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31일 수요일

이케아 방문

주말에 가는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평일 휴가를 이용해서 다녀온 이케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하더니 주차장 규모부터 남다르다. 이렇게 넓은 주차장이 주말이 되면 아수라장이 되는건가보다. 들어가는 입구에 철제 구조물이 있어 뭔가 했는데 주말에는 사람들 줄세우는 용도인 것 같다.
2층에는 쇼룸과 식당, 놀이방이 있고 1층에는 셀프 서브를 할 수 있는 창고형 공간과 계산대가 있다. 다른 나라보다 비싸게 책정되어 있는 제품들도 많다고 하지만 전시되어 있는 가구들을 보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편이다. 쇼룸에는 전시된 가구의 전체 가격도 기재되어 있어 나처럼 인테리어에 재주 없는 사람들은 요긴할 듯하고,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많아 인테리어에 재주 있는 사람들은 더 요긴할 듯하다. 영우 돌쯤 되면 디자인스킨의 소파를 사주기로 다짐했었으나 이케아의 유명한 유아용 책상은 진정 사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잘 참아내고 볼링공 세트와 컵쌓기 세트를 구매, 원목 포크레인도 사고 싶었는데 매진되어서 아쉬웠다.
2층에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3,900원의 불고기덮밥, 4,900원의 치즈케잌(회원인 경우 2,900), 1,000원의 커피(회원인 경우 무료)이 유명하다고 한다. 괜히 욕심부려서 크로와상과 파스타도 먹었는데 특별히 인상적인 맛은 아니다. 좀 특이한 연어랩이나 연어샐러드를 먹어볼걸 뒤늦게 아쉽네. 이 레스토랑은 시스템이나 가격이나 대학교 식당, 흔히 말하는 학관의 카페테리아 같은 느낌이다. 우리는 10 30분쯤 식사를 했는데 한 시간여 후에는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어졌다. 그런데 쇼룸에서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는 쪽 말고 반대쪽으로 들어가도 똑 같은 음식을 사고 계산할 수 있다. 사람들이 그걸 모르고 줄 서 있으니 이어서 줄을 서는데 이케아에서는 반대쪽도 있다고 노티스를 해주지 않는다. 주말은 더 난장판일 테니 관리하는 사람이 있으려나.
평일 개장 시간에 맞추어 방문한 덕에 주차도 편히 했고 식사 대기 시간도 길지 않았으나 쇼룸에는 개장부터 사람이 많았다. 11시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여기저기 부딪히고 쇼룸의 통로 이동이 불편해질 정도로 사람이 많아졌다. 먼지도 많고,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워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아이들도 많이 울어서 정신이 없다. 지금은 연말이라 휴가 내고 온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아 평일에도 붐빈 것 같고 당분간 주말에는 아비규환일듯 하다. 개장효과일지 코스트코처럼 지속적으로 방문객이 많을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만 적으면 구경거리는 많고 재미있다. 레스토랑이 9 30분 오픈, 쇼룸이 10시 오픈이니 일찍 가서 식사부터 먼저하고 둘러본 후 점심은 나와서, 또는 바로 옆의 롯데 아울렛에서 먹기를 추천한다

309일 소파 올라가기

거실 나무 테이블은 좌식이라 영우가 올라가기 어렵지 않다. 굳이 다리를 들어올리지 않더라도 배를 대고 팔을 이용해 조금만 꿈틀대면 바로 안착. 그러나 소파는 높이가 허리춤까지 올라오니 소파에 올라가려면 한참 멀었을거라 생각했다. 며칠 전에 아빠가 소파에 아이패드를 세워 놓으니  건드리고 싶어서 낑낑대는데 손이 닿지 않아 버둥대는 영우 사진이 올라왔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소파에 올라가고 싶었던 것은? 드디어 영우가 소파에 올라갔다. 전 날에는 올라가고 싶은데 다리가 잘 안 올라가서 짜증을 엄청 냈다고 하던데 이 날은 힘겹게 힘겹게 짜증을 내면서 겨우겨우 올라가는데 성공했다. 소파에 올라와서는 아이패드를 누를 수 있게 되어 성취감이 느껴져서인지 씨익 웃으며 좋아한다. 동생의 증언에 의하면 영우를 소파 위에 올려놓았을 때 사람이 멀찍이 떨어져 있으면 지가 뒷걸음으로 살포시 내려온다고 한다. 이제 곧 올라가고 내려가고가 자유롭게 되겠구나. 소파 위에 올라갈 수 있다는건 이제 난장을 피울 수 있는 영역이 더 넓어졌다는 것이지만 그래도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 스스로 하나씩 익혀나가는걸 보면 정말 신기하다.

2014년 12월 26일 금요일

치료 끝, 식이요법 끝

수요일에 방사선 옥소 복용하고 금요일에 스캔하고 이제 공식적인 치료는 다 끝났다. 다음 달에 외래에서 결과를 들어봐야 알겠지만 잘 끝나지 않았을까싶다. 수요일에 다섯 명의 환자가 함께 교육 받고 같이 있었는데 여자 넷에 남자 하나, 갑상선암의 남녀 비율 차이가 확실히 드러난다. 좀 놀랐던 것은 두 명의 여성은 나보다도 어린 친구들이었단 것. 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기는 한 것 같다는 씁쓸한 느낌. 다섯 명 중에 세 명이 지방에서 올라왔다. 지방에도 대학 병원이 있을텐데 유난이다 싶은 생각이 잠깐 들다가도 암은 암인거지, 내가 좀 담담하게 받아들인거 같단 생각이 새삼 든다.
식이요법이 끝나고 맞이하는 아침. 신랑이 지금 이 순간 먹고싶은 것이 무어냐며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묻는다. 그러나 아무거나 먹을 수 있게 되었음에도 특별히 먹고싶은 것은 없다. 외부에서 사먹은 첫 번째 음식은 즉석 떡볶이. 신랑은 도대체 사람이 왜 그러냐며 답답해한다. 못먹어서 괴롭긴 했었지만 먹고 싶은건 없구나. 그렇지만 곧 맛있는 것을 조금씩, 많이 먹는 모임에 간다. 와인도 마실거다. 신난다!

2014년 12월 24일 수요일

303일 씹어먹기

영우는 이유식을 꿀떡꿀떡 잘 먹는다. 아직 어금니가 없으니 제대로 씹을 수는 없고, 밥알은 점점 커지는데 그냥 삼키니까 후기 이유식에 물을 많이 타서 먹이고 있는 중이다. 며칠 전부터 이유식이 입에 들어오면 바로 삼키지 않고 좀 머금고 있더니만 이제는 달랑 네 개 있는 앞니로 씹어보고 싶은가보다. 턱 관절을 좌우로 살짝씩 움직이고 오물오물거린다.
매일매일 똑같아 보이면서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스스로 알아가는 것이 참 신기하다.

크리스마스 선물


난 평소에 먹는 것에 큰 욕심이 없는터라 다른 사람들보다는 식이요법을 잘 견디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내가 반찬 해먹기가 힘드니 저요오드식 반찬을 파는 곳에서 사먹고 있는 중인데 대구 내려가면 엄마가 나물 반찬을 더 해주기도 해서 좀 덜 질린다. 
2주 이상을 먹어야 하니 1주일에 한 번씩 주문을 했는데 대부분 염장식품이라 상할 일은 없겠지만 다 덜어먹고 있었는데 이게 웬일, 콩조림에 곰팡이가 폈다. 아픈 사람 먹고 싶은거 못 먹는것도 서러운데 몇 개 안되는 반찬에 곰팡이 피니까 열받는다. 클레임을 걸려고 하니 신랑이 영세한 업체일텐데 클레임에 대한 대응이 미숙해서 더 스트레스 받으면 어떡하냐고 말린다. 그렇지만 꼭 말해야되겠다싶어 전화를 했더니 생각보다 대응이 괜찮다. 처음에는 방부제를 안 쓰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그럴 수 있다, 그렇지만 자기들이 신경을 더 썼어야 했는데 죄송하다, 전화 잘 주셨다 앞으로 더 신경쓰겠다, 그리고 더 필요한거 있으면 이야기를 해달라. 이번주면 식이요법 끝나고 더 먹고싶은 것도 없다고 했으나 그래도 그럴 수 없다고 필요한걸 말해달란다. 그러면 빵이나 보내달라고 했더니 재고가 모닝빵밖에 없댄다. 모닝빵이든 무슨 빵이든 그게 어디야, 별식을 먹을 수 있는데. 모닝빵을 좀 많이 보내주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택배를 받아보니 모닝빵에 식빵, 잼에다가 음료수, 식혜까지 보내주었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크리스마스 선물이!
마침 치료받고 온 터라 금식시간이 풀리자마자 모닝빵 두 개에 잼 발라서 폭풍흡입. 아, 맛없는 모닝빵이 이렇게 맛있구나~ 크리스마스 아침은 빵으로 먹어야지! 이렇게 소소한 즐거움이라니. 지난 주 금요일에 다음주 금요일이 되면 일반식 먹을 생각에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싶었는데 실제로는 3일을 남겨둔 화요일 저녁부터 들뜨기 시작했다. 이제 이틀남았다. 다 먹어버릴테다!  

문화가 있는 날 - 예술의 전당 아티스트 라운지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시작되는 나의 일주일간의 휴가. 연말에 이렇게 긴 휴가라니, 그러나 현실은 병원과 요양. 여행을 갈까도 생각했었지만 너무나 흥이 나지 않아 보류했다. 여행이 흥이 나지 않는 이런 기분 상태임에도 공연 보는 것은 언제나 즐거우니 다행이다. 지난 달 문화가 있는 날 공연이 끝나고 프로그램도 모른 상태에서 바로 예매했는데 지난 달의 바람대로 기분 전환이 되었다.
피아노 이미연, 첼로 이정란, 바이올린 권혁주, 비올라 이한나는 이 프로그램의 고정 멤버이다. 이번에는 각자의 기량을 맘껏 뽐낼 수 있는 곡들로 선정을 한 것 같다. 피아노의 헝가리안 랩소디나 바이올린의 카르멘 환상곡은 난이도가 있었던만큼 박수도 많이 받았다. 보통의 연주회가 저녁에 많다보니 손이 안 풀리는건지 오전에 연주하는게 힘들다고들 했지만, 어렸을 때보다 힘들다고들 했지만 차세대답게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주었다.
이탈리아에서 활동중이라는 소프라노 홍주영의 아리아도 들을 수 있었는데 편차가 꽤나 느껴지는 기악에 비해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르면 성악은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것 같다. 예전엔 성악 듣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사람의 목소리가 참 듣기좋다. 물론 기악과 성악 중에 택하라면 여전히 기악이지만.
앵콜이었던 크리스마스 캐롤을 끝으로 짧은 공연이 끝났다. 자리를 뜨지 않고 핸드폰으로 다음달 아티스트 라운지를 예매하는 사람들을 보니 좀 부럽다. 나도 언젠가는 매주, 매월 공연보고 전시보고 다니리라. 지금 이 순간, 우울해 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 다행이다.


2014년 12월 23일 화요일

300일

영우를 만난 지 300. 대구 내려온지 100일 더 지났고 이제 돌까지 두 달이 남았다. 언제 키우나 싶었는데 이렇게 조금씩 자라고 있다.
먹는거 잘 먹고 노는거 잘 노는데 잠이 문제다. 수면텀이 40~50분 정도밖에 안되고 자다가 깨어났을 때 옆에 사람이 없으면 엄청 서럽게 운다. 혼자 자는게 아직 많이 무서운가보다. 밤에는 자다 깨서 놀려고 하지는 않지만 몸부림을 심하게 치고 자주 깨서 통잠은 아직도 먼 얘기다. 잠만 좀 잘 자주면 훨씬 수월할텐데 300일의 기적은 없었으니 또 400일의 기적을 기다려봐야겠다.
오후에는 동생 내외도 방문하여 300일 촛불 켜고 미니 파티를 했다. 200일 때는 고깔모자 씌워도 가만히 있더니 이제는 싫단다. 지가 벗겨낸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안되는지 번갈아가며 사진 찍는데 뻥한 표정. 이쁜 사진 찍어서 카톡 프로필을 바꾸고 싶었는데 실패. 돌 스냅사진도 미루다 미루다 이제야 겨우 예약했는데 돌 사진은 이쁘게 찍어보자! 돌잔치 식당은 한 달 전에 예약해두었었고 이제 돌상 예약하고 돌잔치 준비로~

299일 일상

이제 거실에는 뭐가 있는지 너무 잘 알아 지겨운걸까, 온 집안을 탐험하고 싶은 영우를 잡으러 다니느라 바쁘다. 여기저기 다 다니고 싶지만 아마도 가장 좋아하는 곳은 주방. 냉장고가 열리면 그리 신날 수가 없다. 싱크대 서랍 속도 너무 궁금하다. 물이 끓을 때 나는 소리와 전기밥솥의 소리, 김나는 모습이 너무 신기하다. 그간 싱크대 서랍만 열어보다가 드디어 문을 열었다. 아직 활짝 열지는 못해서 뺴꼼히 들여다보고 살짝씩 건드려보는데 곧 활짝 열 수 있게 되면 난장판이 되겠지. 할머니가 주방에서 항상 뭘 하고 계신걸까 엄청 궁금할 듯 하다.
소파가 ㄱ자 모양인데 잡고 놀다가 코너 쪽으로 이동을 하면서 손을 놓고 두 발자국 정도 움직였다. 아주 가끔씩, 2초 정도 안 잡고 서있었던 적은 있었지만 발을 뗀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요즘 쪼그리고 앉은 자세에서 엉덩이를 들썩들썩 하는데 그러다가 땅을 짚고 일어나나보다. 영우보다 3주 빠른 전 동네 친구는 이제 제법 걷는 폼이 난다. 아빠 말씀이 영우 다리 힘이 좋아서 걸음마 연습을 시키기 시작하면 금방 걸을 것 같다고 하시지만 연습은 시키지 않기로. 지금도 쫓아다니기 힘든데 빨리 걸으면 더 힘들 것 같다. 때가 되면 스스로 걷는 법을 터득하겠지.
그간 날씨가 추워서 계속 집에만 있었던터라 살짝 델리고 나갔다. 기온이 많이 낮지는 않은데 바람이 생각보다 세다. 아마 그런 바람은 처음 맞아봤을테지, 바람이 부는 동안 찍소리도 안하고 있다가 바람이 좀 잦아들자 하유~하며 큰 숨을 내쉰다. 녀석, 바람에 놀랐나보구나.
후배가 영우에게 선물한 곰인형이 있다. 어렸을 때는 자기 몸뚱이만한 곰인형을 좀 무서워하는 것도 같고, 갖고 놀줄도 몰랐는데 지금 주니 손으로 툭툭 건드리고 물고빨고 난리다. 뽀뽀하는 사진(사실은 물어뜯고 있는 사진이지만)을 찍어 밴드에 공유했더니 동생들이 이 곰이 그때 그 곰이냐며 영우 정말 많이 컸구나 한다. 한창 몸무게가 안 늘다가 이제 10kg이 되었는데 10개월 기준으로는 상위 퍼센타일이길래 키를 재보았더니 70cm 정도? 가만히 서있지 않아서 정확히 잴 수는 없었지만 좀 작은 편이다. 작은데 체중은 많이 나가는걸로 봐서 뼈가 튼실하거나 엄청나게 돌아다녀서 근육량이 많거나. , 지금은 작더라도 평균만큼만 크자.
영우가 말귀를 제법 알아듣는 것 같다는 엄마의 주장이다. 영우야 뽀로로 가자 하면 뽀로로 장난감으로 다가가 이것저것 버튼을 누른다. 영우가 젖병소독기를 건드리고 싶어서 계속 팔을 뻗고 있는데 아빠가 영우야 앗뜨 했더니 움찔하며 놀란다. 또 이가 나려고 해서 간질간질한지 요즘 계속 손가락을 입에 넣는데 영우야 손 빼 하면 바로 빼긴 한다. 밤에 영우가 더 놀고싶어 할 때 영우야 지금은 밤이야 자고 내일 놀자 하면 엄마 팔을 베고 눕는다고 한다. 까꿍하면 따라서 깍 거리는 것도 웃기다. 말귀를 알아듣는 것도 좋지만 어서 말을 했으면 좋겠구나.

2014년 12월 18일 목요일

297일 공학자로서의 첫 걸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영우. 아이들 장난감 중에 동그라미, 세모, 네모, 별 등 모양 블록을 자기 자리에 맞춰 끼워넣는 것들이 있다. 러닝홈에도 그 기능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블록을 빼더라도 먹는데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그 자리에 끼워넣은 채로 빼주지 않았다. 그런데 그걸 빼더니 모양에 맞춰 다시 끼워넣는다. 물론 아직 완전하게 끼우지는 못해서 다시 빼고 갖고 놀긴 했지만 아주 감격적이다. 신랑 회사 동료가 보고는 공학자로서의 첫 발을 내딛었다고 했단다.
장난감 중에 링을 끼우는 것이 있는데 빼내는건 잘하지만 아직 끼워넣는건 못한다. 조만간 이것도 할 수 있게 되는걸까? 러닝홈에 전등을 켜는 스위치가 있는데 내릴 수는 있어도 올릴 수는 없었더랬다. 아직 손바닥을 제대로 뒤집지 못해서 한 동안은 못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손가락으로 올리는 법을 알았다. 요사이 손놀림이 활발해지더니 손가락 움직임도 더 좋아졌나보다.
이렇게 쓰면 활발히 활동하는 다 큰 아이같지만 빠르게 기어다니고, 아무거나 물어뜯고, 우어어어포효하고, 훈련을 거쳐 사소한 행동들로 주인을 기쁘게 하는 동물에 가까울 뿐이다. 이 날 아빠가 빠이빠이를 계속 시키니까 바바바를 몇 번 했는데 말을 따라한건가 싶기도 하다. 어서 걷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아이가 되자, 영우야.

2014년 12월 16일 화요일

295일 엄마 가리키기

아빠가 매일 아침 우리 부부 사진을 영우에게 보여주시면서 '엄마 어딨노, 아빠 어딨노, 엄마 여깄지, 아빠 여깄지'를 한다고 하신다. 처음 들었을 때는 아무 것도 모르는 애한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었는데 세상에나 엄마 어딨노 하니 엄마를 가리켰다고 한다. 이 날 저녁 영상 통화하면서 아빠가 또 엄마 어딨노를 했더니 영우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단다. 오호 뭔가 알고 하는건가? 아빠 어딨노를 했을 때에는 아직 아빠를 가리킬 줄 모른다고 하는데 정말 엄마라는 것을 알고 알아듣고 한 행동일까? 것 참 궁금하네 그려.

식이요법 7일차

지겹다. 벌써 지겹다. 주말에 엄마가 몇 가지 반찬을 더 해주시긴 했지만 같은 반찬 돌려 먹으니 참 지겹다. 부지런히 내가 해먹어도 되는데, 고기 같은건 구워 먹을 수 있는데 그건 또 귀찮다. 그러니 그냥 지겨워하면서 꾸역꾸역 먹고 있다.
평소 군것질을 하는 편도 아니면서 먹고 싶은게 많아졌다. 휴게소에 들리면 라면, 햄소세지, 각종 빵, 특히 마카롱 같은 것들이 먹고 싶다. 햄버거, 피자, 치킨, 기름진 것들도 먹고 싶다. 달달구리 케잌, 초코도 먹고 싶다.
식이요법 끝나면 다 먹어버릴테다! 그러나 아직 열흘이나 더 남았구나ㅜㅜ

2014년 12월 15일 월요일

293일 일상

아침에 잠에서 깬 영우가 칭얼거리는 소리가 나길래 방에 들어가 안고 토닥여주었다그랬더니 영우가 내 가슴을 토닥토닥해준다뭔가 찡한 이 기분내가 누워 있을 때에도 영우가 가끔 팔을 베고 같이 누울 때가 있는데 비록 1초 후에 다시 일어나 제 갈 길 가지만 가슴팍에 폭 안길 때내 팔을 베고 누울 때뭔가 찡하다귀여운 녀석
영우가 앉아서 노는 동안 뒤에 앉아서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뒤로 벌러덩 눕는다내 다리 위로 누웠으니 망정이지 사람이 뒤에 없을 때도 그러면 어떡하나 걱정되어 엄마한테 평소에도 그러냐고 물었더니 사람이 뒤에 있을 때만 그런단다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는다고받아줄 사람이 있을 때만 벌러덩 눕는단다귀여운 녀석
무서워하는 것이 또 하나 늘었다바로 안마기안마기를 작동시키면 드르르륵 하는 소리와 진동게다가 빨간 불빛까지 번쩍거리니 무서운가보다사실 비주얼도 ET 머리같이 생겨서 소리 없이 봐도 무서워 보일것 같기도 하다안마기가 작동되면 온갖 인상을 다 쓰면서 우에엥 울어버린다그 모습도 어찌나 웃긴지귀여운 녀석

292일 일상

일주일만에 새로운 기술이 생긴 영우. 다 먹은 분유통을 굴려가며, 두드려가며 놀곤 했는데 몇 개 되지도 않는 앞니로 분유 뚜껑을 여는 법을 알았다. 없던 이가 생기니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궁금한지, 이것저것 물어뜯는데 이가 상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침을 닦아주다보면 가끔 분홍빛이 나기도 하는데 입 안에 상처가 생겨 아프지나 않을까 또 걱정이다.
손놀림이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는데 아직 손바닥을 위로 향하는건 잘 못한다. 러닝홈에 있는 스위치를 내리는 건 잘 하는데 올리는건 잘 못한다. 그래도 손바닥을 앞으로 향하는건 그럭저럭 모양이 나오는 편이다. 그간 영상통화 할 때마다 열심히 안녕, 빠이빠이를 연습시켰는데 살짝, 아주 살짝 비슷하게 모양이 나오기 시작했다.
손놀림이 좋아지니 이것저것 잡아당기고 싶다. 식탁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옆에 와서 잡고 일어선다. 꼬꼬마라 별 일 있겠나 방심하고 있었는데 손이 휙 올라오더니 국그릇을 잡아당겼다. 다행히 신랑이 잘 커버해서 국은 식탁에만 쏟았는데 영우도 당황한듯. 이제 쏘서 들어가기 싫어한다고 해서 잡고 걸음마 연습할 수 있게 재조립하였는데 잡아당기는 힘이 세서 아직 사용하기는 무리. 엎드려서 쏘서를 이리저리 잡아당기는데 커다란게 자기가 힘쓰는데로 움직이니까 신이 난 모양이다.
음악 소리에 반응하는게 정말 웃기다. 신나는 음악이 흐르면 엉덩이를 씰룩씰룩하는데 음악이 멈추면 동작을 딱 멈춘다. 정말 음악을 듣고 있는 거였나보다. 매우 흥에 겨워있을 때에는 음악이 멈추면 틀어달라고 짜증을 내기도 한다.
테이블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널려있어 발지압판이 막고 있어도 올라가고 싶다. 그래서 발지압판을 끌어내리는데 아주 용감하게 끌어내려서 아빠 말씀이 이제 발지압판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하신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잡을 때만 용감하고 발지압판이 끌려 내려오기 시작하면 눈을 질끈 감는다. 살짝 실눈을 떠보고 아직도 안 내려와있으면 또 눈을 질끈 감는다. 눈을 감으면 안 무서운가보지? 그 표정이 얼마나 웃기고 귀여운지, 다같이 빵터졌다.
우리가 와있으면 영우 리듬이 흐트러진다. 이 날도 오전, 오후 낮잠을 40분씩밖에 못 잔 상태. 많이 피곤했는지 7시 좀 넘어서 점퍼루에서 놀다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다. 평소보다 너무 일찍 자서 다음 날 새벽에 깰까봐 걱정했더니 40분만에 또 깨던지. 이게 저녁 낮잠이었는지. 좀 더 놀다가 9시 넘어 자러 들어가는데 엄마 말로는 거실에서 놀다가 잠자리 인사를 하고 들어가면 방에서 뒹굴거리다 잠드는데 방에서 잠자리 인사를 하고 누군가가 밖으로 나가면 자기도 나가고 싶어서 운다고 한다. 그것 참 신통방통하다. 서울 있을 때 노는 공간과 자는 공간이 동일해서 안 좋은 습관 들까봐 걱정이었는데 공간을 분리해주니 잠 자는 습관에도 도움이 된 것 같다.


2014년 12월 11일 목요일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괌

태교여행으로 다녀온 괌. 비행 시간이 짧고 휴양지로 적합해서 태교여행 및 어린 아이들과 함께 하는 가족여행으로 인기가 많다. 섬은 작은 편이고 관광거리가 많진 않아서 여행의 목적에 맞추어 호텔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호텔은 투몬거리를 따라 모여 있는데 대부분 오래된 호텔들이라 룸컨디션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아이와 함께 물놀이 위주로 휴식할거라면 수영장이 잘 되어 있고 식사까지 일체형인 PIC가 좋을 것이고 쇼핑이 목적이라면 투몬의 중심인 아웃리거 인근이 좋을 것이다. 괜히 호텔 브랜드 보고 쉐라톤 이런데 하면 교통이 영 애매하다. 괌은 대중교통비가 비싸고 렌트가 저렴하기 때문에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인지, 셔틀버스를 탈 것인지, 택시를 탈 것인지, 렌트를 할 것인지 미리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우리는 힐튼호텔에 묵었는데 메인거리 가장 끝 부분이긴 했으나 여행사에서 준비해준 셔틀버스 무제한 카드 이틀치가 있어서 잘 활용했다.

태교여행이었으니 유아용품 쇼핑도 여행의 목적 중 하나. 급하게 결정하고 간 여행이지만 블로그 보면서 쇼핑리스트를 만들어갔었더랬다. 괌 프리미엄 아울렛에서는 애기 옷, 쌤소나이트 여행가방, 나인웨스트 구두, 비타민, 그 외 어른들 용품, K마트에서는 장난감, 젖병, 연고류, 그 외 자질구레한 용품들, 메이시스 백화점에서는 폴로, DFS 갤러리아에서는 명품을 사는 것이 정설이다. 괌에 있으면 다 싸게 느껴져서 뭐라도 사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조급함이 있는데, 쇼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건 아니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딱 그만큼만 쇼핑한게 다행이다 싶다. 블로그에 돌아다니는 쇼핑리스트를 보면 애기 개월수에 맞춰서 6개월, 9개월, 12개월별로 계절 잘 맞춰서 옷을 사라고 되어 있으나 글쎄다, 엄마가 보고 뭐 이런 옷들을 샀냐며, 개월수에 맞추는 것보다는 좀 큰 옷을 사는 것이 낫고 여름옷은 우리나라 면 소재가 훨씬 시원하고 좋다. 한국에서 8천원하는 면봉을 괌에서 3달러 언더로 살 수 있다고 엄청들 사는데 굳이 뭐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싶기도 하다. 폴로에서 두 돌짜리 패딩조끼랑 잠바를 사왔는데 요즘은 직구가 활발해서 이것도 큰 가격 메리트는 없어보인다. 너무 싸서 멋모르고 장만한 바운서는 막상 사용해보니 못내 아쉬웠고, 장난감이 한국보다 많이 싸서 살만한데 부피와 무게 때문에 좀 부담된다. 아이가 의사표현이 가능할 때 직접 장난감을 고를 수 있으면 꽤 괜찮을 것 같다.

보통 렌트를 해서 괌 일주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특별히 관광지가 많은건 아니다. 수요일 저녁에는 차모로 야시장이, 토요일 아침에는 데데도 새벽시장이 열린다고 하는데 우리는 일정이 딱 비켜가서 가보지 못했다. 모든 사람들이 방문하는 사랑의 절벽, 전혀 기대 없이 갔는데 풍경이 환상적이다. 이건 순전히 그 날의 날씨에 따라 호불호가 좌우될 듯 한데, 쨍하니 파란 하늘과 탁 트인 바다가 함께라면 누구라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뜻밖에 좋았던 곳은 피쉬아이. 과거에 군사 용도로 쓴 곳이라는 것 같은데 타워까지 연결된 나무다리를 지나 타워로 들어가면 계단을 따라 내려가게 된다. 내려가보면 그 곳이 바로 바다 속. 유리창 너머로 물고기떼를 볼 수 있는데 수족관에서 보는거랑은 느낌이 다르다. 여기도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곳, 사실 어른들도 좋다이 외에도 아가나 성당 등 몇 군데 가볼만한 곳이 있나본데 굳이 그런 곳 가지 않고 해변에서 노는 것이 더 좋을 듯 싶다. 호텔마다 프라이빗 비치를 마련해 두었는데 바다가 깊지도 않은데 스노클링할만할까 싶었으나 의외로 괜찮다. 동남아처럼 예쁜 물고기들은 아니지만 눈 앞에 물고기들이 휙휙 지나다닌다. 이래서 사람들이 다이빙을 배우고 더 깊은 물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하는구나 싶었다.

먹거리는 무난한 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패밀리레스토랑도 있고 한국인들이 정말 많이 가는 프로아도 로컬푸드라지만 우리 입맛에 딱이다. K마트 앞의 햄버거집은 현지인들이 즐겨찾는 식당이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주로 스테이크와 랍스터를 먹었는데 특별히 싼 건 아니다.


갑작스레 가게 된 여행, 전혀 기대가 없었던 탓이었는지 꽤 좋았다. 영우가 어느 정도 크면 데려가도 좋겠다 싶은 여행지.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동부여행

(1)   2007년 로스앤젤레스(CA)-마이애미(FL)-키웨스트(FL)-뉴욕(NY)-포트리(NJ)-뉴헤이븐(CT)
(2)   2009년 샌프란시스코(CA)-팔로알토(CA)-라스베가스(NV)-그랜드캐년(AZ)-몬테레이(CA)
(3)   2011년 피츠버그(PA)-버팔로(NY)-나이아가라폭포(캐나다)-왓킨스글렌(NY)-스털링(VA)-워싱턴D.C.
(4)   2013년 괌

세 번째 미국 여행은 친구들 방문이 주 목적이라 이동경로가 범상치는 않다.

피츠버그라니, 이런 도시를 방문하게 될 줄이야. 관광도시가 아닌 곳을 방문하게 되면 잘 정리된 안내서가 없어서 이동할 때 교통이 애매한 문제점이 있다. 그렇지만 IT의 발달, 구글맵 덕분에 버스로도 이동 가능. 피츠버그가 뉴욕에 이어 두 번째로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라고 하는데 워싱턴 마운틴에서 보면 그 명성에 걸맞는 야경이 펼쳐진다. 두 개의 강이 하나로 합쳐지는 지점이 있는데 때마침 페스티발이 열렸지만 다른 도시들에 비해서는 다소 심심한 지역 축제이다. 피츠버그에는 특이한 먹거리가 있는데 과거 철강 노동자들이 식사할 시간이 없어서 햄버거에 감자튀김, 코울슬로 등을 다 넣어서 한 번에 먹었다는 특이한 비쥬얼의 햄버거를 맛볼 수 있다. 철강왕 카네기의 도시답게 카네기 멜론 대학교에 위치한 뮤지엄의 콜렉션은 어마어마하다. 이런 작품들을 이렇게 관람객 없이 방치해도 되나싶어 내가 다 민망할 지경. 앤디 워홀이 피츠버그 출신이라 앤디 워홀 뮤지엄도 있는데 친구 일정에 맞추느라 시간이 안되서 패스. 스포츠를 좋아한다면 야구, 미식축구 경기장에도 가볼만 할 것 같다.

다음 목적지는 스털링의 친구 집이지만 어쩐지 그냥 가기 아쉬워서 방문한 나이아가라 폭포. 미국 버팔로와 캐나다 온타리오 사이에 걸쳐져 있는 이 거대한 폭포는 캐나다 방향에서 봐야 제맛이다. 우비 입고 폭포 아래로 가 보는 체험을 할 수 있는데 폭포수의 위력이 당혹스러울 지경. 바람도 많이 불고 휘날리는 물방울에 맞으면 아프기까지 하고 우비를 입었지만 잘 싸매지 않으면 쫄딱 젖는다. 나중에 메이드 오브 미스트호를 타고 폭포 앞으로 가면서 보니 우리가 간 곳은 한귀퉁이의 작은 폭포에 불과했다. 폭포 앞으로 가면 규모와 소리, 뺨을 때리는 물방울들에 압도된다.
미국 방향에서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고 액티비티도 했다면 이제 캐나다로 이동해야 한다. 간단한 절차로 여권에 캐나다 도장이 찍히고 국경을 이동하는 재미도 있다. 구경만 하고 바로 이동해도 되지만 이왕 캐나다까지 넘어온 것, 구경도 할 겸 나이아가라폭포를 바라보며 숙박을 했다.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차로 삼십여분 이동하면 온타리오 호수가 나온다. 호숫가 주변에 작은 마을이 있는데 미드에 나오는 바로 그 마을처럼 정겹다.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며, 골목골목 걸어 다니며, 꼬맹이들과 호숫가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니 좋지 아니한가.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스털링까지 이동하는 중에 어디 들릴 곳 없나 해서 찾아보다 발견한 왓킨스글렌. 지도를 보면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그리 멀지 않은 뉴욕주 윗쪽에 발톱에 할퀸 것 같은 모양의 호수가 여러 개 있다. 왓킨스글렌은 그 호수 중 하나의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현지인들은 캠핑을 하기도 하는 주립공원이다. 우연히 찾은 관광지이지만 정말 인상적이었다. 마치 오랫동안 아무도 찾지 않은 고생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만난듯한 느낌. 인디아나 존스를 찍어도 될 것 같은 느낌.

스털링은 워싱텅 D.C.까지 몇 십분 걸리는 도시로 친구 신랑의 직장과도 가까운 곳이다. 친구 신랑은 HHMI의 연구원이다. HHMI는 하워드 휴즈가 설립한 의학연구소로 어마어마한 예산으로 미국의 생명과학계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도 여럿 나왔다고 하는데 2014년에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연구원이 있다고 한다. 사진을 보니 머리가 얼마나 작은지, 누가 머리 크면 공부 잘한대? 아무튼 HHMI Janelia Farm이라고 불리우는 넓은 대지에 큰 연못도 있고 멋진 건물이 서 있는데 옥상의 넓은 밭(?)에서 걸어내려오면 입구가 나타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건물 외관 뿐 아니라, 복지 수준 뿐 아니라, 연구소가 직원들의 연구에 투자하는 마인드가 정말 남다르다. 그래서 친구 신랑이 한국에 들어오기 힘든걸지도. 친구 집은 지하실이 있고, 복층 구조로 되어 있는, 거실에는 난로가 있는 전형적인 미국집이지만 여기도 땅값이 비싼지 차를 주차할 만한 공간 외에 정원은 없었다. 그렇지만 여유로워 보이는 것은 그냥 내 기분 탓이겠지.

워싱턴 D.C.로 나들이를 갔다. 초여름이었지만 화씨 100도를 넘는 더운 날씨에 친구 딸내미는 완전히 넉다운. 걷기 힘들다고 임신한 엄마한테 계속 안아달라고 하는데 어찌나 안쓰러운지. 그래서 사실 보는둥 마는둥 한 것 같다. 백악관, 국회의사당, 링컨기념관,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링컨기념관 앞 풀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애석하게도 공사중, 스미스소니언 미술관에는 발도 들여놓지 못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워싱턴 D.C. 나들이. 그러나 주차위반으로 딱지도 뗀 뜻 깊은(?) 경험을 한 곳.


괌 여행기는 예전에 한 번 기록한 적이 있어서 쓸 지 안 쓸지 더 생각해보아야겠다. 3편은 너무 숙제하듯이 쓴데다 여행 정보를 찾는 사람에게는 크게 도움도 안될 것 같다. 매 여행때마다 대학교 방문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이만 마무리지어야겠다.

2014년 12월 10일 수요일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서부여행

(1)   2007년 로스앤젤레스(CA)-마이애미(FL)-키웨스트(FL)-뉴욕(NY)-포트리(NJ)-뉴헤이븐(CT)
(2)   2009년 샌프란시스코(CA)-팔로알토(CA)-라스베가스(NV)-그랜드캐년(AZ)-몬테레이(CA)
(3)   2011년 피츠버그(PA)-버팔로(NY)-나이아가라폭포(캐나다)-왓킨스글렌(NY)-스털링(VA)-워싱턴D.C.
(4)   2013년 괌

필 받아 쓰는 미국 여행기 2탄.

샌프란시스코는 때마침 대한항공 광고로 더욱 더 흥이 나는 여행지였다. 도착하자마자 간 곳도 광고에 나온 롬바드 거리. 이 곳은 내가 차를 타고 내려오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 샌프란시스코는 큰 도시가 아니라서 걷기를 좋아한다면 피셔맨즈워프에서 유니온스퀘어까지도 충분히 걸을 수 있다. 그러나 케이블카,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다 탈 수 있는 승차권을 1일권, 3일권 등 상황에 맞게 구매하면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케이블카를 타고 여기저기 누빌 수 있다. 고대 건축물같은 느낌에 규모도 어마어마한, 왜 이 도시에 이런 곳이 있나 싶었던 파인 아트 팰리스, 안개가 껴서 아쉬웠지만 광대폭발 사진을 잔뜩 찍을 수 밖에 없었던 금문교, 아기자기 동화 속 마을처럼 낭만적인 소살리토, 샌프란시스코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트윈 픽스, 베이 브릿지를 바라보는 야경이 멋졌던 트레저 아일랜드, 피어39의 명물 바다사자, 주말에만 열리는 캘리포니아산 과일 가득한 플리마켓, 유니온스퀘어에 펼쳐져 주인을 찾고 있던 무명작가의 작품들, 지나고 생각해보니 친숙한 작품들이 꽤나 많았던 SFMoMA, 아버지와 아이가 온 몸으로 놀던 예바 부에나 가든, 전라로 도심을 누비던 자전거 행렬까지, 작지만 볼 것도 많고 뭔가 자유롭고 활기찬 느낌의 도시이다. 3년 연속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신랑은 자연사박물관과 베이스볼파크, 금문교 너머 등 몇 군데 더 갔었는데 다 좋았다고 같이 갔으면 좋았을텐데 한다. 샌프란시스코에 다시 간다면 나파밸리에도 가보고 싶다. 요즘 웹툰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을 보는데 가끔씩 내가 아는 이야기가 나오면 설렌다. 지금은 또 다른 느낌일테지.

팔로알토는 스탠포드 대학교가 있는 도시. 박사학위를 받는 고등학교 친구 학위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칼트레인을 타고 팔로알토에 갔다. 한국에서는 학위수여식 별 감흥도 없고 참석한 적도 없었는데 미국은 완전 축제 분위기이다. 학교 곳곳에서 단과대별로 행사를 진행하는데 넓은 캠퍼스 전체에 동문회에서 제공하는 음료와 다과가 제공되는 천막이 깔려있다. 미드에서만 보던 학위수여식을 보고, 리셉션에 참석하고, 캠퍼스 곳곳을 누비며 사진 찍고, 박사가운도 입어 보고, 동문들과 저녁도 먹고. 며칠 뒤 다시 방문했을 때에는 로댕갤러리에서 깔레의 시민과 지옥의 문을 처음 보았다. 이런 작품들이 비 맞으면서 그냥 야외에 있다니! 스탠포드 대학교 내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 숙박했는데 깔끔한 인테리어와 쏟아지는 햇살에 눈부셔하며 조식으로 제공되는 베이글과 커피를 마신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카지노의 도시로만 알고 있었던 라스베가스. 의외로 낭만의 도시였다. 사진으로 볼 때는 다소 촌스럽게 느껴졌던 건축물 카피 호텔들도 볼 거리였고 호텔마다 제공하는 무료 쇼도, 호텔 로비의 작품들도 꽤나 퀄리티있다.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압도적인 규모의 벨라지오 호텔 분수쇼, 굳이 시간 맞추어 가지 않더라도 메인 스트릿을 지나다보면 거의 매일 볼 수 밖에 없다. 호텔마다 태양의 서커스를 하는데 가장 유명한 건 O. O쇼와 비슷하다고들하는 ‘Le Reve’‘Mystere’를 보았는데 하나는 기술력의 결정체, 하나는 인간의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극한의 쇼라고나 할까. 근처에 아울렛도 있어서 쇼핑도 할 수 있고 여기저기 롤러코스터나 놀이기구도 많이 있으니 아이가 있어도 여행하기 좋다. 라스베가스 끝에서 끝까지 운행하는 2층 버스를 타고 호텔 투어를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카지노는 한 번 가볼만 하지만(우리는 매일 밤도 모자라 공항에서까지 슬롯머신 앞에 앉았다ㅜㅜ) 담배를 너무 많이 펴서 불쾌한 기억.

라스베가스까지 갔다면 그랜드캐년을 가지 않을 수 없다. 여러가지 상품이 있는데 주로 후버댐을 경유해서 그랜드캐년의 한쪽 파트만 살짝 보고 오는 코스가 일반적인 당일여행. 경비행기 투어도 있고 헬리콥터 투어도 있는 것 같은데 여유가 된다면 어떤 경로로 가든 그랜드캐년에서 1박을 하고 트래킹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말도 안되는 규모에 그냥 압도당할 뿐, 사진으로는 표현도 잘 안된다. 그랜드캐년은 설명도 필요 없고, 그냥 봐야한다.

몬테레이. 예전 누군가의 미니홈피에서 보고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샌프란시스코에서 1번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우리는 101도로를 탄 것 같은데 1번 국도가 유명하단다) 여기가 그 곳이구나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몇백평은 될 듯한 으리으리한 빌라들과 페블비치 골프장을 끼고 17마일 드라이브길은 굽이굽이 태평양 해안을 내려다본다. 어디에 머물러도 한적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지만 제주도도 그에 비길만큼 아름다운데. 날이 흐려서일까, 누군가의 미니홈피에 낚인걸까,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강렬한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오히려 계획없이 방문했던 몬테레이 옆동네 카멜에서 신이 났다. 예술가들이 많이 산다는 그 곳은 소살리토보다 더 아기자기하고 길가에 세워져 있는 차들도 클래식하고 골목골목 들어가보는 재미가 있다. 가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자기 가게에서 커피를 내려주기도 한다니 그런 행운을 꿈꾸면서 가보기를 추천.


2편은 1편보다 쓰기가 힘들다. 1편은 신나서 휙 써내려갔는데 그만큼 첫 미국 여행이 강렬하게 남아있었던걸까. 2편은 뭔가 임팩트 없이 주저리주저리 말만 많아진 느낌. 표현은 이모양이지만 캘리포니아 참 좋아요!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서부에서 동부까지

이렇게 쓰면 미국 엄청 많이 가본 사람 같지만 괌까지 포함해서 4,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 미국 가느라 유럽을 한 번도 못가본게 아쉽지만 간데 또 간다 하더라도 미국 여행은 생각만 해도 좋다. 수지형이 결혼 10주년 여행으로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을 고려하고 계셔서 추억팔이도 할 겸 여행지를 간단히 정리해본다.

(1)   2007년 로스앤젤레스(CA)-마이애미(FL)-키웨스트(FL)-뉴욕(NY)-포트리(NJ)-뉴헤이븐(CT)
(2)   2009년 샌프란시스코(CA)-팔로알토(CA)-라스베가스(NV)-그랜드캐년(AZ)-몬테레이(CA)
(3)   2011년 피츠버그(PA)-버팔로(NY)-나이아가라폭포(캐나다)-왓킨스글렌(NY)-스털링(VA)-워싱턴D.C.
(4)   2013년 괌

나의 첫 미국 여행. 첫 자유 여행. 회사에서 자기계발 차원에서 보내준 출장 겸 여행이라 떠나기 전엔 걱정도 많고 두렵기도 했으나 너무나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이후의 여행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로스앤젤레스는 마이애미에 가기 위한 경유지였던 터라 반나절 정도밖에 시간이 없었다. 유학중인 남편을 따라 미국에 나와 있는 대학 친구 덕분에 자동차로 핵심 관광코스를 둘러볼 수 있었다. 헐리우드 스타의 거리와 베버리힐즈, 산타모니카 해변과 그로브몰. 어디를 가도 라티노와 동양인이 너무 많아 미국이지만 그로브몰에 가야만 백인을 볼 수 있었다. 베버리힐즈는 쇼핑을 해야 인상에 남을 것 같고 가장 좋았던 기억은 산타모니카 해변의 노을. 지금 LA에 다시 간다면 게티센터에서 온 종일 머무르고 싶다.

마이애미는 시내에 공항이 위치해 편리하고 무료 메트로도 운행되어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다. 말로만 들었던 마이애미 비치에 발을 담궈보았으나 바다는 바다일 뿐, 비치 근처 맥도날드 직원의 불친절함과 어우러져 그냥 그랬다. 에지워터의 야경이 훨씬 인상적이었는데 때마침 보고 있던 미드에서 자주 보았던 바로 그 뷰를 볼 수 있었다는 점 때문에 더 인상적이었을 수도 있겠다

마이애미에서 세 시간 정도 차를 달리면 키웨스트라는 미국 최남단 섬에 도착한다. 쿠바와 가까워서 쿠바에서 바다를 헤엄쳐 밀입국하는 사람도 있었다는 믿거나 말거나한 이야기. 키웨스트에 가려면 바다 위에 지어진 도로를 달려야만 하는데 어느 쪽을 돌아봐도 바다가 보이는 풍경은 참 생경하다. 키웨스트에는 헤밍웨이가 여행을 보낸 집이 있는데 왜 이런 곳에서 마지막 삶을 보내고 싶었을지 와닿는 아름다운 섬이었다.

뉴욕은 너무나 멋진 곳. 타마키가 있었던 Seaport에서 바라보는 브루클린 브릿지의 야경. 모든 금융인의 로망 월스트리트와 황소상. 허드슨강 너머로 보이던 뉴저지의 단풍. 클로이스터 뮤지엄에서 보았던 쨍하게 파란 하늘. MoMA에서 보았던 고흐의 Starry Night. 단풍이 아름다운 센트럴 파크에서 3대가 공놀이하던 모습. 매일매일 지나다니던 타임스퀘어. 어디로든 데려다주던 지하철과 버스. 땡스기빙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브로드웨이를 가득 메운 인파들. 정신을 놓게 만들던 센츄리21과 우드버리 아울렛에서의 쇼핑. 로커펠러센터 앞의 아이스 링크와 저 멀리 보이는 크라이슬러 빌딩의 불빛.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부부동반 만찬. 어느 것 하나 뉴욕답지 않은 것이 없다. 아쉬웠던 것은 일부러 숙소를 브로드웨이에 잡았음에도 작가 파업으로 뮤지컬을 볼 수 없었던 것. 다시 간다면 뮤지컬과 뮤지엄 속에 빠져 살리라.

포트리는 회사 출장을 겸한 것이어서 지금은 망해버린 메릴린치의 PB를 만나러 간 곳이다. 다리만 건너면 되는 가까운 곳이지만 포트리는 뉴저지주라 가는 교통편이 애매했다. 말도 잘 안통하는 자가영업 택시를 타고는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뉴욕과 달리 낮은 건물들과 잘 조성된 가로수의 단풍으로 한적한 시골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이 날 미국에 첫눈이 왔는데 펑펑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울긋불긋 아름다운 가로수길 사이를 지나는 색다른 경험.

뉴헤이븐은 예일대를 위한 도시이다. 그랜드 센트럴에서 기차를 타고 2시간여 달리면 도착하는 비교적 가까운 곳으로 포닥중인 대학 친구를 만나러 갔다. 7년만에 만난 친구와 보낸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던 기억이 가득한 곳. 가볍게 들어간 예일대 미술관에서 만난 많은 작품들과 음대에서 들려오던 따뜻한 현악기 소리는 덤.


기억에 의존하는 몇 줄 안되는 정리인데도 이거, 하다보니 너무 즐겁다. 시리즈로 올려야겠다!

287일 매.찢.남.

매트 찢는 남자, 나영우.

동영상이 올라왔는데 매트 위에 박스를 납작하게 접어놓았나 싶었다. 동영상을 재생시켜보니 영우가 매트 표면의 비닐커버를 뜯어버린 바람에 뜯어낸 부분의 안쪽이 연갈색을 띄고 있었던 것이다. 영우가 손톱으로 찍어서 그런 것인지, 다른 도구들에 찍히는 것인지, 매트 여기저기에 흠집이 나서 엄마가 테잎으로 임시 땜질을 해 둔 상태였다. 어딘가 틈새를 발견한건지 영우가 매트를 찢기 시작했나보다. 찌익찌익 얼마나 잘 찢어대는지, 아주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여기저기 잡고 찢어댄다. 이렇게 사고를 치는구나.

285일 잠자기 싫어

엄마아빠를 보고 반가운지 아침부터 영우가 업되어있다. 뭘 해줘도 즐거워서 꺄아아 소리를 지르며 웃는다. 물건이 하늘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것을 특히나 신기해해서 신랑이 저글링을 해주었더니 아주 넘어간다. 흥분상태로 있다보니 여기저기 쿡쿡 들이받기도 자주 들이받는다. 덕분에 온종일 웃음소리와 울음소리가 가득하다.
지난 주에 영우를 재우려고 힙시트를 했는데 잠이 안 들길래 내려놓았다. 그랬더니 이게 뭔 일? 하는 표정으로 힙시트를 끌고 와서는 힙시트와 신랑 얼굴을 번갈아 쳐다본다. 엄마가 대체로 업어서 재우기 때문에 힙시트를 한다는 것은 외출한다는 것을 의미, 그런데 그냥 내려놓으니 좋다 말았나보다. 그 행동이 너무나 웃겨서 결국은 외출했었다. 이번 주는 주중에 추워서 외출을 거의 못했다더니 힙시트 올라가는 순간부터 신이 났다. 다리를 얼마나 힘차게 흔들어대는지, 쭉 뻗었다가 흔들었다가 아주 신이 났다.

이렇게 신나게 하루를 보낸 것까진 좋았는데, 밤까지도 꺄르르꺄르르 즐거웠는데, 격하게 놀아서 너무 힘들었던 것일까. 평소와 달리 밤에 깨어날 때 소리를 지르며 한참을 운다. 아무리 달래도 계속 소리를 질러대서 결국 엄마가 업었는데 방에도 있기 싫다고 해서 거실로 나왔다. 거실로 나오니 노는 시간인줄 안 것인지 또 막 즐겁다. 밤에 엄마가 두 번이나 업어 재웠는데 낮에 너무 신나게 놀아서 밤에 자기 싫었던 것인지, 과로로 너무 피곤한데 잠이 잘 안들어서 짜증이 났던 것인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이제 좀 살살 놀아줘야지. 그나저나 영우는 언제쯤 잘 자게 될까.

284일 짝짜꿍

전 날 할머니가 잘 안놀아줘서 삐친 영우. 밤새 서러워하는 영우를 보고 미안해진 할머니가 하루종일 열심히 놀아주셨다고 한다. 같이 만세도 하고 짝짜꿍 연습도 시키고 많이 안아주고. 그 덕분에 손뼉을 마주칠 수 있게 되었다. 가끔은 손뼉치는 소리도 난다. 두 손을 마주칠 때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엄청난 호응을 보이며 짝짜꿍을 외쳐주신다. 짝짜꿍, 죔죔을 9개월이 넘어서야 할 수 있는데 난 도대체 몇 개월 때부터 연습을 시킨거람. 이렇게 영우 재주 하나 추가.

나영우 프로필

수지형이 작성해 준 영우의 생애 첫 프로필 :)

나이 : 1( 0)
별명 : 동자승, 근엄영우, 건방영우
취미 : 만세
특기 : 엉덩이 자 만들어 실룩거리기
무서워하는 것 : 뜨거운 것, 발지압판

성격 : 매우 조심성있음

2014년 12월 1일 월요일

9개월 발달

오랜만에 영우 발달 체크업.
이유식은 3회로 늘렸고 후기 이유식을 시작했다. 우유도 하루 3번, 8시쯤 마지막 수유를 한다. 이유식도, 간식도 많이 먹어서인지 응가를 하루에 5번씩 한다. 어휴~ 우리 엄마 얼마나 힘드실지, 기저귀 가는거 싫어해서 매번 진을 뺀다.
이는 아래윗니 두 개씩 네 개가 났다. 이가 더 나려고 간질간질한건지 입에 닿는 것들을 빨기도 하지만 깨물기도 한다. 엄마 손에는 영우 이빨 자국이 선명하다. 좋아라하며 쪽쪽 빠는 로션통이 있는데 이제 이로 뚜껑을 열 수 있다. 아랫입술로 윗입술을 덮고 츕츕댄다.
이제는 배로 기지 않고 팔 다리를 이용해 엄청 빠르게 기어다닌다. 러닝홈을 갖고 논 보람이 있는지 기고 있는 자세로 문을 열 수 있어서 이 방 저 방을 휙휙 드나든다. 테이블 높이는 기어올라갈 수 있으나 아직 소파 높이는 기어올라갈 수 없다. 잡고 일어선 후에 잠깐씩 손을 놓고 서 있을 때가 있다. 활동량이 많아져서일까, 체중은 많이 늘지 않아서 9kg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뜨거운 고구마에 손을 덴 이후부터일까, 뭔가 만지고 싶을 때에는 검지 손가락으로 살며시 찔러본다. 기분이 좋을 때는 만세를 한다. 갇혀 있는 느낌이 싫은 것인지 이제는 쏘서나 점퍼루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한다. 안아서 넣으려고 하면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몸을 ''으로 만든다. 신나는 음악을 틀어주면 엎드려 있을 때에도, 서 있을 때에도 엉덩이를 앞뒤로 씰룩씰룩댄다.
아직 밤에 잠을 푹 못자고 많이 뒤척인다. 엄마가 업어 재우고 있어서 잠자는 습관이 계속 걱정이었는데 며칠 전부터 밤잠 재울 때는 업지 않고 누워서 토닥토닥해준다고 한다. 엄마가 누워서 팔을 펴고 영우야 자자, 하면 엄마 팔을 베고 눕는다. 그러다 다시 일어나서 돌아다니고, 다시 누웠다가, 뒹굴뒹굴하다 잠든다고 한다. 이렇게 엄마가 하나하나 습관을 잡아주니 얼마나 감사한지.
9개월이 되니 돌이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다. 지난 주에 돌잔치 장소를 예약했는데 직계가족끼리 간단히 식사하고 돌잡이만 할 예정이다. 영우가 대구에서 자라니까 돌 때라도 친구들, 친지들에게 인사시키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닌데,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간소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돌에는 얼마나 더 자라있을까 기대된다.

280일 주세요~, 첫 눈

영우는 이제 과자를 먹는다. 이유식 먹고 나면 과자를 두 개씩 주는데 몇 개 없는 앞니와 잇몸을 이용해서 잘도 잘라먹는다. 아빠가 매일매일 영우한테 할아버지도 주세요, 할아버지 먹을까, 아~주세요를 하는데 들은척만척 열심히 먹기만 하다가 드디어 할아버지한테 과자를 주었다. 오후에는 동생한테도 이모 주세요 하니 주더란다. 뭔가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한걸까?!
12월의 첫 날, 영우는 생애 첫 눈을 보았다. 눈이 오길래 엄마가 영우를 업고 옥상에 널린 빨래를 걷었다는데, 업힌 상태여서 영우가 어떤 표정으로 눈을 맞이했는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차가운 바람도,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눈도 처음이지? 다시 한 번 이 세상에 온 걸 환영한다, 나영우.

278일 무서운 발지압판

발지압판에 잘못 손을 대서 놀란 적이 있는 것인지 지압판을 피하는 동영상이 올라온 적이 있다. 영우가 테이블에 기어올라가지 못하게 러닝홈으로 막아두었는데 이제는 문을 열고 틈새로 몸을 밀어넣어 잘도 기어올라간다. 그걸 막아보려고 테이블에 지압판을 깔아두었는데 멋모르고 올라가려다 놀란 모양.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올라가고 싶어지면 지압판을 바닥으로 끌어내린다. 바닥에 있는 지압판이 방해가 되면 아프지 않은 쪽으로 뒤집기도 한다.
아픈걸 알면서도 갖고 놀고는 싶고, 잘못하면 아플거 같으니 멀찍이 떨어져서 검지손가락으로 꾹꾹 찔러본다. 우리 손을 지압판에 대고 아야야~ 아픈 시늉하며 손을 확 떼면 꺄르르 좋아한다. 한참을 그렇게 놀아줬더니 이제는 영우가 신랑 손을 잡아 끌어 지압판에다가 댄다. 자기 손은 안대겠다는지, 그 모습에 빵 터졌다. 장난기가 더 발동해서 영우를 들어다가 지압판 위에 세워 놓으려고 하니 발도 댈 수 없다며 발가락을 꼼지락꼼지락 공중부양 자세를 취하는데 그 모습 또한 어찌나 웃긴지.
이렇게 계속 즐거워해주면 좋으련만, 요녀석 같은걸 여러번 반복하면 웃음기를 싹 걷어낸다. 영우 웃게하기 참 어렵다.

277일 할머니가 좋아요 할아버지가 좋아요 아빠가 좋아요

지난 주 이사하느라 대구에 내려가지 못해 영우가 보고싶은 우리는, 신랑의 조기 퇴근 덕분에 영우가 잠들기 전에 대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영우랑 놀아주는데 나를 볼 때보다 신랑을 볼 때 더 좋아한다. 더 환하게 웃어준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살짝 서운했는데 눈치 없는 우리 아빠는 영우가 아빠를 더 좋아하네 하신다. 신랑은 좀 민망했는지 그래도 아프면 엄마한테 착 달라붙는다고 하더라는 발언을 하였으나 위로가 될리가. 영우는 이제 아프면 할머니한테 착 달라붙을걸.
점점 밤이 깊어가고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하니 영우는 할머니만 찾는다. 예전에 밤이 되면 신랑이 잠투정을 달랠 수가 없어서 내가 안아주곤 했었는데 지금은 내가 안아도 소용 없고 할머니만 찾는다. 할머니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니 지금 할머니 찾는거야 당연한거지만 그간 고생해서 키우느라 아프기까지 했는데 신랑한테 밀리니 어쩐지 억울하다. 하긴 뭐, 내가 밀리는 사람이 신랑뿐일까, 매일 와서 목욕시켜주는 이모한테 밀려도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좀 서운하구나 영우야.

앵그르에서 칸딘스키까지


문화가 있는 날 마지막 이벤트. 원래는 오후 7시까지 전시 관람이 가능하지만 문화가 있는 날은 오후 9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그리고 6시 이후에는 입장료의 50%가 할인된다. 앵그르에서 칸딘스키까지는 필립스컬렉션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인데 '고야, 마네, 세잔, 모네, 반 고흐, 피카소, 잭슨 폴록 등'의 작품 국내 최초 공개라고 홍보를 하고 있다. 이것만 봐도 느껴지지 않는가. 고야, 마네, 세잔, 모네, 반 고흐, 피카소, 잭슨 폴록 작품이 한 작품씩밖에 없겠구나. 그래서인지, 만오천원이나 하는 관람료 때문인지 하루 종일 무리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꼭 할인받아서 보고싶었더랬다.
전시는 19세기부터 현대까지 시대별로 구성되어 있다. 앵그르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그림이 많고 많은데 필립스컬렉션의 앵그르 작품은 살짝 아쉽다. 마네의 작품을 제대로 본 적이 있었던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스페인 발레라는 작품은 마네의 명암표현 방식이 잘 나타나 있어서 아 이것이 마네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다. 세잔의 생 빅투아르 산을 보니, 예전에 보았던 전시의 어느 화가가 세잔을 좋아해서 생 빅투아르 산을 통째로 사버렸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나는데 도통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기억력은 안드로메다로 가는가보다. 그 외에도 칸딘스키나 폴록의 초기 작품으로 보이는 작품들을 볼 수 있고, 이제 아는 작가가 된 라울 뒤피 작품을 보며 반가워라 해주었다.

이렇게 11월의 문화가 있는 날 마무리~

예술의 전당. 2014.11.25~2015.03.12

2014년 11월 27일 목요일

인상파의 고향, 노르망디


전시회 제목을 띄엄띄엄 보고는 인상파 전시회인줄 알았다. 나같은 착각을 하는 사람 또 없으려나? 주제는 노르망디이다. 우리는 뭐 노르망디 하면 노르망디 상륙작전밖에 모르지. 지도로 보니 노르망디 지역의 센 강을 따라 르아브르(모네가 태어난 곳인줄 알았는데, 그래서 내 포스팅 어딘가에 그렇게 적어놨었는데 모네는 파리에서 태어나 5살에 이주했다고 한다.), 트루빌, 루앙 등의 익숙한 이름이 보인다. 인상파 화가들이 그렸던 장소들이 바로 여기로구나, 그래서 인상파의 고향인거구나, 그간 글로만 배웠던 터라 위치조차 모르고 있었구나 싶다.
앙드레 말로 미술관 관장이 기획하고 30여 개의 미술관이 협력하여 준비된 전시회라고 하는데 노르망디 지역의 아름다운 풍경과 건축물을 볼 수 있다. 노르망디가 영국과 가까운 지역이라 프랑스 화가뿐만 아니라 영국 화가인 터너의 작품도 볼 수 있고, 인상주의 시대뿐만 아니라 낭만주의, 사실주의, 야수파 화가들의 작품까지 볼 수 있으니 꽤나 재미있다. 나는 이후에 앵그르에서 칸딘스키까지 전시도 함께 봐서 두 전시에 동시 등장하는 작가도 발견하는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문화사 함께 들었던 줄라이님을 만나는 우연까지!
이 전시에는 부댕의 작품이 많다. 부댕이 모네의 스승이었다는 단편적인 지식만 갖고 있었는데 19세기에 부댕은 꽤나 유명한 사람이었나보다. 라울 뒤피를 소개하면서 19세기를 대표하는 화가가 부댕이라면 20세기는 라울 뒤피가 대표한다나.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 미술사에는 몇 자에 그치다니 트렌드를 잘 따라서 살아생전 명성을 떨치는 것이 좋은 것인지, 변화를 꾀하여서 역사에 길이 남는 것이 좋은 것인지? 어쨌거나 부댕 미술관에서 온 작품들도 많고 하늘을 표현하는데 탁월했다고 하는 부댕 작품도 많이 보고 새로운 발견이었다.
로베르 팽숑과 라울 뒤피는 이번에 처음 알게된 화가들이다. 로베트 팽숑의 작품은 아주 인상깊게 보았는데 돌아서고 나니 그림만 머릿속에 맴돌고 화가가 기억 안나서 검색하는데 아주 애먹었다. 모네는 제자를 두지 않았다고 알려졌는데 로베르 팽숑에 대해서는 아주 극찬했다고 한다. 야수파의 영향도 받아 색감이 다양한데, 이 그림을 가까이에서 볼 때와 멀리서 볼 때의 느낌이 아주 다르다. 그러게, 큰 그림은 대각선 길이의 몇 배 뒤에서 봐야 제대로 감상하는거라고 하던데 그렇게 감상해야 했던 그림. 라울 뒤피는 색과 선이 개성이 넘친다. 다른 작품을 봐도 확실히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지금까지 못본걸까.
또하나 알게 된 것은 픽처레스크. 18세기 유행했던 그랑투어 덕분에 여행지의 풍경을 담은 픽처레스크화가 대중화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문화사에서 배운 것들과 새로운 지식이 일부 연결되니 좋긴 한데 아직 한참 멀었다. 예전에 듣고 배운 것들이 이제 거의 기억이 안나서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보는 풍경화들로 기분 전환이 되었다. 앵그르에서 칸딘스키까지보다 내 취향에는 더 맞는 전시였음~

예술의 전당. 2014.11.22~2015.2.15

문화가 있는 날 - 예술의 전당 아티스트 라운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예술의 전당에서는 오전 11시 IBM 챔버홀에서 열리는 아티스트 라운지 공연을 전석 만원에 판매한다. 쉬는 날 누릴 수 있는 호사는 뭐니뭐니해도 평일 낮 공연 관람. 한 때는 오케스트라가 있는 공연만 좋아했었는데 이제 실내악도 어느 정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아티스트 라운지 공연의 가장 좋은 점은 젊은 아티스트들의 연주를 부담없는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간혹 포착되는 그들간의 눈빛 교환이나 미소를 보면 이 연주를 준비하면서 그들끼리 얼마나 즐겁게 유쾌한 시간들을 보냈을까 싶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이 날은 이미연, 이정란, 이한나, 권혁주의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특이하게 트럼펫 협주곡도 들을 수 있었는데 첫 곡은 솔로, 두번째 곡은 듀엣이었다(듀엣은 부부가 함께 연주를~). 트럼펫이란 악기를 단독으로 연주하는 것을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텐데 연주자 입장에서도 그러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트럼펫의 역사와 소리나는 원리에 대한 설명도 해주고 첫 연주는 코넷이라는 솔로를 돋보이게 하는 악기로, 두번째 연주는 보통의 트럼펫과 피콜로 트럼펫으로 연주하였다. 아마 트럼펫 연주자 중 탑클래스일텐데 솔로를 할 때 기교가 넘쳐나는 스피디한 부분에서 실수가 있는듯했고, 트럼펫이 두 개가 되니 그 소리가 조화롭게 들리지가 않았다. 역시 금관악기는 힘든가보다 싶다가도 예전에 베를린필 브라스밴드를 생각해보면 그냥 클래스가 다른건가 싶기도 하고 뭔가 어려운 악기다.
후반에는 신수정 교수와 이미연 피아니스트의 네 개의 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가 있었는데 아주 즐거운 연주였다. 신수정 교수는 칠십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스위스 전통의상같은 드레스를 아주 깜찍하게 소화해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다. 그간 봐오면서도 나이가 그렇게 많으신지 몰랐는데 여전히 연주활동을 활발히 하고 후학 양성에 힘쓰는 모습이 멋져보인다. 함께 연주한 이미연 피아니스트가 열살 때 신수정 교수 앞에서 처음 연주를 하면서 언젠가 함께 연주할 날이 올까 했었는데 바로 이 날 꿈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멋지다!
마지막으로 젊은 연주자들의 연주를 듣고 앵콜은 캐롤송으로 마무리했는데 그러고 보니 크리스마스가 이제 한달 남짓이다. 다음 달 아티스트 라운지는 마지막 주 수요일이 아니라 한 주 앞당겨서 12월 24일에 한다고 한다. 그 날 오후에 방사성 옥소 치료가 있는 날이라 어차피 연차를 낼 예정이었기에 덜컥 예매를 해버렸다. 누가, 무슨 연주를 하는지도 모르고. 어쩌면 조금 우울할지도 모르는 나의 크리스마스를 젊은 아티스트들이 위로해줄 수 있기를.

2014년 11월 23일 일요일

입주 청소

화분도 미리 옮겨 놓을 겸, 바닥 공사 잘 되어 있는지 확인할 겸 토요일에 이사갈 집에 들렀다. 세상에, 집이 더러워도 너무 더러운 것이다. 왜 미리 입주 청소 생각을 못한 것일까. 하필이면 주말이라 홈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없어서 일요일 아침부터 청소하러 출동. 20년 된 집에도 살아봤으나 40년 된 집은 묵은때가 차원이 다르다. 주방 싱크대와 베란다는 한 번도 청소를 안 한 것일까, 오후에 방문한 주인아주머니도 집이 더러워서 할 말이 없으시단다.
11시 반부터 4시 반까지 쓸고 닦고, 선반마다 쌓인 먼지 닦아내고, 지저분한 벽지에 시트지도 붙이고 하다 보니 너무 힘들어 화장실은 손도 못댔다. 그래도 걸레를 몇 개씩이나 버려가며 여기저기 닦았더니 좀 깨끗해지긴 했다. 살면서 더 치우기로 하고 마무리하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어질어질. 이사는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그나저나 이열로 이중주차된 차들을 보니 살짝 심란하다. 복도식 아파트는 처음이라 여의도 칼바람을 잘 견딜 수 있을지도 살짝 걱정된다. 그나마 바닥 온돌공사를 해주어서 다행. 다음주부터 여의도 라이프가 어떻게 펼쳐지려나.

행주산성 나들이

지난 주말 행주산성 나들이.
매표소가 오픈하는 9시에 모인 상하이 멤버들. 이번에도 어김없이 수지형의 가이드로 길을 나선다. 대첩문에서 쉼터까지 올라간 후 흙길을 따라 정상까지, 정상에서 행주산성 둘레길을 따라 내려오는 코스이다. 쉬엄쉬엄 사진도 찍어가며, 정상에선 투호던지기도 하면서 걷다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났다. 난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좀 힘들었으나 정상적인 체력이라면 한시간여만에 쉽게 다녀올 수 있는 코스라고 한다. 
행주산성 둘레길은 원래 군에서 관리하는 출입금지 구역이었으나 작년에 일반인에게도 개방되었다. 한강을 바라보며 숲길을 걷는 코스는 수지형이 자그마치 두 번이나 답사하고 개발한 코스인데 아래의 사진처럼 늦가을의 서울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가이드를 열심히 따라가고 있는 멤버들 뒷모습)


행주산성을 내려온 후 다시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짧은 메타세콰이어길이 나오는데 이 길도 아주 멋지다. 마지막 코스는 등산의 백미, 맛집탐방! 근처에 있는 향주라는 음식점에서 백숙과 장어구이를 먹고 후식으로 커피와 풍년제과 초코파이까지~ 등산부터 맛집까지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즐거웠던 시간. 
그나저나 상하이 다녀온지 벌써 2년이라니, 다함께 또 여행가고싶다!

2014년 11월 20일 목요일

요녀석 보통이 아닐 것 같다

손자바보 엄마의 요녀석 보통이 아닐 것 같다는 증언들.

-소파 위에서 놀면서 머리를 등받이에 쿵쿵 들이받곤 하는데 소파는 폭신하니까 아픈줄 모르다가 화장실 문에 소파에서처럼 머리를 쿵 박았다고 한다. 당연히 아팠을테니 엥 울더니 그 이후로는 소파 외의 장소에서는 머리를 들이받지 않는다고 한다.
-안방에 책장이 있다. 기어다닐 때에는 가장 아랫단만 막아두면 되서 쿠션과 베개로 막아두었는데 잡고 일어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제어가 잘 안되었나보다. 그냥 잡고 일어서게 두었더니 책을 빼내려다 균형을 잃고 넘어졌나보다. 그 이후로는 책장 옆으로 가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는 손 사용이 좀 능숙해져서 서랍도 열 수 있다고 한다. 책상 서랍을 열었다가 다시 닫으면서 손이 살짝 끼었나보다. 그 이후로는 서랍을 열지 않는다고 한다.
-거실 나무탁자에 부딪힐까봐 러닝홈으로 가드를 만들었는데 러닝홈 문을 열고 좁은 틈으로 탁자에 기어오른다. 나오려고 뒷걸음질을 치다가 머리를 쿵 부딪히더니 다음부터는 엉덩이부터 먼저 살포시 내려놓는다.
-요즘 식탐 폭발이라 엄마가 간식 갖고 오시면 집어 먹고 싶어서 난리라고 한다. 고구마를 삶아왔는데 역시나 손을 댔나보다. 살짝 뜨거웠는지 이후로는 고구마에 덤벼들지 않아서 엄마아빠의 편안한 간식타임이 이어졌다고.

들을 때에는 재미있었는데 쓰고 보니 별로네. 한 번 놀래면 다시 안하는걸 보니 영우는 조심성이 있으려나보다.

정리

어느덧 이사가 코앞이다. 짐을 많이 줄여야해서 많이 버려야 하는데 정리하기가 힘들다.
우선 한동안 입지 않은 옷들은 버리기로, 전공책을 드디어 버리기로, 아쉽지만 스노우보드도 버리기로. 이래저래 버릴 것들을 모아놓으니 한가득이다. 다행히 네이버 다사요 카페에서 수거해 주기로 했다. 지난 번 이사올때도 한 번 이용했었는데 버리러 가는 수고를 덜어주고 무게 달아서 약간의 현금도 주니 일석이조!
책상도 하나는 버릴거라 서랍을 정리하다보니 십년도 넘은 다이어리와 수첩, 편지들이 남아있다. 손때가 묻은 이런 품목은 정말 버리기가 힘들다. 그렇지만 과감히 다 버리기로 하고 들춰보니 한 때 대유행이었던 스티커사진이 다이어리에 가득 붙어있다. 그 당시에는 스티커사진 교환하는게 유행이었던터라 내 스티커사진 뿐만 아니라 친구의 친구들 사진도 많다. 색이 덜 바랜 몇 장은 찍어서 친구들에게 보내주었더니 다들 꺄아악~ 그때가 언제냐~
그때는 또 다이어리에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이나 엽서 등을 끼워두는게 유행이었나보다. 오랜만에 보는 김광석 사진, 지금의 나보다 훨씬 어린 시절의 김광석 사진이구나. 아련하다. 이렇게 오랜만에 추억팔이,  다 버리려니 좀 아쉽다.


2014년 11월 19일 수요일

265일 카시트 앞보기

어린 아이들은 안전 때문에 카시트는 뒤보기로 해야한다. 아이들이 뒤집기를 한 이후로는 누워있는 것을 싫어해서 카시트에 누워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뒤를 보면서 가면 보이는 것도 별로 없으니 짜증도 많이 낸다. 한동안 카시트에 눕는것을 너무 싫어해서 카시트 눕히는게 큰 일이었는데 드디어 앞보기 가능한 카시트를 장착했다. 신랑 친구 아들도 카시트 눕기 너무 싫어하다가 앞보기 해주고 나니 차타는 것을 좋아했다고 하는데 영우도 이십여분 이동하는 동안 바깥 구경하느라 찍소리도 안하고 얌전하다.
카시트 잘 타고 있으니 어찌나 맘이 편한지 이렇게 태우고 다닐 생각에 신났는데 하필이면 바로 그 다음 날 카시트 안전에 대한 글을 읽었다. 미국에선 두 돌까지 유럽에선 네 돌까지 뒤보기를 한다고 한다. 뒤보기가 앞보기보다 충격이 1/3밖에 안된다고, 확실히 안전하다고 한다. 으으음, 어쩐다. 

2014년 11월 13일 목요일

결혼 9주년 부산여행

병원에 있을 때 1인실에서 다인실로 옮기면서 차액으로 호텔팩하자고 했더랬다. 아무렴, 그게 훨씬 낫지! 내 마음을 안 것인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33주년 이벤트를 한다. 조식, 디저트, 해피아워에 온천, 사우나까지 가능한 패키지가 30만원 초반이다. 마침 결혼기념일도 있고 해서 예약~ 오션뷰, 오션테라스뷰가 있길래 크기 차이인줄 알고 오션뷰로 예약했더니 반쪽만 보인다.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

서울에서 부산은 너무나 멀다. 도착하자마자 달달구리 디저트 잔뜩 쌓아두고 따뜻한 차 한 잔과 해운대 산책. 날씨도 좋고 노을지는 해변가도 좋고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도 좋다. 산책 후에 또 해피아워, 디저트에 비해 메뉴가 꽤 알차다. 와인과 맥주가 무제한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금주의 시간이 길어서인지 조금만 마셔도 취한다. 살짝 배를 채우고 저녁을 먹기 위해 달맞이길로 간다. 그래도 결혼기념일인데 맛집 검색이라도 할 걸 그랬다. 달맞이길 정상(?)의 레스토랑에서 먹었는데 낮이었더라면 뷰가 훌륭했을 것 같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음식도 짜서 많이 남겼다. 
다음 날 라운지에서 조식을 먹는데, 별 것 아닌것 같지만 해운대를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나게 기분전환된다. 게다가 파라다이스의 노천온천인 씨메르는 정말 최고. 날씨도 적당히 선선해서 노천욕하기 딱 좋았던 것 같다. 수술한 지 얼마 안되서 나는 제대로 즐기지 못해 좀 아쉬웠지만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간이었다. 사우나도 해운대를 보며 탕을 즐길 수 있는데 시설은 그냥 그런듯. 해운대 근처에 있는 호텔이 다 뷰가 좋긴 하겠지만 기대보다 훨씬훨씬 좋았던 파라다이스호텔이었다. 
체크아웃하고 점심은 고옥이라는 나고야식 장어덮밥을 한다는 집에서 먹었다. 나고야식이라길래, 예전에 도쿄에서 먹은 장어덮밥보다 나고야에서 먹은 장어덮밥이 맛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선정한 메뉴였는데 나고야식은 먹는 방법이 특이하다. 장어덮밥이 나오면 4등분을 하여 한 번은 그냥 덮밥으로, 한 번은 와사비, 파, 김 등을 넣고 비빔밥으로, 한 번은 비빔밥에 찻물을 말아서, 그리고 마지막은 세 가지 중 가장 맛있었던 방법으로 먹으면 된다. 나는 원래 고기가 물에 담기는 것을 싫어하는데 의외로 찻물에 말아 먹는 것이 가장 맛있었다.
이렇게 부산에 머문 시간은 24시간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즐겁게, 조금은 아쉽게, 다음을 기약하며 결혼기념 여행을 마무리했다. 다음에 영우랑 같이 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한가득. 10주년에는 영우랑 어디를 가볼까 하는 생각 한가득.

261일 만세만세

부스터에 앉아서 튀밥을 먹다가 갑자기 팔을 번쩍 든다. 양쪽 팔을 번쩍, 만세하듯이 들어올린다. 다음 날 이유식 먹을 때에도 한쪽 팔을 번쩍 들고 흔들흔들 하더니 이어서 양쪽 팔을 들고 흔든다. 팔을 들 때 무심한듯 멍한 표정이 웃겨서 만세하는 모습이 더 재미있다. 무얼 하고 있는걸까? 이것도 발달 과정 중에 하나인건가? 동생들도 하루하루 하는 짓이 달라진다며 귀여워 죽는다. 하루이틀 하다가 없어지는 동작들도 있는데 만세는 얼마나 가려나, 다음엔 또 어떤 동작을 해서 즐겁게 해주려나~

260일 윗니도 났어요

주말에 아랫니 올라온걸 눈으로 확인하니 신기하던지, 혹시 윗니는 안났는지 유심히 살펴봤었는데 윗니는 아직 없었더랬다. 며칠 사이에 윗니가 나오기 시작했다. 영우 입 안을 들여다보는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동영상에 윗니가 살짝 포착되었다. 요즘 식탐 폭발 중인데 이가 나면 더 열심히 먹으려나~ 사과 갉아먹는 모습을 상상하니 귀엽군~ 이렇게 아들바보가 되는건가.

2014년 11월 12일 수요일

256일 3주만의 만남

수술하느라, 그리고 2주간은 몸조심하느라 대구에 못 갔다. 3주만에 만난 영우는 엄마를 알아보는건지 아닌건지?
동영상으로 매일 보긴 했지만 영우는 많이 컸다. 가장 눈에 띄는건 머리카락 길이, 이제 제법 길어져서 거뭇거뭇하다. 키가 실제로도 좀 커져서 점퍼루 높이를 높였다. 이제 기다가 앉았다가 다시 기는 동작 전환이 아주 자연스럽다. 잡고 일어선 후에 다시 바닥으로 내려오고 싶을 때에는 뒤를 돌아보는데, 받아줄 사람이 있으면 휙 쓰러지고 받아줄 사람이 없으면 지가 엉덩방아 찧으면서 앉는다. 이제 기는 속도가 엄청 빨라졌다. 식탁이나 의자, 쏘서나 점퍼루 아래로 기어들어가기도 하고 여기저기 쿵쿵 들이받고 다닌다. 
영우가 쑥쑥 크고 있는터라 아직 안아주기가 부담스러워서 엄마구실을 제대로 못해주고 왔다. 빨리 회복해서 많이 안아줘야지.

2014년 11월 3일 월요일

갑상선암 투병(?)기

9월 23일 건강검진을 했다. 갑상선 초음파를 하던 중 작년보다 갯수가 하나 더 늘었고 크기도 커졌으니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작년에도 결절이 두 개 보이는데 크기가 작으니 지켜보자고 했었던 터였다. 조직검사를 할 때까지도 별로 걱정하지는 않았다. 갑상선 결절이야 워낙에 흔하고 대부분은 양성이니까. 그런데 이게 웬일, 악성이라는게 아닌가. 사실 악성이라는 전화를 받고도 그다지 실감나지 않았고 불안하지도 않았는데 막상 검진센터에서 조직검사 슬라이드와 진료의뢰서를 받으니 좀 심란해지기는 했다. 큰 병원 가서 조직검사를 한 번 더 해보고 확진하는줄 알았더니 진료의뢰서에 확정적으로 수술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어서 심란해지기 시작한 것 같다.
동아리 선배의 도움을 받아서 10월 7일 세브란스 정웅윤 교수님께 진료를 보았고, 간단히 진료만 보는건줄 알았더니 수술에 필요한 여러가지 검사들을 다 받게 되었다. 이런 표현은 좀 그렇지만, 번호표를 뽑아서 착착 진행되는 것이 공장의 공정같았다. 이 날 수술날짜까지 잡게 되었고 로봇시술을 하기로 했다. 로봇시술을 선택하는 순간 700만원의 비용이 더 들어간다. 그렇지만 내 피부가 약한 켈로이드이기도 해서 흉터가 걱정되기도 하고, 눈에 보이는 곳에 상처가 있으면 수술 후에도 계속 스트레스 받을 것 같기도 하고, 정웅윤 교수님이 우리나라 갑상선암 로봇수술 창시자라고 하는데 어쩐지 더 안전할 것 같기도 해서 깊이 고민하지 않고 결정해버렸다.
10월 14일 다시 외래 방문을 해서 조직검사 판독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임파선에 전이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과 전절제를 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 예상했던 거지만 의사가 너무 무덤덤하게 이야기를 하면 어쩐지 더 걱정된다. 2개월 진단서를 끊어주어서 회사는 6주 병가를 내기로 했다. 복직하고 바로 일어난 일이라 크게 진행하던 일도 없었지만 병원을 다녀온 이후로는 아무것도 아닌 일도 손에 안잡혀서 차주부터 쉬기로 했다. 수술이 잘 되고 빨리 회복되어서 꿀같은 병가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철없는 생각도 드는걸 보니 한편으론 갑상선암이니 별 거 아니란 생각을 하고 있기도 했나보다.
10월 23일 수술하는 날이다. 당일 입원을 하고 두번째 순서를 기다렸다. 예정된 시간에 맞춰 수술실에서 데리러 왔다. 2시간밖에 안되는 간단한 수술이라지만 막상 수술실로 들어가니 기분이 이상하다. 지금은 생각이 안나는데 천장에 두려워말라 어쩌고 하는 성경구절이 써있고 마취 전에 기도를 해줘서 기분이 더 별로다. 수술은 제 시간에 잘 끝났고 회복실에서도 30분만에 나왔다. 매 과정마다 보호자에게 문자를 보내주는데 다 제 시간에 끝나는걸 보고 신랑도 수술 잘 됐구나 싶어 걱정이 덜 된 모양이다.
첫 날은 1인실에서 보냈다. 다인실이 부족해서 하루이틀 정도는 1인실에서 보낼 수 있으니 양해해달라고 했는데 1인실이 편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하룻밤에 45만원이라니 너무하다. 둘째날부터는 5인실에 있었는데 개인냉장고와 개인수납장도 충분히 있고 보호자 침대도 다른 병원보다는 편한것 같다. TV는 휴게실에서 볼 수 있게 해 놓은 것과 하늘정원, 각종 편의시설등은 매우 잘 되어 있었다. 요즘 병원들 다 그렇겠지만.
10월 26일 퇴원하고 10월 31일 외래 방문했다. 임파선에 아주 작은 암세포 두 개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필요하나 저용량으로 진행하면 될 것 같다고 한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도 예상은 했었고 고용량이었으면 더 힘들었을텐데 그래도 저용량이라니 다행이다. 요오드 치료시 씬지로이드를 끊는 것이 힘들다고 하는데 저용량인 경우는 타이로젠 주사를 맞으면 씬지로이드를 끊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전이가 많이 된게 아니라 비용도 크게 차이나지 않아서 그냥 덜 힘든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12월 10일부터 저요오드 식이요법을 시작하고 12월 22일, 23일에 타이로젠 주사, 24일에 요오드 치료를 한다. 26일에 최종 검사를 하고 나면 끝.
지금까지 살면서 병원 다녀본 일이 거의 없었는데 올 해는 시작과 끝을 병원과 함께한다. 그래도 누구 말마따나 아플거면 마흔 전에 아프라고, 그나마 아직 젊어 회복도 빠른거 아니었나싶다. 그간 너무 건강에 무심했으니 좀 더 몸을 생각하라는 경고로 생각해야지. 여성들이 아이도 완벽하게 키워내고 일을 열심히 해서 사회적으로도 성공하면 기다리고 있는게 암이라는데, 나는 아직 아이도 한참 더 키워야하고 일도 더 해야하는데 너무 스트레스 받으며 살았나보다. 도나 닦으면서 쉬엄쉬엄 맘 편하게 살아야지.  

2014년 11월 1일 토요일

북한산 둘레길 솔샘길

예전에 회사 산행에서 나에게 낙오의 충격을 안겨주었던 북한산. 이제 등산은 꿈도 꾸지 않고 둘레길 산책이나 하려고 살펴보았더니 둘레길이 21개나 된다. 그 중에서 집에서 가는 버스가 있고 난이도 하, 소요시간 1시간이 예상되는 솔샘길을 걸어보기로 한다.
110B를 타고 정릉대우아파트에서 하차했으나 어디로 가야 솔샘길이 나오는건지 모르겠다. 몇 번을 오르락 내리락하다가 결국 부동산 아저씨한테 물어보고 솔샘길로 들어가는 입구를 알아냈다. 가면서 다시 살펴보니 표지판과 둘레길 안내표식이 있기는 하던데, 북한산 둘레길은 주택이나 아파트 사이사이에 입구가 있어서 안내가 눈에 잘 띄지 않는 편이다. 솔샘길 입구에 들어서야 지역 인근과 솔샘길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지도가 나오는데 이 지도를 좀 더 눈에 잘 띄는데 붙여두었으면 좋았을텐데 싶다.
둘레길에 난이도 '하'이니 동네 산책길 같을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약 300m 가량은 경사가 있는 숲길이었다. 난이도 하도 소화 못하는 저질 체력이라니. 그렇지만 300m 이후부터 생태숲까지는 매우 수월한 길이었다. 오랜만에 숲길을 걸으니 초반에 좀 힘들었던 것도 용인될만큼 기분이 상콤하다. 홈페이지에 기재된 1시간은 다른 둘레길 코스와 연결하려면 시작점이 정릉주차장이 되는데 거기서부터 걸을 때의 기준이고,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따지면 왕복해야 1시간쯤 되는 것 같다. 쉬는 동안 또 와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2014년 10월 31일 금요일

249일 손가락으로 집어먹기

쌀을 튀겨 만든 튀밥을 손가락으로 집어 먹으려면 소근육이 어느정도 잘 발달해야 한다. 그간 영우는 튀밥을 손으로 집어먹기 위해 많은 노력을..한 건 아니고 바로 포기하고 입을 갖다대서 먹어왔다. 손에는 항상 침이나 땀이 묻어 있어 손으로 튀밥을 잡아본들 잡는 것이 아니고 붙어 있을 뿐이다. 그러니 손에 붙어 있는 튀밥을 입에 정확히 넣기가 힘들 수 밖에.
이 날은 튀밥을 바닥에 두지 않고 부스터 식탁에 뿌려두었나보다. 역시나 입이 먼저 가는데 부스터에 앉아 있다 보니 입이 튀밥에 닿질 않는다. 처음엔 제대로 집을 수가 없어서 아빠가 집어주면 영우가 받아서 먹다가 드디어 영우 손으로 튀밥을 집어서 입으로 가져간다. 이렇게 소근육도 점점 발달해가고 있다. 손가락을 오물조물 움직이는걸 보니 귀여워 죽겠다.  

스타벅스 크리스마스 MD

집에서 너무 퍼져 있는 것 같아 스타벅스에서 브런치도 먹고 책도 읽으려고 나섰다. 엔터식스 지하에 스타벅스가 있는데 엔터식스가 11시에 오픈이라 남은 십여분간 영업준비중인 매장들을 둘러보았다. 오픈 시간에서 5분쯤 더 지났을까? 스타벅스로 내려갔는데 이게 웬 줄인가? 처음엔 이마트에 뭐 사러 왔다가 배고파서 온 외국인들인가 했다. 상황을 파악해보니 이 날이 스타벅스 크리스마스 상품들이 나오는 날인 것. 모두 머그컵, 머들러 등을 몇 개씩 사서 쇼핑백 하나씩 들고 가는데 뭔가를 먹으러 온 사람은 나 뿐이었다.
작년에 팀원이 머들러 사겠다고 여의도 스타벅스를 몇 군데나 돌아다니다 딱 하나 남아있던 것을 결국 구하는걸 보고 이런 문화가 있구나 싶었는데 그 현장을 목격하다니. 블로그를 검색해보니 평소보다 2시간 일찍 일어나 줄 섰다는 사람, 회사원인것 같은데 이미 블로그에 포스팅한 사람, 매년 머들러나 코스터를 수집한다는 사람(머들러와 코스터가 무엇인지 이번에 처음 알게 된 한때 마케터;;), 자정이 넘어서는 실시간 검색에도 올랐다는둥 난리도 아니었다. 친한 후배도 탐내는 것을 보니 아침 일찍 줄섰는데 몰라서 못산 것이 어쩐지 아쉽기까지 하다. 이번 다이어리는 몰스킨과 콜라보까지 했다고 하니 이 열풍은 정말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질건가보다. 커피 판매를 넘어서 커피 마시는 문화를 만들어내더니 이제는 크리스마스에 스타벅스라는 브랜드를 녹여내나보다.

국립발레단 발레이야기

몸 컨디션이 어떨지 몰라 예매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괜찮을 것 같아서 오랜만에 발레 나들이. 가까운 건대입구에 위치한 나루아트센터에, 문화가 있는 날 덕분에 저렴하게, 여러 무용수들의 연기를 집중적으로 볼 수 있는 갈라 공연.
이 날도 로비에서 발레리노를 보았다. 갈라 공연의 해설을 맡은 김경식인데 이 친구도 국립발레단의 형제 발레리노이다. 신랑이 사진을 찍어주었는데 어찌나 엉망으로 찍었는지, 나는 그렇다치고 김경식도 도저히 발레리노의 비율이라고는 볼 수가 없어 차마 어느 곳에도 공유할 수가 없었다.
백조의 호수 아다지오는 아무래도 정적이다보니 호응이 큰 편은 아니었다. 아우스 홀베르그 자이트란 작품을 이은원과 이재우가 연기했는데 왜 이은원을 이런 작품에 넣었는지, 강수진 단장 취임기념으로 선물받은 작품이라고 하는데 이은원이 아니었으면 이만큼도 못하긴 했겠지. 파리의 불꽃, 할리퀸아드, 돈키호테 그랑파드되는 무용수들 역량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웬만해선 감흥이 없다. 미안한 얘기지만 연속해서 비슷한 동작을 보니 역량 차이를 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김기완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김기완이 점프할 때는 여기저기서 탄성이 나온다. 확실히 우월한 점프력과 회전력의 소유자. 발레리나가 32회전을 할 때에도 횟수를 채우는게 다가 아니라 회전축이 고정되어야 있어야 한다는 것을 직접 보며 느낄 수 있었다.
꼬맹이들이 많았지만 적절한 해설과 함께 적절한 리액션들이 많이 나와 주어서 생각보다 더 재밌게 보았다. 무용수들도 호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커튼콜 때 즉흥적으로 연기를 짜서 감동을 배가시켰다. 오랜만에 즐거운 발레 공연! 12월엔 호두까기 인형 보고싶다.





247일 이가 났어요

언제 이가 나나 했는데 드.디.어. 이가 난 모양이다. 아직 잘 보이지는 않는 모양이고, 보려고 애써도 영우가 잘 안보여주는 모양이고, 아빠가 손가락을 물리는 바람에 이가 난 것을 느끼셨다고 한다.
이가 나는건 아이들마다 차이가 있는데 동네 친구만 보아도 한 명은 6개월, 한 명은 8개월에 이가 났다. 이는 아무래도 관리하기가 힘드니 늦게 나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영우도 8개월에 이가 나는구나. 유후~ 이제 더 잘 먹을 수 있으려나~
이가 나기 시작하면 간지럽기도 하고 아파서 짜증이 늘기도 한다고 하고, 저녁에도 자주 깬다고 하는데 별 탈 없이 잘 지나가면 좋겠다.

2014년 10월 28일 화요일

청계천문화관

집에서 10분 정도만 걸어가면 청계천이다. 이렇게 가까운지 모르고 있다가 동네 엄마가 매일 청계천 산책간다는 말에 영우 데리고 한 두번 정도 다녀왔었나보다. 이제 나도 슬슬 움직여야 할 것 같아 청계천으로 산책. 이쪽은 거의 종점이라 정비가 잘 되어 있는 편은 아닌 거 같고, 지금은 날벌레가 많아서 산책하기 썩 좋지는 않다.
더 하류 쪽으로(실제로는 상류인데 물 흐름을 거꾸로 해놨으니 하류가 맞는...거겠지, 이 망할 XX) 가다보니 청계천문화관이란게 나온다. 뭐 전시하고 있나싶어 가봤더니 상설전시관은 개관 10주년을 맞이하여 내년 오픈을 목표로 리모델링중이고, 다른 전시관에서 '청계천 버드나무'란 이름의 전시를 한다. 버드나무로 만든 바구니, 버드나무가 그려진 도자기, 버드나무가 그려진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관람객보다 많은 직원들과 계속 돌아가는 영상기를 보고 있자니 왠지 세금낭비의 현장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청계천문화관을 나오면 맞은편에는 판자촌체험관이 있다. 옛날 교복 입고 사진도 찍어볼 수 있게 되어 있고 교실, 다방 등의 모습이 재현되어 있다. 여기에도 아르바이트생이려니 싶은 사람이 홀로 심심하게 지키고 있다. 그래도 오히려 여기는 나중에 영우 데리고 오면 신기해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246일 식탐 폭발

지난주부터 이유식을 2회씩으로 늘렸다. 아직 이가 나지 않아서 조금 천천히 진행하고 있는데 매 끼 150ml 이상씩 잘 먹고 있고 먹는 속도도 많이 빨라졌다. 이 날은 이유식을 막 먹고난 직후에 아빠가 거봉을 까서 티스푼으로 조금씩 떼서 먹이고 계셨던 모양이다. 한두알 먹이고 나서 그만 먹였더니 얼마나 짜증을 내며 우는지 마침 동생들이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겨놓았다. 뭐 맛있는줄은 아나보다.
동생의 증언에 의하면 이제 부스터에 앉으면 먹을 시간이라는 것을 아는지 배고파서 짜증부리다가도 잠잠해진다고 한다. 그런데 엄마가 이유식을 늦게 주면 또 막 짜증을 낸다고 한다. 아직 이가 없어서 주면 주는대로 꿀떡 삼키는줄 알았더니 미처 발라내지 못한 포도씨를 영우가 오물오물하다 뱉어내기도 했단다. 별 맛도 없을텐데 감자도 잘 받아먹고, 사과, 바나나, 귤, 포도 다 잘 먹는다. 더 먹겠다고, 더 안준다고 짜증을 내는 날이 오다니 감개무량하다. 요즘 체중 정체기인데 많이 먹고 쑥쑥 크길~

2014년 10월 27일 월요일

245일 단풍놀이

영우의 생애 첫 단풍놀이. 단풍놀이 시켜주고 싶은 내 마음을 알았는지 엄마, 아빠, 동생이 영우 데리고 팔공산에 단풍구경 시켜주러 다녀왔다. 아직 단풍이 절정은 아닌듯하지만 알록달록 단풍 속에서 영우는 완전 신났다. 엄마도 오랜만에 바람 쐬어 그런지, 영우가 신나해서 그런지 표정이 좋다. 다들 즐거운 시간 보내고 온 듯 해서 덩달아 기분이 좋다. 하루 종일 집에서 퍼져 있었는데 그 사진을 보니 빨리 회복해서 대구 내려가고 싶어서 산책도 하고 왔다.
단풍놀이 한 그 장소는 신랑이 처음 우리 집에 인사갔을 때 단풍구경하러 간 곳이다. 딱 10년전 이맘때. 그때는 10년 후에 한 살짜리 아기가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지. 요 한 살짜리 꼬맹이 구경 많이 시켜주고 잘 키워야지.

RIP, 마왕

사실 나는 그를 좋아했던 적이 없어서 생전에는 마왕이라고 불러본 적도 없다. 너도나도 경쟁하듯이 타임라인에 공유해대는 좋아했던 음악도, 나 역시 같은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 노래방에서 열심히 부르긴 했던 음악들이나 특별히 나만의 추억으로 기억되는건 없다. 솔직히는 사망 속보를 보면서 세월호의 300여명보다 이 한 사람이 더 이슈가 되겠구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46살이라니, 그리고 7살 9살 아이들이라니, 인간 대 인간으로 충분히 슬프고 안타깝다. 아픔 없는 곳에서 편히 쉬시길. 남은 아이들도 잘 자랄 수 있기를.

그가 병상에 있는동안 이상하다 생각하고 궁금해했던 부분이 있었다. 왜 가락동 S 병원에 갔을까? 거기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가락동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빅5 병원이 없는데, 특별한 병이 있었던 건가 싶었는데 이유는 단순했다. 처음 갔던 유명한 병원은 대기가 너무 길었다고. 또 하나, 무슨 수술이었길래 이틀만에 퇴원을 했을까? 전신마취이긴 했지만 겨드랑이 아래 살짝 찢어서 겨우 두 시간 수술하고도 퇴원까지 사흘이 걸렸는데 이틀만에 퇴원하는 수술은 뭘까? 장협착수술이었다고 하는데 그냥 듣기만 해도 큰 수술인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일찍 퇴원시켰을까?
심정지가 있었을 때, 그 곳이 병원이었음에도 CPR이 늦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른 퇴원도 왠지 마음에 걸린다. 천하의 마왕도 병원에 가면 대기를 기다려야 하는 환자일 뿐이니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는 의사인 것인가. 이러니 돈 있는 사람들은 영리병원을 바라지 않을 수 있겠나. 아는 의사가 없더라도 돈만 내면 바글거리는 환자들 제쳐두고 우선 VIP 대접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원치 않을 수 있겠나 싶다. 의료계 현실을 잘 모르니 더 이상 쓸 수는 없지만 어쩐지 이번 일 심상치 않을 것 같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창경궁까지

성수동을 갈까, 이태원을 갈까 고민하다 동대문에 갔다가 광장시장에 가보기로 한다.
간송전을 하고 있을 때였더라면 정말 좋았을텐데 흔한 기회가 아닐 거라는걸 알면서도 못갔었고 지금은 서울의 도시 건축에 대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어린이집, 도서관, 임대주택 등의 공공시설을 설계한 작품들이 많이 보이던데 승효상 씨가 서울시 총괄 건축가가 된 것과 연관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디자인플라자가 그 분(?)의 업적이라 썩 호감이 가는 건축물은 아니다. 자하 하디드의 건축 스타일도 마음에 드는건 아니지만 사진으로 보니 나쁘지는 않고 내외부에 이래저래 볼 건 많았다. 디자인 올레길은 일정한 경사와 흰색 공간 때문에 쏠리는 느낌, 제대로 표현은 못하겠지만 이리저리 연결되어 있고 꼬여있어서 내가 있는 곳이 정확히 어딘지를 파악하지 못해 동선의 어지러움, 살림관이니 배움관이니 어울리지 않는 네이밍은 별로였다. 밖으로 나가면 유물로 추정되는 돌멩이들과 성벽 같은 흔적, 동대문야구장 시절의 조명들을 보존해 두었다. 디자인플라자 옥상에는 아래 사진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이제 광장시장으로 간다. 동대문의 의류 상가들부터 청계천의 상가들, 서점들, 종로 6가부터의 상가들을 천천히 걸으며 구경하고 드디어 광장시장에 도착. 시장 구경을 많이 해본건 아니지만 광장시장은 엄청 크고 사람도 많고 복잡하다.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나 있어서 육회비빔밥을 먼저 먹어보기로 한다. 육천원짜리 육회비빔밥, 만이천원짜리 육회는 그냥 먹을만은 했지만 싸게 먹는다는 것 외에는 큰 의미를 두기 어려운 것 같다. 양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다음 메뉴인 빈대떡과 고기완자, 막걸리를 먹는데 부담이 덜했다. 우리 옆자리에는 일본인 나홀로 관광객이 비르와 빈대떡으로 한껏 여행기분을 내고 있었다. 그가 남길 여행기에도 현지인도 즐겨찾는 빈대떡집이라며 우리 이야기가 한 줄 들어가 있으려나. 배가 부르지만 광장시장까지 왔는데 마약김밥을 먹어보지 않을 순 없다. 집에 가서 먹기로 하고 마약김밥 한 줄 포장.
이렇게 광장시장 대표음식을 다 먹어보고 시장을 나왔더니 표지판에 창경궁이 보인다. 나 창경궁에 한 번도 안가봤는데! 그리하여 다음 행선지는 창경궁으로 정해졌다. 마침 창경궁에 도착하자 가이드 투어가 시작된다. 곧 기억에서 잊혀지겠지만 유적지 가이드는 언제나 좋다. 창경궁은 창덕궁에 식구들이 점점 늘어나자 공간이 부족해 지어진 궁이라고 한다. 그래서 외전보다 내전의 규모가 더 컸다고 하는데 지금은 건물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창경궁에는 해시계가 있고, 창경원 시절에 지어졌던 일본식 정원이 하나 남겨져 있고, 중국산(?)이긴 하나 보물로 지정된 석탑이 있다. 단풍이 막 들기 시작하여 꽤나 운치있었는데 사진으로는 잘 표현되지 않았네. 가을을 맞이하여 궁들이 야간개장을 시작하였고 창경궁도 그 중 하나인데 요즘같은 계절에는 낮에 와보는 것도 꽤나 좋은 휴식이 될 것 같다. 



신사동에서 양재동까지

6주간의 병가. 수술 후에는 회복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기 때문에 짧게라도 잘 놀아보고자 신랑이 휴가를 내주었다. 원래는 여행이라도 가볼까 싶어 제주도, 거제/통영/남해, 영덕/주산지/안동 코스를 좀 살펴봤으나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아 그냥 일상을 즐기기로 했다. 
신랑이 가로수길에 점심 먹으러 갈 때마다 언젠가 나랑 먹어야지 하며 찜해뒀던 음식점 몇 곳 중 첫번째로 선택된 곳, 팬아시아. 사진 찍는 걸 또 까먹는 바람에 지저분한 모습이 찍혔지만 비주얼이 나쁘진 않다. 양동이에 가득 담겨 나오는 모히토가 인상적이었고 팟타이는 단맛이 강해서 좀 아쉽다.


식사를 마치고 신랑이 몇 달전부터 노래하던 인피니티 시승을 하러 갔는데 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뭐 잘 모르겠다. 신랑 말로는 기대에 비해 별로였고 인피니티를 타보니 우리 차에 대한 애정이 더 솟아났다고. 그러고 보니 우리 어벙이 만난지 이제 1년이 됐구나~ 인피니티 시승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박찬호를 만났다는 것. 알고 보니 그 건물 주인이 박찬호라고 한다. 웬 커다랗고 시커먼 사람이 들어오길래 누군가 싶었는데 박찬호란걸 알고는 당황스러워서 인사를 해버렸다. 지나고 보니 사진이라도 찍어두는건데 온국민이 아는 사람을 약간은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만났는데 아쉽다.
이제 양재동으로 간다. 우리가 사랑하는 아울렛 하이브랜드. 평일 낮인데도 고속도로는 어찌나 막히는지, 그렇지만 가을비와 함께 고속도로 소음 차단벽의 담쟁이가 빨갛게 물든 것을 보니 그리 짜증스럽지만은 않다. 신랑 생일을 맞이하여 가방과 등산화를 사려고 한 것이었는데 신랑의 페이버릿 아웃도어 브랜드는 점심 먹으러 간다고 문을 닫아놓고는 돌아오질 않고 남자 가방은 많지가 않아서 쇼핑 실패. 백화점이나 여주 아울렛 가서 다시 한 번 쇼핑하기로 하고 유니클로에서 스트라이프 커플티를 사는걸로 쇼핑은 마무리했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평일 낮이라는 시간 덕분에 평범하지 않은 일상으로 느껴져 더 신난다. 올 가을은 신나게 보내고 싶다.

2014년 10월 26일 일요일

237일 일상

이제 밤에 좀 잘잤으면 좋겠는데 전 날 밤도 얼마나 자주 깨는지 매일 고생할 엄마도, 영우도 안쓰럽다. 밤에 잘 못자서인지 오전 낮잠을 두 시간 넘게 자고 기분좋게 일어난다. 영우가 자는 동안은 온 집안이 평온하기 그지없다.
이제 뭐든 잡고 일어서기를 좋아하고 한두걸음 떼기도 하는데 이걸 크루징이라고 부르나보다. 아기들이 벽을 잡고 한걸음씩 움직이는걸 상상해보면 적절한 표현이다. 영우가 매트 밖으로 나가는걸 막기 위해 장난감과 쿠션으로 벽을 만들어놓았는데 영우 크루징의 시작은 보통 러닝홈에서부터다. 러닝홈을 잡고 일어서서 숫자들을 좀 돌려보다가 옆에 있는 아기체육관으로 이동, 건반을 좀 쳐보다가 장난감 수납박스 위로 기어올라가서 옆에 있는 쏘서의 장난감들을 만지며 논다. 움직인 거리를 생각해보면 언제 이렇게 서서도 잘 움직이게 된건지 신기할 따름이다.
오후에는 길 건너 공원에 놀러갔다. 혹시나 단풍이 물들어 있으면 사진이라도 찍어주고 싶었는데 아직은 아쉬운 정도. 공원에 아저씨들이 족구를 하고 계셨는데 공이 움직이는 방향대로 고개가 휙휙 움직이는데 아직 공의 속도를 제대로 못 따라가면서도 열심히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웃겨죽겠다.
영우가 신랑을 엄청 좋아한다. 아빠 목소리만 들려도 좋은가보다. 별 거 하지 않아도 꺄르르꺄르르 넘어간다. 결국은 웃다가 딸꾹질까지 하게 됐는데 이런 맛에 애 키운다의 '이런 맛'이 어떤건지 좀 알 거 같다.

영우 못 본지 일주일이 됐다. 밴드에 사진이 올라오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어쩐지 눈물이 핑 돈다. 빨리 회복해서 영우 보러 가야지.

2014년 10월 21일 화요일

236일 김광석길 나들이

어린 시절 김광석을 좋아해서 학전 소극장에서 몇 번이나 공연을 보았더랬다. 앨범도 사고, 1000회 기념 공연에도 가고. 중학생 꼬꼬마가 김광석이라니, 뭘 알고 좋아한건지 지금 생각해도 좀 신기하다. 그의 자살 소식에 독서실에서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김광석이 대구 출신인지는 몰랐었는지.
대구에 김광석길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대구 출신임을 기념하기 위해 생긴 것인지는 몰랐다. 방천시장 근처에서 태어났다고 하는데 바로 그 방천시장에 김광석길이 조성되어 있다. 꽤 긴 골목길에 벽화들이 그러져 있고, 길 입구와 골목 중심부에 김광석 동상도 세워져있다. 무엇보다 골목을 걷는 내내 김광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영우한테 엄마가 좋아했던 아저씨라며 노래 좋지? 목소리 좋지? 하는데 기분이 참 희한하다. 아들과 김광석 노래를 부르는 날이 오면 더 이상한 기분이겠지. 나중에 찍힌 사진들을 보니 영우도 나랑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벽화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했나보다. 아직 단풍이 화려하지 않아 조금 아쉬웠지만 햇살 좋은 가을날 가족과 함께한 즐거운 김광석길 나들이였다.

232일 외계어

영우 방언이 터졌다. 자음 옹알이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걸까? 아빠랑 산책을 나갔는데 평소 영우는 밖에만 나가면 한마디도 안하고 구경하느라 바쁜 아이이다. 이 날은 어쩐 일로 계속 혼자 종알종알댔다고 한다.
다음 날 영우가 종알대는 모습을 아빠가 동영상으로 찍어 올리셨는데 아따따따따, 다다, 냐냐의 반복. 발음할 수 있는게 많아진 모양인데 자기도 신기한지 깨어 있을때 뿐만 아니라 졸릴 때에도 계속 말한다. 계속계속 종알대느라 재우는데도 평소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한다.
항상 해왔던 옹알이지만 아이가 자람에 따라 그 유형이 바뀌는 것이 참 신기하다. 폭풍 옹알이 중이라고 블로그에 쓴 것도 몇 번 되는것 같은데 또다른 의미의 폭풍 옹알이중. 말을 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이 필요하구나. 더 많이 연습하고 빨리 말하자 영우야.

2014년 10월 13일 월요일

임산부를 위한 팁

1.육아서적
아이가 태어나면 책을 읽을 시간이 없기 때문에 육아서적은 미리 읽어두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책을 읽어도 그다지 와닿지 않아서 기억에 잘 남지 않는다. 한 번 정독하고 필요할 때마다 발췌해서 읽으면 좋겠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베이비위스퍼골드라는 책이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따라 하려다 완전히 망한 케이스. 서양 육아서적이다보니 분유 먹는 아이들에게는 적합할 수 있겠으나 모유 먹는 아이들에게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무리하게 수유텀을 맞추려고 하다보면 서로 스트레스만 쌓이니 꼭 아이에게 맞추어주자. 책에 시간표가 아니라 일과표라는 언급이 있었음에도 시간대별로 일정이 나와 있으니 시간표로 받아들이는 실수를 저질렀는데 이건 정말 마음이 아프다. 영우는 직전 수유텀과 관계 없이 잠이 오면 먹고싶어하는 아이였는데 배고파 하는지 모르고 잠투정이 심하다고 생각했다. 또 책에는 아이가 자고싶은 욕구와 먹고싶은 욕구를 구분하지 못하므로 먹이면서 재우면 나중에 수면 습관이 나빠진다고 분리해 주라고 하였다. 그래서 EASY, 먹고 놀고 자는 순서이다. 돌이켜보면 그럴 필요 없었는데, 아이가 원하는대로 그냥 해주면 되는거였는데 그게 뭐 중요하다고 분리하려고 애썼나 모르겠다. 물론 책대로 잘 하는 엄마들도 많다. 영우에게 적절하지 않았는데,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부분이 많은데 책에서 언급하는 주 수, 개월 수에 너무 조급했었다. 그냥 육아 서적은 참고만 하고 아이에게 맞추어주는 것이 정답.

2.빈혈
임신 초중기 내내 빈혈이어서 걱정이 많았다. 철분 약을 먹어도, 철분 주사를 맞아도 수치가 올라가지 않았다. 나중에는 철분 섭취량이 적은게 아니라 철분을 흡수하는데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 싶어 약을 바꾸었다. 내 경우는 중외제약에서 나온 철분+엽산+비타민D 약이었는데 이 약을 먹고나니 바로 정상수치로 돌아왔다. 그래서 출산 후에도 따로 철분 주사 안 맞고 이 약으로 해결했다. 빈혈 때문에 걱정인 분들은 약을 바꿔보시길 추천.

3.튼살
튼살크림은 별 도움이 안된다. 틀 사람은 뭘 발라도 트고 안 틀 사람은 아무것도 안 발라도 안 튼다. 친정 엄마가 어땠는지 여쭤보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배가 그렇게 커지는데도 안 트는건 정말 복받은 일인듯하다. 튼 살을 보면 엄청 심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옅어지기는 한다.

4.조리원 동기
나는 회복도 더디고 너무 힘들어서 조리원에서 재미있게 보내진 못했다. 친구들을 사귈 의지도 없었는데 돌아보니 친구를 사귀어둘걸 좀 아쉽다. 아이들 발달과정이 비슷하기 때문에 궁금한 거 물어보기도 편하고 특히 둘째 엄마들의 노하우를 참고할 수 있어 맘스홀릭 같은데서 검색하는 것보다 낫다. 사는 지역이 비슷한 경우가 많아 이리저리 같이 다니며 외로움도 덜 수 있다. 어찌어찌 조리원동기라고 집에 놀러가기도 하고, 집에 놀러오기도 하고 했지만, 어차피 복직하면 자주 못만날거였지만, 친한 조리원동기가 없는 것이 좀 아쉽다. 힘들어도 조리원에서 얘기 많이 나누어보고 마음 잘 맞는 친구 사귀어 두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내 친구처럼 조리원에서 노느라 몸조리 못하는 것은 금물.

5.바운서
신생아에게 가장 필요한 아이템이 바운서이다. 반드시 미리 사두어야 한다. 우리는 아무 정보도 없이 괌에서 싸길래 하나 집어온 바운서가 있는데 물론 초기에 신세계가 열리긴 했지만 좋은 바운서라면 신세계가 좀 더 오래갈 수 있다. 보통 피셔프라이스에서 나온 인펀트 투 토들러 락커 바운서를 많이 쓰는데 피셔프라이스 모델도 엄청 많다. 조리원동기가 쓴 바운서가 참 좋아보였는데, 아이들이 그 바운서에 눕기만 하면 얌전해졌더랬다. 보통 많이 쓰는 바운서보다는 좀 더 비싼데 브라이트스타트의 핑키 바운서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모델명을 모르겠고 검색도 잘 못하겠다. nuna leaf 바운서도 추천할만하지만 바운서 치고는 비싼 편이다. 사용해보고 살 수가 없으니 아쉬운 부분이 있다.

6.졸리는 신호
아이를 빨리 재워야 내 몸이 편하기 때문에 졸리는 신호를 잘 캐치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품을 하면 당연히 졸린거지만 그 외에 또 졸리는 신호는 바로 손발의 온도. 졸리기 시작하면 손발이 따뜻해진다. 나는 손발이 따뜻해지는게 느껴지면 빨리 재우고 쉬고 싶어서 잽싸게 안아올려서 재우려고 애를 썼는데 그보다는 애가 피곤할 때까지 놀아주고 많이 졸릴 때 재우는게 좋다.


쓰고보니 별 거 없지만 그래도 임산부일때는 아는 것이 너무 없으므로,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길 바라며 끄적. 

2014년 10월 12일 일요일

229일 2초간 서있기

계속 잡고 일어서고 싶어하는 영우. 신랑이 누워있는데 잡고 일어나는가 싶더니 손을 놓고 서 있는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2초가량 혼자서 균형을 잡으며 서있었다. 이렇게 시간이 점점 길어지다가 걷기 시작하는거겠지. 일찍 서고 걷기 시작하면 더 피곤하다고 일부러 세워주지 말라고들 하는데 빨리 서고 걸었으면 좋겠다. 이쁜 사진도 많이 찍어주고 싶다.

전 날 점퍼루에서 스르륵 잠이 들었다고 하는데 이 날도 점퍼루에서 스르륵, 범보 의자에서 스르륵 잠이 들었다. 이렇게 수월하게 잠이 드는 날이 오다니! 낮에 활동량이 많으니 피곤하긴 한가보다. 그렇지만 밤에는 여전히 자주 깬다. 걷기 시작하면 좀 나아지려나.

이제 분유도 240씩 단숨에 먹는다. 80 먹어서 속상했던 날도 있었는데 잘 먹어줘서 고맙다. 이유식도 그럭저럭 잘 먹고 있다. 중기이유식에 완전 적응하게 되면 하루 두 번으로 늘려줘야겠다. 바나나, 사과, 포도 다 잘 먹고 있다. 엄마가 감자나 밤 같은것도 먹이시나본데 잘 먹고 빨리 어른 밥 같이 먹을 수 있는 때가 오면 좋겠다.


쑥쑥 커서 뛰어다니고 잘 자고 잘 먹게 되어 같이 즐겁게 여행가는 날을 꿈꾼다.

밀회

지난 달에 영우를 대구에 두고 올라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밀회 보기. 초반에는 몰입감이 상당해서 재미있게 봤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그냥 그랬다. 그렇지만 재벌가의 비자금, 사학재단의 비리, 상류층으로의 욕망 등을 잘 그려낸 것 같기는 하다. 피아노에 대한 비중도 마지막까지 균형을 유지한 것 같고.
베토벤의 황제가 거의 처음 나온 곡인 것 같은데 매 회 들려주는 피아노 소리 덕분에 귀가 항상 즐거웠고 유아인의 연주 연기는 진짜 피아니스트같았다. 연기자가 아닌 세 피아니스트의 연기는 오글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인기가 많았는지 박종훈은 송영훈을 이어 예술의 전당 11시콘서트의 진행을 맡았다. 손열음을 좋아하는 설정의 유아인은 어찌나 귀여운지. 손열음이 트윗도 하고 그랬던데 드라마가 방송되던 때에 함께 봤으면 더 재미있었을 것을.
오늘부터 노다메 칸타빌레 한국버전이 방송된다고 하는데 기대가 가득하다. 같은 곡들이 나오는건지, 새로운 곡들이 연주되는건지, 배우들은 어떻게 연기를 할지 궁금하다. 제발 나의 환상을 깨지 말아주길. 본방사수해야지!



비긴 어게인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설국열차였을까? 그사이 영화티켓은 만원이 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영화인지라 원스 제작진 중 누군가가 참여했다는 정도의 사전 정보만 가지고, 8월에 개봉했는데 9월 말까지 예매 순위 2위라는 정보를 가지고 선택한 영화. 결과적으로는 꽤나 좋았다.
아쉬운 점은 음악 영화인데 여주인공의 노래 실력이 좀 부족하다는 것, 그래도 녹음된 버전은 들어줄만하다. 남주인공의 노래를 들으며 뭔가 유명한 사람일거 같다 싶었는데 마룬5의 멤버일 줄이야. 무명작곡가와 이제는 한물 간 음반제작자가 만나 뉴욕의 거리에서 앨범을 녹음하는 스토리여서 뉴욕 거리가 나올 때마다 즐겁고 (개인 취향이지만) OST도 원스보다 좋다. 영화 본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OST가 계속 맴돈다.



2014년 10월 9일 목요일

리움 개관 10주년 기념전


10주년을 맞이하여 꽤나 많은 소장품들을 전시중이라고 하길래 지난 달부터 가려고 벼르다 평일 휴일을 맞이하여 방문. 개관 시간보다 10분 늦게 도착하였는데 1층은 만차, 12 10분쯤엔 전 주차장 만차였다. 차를 갖고 가려면 최대한 빨리 가야한다.

1전시실부터 보기 시작하는데 눈이 휘둥그레해진다. 어쩜 하나 걸러 하나씩 보물이고 국보인지. 1전시실은 청자, 백자, 고서화, 불교미술품이, 2전시실은 현대미술작품이, 3전시실은 설치미술 작품과 영상물이 있다교감이라는 주제에 맞춘 큐레이팅은 특히 1전시실에서 빛을 발한다. 리움이 갖고 있는 작품들을 자랑하는 전시회라 데미안 허스트, 아니쉬 카푸어, 앤디 워홀, 마크 로스코, 알베르토 자코메티, 루이스 부르주아 등 생각나는대로만 써도 이 정도 레벨이다. 한국 작가도 천경자,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등 내로라 하는 대표작가와 현대 화가 작품이 많고 많았다
작품도 많고 오디오 가이드도 잘되있다. 오후 일정 때문에 정말 서둘러서 휙휙 봤는데 겨우겨우 1시간 20분만에 다봤다. 도슨트와 함께 하는 시간만도 1시간 30분이니 한 세 시간 여유갖고 보면 참 좋을 것 같다. 현대미술쪽은 딱 예상한만큼이었는데 1전시실의 우리나라 자기들과 보물들은 정말 감동스러웠다. 나이가 들어서 청자, 백자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일지도. 그런데 왜 한편으론 화가 나는건지.   

리움 개관 10주년 기념전 : 교감
2014.8.19~12.21

228일 중기 이유식

7개월 반만에 처음 중기 이유식을 먹었다. 초기 이유식과 중기 이유식 입자 차이가 많이 나서 엄마는 영우가 잘 못 먹지 않을까 생각하셨다고 하는데 전날 저녁 8 30분 수유를 마지막으로 오전 7 30분까지 먹은게 없어서인지 다 먹었다고 한다. 물론 중간 중간 꽥 하는 바람에 물도 같이 먹이고 시간은 좀 걸린 모양이지만 드디어 중기로 들어섰다니 기특하다. 중기 이유식 시작이 좀 늦은 편이라, 밤중 수유도 아직 하고 있는 터라 살짝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건 다 쓸데없는 걱정이다. 엄마가 알아서 계획대로 잘 해주고 계신다. 영우에게도 엄마에게도 고마운지.

227일 동자승

밴드에 사진이 올라왔는데 뜨아~ 영우가 빡빡머리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한창 배냇머리 빠져서 대머리처럼 보기 싫었던 시기를 지나 요즈음에야 겨우 머리가 새로 자라서 이쁘다 하고 있었는데 빡빡이가 되다니 ㅜㅜ
머리를 민다고 숱이 더 많아지거나 머리카락이 굵어지는건 아니라고 한다. 아직도 덜 빠진 배냇머리가 있고 머리카락 길이가 제각각이라 고르게 나게 하려고 잘랐다고 하는데 어쩐지 아쉽다. 나름대로 귀여운 맛이 있기도 하지만 애나 어른이나 머릿발이 중요한데 어쩐지 아쉽다. 사진은 꼭 모자 씌우고 찍어야겠구먼~
그나저나 우리 엄마는 참으로 용감하다. 유아 전용 미용실을 가야하나 어째야 하나, 난 엄두도 안나던데 그냥 동네 미용실에서 해결.

2014년 10월 8일 수요일

222일 주말 일상

연휴를 맞이하여 이모들은 여행가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시골에 가시고, 우리 세 식구는 시내 나들이. 주로 핸드폰으로, 실내 위주로 사진을 찍게 되는데 이번 주는 뜻한바 있어 DSLR을 갖고 왔다. 전 날 강변 산책하면서, 이 날 시내 나들이하면서 좀 찍었는데 몇 장 마음에 드는 사진들을 얻었다. 역시 좋은 카메라로 찍으니 모델이 사는구나.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안겨 있거나 유모차에 앉아 있으면 사진이 이쁘게 나오는데 한계가 있다. 걸어다니게 되면 좀 더 다양한 사진을 얻을 수 있겠지. 단풍이 들면 이쁜 장소 찾아가서 사진 많이 찍어주고 싶다.
약령시 골목을 구경하고, 현대백화점에서 밥을 먹고, 커피명가에서 커피 마시고, 동성로를 누볐다. 버스 타고 이동했는데 이제 버스도 잘 탄다. 뭐 그리 볼게 많은지 고개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소리도 꽥꽥 지른다. 더 많이 구경시켜주고 싶은데 엄마아빠 체력이 달려서 원. 그래도 힙시트에 매달려 있을때는 편한데 집에서는 이리저리 돌아다녀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지난 주에는 소파 위로 올라가고 싶은데 잘 안되니까 울어버리더니 이번 주에는 소파를 잡고 아주 수월하게 일어선다. 뭐든 잡고 일어나고 싶어 난리다. 아기체육관도 3단계로 바꿔주었더니 잡고 일어선다. 내가 누워 있었더니 나를 잡고 넘어가려다가 내 얼굴에 토해버린 나영우. 지도 내 얼굴을 보면서 무슨 일인지 상황파악이 안되서 멍 때리고 있는데 어찌나 웃긴지. 이렇게 이번 주도 쑥 커버렸다.

2014년 9월 30일 화요일

선물

봄과 림이 휴가로 파리에 다녀왔다. 봄은 전 직장 동료와 림은 동생과. 요녀석들, 언제 남친 또는 남편과 여행 갈거냐
길지 않은 일정인데도 잊지 않고 챙겨준 선물
봄은 오랑쥬리에서 모네의 수련 포스터를, 림은 오르셰에서 모네 따라잡기 채색 노트를. 그리고 꼬달리 미스트와 메르씨 팔찌.
수련 포스터와 모네 노트 정말 좋다~ 포스터는 이사 갈 집에 잘 붙여봐야지. 약속이나 한듯이 이런 센스 넘치는 선물을! 고마워라~ 
아, 나도 파리 가고싶다, 유럽 가고싶다~~

9월의 마지막 날

지난 주 건강검진을 하면서 처음 대장 내시경을 했다. 대장에 용종이 있어 절제술을 했고, 갑상선의 혹이 더 커졌으니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금요일에 조직검사를 했는데 일주일 걸린다더니 오늘 아침 연락이 왔다. 결과는 악성.
갑상선암은 암도 아니라고들 하지만 막상 내가 그 당사자가 되니 심란하다. 주말에 영우 보면서 최소한 20년은 더 살아야 할텐데라고 생각했더랬다. 갑상선암이 가볍다고는 하지만 20년 생존율이 90%란다. , 꼭 암 때문이 아니더라도 20년 지나면 죽을 수 있는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살아있는 동안 행복하고 즐겁게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싶다.

스무살이 된 영우는 어떤 모습일까. 신랑도 20년까지는 살아서 영우가 어떻게 자라는지 보고싶다고 했다. 스무살이 되도록 별 볼일 없으면 이후에도 별 볼일 없을거라나. 냉정한 아빠 같으니.

215일 잇몸 이용

영우가 사과 맛을 알아버렸다. 사과를 갈아주면 맛있게 먹는다. 어떨땐 한 조각을 다 먹고도 더 먹고 싶어서 운다. 그래서 한 조각을 쥐어줘 보았다. 손에 꼭 쥐고 얼마나 잘 먹는지. 아직 이도 없는데 사각사각 소리가 난다. 그러다 뭔가 크게 베어무는 듯한 소리가 들리길래 자세히 보니 정말 손톱만큼 베어물었다. 목에 걸릴까봐 손가락을 넣어서 빼주었는데 이제 잇몸으로 사과를 베어물 수 있게 되었구나. 그러고도 한참을 쪽쪽쪽~ 사각사각사각~ 영우가 먹다 남긴 사과를 버리기도 뭐해서 먹었더니 어찌나 단물을 잘 빨아먹었는지, 그렇게 맛없는 사과는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