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적으로 가게 된 양양. 원래는 낙산비치호텔을 가려고 했으나 만실이라 근처의 이엘호텔로 예약을 해두었다. 양양도 처음이고, 숙소도 생각보다 비싸고 해서 어떠려나 싶었지만 이 성수기에 방이 있는것만도 다행이지,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꽤나 만족스러웠다.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생겨서 한 시간 반만에 갈 수 있다고 하지만 날이 날인지라 세 시간만에 겨우 도착하였다. 가는 중에 11km나 되는 터널도 만나고, 알록달록한 조명의 터널도 많아 영우와 터널 얘기만도 한참 했다. 그러나 세 시간은 너무 길지, 차 안에서 덧셈 공부도 하고 뺄셈 공부도 하는데 제법 잘 한다. 한 자리 수 내에서는 대략 다 맞추는듯.
드디어 숙소에 도착. 이름만 호텔이지 호텔서비스를 기대하면 안된다. 체크인을 하고 주섬주섬 준비해서 맞은편에 위치한 정암 해수욕장으로 갔다. 해수욕장이 눈 앞에 보이지만 길을 건너기 위해 400미터쯤 걸어가야 하는 것은 에러. 가는 길 사이에 있는 펜션들을 보며 차라리 이런 곳을 예약할 걸 그랬나 싶은 생각도 조금 들었다.
드디어 해수욕장. 처음으로 바닷물에 들어가보게 될 영우. 수영복에 구명조끼도 입히고 튜브를 장착해서 들어간다. 튜브에 태워서 파도를 느끼게 해보았는데 영우도 무섭고 우리도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잘 모르겠다. 아이 물놀이 시키면서 우리는 물 속에 안들어갈 생각이었는지 수영복도 안 챙겨갔다는 것, 여벌 옷도 안 챙겨갈 뻔 했다는 것.
물 속에는 많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모래놀이는 원없이 했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노래하며 성도 만들고, 파도가 들이치는 모래밭에서 호수도 만들고, 모래찜질도 했다. 나중에는 바닷물이랑도 친해져서 몸에 묻은 모래를 씻으러 물 속에도 잘 들어갔다. 해가 쨍하지 않은 날이라 햇빛에 타지는 않았는데 물에 젖은 영우는 한기를 느껴서 두 시간여 놀고는 돌아왔다. 이만하면 성공적.
숙소에 돌아와서 씻고 저녁을 먹기 위해 속초에 갔다. 속초에는 영우가 뱃속에 있을 때 왔었던 터라 어쩐지 추억돋는다. 그 때 왔었던 황가네찜에서 생선찜을 먹으려고 했는데 주차장에 들어서려고 하니 오늘은 마감되었단다. 식당 앞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마감될만하구나 싶다. 아쉽지만 근처의 머구리집? 이라는 큰 식당으로 갔는데 아무 정보없이 찾아간 집 치고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탁 트인 통유리창 덕분에 속초바다 구경도 하면서 물회, 멍게비빔밥, 성게알비빔밥, 오징어순대를 먹었는데 양이나 가격도 괜찮은 편.
숙소에 돌아와서는 다같이 와인을 마시러 라운지로 올라갔다. 숙박권에 무제한 와인바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규모가 작은 호텔이라 라운지 뭐 별거 있겠나 싶기도 하고 영우가 있어서 제대로 가볼 수나 있을까 싶어 별 기대는 없었다. 그런데 올라가보는 순간 완전 만족, 가족 단위의 투숙객이 많으니 아이 입장에 제한도 없고, 테라스에서 보는 동해야경도 멋지고, 와인과 함께 제공되는 약간의 스낵과 주스 덕분에 영우도 즐겁고, 모두가 만족스러웠다. 영우는 자기도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서 주스를 마시고 있으니 즐거운지 '하자하자, 다같이 한 잔 하자' 하며 분위기를 주도한다. 생각지도 않은 호텔서비스로 만족스러웠던 첫 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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