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27일 월요일

RIP, 마왕

사실 나는 그를 좋아했던 적이 없어서 생전에는 마왕이라고 불러본 적도 없다. 너도나도 경쟁하듯이 타임라인에 공유해대는 좋아했던 음악도, 나 역시 같은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 노래방에서 열심히 부르긴 했던 음악들이나 특별히 나만의 추억으로 기억되는건 없다. 솔직히는 사망 속보를 보면서 세월호의 300여명보다 이 한 사람이 더 이슈가 되겠구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46살이라니, 그리고 7살 9살 아이들이라니, 인간 대 인간으로 충분히 슬프고 안타깝다. 아픔 없는 곳에서 편히 쉬시길. 남은 아이들도 잘 자랄 수 있기를.

그가 병상에 있는동안 이상하다 생각하고 궁금해했던 부분이 있었다. 왜 가락동 S 병원에 갔을까? 거기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가락동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빅5 병원이 없는데, 특별한 병이 있었던 건가 싶었는데 이유는 단순했다. 처음 갔던 유명한 병원은 대기가 너무 길었다고. 또 하나, 무슨 수술이었길래 이틀만에 퇴원을 했을까? 전신마취이긴 했지만 겨드랑이 아래 살짝 찢어서 겨우 두 시간 수술하고도 퇴원까지 사흘이 걸렸는데 이틀만에 퇴원하는 수술은 뭘까? 장협착수술이었다고 하는데 그냥 듣기만 해도 큰 수술인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일찍 퇴원시켰을까?
심정지가 있었을 때, 그 곳이 병원이었음에도 CPR이 늦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른 퇴원도 왠지 마음에 걸린다. 천하의 마왕도 병원에 가면 대기를 기다려야 하는 환자일 뿐이니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는 의사인 것인가. 이러니 돈 있는 사람들은 영리병원을 바라지 않을 수 있겠나. 아는 의사가 없더라도 돈만 내면 바글거리는 환자들 제쳐두고 우선 VIP 대접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원치 않을 수 있겠나 싶다. 의료계 현실을 잘 모르니 더 이상 쓸 수는 없지만 어쩐지 이번 일 심상치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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