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부산까지가 딱 영우가 지루하지 않을만한 거리이다. 처음 보는 5촌 아저씨의 결혼식에서 다행히 난동을 부리지는 않았고 여기저기 계단을 오르내리며 아빠를 피곤하게 하였다. 성민이와 똑같은 네이비 자켓을 입고 베이지색 바지를 입었더니 보는 사람들마다, 모르는 사람들조차 쌍둥이는 아닌데 형제인가 하면서 귀여워해주었다. 그런데 사진 한 장을 안 남겨두었네.
외할머니가 댁에서 넘어지시는 바람에 병원에 입원해 계셔서 다같이 방문하였다. 이제는 너무 연세가 많으셔서, 너무 마르셔서 보기가 안쓰럽다. 틀니를 빼고 계셨더니 영우가 난생처음 보는 틀니를 너무 궁금해하고 할머니께 계속 질문을 해서 민망했다. 다행히 잘 못알아들으신 것 같지만.
우리는 월요일에 휴가를 내고 부산에서 하룻밤 묵을 요량으로 콘도를 신청해두었다. 그동안 대구에 내려올 때마다 오랫동안 머물렀더니 엄마는 이틀밤 자고 영우랑 헤어지는게 꽤 서운하신 모양이다. 그래서 같이 하룻밤 자고 가자고 했더니 월요일에 바쁘시다며;
가족들과 헤어지고 해운대로 향했다. 바다에 가서 모래놀이 할 수 있다고 말했더니 영우는 성민이한테도 모래놀이하러 가자고 하고, 본인도 모래놀이를 꼭 해야겠다고 계속 이야기하는데 아뿔싸, 시간이 너무 늦어져서 해가 져버렸고 숙소 앞에는 모래가 없다ㅜㅜ 그래도 모래 찾으러 가자고 해변을 걸으며 모래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니 별로 떼를 쓰진 않고 금세 포기해서 다행이다.
부산까지 와서 저녁은 치킨으로, 놀거리는 콘도 편의점에서 산 전투기 조립으로 대신한다. 그래도 광안대교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찍었으니 위안을. 아침에 본 바다 풍경으로 위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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