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24일 토요일

1462일 곤지암 나들이 첫째 날

신랑 친구 가족들과 곤지암에 가기로 했다. 자그마치 네 가족이나 함께 1박을 하고 두 가족은 1박 더 하는 일정이다. 이 날은 영우의 생일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2월 생일이 많아 함께 파티를 해야겠다싶어 케이크를 사서 갔다. 아이들이 네 명이니 생일 축하 노래도 네 번, 촛불 끄기도 네 번 해야한다. 은기 동생 준기가 조금 더 크면 다섯 번 해줘야겠지.
지은이는 얼굴 본지 1년 반이 넘은데다 혼자 여자라서 아이들에게 치이거나 힘들어하거나 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어느 누구에도 뒤지지 않게 씩씩하다. 다같이 침대를 방방이 삼아 뛰어놀고 옷장에 들어가서 숨바꼭질을 한다.
메인 이벤트는 눈썰매였는데 곤지암의 눈썰매장 이용시간은 좀 애매한 기준이기도 하고, 지난번 오크밸리 때를 생각하며 슬로프 구석 어딘가에서 눈썰매를 타면 된다 이야기하고 나갔는데, 아뿔싸 2월 말의 슬로프는 물 반 눈 반이란다. 유료 눈썰매장은 눈관리를 하겠지만 슬로프 아래는 관리가 되지 않으니 아이들은 강이 되어 흐르는 눈밭에서 첨벙거리며 물장난을 하다가 들어왔다고 한다. 아이들은 그것도 재미있었을테지만 함께 나간 아빠들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눈썰매는 제대로 못탔지만 이어서 이어지는 이벤트는 사격. 은기네는 장난감 정말 안 사준다고 하던데 은기 아버님께서는 이번 이벤트를 핑계로 장난감 총을 박스로 구매하셨다. 아마도 본인의 장난감일테지. 이런 본격적인 총놀이는 처음이니 아이들 모두 흥분하였다. 초상권이 지켜지는 사진이 마땅치가 않은데 아래 사진을 보면 영우는 고글까지 갖춰쓰고 놀이에 심취하였다.

그리고 어른들의 저녁 식사시간. 진섭이네는 엄마아빠가 셰프 수준이라 장 봐온 음식들과 준비성이 남다르다. 김치찌개를 하기 위해 육수로 순대국을 준비해왔고, 쌈채소에 양배추쌈까지 준비해오고, 다음날 아침반찬을 위한 양념장을 만들어오고, 식용유와 세제까지 따로 담아왔다. 케이크 하나 달랑 사고 맨 몸으로 온 나는 열심히 고기를 구웠다;
아이들은 온종일 놀아서 지칠법도 한데 12시가 넘어서야 겨우 헤어져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잠들기 전 영우가 배가 아프다고 했는데 더 큰 반응은 없어서 아빠가 안아줘서 잘 재우기는 했다. 그런데 새벽에 갑자기 깨서는 자지러지게 우는 것이다. 보통은 어디가 아프면 아프다, 꿈을 꿔서 그런거면 꿈이 무서웠다 이야기를 하는데 아무리 물어봐도 말 한마디 못하고 계속 울기만 하는 것이다. 아픈거냐고 했더니 겨우겨우 고개만 끄덕이길래 병원에 가려고 옷을 입히고 나왔다.
곤지암 리조트 인근에는 큰 병원이 없어서 광주까지 나가야 한다고 하고 광주까지는 25분이 걸린다. 집에서 올 때 30분 걸렸는데 차라리 분당에 가서 응급실을 가는게 나으려나 하는 생각을 하며 차를 탔다. 그런데 그 사이 영우는 좀 진정이 된 것 같다. 아프냐고 병원 가야겠냐고 하니 병원 가야겠다고 말은 한다. 지금 가는 병원은 우리가 평소에 가는 병원이 아니고 정말로 많이 아픈 사람들, 급하게 병원 가야하는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서 영우가 아까보다 괜찮아졌으면 안가도 된다고 했더니 안가도 될 것 같단다. 자기도 그 난리를 친 직후라 병원 안가겠다고 말하기 민망했나보다. 크게 놀라긴 했지만 이렇게 마무리되어서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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