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할머니댁에 갔다. 전을 부치고 고기를 굽고 점심 준비를 하고 먹고 치우고 난 후 영우 노는걸 본다고 식탁에 앉아 있는데 높이 있는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는게 재미있었나보다. 이리 와서 영우 하는거 보라고 하는데 귀찮기도 하고, 어쩐지 시댁에서는 영우와 놀아주는데 좀 적극적이지 않게 되어서 안 가고 있었다. 그랬더니 분을 못 이기고 막 소리를 지르다가 짜증나라는 말을 했다. 집에서라면 짜증난다는 말을 쓴 것에 대해, 소리 지른 것에 대해 혼이 났어야 하는데 혼내지도 못하고 그냥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더니 할머니가 가셔서 달래고 오신다. 애초에 내가 영우 하자는대로 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긴 하지만 썩 좋은 모습은 아니다.
서울 온 김에 전에 가보려고 했던 국립중앙박물관의 예르미타시 박물관전을 보러 갔다. 겨울궁전이라고도 불리우는 예르미타시에서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 미술품을 갖고 온 모양이다. 마침 영우는 잠이 들어서 편히 감상할 수 있었다. 마지막 관에 들어가자 잠이 깬 영우. 영우에게도 그림을 보여줄겸 다시 이동을 하였는데 푸생의 십자가에서 내림을 보며 예수님이라고 설명해주자 흥미롭게 지켜본다. 아마도, 이 그림이 다른 그림들보다 낮은 위치에 있어서 시선을 두기도 편했을 것이다. 예수님의 제자에게 내가 예수라고 말하며 상처를 보여주는 그림도 설명해주었는데, 중세의 그림을 보려면 성경내용을 알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몇 번이나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내려오는 그림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하였다. 그림 하나만 보더라도 기억에 남는게 있다는건 좋은 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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