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7일 목요일

문화가 있는 날 - 예술의 전당 아티스트 라운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예술의 전당에서는 오전 11시 IBM 챔버홀에서 열리는 아티스트 라운지 공연을 전석 만원에 판매한다. 쉬는 날 누릴 수 있는 호사는 뭐니뭐니해도 평일 낮 공연 관람. 한 때는 오케스트라가 있는 공연만 좋아했었는데 이제 실내악도 어느 정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아티스트 라운지 공연의 가장 좋은 점은 젊은 아티스트들의 연주를 부담없는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간혹 포착되는 그들간의 눈빛 교환이나 미소를 보면 이 연주를 준비하면서 그들끼리 얼마나 즐겁게 유쾌한 시간들을 보냈을까 싶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이 날은 이미연, 이정란, 이한나, 권혁주의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특이하게 트럼펫 협주곡도 들을 수 있었는데 첫 곡은 솔로, 두번째 곡은 듀엣이었다(듀엣은 부부가 함께 연주를~). 트럼펫이란 악기를 단독으로 연주하는 것을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텐데 연주자 입장에서도 그러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트럼펫의 역사와 소리나는 원리에 대한 설명도 해주고 첫 연주는 코넷이라는 솔로를 돋보이게 하는 악기로, 두번째 연주는 보통의 트럼펫과 피콜로 트럼펫으로 연주하였다. 아마 트럼펫 연주자 중 탑클래스일텐데 솔로를 할 때 기교가 넘쳐나는 스피디한 부분에서 실수가 있는듯했고, 트럼펫이 두 개가 되니 그 소리가 조화롭게 들리지가 않았다. 역시 금관악기는 힘든가보다 싶다가도 예전에 베를린필 브라스밴드를 생각해보면 그냥 클래스가 다른건가 싶기도 하고 뭔가 어려운 악기다.
후반에는 신수정 교수와 이미연 피아니스트의 네 개의 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가 있었는데 아주 즐거운 연주였다. 신수정 교수는 칠십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스위스 전통의상같은 드레스를 아주 깜찍하게 소화해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다. 그간 봐오면서도 나이가 그렇게 많으신지 몰랐는데 여전히 연주활동을 활발히 하고 후학 양성에 힘쓰는 모습이 멋져보인다. 함께 연주한 이미연 피아니스트가 열살 때 신수정 교수 앞에서 처음 연주를 하면서 언젠가 함께 연주할 날이 올까 했었는데 바로 이 날 꿈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멋지다!
마지막으로 젊은 연주자들의 연주를 듣고 앵콜은 캐롤송으로 마무리했는데 그러고 보니 크리스마스가 이제 한달 남짓이다. 다음 달 아티스트 라운지는 마지막 주 수요일이 아니라 한 주 앞당겨서 12월 24일에 한다고 한다. 그 날 오후에 방사성 옥소 치료가 있는 날이라 어차피 연차를 낼 예정이었기에 덜컥 예매를 해버렸다. 누가, 무슨 연주를 하는지도 모르고. 어쩌면 조금 우울할지도 모르는 나의 크리스마스를 젊은 아티스트들이 위로해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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