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20일 일요일

1259일 여름방학 다섯째 날 : 은기네 집

이제서야 신랑 친구네 가족들과의 모임이 성사되었다. 영우가 오면 자주 만나게 될 줄 알았더니, 역시 한 동네 사는게 아니니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사이 은기네는 회사 어린이집을 따라 용산으로 이사했고 은기는 동생도 태어났다. 영우와 비교했을 때 은기는 매우 순한 아이였는데 동생 준기는 더더더 순하다.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있다가 7시쯤 잠이 들어서 쭉 얼굴을 볼 수 없었다는 사실.
용산까지 가는 동안 영우는 또 속이 안 좋다고 하더니 결국 저녁 먹자고 밥 한 숟가락 먹는 순간 점심때부터 먹은 모든 것을 토해내고 말았다. 그래서 뭐 먹은 것도 없는데 놀기 시작하니까 아픈 것을 다 잊었는지 엄청 뛰어다닌다. 사내아이 셋의 시너지는 이런게로군. 준기가 크면 더하겠지. 그러나 아이들이 함께 노는 모습을 보니 정신 없어도 보기는 좋다.
다들 개성이 있어서 진섭이는 넘치는 체력으로 발달한 잔근육과 유튜브 전문가, 은기는 5세를 뛰어넘을 우월한 신체 조건과 아무에게나 잘 안기는 나름의 애교, 영우는 소근육 발달가? 영우 노는 모습을 보더니 사람들이 내내 소근육 이야기를 한다. 젓가락도 쓸 수 있고, 연필도 잘 잡고, 블럭 만드는 것도 잘해서 소근육이 잘 발달했다며 어떻게 가르쳤냐고 한다. 글쎄, 이미 영우는 대구에서 완전체가 되어서 올라왔습니다요.
일요일 저녁에 만나는 바람에 오래 놀지는 못했지만 다음에는 날씨 좋은 날, 밖에서 놀면 좋겠다는 바람. 또래랑 놀게 해주는게 가장 보람차다. 그리고, 재미있는 아이템을 하나 알아왔다. 낙서하고 글씨 쓰는 패드인데, 돌아오자마자 주문했으나 아직 소식이 없다. 책도 하나 알아왔는데 까먹어버렸네;

또 다른 에피소드.
아침에 영우가 내 이어폰을 보더니 뭐냐고 묻는다. 음악 듣는거라고 하니까 같이 듣잔다. 이어폰을 한쪽씩 끼고 같이 클래식을 듣는데 세상 행복하다.
오후에 영우가 갑자기 사랑한다고 하면서 손가락하트를 만들어 보인다. 어린이집에서 배운건가 완전 빵터졌다. 아빠한테도 가서 손가락하트를 날려주었다.
집에서 크게 넘어졌다. 뭔가를 밟고 넘어졌는데, 영우의 증언에 의하면 머리끈을 밟았단다. 어쨌든 넘어지면서 벽에 달아둔 플라스틱 소변기에 부딪혀 뺨과 턱 부분에 상처가 생겼다. 많이 다친건 아니지만 심란하다ㅜㅜ 다행히 지금은 흉 없이 잘 나아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