴장이고 목요일부터 개장한단다. 아이들은 눈썰매 탄다고 들떠 있는데 당황스러운 소식에 곤지암 근처의 다른 눈썰매장을 검색해서 연락해보았다. 다행히 10분 거리의 중부cc에서 운영하는 눈썰매장이 있다고 하여서 출발한다. 형님인 진섭이는 이제 스노보드를 탄다. 영우에게 진섭이형 다리 힘이 좋아서 우리랑 같이 눈썰매 안타고 스노보드 탄다고 이야기해주었더니 듣고 있던 진섭이가 '너네들 내 다리 만져봐'란다. 전 날은 은기가 나를 보면서 '니가 영우 엄마니' 하던데 이 아이들 글로벌한 언어표현을 하는군.
중부cc의 눈썰매장도 눈이 다 녹아내려서 아랫쪽은 진흙탕이다. 덕분인지 티켓 가격도 균일 6천원이다. 눈썰매장을 나누어서 한 쪽은 타이어를 타고 내려오는 곳, 한 쪽은 플라스틱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곳이다. 타이어 썰매는 슬로프 중간에 사람이 두 세 명 서서 내려오는 사람들 손을 잡고 빙빙 돌려준다. 보고만 있어도 무서울 것 같아서 영우가 탈 수 있으려나 했는데 내려오자마자 더 탈래 한다. 좀 무섭지만 재미있다고 한다. 그래서 용기를 얻고 나도 같이 타보았는데 조금 무섭긴 하지만 재미도 있다. 몇 번을 더 타고 플라스틱 썰매 타는 곳으로 이동. 지치지 않고 계속 타려는 영우 때문에 힘들어하는 신랑 대신 내가 한 번 같이 탔다가 썰매가 진흙탕으로 돌진할 것 같은 두려움에 브레이크를 걸었더니 눈이 다 들어와서 영우의 원망을 받았다. 은기가 무서워서 눈썰매를 못타는 바람에 한 시간 재미있게 놀고 숙소로 돌아갔다.
지은이네는 외갓댁에 간다고 해서 먼저 출발하고 진섭이네는 보드타다가 진섭이가 잠들어서 저녁까지 먹고 더 타다가 들어온다고 하고 은기네랑 우리만 저녁을 먹었다. 남은 재료들이 한가득이어서 또 해먹었다. 리조트 와서 이렇게 만들어 먹고 설거지하고 해야하다니, 다음 날은 꼭 외식하자고 약속하였다.
오전에 다른 가족들은 산책로를 다녀왔었는데 우리만 라운지에서 휴식하느라 안갔더랬다. 진섭이네 배웅하는 김에 산책로로 나가서 얼음폭포까지 다녀왔는데 조경도, 조명도 잘 해놓았다. 벤치에 앉아서 한참 얼음폭포를 바라보는데 영우가 '엄마아빠 고마워~'라고 한다. 아, 정말 뭉클하고 행복한 순간이구나. 언젠가 되새겨볼 좋은 추억이 하나 더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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