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3일 건강검진을 했다. 갑상선 초음파를 하던 중 작년보다 갯수가 하나 더 늘었고 크기도 커졌으니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작년에도 결절이 두 개 보이는데 크기가 작으니 지켜보자고 했었던 터였다. 조직검사를 할 때까지도 별로 걱정하지는 않았다. 갑상선 결절이야 워낙에 흔하고 대부분은 양성이니까. 그런데 이게 웬일, 악성이라는게 아닌가. 사실 악성이라는 전화를 받고도 그다지 실감나지 않았고 불안하지도 않았는데 막상 검진센터에서 조직검사 슬라이드와 진료의뢰서를 받으니 좀 심란해지기는 했다. 큰 병원 가서 조직검사를 한 번 더 해보고 확진하는줄 알았더니 진료의뢰서에 확정적으로 수술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어서 심란해지기 시작한 것 같다.
동아리 선배의 도움을 받아서 10월 7일 세브란스 정웅윤 교수님께 진료를 보았고, 간단히 진료만 보는건줄 알았더니 수술에 필요한 여러가지 검사들을 다 받게 되었다. 이런 표현은 좀 그렇지만, 번호표를 뽑아서 착착 진행되는 것이 공장의 공정같았다. 이 날 수술날짜까지 잡게 되었고 로봇시술을 하기로 했다. 로봇시술을 선택하는 순간 700만원의 비용이 더 들어간다. 그렇지만 내 피부가 약한 켈로이드이기도 해서 흉터가 걱정되기도 하고, 눈에 보이는 곳에 상처가 있으면 수술 후에도 계속 스트레스 받을 것 같기도 하고, 정웅윤 교수님이 우리나라 갑상선암 로봇수술 창시자라고 하는데 어쩐지 더 안전할 것 같기도 해서 깊이 고민하지 않고 결정해버렸다.
10월 14일 다시 외래 방문을 해서 조직검사 판독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임파선에 전이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과 전절제를 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 예상했던 거지만 의사가 너무 무덤덤하게 이야기를 하면 어쩐지 더 걱정된다. 2개월 진단서를 끊어주어서 회사는 6주 병가를 내기로 했다. 복직하고 바로 일어난 일이라 크게 진행하던 일도 없었지만 병원을 다녀온 이후로는 아무것도 아닌 일도 손에 안잡혀서 차주부터 쉬기로 했다. 수술이 잘 되고 빨리 회복되어서 꿀같은 병가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철없는 생각도 드는걸 보니 한편으론 갑상선암이니 별 거 아니란 생각을 하고 있기도 했나보다.
10월 23일 수술하는 날이다. 당일 입원을 하고 두번째 순서를 기다렸다. 예정된 시간에 맞춰 수술실에서 데리러 왔다. 2시간밖에 안되는 간단한 수술이라지만 막상 수술실로 들어가니 기분이 이상하다. 지금은 생각이 안나는데 천장에 두려워말라 어쩌고 하는 성경구절이 써있고 마취 전에 기도를 해줘서 기분이 더 별로다. 수술은 제 시간에 잘 끝났고 회복실에서도 30분만에 나왔다. 매 과정마다 보호자에게 문자를 보내주는데 다 제 시간에 끝나는걸 보고 신랑도 수술 잘 됐구나 싶어 걱정이 덜 된 모양이다.
첫 날은 1인실에서 보냈다. 다인실이 부족해서 하루이틀 정도는 1인실에서 보낼 수 있으니 양해해달라고 했는데 1인실이 편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하룻밤에 45만원이라니 너무하다. 둘째날부터는 5인실에 있었는데 개인냉장고와 개인수납장도 충분히 있고 보호자 침대도 다른 병원보다는 편한것 같다. TV는 휴게실에서 볼 수 있게 해 놓은 것과 하늘정원, 각종 편의시설등은 매우 잘 되어 있었다. 요즘 병원들 다 그렇겠지만.
10월 26일 퇴원하고 10월 31일 외래 방문했다. 임파선에 아주 작은 암세포 두 개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필요하나 저용량으로 진행하면 될 것 같다고 한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도 예상은 했었고 고용량이었으면 더 힘들었을텐데 그래도 저용량이라니 다행이다. 요오드 치료시 씬지로이드를 끊는 것이 힘들다고 하는데 저용량인 경우는 타이로젠 주사를 맞으면 씬지로이드를 끊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전이가 많이 된게 아니라 비용도 크게 차이나지 않아서 그냥 덜 힘든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12월 10일부터 저요오드 식이요법을 시작하고 12월 22일, 23일에 타이로젠 주사, 24일에 요오드 치료를 한다. 26일에 최종 검사를 하고 나면 끝.
지금까지 살면서 병원 다녀본 일이 거의 없었는데 올 해는 시작과 끝을 병원과 함께한다. 그래도 누구 말마따나 아플거면 마흔 전에 아프라고, 그나마 아직 젊어 회복도 빠른거 아니었나싶다. 그간 너무 건강에 무심했으니 좀 더 몸을 생각하라는 경고로 생각해야지. 여성들이 아이도 완벽하게 키워내고 일을 열심히 해서 사회적으로도 성공하면 기다리고 있는게 암이라는데, 나는 아직 아이도 한참 더 키워야하고 일도 더 해야하는데 너무 스트레스 받으며 살았나보다. 도나 닦으면서 쉬엄쉬엄 맘 편하게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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