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전을 하고 있을 때였더라면 정말 좋았을텐데 흔한 기회가 아닐 거라는걸 알면서도 못갔었고 지금은 서울의 도시 건축에 대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어린이집, 도서관, 임대주택 등의 공공시설을 설계한 작품들이 많이 보이던데 승효상 씨가 서울시 총괄 건축가가 된 것과 연관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디자인플라자가 그 분(?)의 업적이라 썩 호감이 가는 건축물은 아니다. 자하 하디드의 건축 스타일도 마음에 드는건 아니지만 사진으로 보니 나쁘지는 않고 내외부에 이래저래 볼 건 많았다. 디자인 올레길은 일정한 경사와 흰색 공간 때문에 쏠리는 느낌, 제대로 표현은 못하겠지만 이리저리 연결되어 있고 꼬여있어서 내가 있는 곳이 정확히 어딘지를 파악하지 못해 동선의 어지러움, 살림관이니 배움관이니 어울리지 않는 네이밍은 별로였다. 밖으로 나가면 유물로 추정되는 돌멩이들과 성벽 같은 흔적, 동대문야구장 시절의 조명들을 보존해 두었다. 디자인플라자 옥상에는 아래 사진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이제 광장시장으로 간다. 동대문의 의류 상가들부터 청계천의 상가들, 서점들, 종로 6가부터의 상가들을 천천히 걸으며 구경하고 드디어 광장시장에 도착. 시장 구경을 많이 해본건 아니지만 광장시장은 엄청 크고 사람도 많고 복잡하다.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나 있어서 육회비빔밥을 먼저 먹어보기로 한다. 육천원짜리 육회비빔밥, 만이천원짜리 육회는 그냥 먹을만은 했지만 싸게 먹는다는 것 외에는 큰 의미를 두기 어려운 것 같다. 양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다음 메뉴인 빈대떡과 고기완자, 막걸리를 먹는데 부담이 덜했다. 우리 옆자리에는 일본인 나홀로 관광객이 비르와 빈대떡으로 한껏 여행기분을 내고 있었다. 그가 남길 여행기에도 현지인도 즐겨찾는 빈대떡집이라며 우리 이야기가 한 줄 들어가 있으려나. 배가 부르지만 광장시장까지 왔는데 마약김밥을 먹어보지 않을 순 없다. 집에 가서 먹기로 하고 마약김밥 한 줄 포장.
이렇게 광장시장 대표음식을 다 먹어보고 시장을 나왔더니 표지판에 창경궁이 보인다. 나 창경궁에 한 번도 안가봤는데! 그리하여 다음 행선지는 창경궁으로 정해졌다. 마침 창경궁에 도착하자 가이드 투어가 시작된다. 곧 기억에서 잊혀지겠지만 유적지 가이드는 언제나 좋다. 창경궁은 창덕궁에 식구들이 점점 늘어나자 공간이 부족해 지어진 궁이라고 한다. 그래서 외전보다 내전의 규모가 더 컸다고 하는데 지금은 건물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창경궁에는 해시계가 있고, 창경원 시절에 지어졌던 일본식 정원이 하나 남겨져 있고, 중국산(?)이긴 하나 보물로 지정된 석탑이 있다. 단풍이 막 들기 시작하여 꽤나 운치있었는데 사진으로는 잘 표현되지 않았네. 가을을 맞이하여 궁들이 야간개장을 시작하였고 창경궁도 그 중 하나인데 요즘같은 계절에는 낮에 와보는 것도 꽤나 좋은 휴식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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