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3일 화요일

299일 일상

이제 거실에는 뭐가 있는지 너무 잘 알아 지겨운걸까, 온 집안을 탐험하고 싶은 영우를 잡으러 다니느라 바쁘다. 여기저기 다 다니고 싶지만 아마도 가장 좋아하는 곳은 주방. 냉장고가 열리면 그리 신날 수가 없다. 싱크대 서랍 속도 너무 궁금하다. 물이 끓을 때 나는 소리와 전기밥솥의 소리, 김나는 모습이 너무 신기하다. 그간 싱크대 서랍만 열어보다가 드디어 문을 열었다. 아직 활짝 열지는 못해서 뺴꼼히 들여다보고 살짝씩 건드려보는데 곧 활짝 열 수 있게 되면 난장판이 되겠지. 할머니가 주방에서 항상 뭘 하고 계신걸까 엄청 궁금할 듯 하다.
소파가 ㄱ자 모양인데 잡고 놀다가 코너 쪽으로 이동을 하면서 손을 놓고 두 발자국 정도 움직였다. 아주 가끔씩, 2초 정도 안 잡고 서있었던 적은 있었지만 발을 뗀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요즘 쪼그리고 앉은 자세에서 엉덩이를 들썩들썩 하는데 그러다가 땅을 짚고 일어나나보다. 영우보다 3주 빠른 전 동네 친구는 이제 제법 걷는 폼이 난다. 아빠 말씀이 영우 다리 힘이 좋아서 걸음마 연습을 시키기 시작하면 금방 걸을 것 같다고 하시지만 연습은 시키지 않기로. 지금도 쫓아다니기 힘든데 빨리 걸으면 더 힘들 것 같다. 때가 되면 스스로 걷는 법을 터득하겠지.
그간 날씨가 추워서 계속 집에만 있었던터라 살짝 델리고 나갔다. 기온이 많이 낮지는 않은데 바람이 생각보다 세다. 아마 그런 바람은 처음 맞아봤을테지, 바람이 부는 동안 찍소리도 안하고 있다가 바람이 좀 잦아들자 하유~하며 큰 숨을 내쉰다. 녀석, 바람에 놀랐나보구나.
후배가 영우에게 선물한 곰인형이 있다. 어렸을 때는 자기 몸뚱이만한 곰인형을 좀 무서워하는 것도 같고, 갖고 놀줄도 몰랐는데 지금 주니 손으로 툭툭 건드리고 물고빨고 난리다. 뽀뽀하는 사진(사실은 물어뜯고 있는 사진이지만)을 찍어 밴드에 공유했더니 동생들이 이 곰이 그때 그 곰이냐며 영우 정말 많이 컸구나 한다. 한창 몸무게가 안 늘다가 이제 10kg이 되었는데 10개월 기준으로는 상위 퍼센타일이길래 키를 재보았더니 70cm 정도? 가만히 서있지 않아서 정확히 잴 수는 없었지만 좀 작은 편이다. 작은데 체중은 많이 나가는걸로 봐서 뼈가 튼실하거나 엄청나게 돌아다녀서 근육량이 많거나. , 지금은 작더라도 평균만큼만 크자.
영우가 말귀를 제법 알아듣는 것 같다는 엄마의 주장이다. 영우야 뽀로로 가자 하면 뽀로로 장난감으로 다가가 이것저것 버튼을 누른다. 영우가 젖병소독기를 건드리고 싶어서 계속 팔을 뻗고 있는데 아빠가 영우야 앗뜨 했더니 움찔하며 놀란다. 또 이가 나려고 해서 간질간질한지 요즘 계속 손가락을 입에 넣는데 영우야 손 빼 하면 바로 빼긴 한다. 밤에 영우가 더 놀고싶어 할 때 영우야 지금은 밤이야 자고 내일 놀자 하면 엄마 팔을 베고 눕는다고 한다. 까꿍하면 따라서 깍 거리는 것도 웃기다. 말귀를 알아듣는 것도 좋지만 어서 말을 했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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