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0일 수요일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서부에서 동부까지

이렇게 쓰면 미국 엄청 많이 가본 사람 같지만 괌까지 포함해서 4,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 미국 가느라 유럽을 한 번도 못가본게 아쉽지만 간데 또 간다 하더라도 미국 여행은 생각만 해도 좋다. 수지형이 결혼 10주년 여행으로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을 고려하고 계셔서 추억팔이도 할 겸 여행지를 간단히 정리해본다.

(1)   2007년 로스앤젤레스(CA)-마이애미(FL)-키웨스트(FL)-뉴욕(NY)-포트리(NJ)-뉴헤이븐(CT)
(2)   2009년 샌프란시스코(CA)-팔로알토(CA)-라스베가스(NV)-그랜드캐년(AZ)-몬테레이(CA)
(3)   2011년 피츠버그(PA)-버팔로(NY)-나이아가라폭포(캐나다)-왓킨스글렌(NY)-스털링(VA)-워싱턴D.C.
(4)   2013년 괌

나의 첫 미국 여행. 첫 자유 여행. 회사에서 자기계발 차원에서 보내준 출장 겸 여행이라 떠나기 전엔 걱정도 많고 두렵기도 했으나 너무나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이후의 여행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로스앤젤레스는 마이애미에 가기 위한 경유지였던 터라 반나절 정도밖에 시간이 없었다. 유학중인 남편을 따라 미국에 나와 있는 대학 친구 덕분에 자동차로 핵심 관광코스를 둘러볼 수 있었다. 헐리우드 스타의 거리와 베버리힐즈, 산타모니카 해변과 그로브몰. 어디를 가도 라티노와 동양인이 너무 많아 미국이지만 그로브몰에 가야만 백인을 볼 수 있었다. 베버리힐즈는 쇼핑을 해야 인상에 남을 것 같고 가장 좋았던 기억은 산타모니카 해변의 노을. 지금 LA에 다시 간다면 게티센터에서 온 종일 머무르고 싶다.

마이애미는 시내에 공항이 위치해 편리하고 무료 메트로도 운행되어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다. 말로만 들었던 마이애미 비치에 발을 담궈보았으나 바다는 바다일 뿐, 비치 근처 맥도날드 직원의 불친절함과 어우러져 그냥 그랬다. 에지워터의 야경이 훨씬 인상적이었는데 때마침 보고 있던 미드에서 자주 보았던 바로 그 뷰를 볼 수 있었다는 점 때문에 더 인상적이었을 수도 있겠다

마이애미에서 세 시간 정도 차를 달리면 키웨스트라는 미국 최남단 섬에 도착한다. 쿠바와 가까워서 쿠바에서 바다를 헤엄쳐 밀입국하는 사람도 있었다는 믿거나 말거나한 이야기. 키웨스트에 가려면 바다 위에 지어진 도로를 달려야만 하는데 어느 쪽을 돌아봐도 바다가 보이는 풍경은 참 생경하다. 키웨스트에는 헤밍웨이가 여행을 보낸 집이 있는데 왜 이런 곳에서 마지막 삶을 보내고 싶었을지 와닿는 아름다운 섬이었다.

뉴욕은 너무나 멋진 곳. 타마키가 있었던 Seaport에서 바라보는 브루클린 브릿지의 야경. 모든 금융인의 로망 월스트리트와 황소상. 허드슨강 너머로 보이던 뉴저지의 단풍. 클로이스터 뮤지엄에서 보았던 쨍하게 파란 하늘. MoMA에서 보았던 고흐의 Starry Night. 단풍이 아름다운 센트럴 파크에서 3대가 공놀이하던 모습. 매일매일 지나다니던 타임스퀘어. 어디로든 데려다주던 지하철과 버스. 땡스기빙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브로드웨이를 가득 메운 인파들. 정신을 놓게 만들던 센츄리21과 우드버리 아울렛에서의 쇼핑. 로커펠러센터 앞의 아이스 링크와 저 멀리 보이는 크라이슬러 빌딩의 불빛.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부부동반 만찬. 어느 것 하나 뉴욕답지 않은 것이 없다. 아쉬웠던 것은 일부러 숙소를 브로드웨이에 잡았음에도 작가 파업으로 뮤지컬을 볼 수 없었던 것. 다시 간다면 뮤지컬과 뮤지엄 속에 빠져 살리라.

포트리는 회사 출장을 겸한 것이어서 지금은 망해버린 메릴린치의 PB를 만나러 간 곳이다. 다리만 건너면 되는 가까운 곳이지만 포트리는 뉴저지주라 가는 교통편이 애매했다. 말도 잘 안통하는 자가영업 택시를 타고는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뉴욕과 달리 낮은 건물들과 잘 조성된 가로수의 단풍으로 한적한 시골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이 날 미국에 첫눈이 왔는데 펑펑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울긋불긋 아름다운 가로수길 사이를 지나는 색다른 경험.

뉴헤이븐은 예일대를 위한 도시이다. 그랜드 센트럴에서 기차를 타고 2시간여 달리면 도착하는 비교적 가까운 곳으로 포닥중인 대학 친구를 만나러 갔다. 7년만에 만난 친구와 보낸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던 기억이 가득한 곳. 가볍게 들어간 예일대 미술관에서 만난 많은 작품들과 음대에서 들려오던 따뜻한 현악기 소리는 덤.


기억에 의존하는 몇 줄 안되는 정리인데도 이거, 하다보니 너무 즐겁다. 시리즈로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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