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30일 월요일

국립오페라단 2013 오페라갈라


제야 음악회는 무리일거 같아서 오페라 갈라로 올해 공연은 이제 끝.
파르지팔 서곡으로 시작해서 돈 카를로, 오텔로, 로미오와 줄리엣, 카르멘, 돈 조반니, 팔스타프, 박쥐의 주요 장면들이 이어졌다. 실제로 전 편을 다 본 건 오텔로와 카르멘밖에 없지만 나머지 작품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한 작품당 3곡~5곡 정도였는데 그 짧은 공연을 위해 무대장치에 들인 공이 엄청나다. 전환도 빠르고 조명도 잘 활용해서 매 작품마다 완전 다른 느낌으로 볼 수 있었다. 
내년에는 돈 조반니를 올리나본데 이번 갈라에서 보여준 돈 조반니는 매우 파격적이었다. 예술의 전당 무대에서 속옷 입은 여자들을 보게될 줄이야. 새로운 시도로 대중에게 더 다가갈 것인가, 예술 애호가들에게 외면받을 것인가, 살짝 궁금하기도.

위험한 관계


갑자기 소설이 읽고 싶어서, 잘못 골라서 재미없는거 꾸역꾸역 읽는건 피하고 싶어서,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빅픽쳐의 저자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중에 골라보았다.
가볍게 읽기 좋았고 쉽게 읽힌다. 재미있는 부분은 같은 영어권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영국간의 분위기나 가치관이 많이 다르다고 하는데, 미국인들은 인생을 심각하지만 가망 없진 않다고 믿는 반면 영국인들은 인생을 가망 없지만 심각하진 않다고 믿는다고 한다. 영국인들은 미국인이 쓸데없이 진지하다고 생각하고 미국인은 영국인이 가볍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미국에 가면 사람들이 눈만 마주쳐도 인사하고 친절한데 영국은 그렇지 않다고 하니 그 차이가 신기할 따름. 하긴 한 나라 국민들도 지역색이 있는데, 그리 생각하니 신기할 것도 없군.
암튼 서로 다른 문화권 사람의 연애도, 전문직 여성의 임신출산경험도, 이후 펼쳐지는 법정공방도 재미있게 읽었다.

2013년 12월 27일 금요일

호두까기 인형


작년에도 보러 갔었는데 엄청 졸았던 것인지 무대장치가 어땠는지, 캐스팅이 누구였는지 등이 전혀 생각이 안난다. 좋은 음악에 많은 볼거리들이 있어 발레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편인데 같은 작품을 봐도 몰입도는 매우 다르다.
이번엔 김기완과 박슬기.  
아 정말 이 우월한 김기완을 어쩌면 좋을까. 체공시간이 남다르다. 너무나 멋진 사람!! 2막부터 등장하는데다 파드되도 너무 짧아 아쉽기만 하다. 언제 또 볼 수 있으려나. 김기완만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호두까기 인형은 만 5세부터 관람이 가능하다. 그래서 가족단위 관람객이 많은데 뒷좌석 아이는 공연내내 아빠와 얘기하고, 발을 구르고, 내 의자를 발로 차고 하는 통에 너무 신경이 쓰였다. 공연관람예절 교육이 필요한 시점.

2013년 12월 26일 목요일

보드타러 가고싶다.

어제 TV에서 보드타는 사람들이 나오길래 아 보드타고 싶다~ 했는데 오늘 싸이에서는 2007년 오크밸리에서, 2004년 베어스타운에서 보드타던 시절을 보여준다.
몸 움직이기 참 싫어라 하는데 신랑의 엄청난 노력으로 시즌권까지 끊어서 이곳 저곳 열심히 다녔더랬다.
긍정이가 빨리 커서 보드 같이 타러 갔으면 좋겠다. 긍정이 크면 할 일이 참으로 많구나.

2013년 12월 25일 수요일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


만들고 싶은 습관 : 영어공부하는 습관
근데 이건 쓰고도 참 민망하네요. 영어공부를 하지도 않으면서 이런걸 습관화하고 싶다고 말하다니..
없애고 싶은 습관 : 하루에 세 개씩 스케쥴 잡는 습관
저는 일정 잡을 때 거기까지 간 김에 이것도 해야지, 저것도 해야지 꾸역꾸역 일정을 밀어넣고 계속 다음주, 그다음주 일정을 생각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너무 피곤하죠. 이제 좀 쉬고 싶네요ㅠㅠ
라고 3월 22일에 썼다. 3월의 독서모임 주제가 습관이었고, 만들고 싶은 습관과 없애고 싶은 습관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만들고 싶은 습관은 당연히 안 만들어졌고, 애초에 영어공부를 시작한 적도 없다. 없애고 싶은 습관은 여전히..없어지지 않은 것 같다. 이제 몸이 힘들어서 평일 저녁에도 늦게까지 앉아있는건 힘들고, 주말에 세 개는 무리지만 매우 의식적으로 스케쥴 밀어넣는걸 막고 있다.

여전히 이러고 있다보니 제목만 보고 꽂힌 책이었는데 에세이라 큰 기대 안하고 읽었고, 딱 생각한대로다. 창작을 하는 예술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매우 피곤한 일이겠다 싶은 정도의 소감.

쓸모없는 생각.

출산 이후 내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이 잘 안되다보니 일단 그 전에 사람들이라도 많이 만나자 싶어 약속을 좀 많이 잡았다. 이제 31일 모임만 남고 마무리. 못 만난 사람들은 신년회랍시고 또 만날테지. 
2년 만에 만나게 된 모임도 있고, 한 달만 못봐도 보고싶어 안달나는 모임도 있고, 어쩔 수 없이 만나러 가야하는 모임도 있다. 
의외로 모임 후 부작용이 있는 것이, 이제 나의 관심사가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거나, 나는 이제 이 모임에 잘 낄 수 없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거나 할 때 우울해진다. 그리고 재미없다. 그 시간을 즐기지 못하고 미리부터 우울해지니 참 별로다.
그러다 즐거운 모임에 나가게 되면 또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어찌나 일희일비하는지. 그냥 이 순간을 즐기면 될 것을. 

2013년 12월 11일 수요일

임신 후 변화

우선 모든 임신&출산하신 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렇게 힘든 일을 해내다니.
입덧을 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다행이다, 수월하다라고 이야기하는데 나도 그 부분에 대해선 참 다행이다 생각하는데 입덧이 다가 아니었다. 그 외에도 힘든게 많다. 요즘 새삼 느끼는 건, 어쩜 그렇게들 힘든 티를 안내고 회사를 열심히 다녔을까. 지나고 나서야 출산이 너무 힘들어 임신 중 힘든건 생각도 안난다고 하더라도, 임신 기간 중 힘들다 어떻다 이야기하는건 많이 못들어본 것 같다. 대단한 사람들.

임신 후 힘들어지는 것들에 개인차는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아래와 같다.
양말(스타킹) 신기, 바지 갈아입기 힘들다. 만삭때 배가 심하게 나와야 일어나는 일인지 알았더니 아니었다. 이런 행동을 하기 위해선 선 상태에서 다리를 들어올려야 하는데 이때 복근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복근에 힘이 잘 안들어가니 양말, 스타킹, 바지 신고 벗기가 참 힘들다.
배가 아프다. 남들이 말하는 배가 뭉치는 것과는 다른 것 같다. 지금까지 한 번도 배가 뭉친다는 느낌은 받은 적이 없고 초기부터 계속해서 배가 아프다. 분명한 건 오래 앉아있거나, 많이 걷거나 하면 더 심해진다는 것인데 집에서 쉬면서 누워 있다가도 배가 아프긴 하니까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다. 배가 아픈 사람은 별로 없는지 유경험자들도 다들 갸우뚱한다.
계단 오르기가 힘들다. 남들은 운동삼아 계단을 오르내린다는데 계단을 오르는게 너무 힘들다. 계단을 오를때면 배가 같이 아픈 것 같기도 하고, 다리를 들어올리며 배에 주는 압박 때문인지 매우 불편하고 힘들다.
화장실에 자주 간다. 소변 보러는 초기부터 자주 갔었는데 최근에는 큰 볼일 보고싶은 느낌이 계속된다. 자궁이 커지면서 어느 부위를 압박하고 있는건지 볼일 보고 싶은 느낌이 자주 드는데 막상 화장실에 가면 시원하게 일을 보지는 못해서 그또한 괴로운 일이다. 가스도 더 자주 차는 것 같다.
이건 힘든건 아니고 신기한거. 배꼽이 점점 튀어나온다. 쏙 들어가있던 배꼽이 배가 나오면서 평평해져가고 있다. 튀어나오지야 않겠지만 배꼽 모양을 보고 있으니 느낌이 굉장히 이상하다. 

나도 겪어보기 전까진 얼마나 힘들지 잘 몰랐다. 대중교통에서 임산부 배려는 꼭 필요한 일이다. 요즘은 인식이 달라졌다고들 하더라만 내가 체감하기로는 별로, 스마트폰 때문에 사람들이 내 앞에 누가 섰는지 관심도 없고 알아도 모른척하는걸 더 많이 본다. 다들 그러지 말자구요. 

2013년 12월 10일 화요일

데이빗 핀켈 리사이틀

토요일은 바이올린 소나타를, 일요일은 첼로 소나타를. 이 무슨 호사인지~ 긍정이가 빨리 자라서 공연보러 함께 다니는 날이 와야 할텐데!
첼리스트 데이빗 핀켈과 피아니스트 우 한은 부부이다. 부부 듀오로써 연간 100회 이상 함께 공연한다고 하는데, 둘이 함께 호흡하며 박자를 맞추고 서로의 연주를 느끼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많은 연주자들을 어찌 다 알까마는 데이빗 핀켈은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라 큰 기대 없이 갔는데 10대 첼리스트 안에 들고, 활발히 활동하는 분이라고 한다. 시작할 때 피아니스트 우 한의 해설도 좋았고, 특별히 예습하지 않아도 편히 들을 수 있는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라 좋았고, 부부의 박력(?) 넘치는 연주도 좋았다. 레퍼런스 연주가 리히터와 로스트로포비치라 실망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실연은 대부분의 경우 만족스럽고 감동적이다.
첼로 소나타 1,2번은 베토벤 초기, 3번은 중기, 4,5번은 후기라 나누어서 연주했는데 1,2번은 피아노가 주도적으로, 3번은 피아노와 첼로가 동등하게 연주해나간다고 한다. 후기 음악은 귀가 안들리는 상태에 작곡된 것이라 남들이 어떻게 들을지보다는 본인을 위한 음악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때로는 종이에서만 표현되는 음역들이라 약간은 현대음악처럼 불협화음이 느껴지기도 한다지만 아직까지는 설명을 듣고 들어도 잘 모르겠다. 베토벤의 생애에 걸친 작곡 스타일 변화를 하루에 느끼기에는 첼로 소나타가 제일이라고.
아래는 데이빗 핀켓의 기사. 사진은 매우 젊은 시절의 사진인듯 :)
예술의 전당. 12/08/13
베토벤 첼로 소나타 1번~5번

클라라 주미 강&손열음의 Fantasy for two

손열음은 전부터 신랑이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였고, 관심갖고 지켜보고 있던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둘의 듀오콘서트라니 보러 가지 않을 수 없다~
1부는 어쩐지 좀 평이하다 싶기까지 할 정도로 두 연주자의 소리가 조화로워 딱 듣기 좋은 연주. 2부 첫 곡인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소나타는 우리 사실은 이 정도 기량이야 1부에선 좀 심심했지? 싶은 열정적인 연주. 난 프로코피예프의 음악 자체가 듣기 편하진 않지만 신랑은 참 좋았다고.
앵콜 첫 곡은 마지막곡이었던 카르멘을 다른 편곡으로 연주했는데 그 시도가 참 좋았다. 두번째 앵콜 연주 중 주미 강의 바이올린 현이 끊어지는 바람에 손열음이 준비되지 않은채로 독주를 했는데 여기저기 신청곡 쏟아지고, 재미있는 경험.
나도 마음 속으로 겨울 바람을 신청했는데 처음 이 영상을 보았을 때는 후덜덜했었는데 이제는 그녀의 연주에 익숙해졌는지 손열음이 이정도쯤이야~ 싶다.
손열음이 연주한 쇼팽의 겨울바람.

두 사람의 인연이 10년이 넘는다고 하는데, 처음 시도한 듀오 콘서트가 성공적으로 끝나서 내가 다 뿌듯하고 기특하다. 정말 훌륭한 두 연주자, 앞으로 더욱더 성장해나가리라 기대하고, 그녀들과 쭉 함께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니 기쁘다.

예술의 전당. 12/07/13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27번 G장조, K.379
슈베르트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 C장조, D.934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소나타 1번 F단조, op.80
후바이 카르멘 판타지 브릴란테

2013년 12월 6일 금요일

협동의 경제학


요즘 흐지부지되어가고 있는 독서모임의 메인책이다. 독서모임 리더께서 협동조합에 관심이 많으셔서 선정되었는데 내게는 어려웠고, 협동조함에 관심 많으셨던 분들도 읽기 어려웠다고 한다.
시장경제와 함께 사회적 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의 네 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4박자 경제학’이 필요하다고 전하고 있으며 사례도 많으나 이 모든 것을 엮어서 이해하기에는 나의 지식이 짧았다.
사례들 중엔 몇 가지 인상적인 것이 있었는데 하나는 신뢰도와 관련된 것. 미국인들의 일반적 신뢰도는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베이비붐 세대에서는 신뢰도가 높다고 한다. 이에 대해 그들이 다른 세대에 비해 더 공평한 부의 배분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개인적 배경보다 전체적인 사회 후생 수준이 신뢰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여 소득재분배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필요한 도덕적 기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2차 베이비붐 세대도 고도 성장기를 경험하면서 386세대로 거듭났었는데 비슷한 현상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스웨덴의 사례. 스웨덴이 알고보면 한국과 성장 전략이 유사하다고 한다. 수출 경제이고 대기업 위주의 성장을 이뤘으며 외환 위기를 겪었고 산업 고도화에 성공한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성장을 이룩하기 위해 밟아온 길은 거의 정반대다. 스웨덴이 우여곡절 속에서도 평등 전략을 고수했다면 한국은 줄곧 불평등 전략을 구사했다. 똑같이 임금을 억제했지만 스웨덴에서는 노동자가 스스로 했다면 한국은 군홧발과 제도로 짓밟았다. 똑같이 교육면에서 최고의 성과를 자랑하지만 한 쪽은 평등과 협력 교육이, 다른 한 쪽은 극단적 경쟁 교육이 중심을 이룬다.
이러한 사례는 접할 때마다 우울하지만, 그래도 협동조합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니 우리도 언젠가는 평등과 협력 교육을 우선시하는 움직임이 움트겠지.

내 아이를 위한 두뇌코칭


아빠가 읽어보라고 주신 책.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도 있었고, 전체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태교를 위해 모짜르트를 듣고, 수학 정석을 푸는 것이 아이의 두뇌발달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체중, 영양섭취, 스트레스, 운동. 당연한 것이지만 내가 스트레스 안 받고 골고루 영양을 섭취해서 필요한 만큼만 체중을 늘릴 수 있도록 운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교과서적이지만 와닿는 지침을 준다.
많은 예비부모들이 어떻게 아이를 키울 것인지 고민이 많은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쏟고 아이의 감정이 어떠한지에 대해 계속 살피는 것이 행복한 아이로 자라게 하는 첫걸음이다. 
얼마 전 이종사촌을 만나서 그녀와 아이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았다. 레스토랑에서 아이가 의자에 놓인 쿠션들을 바닥에 떨어뜨렸는데 그러지 말라고 혼내는 것이 아니라 그러면 안되는 이유에 대해서 조목조목(장시간!) 설명을 하며 아이에게서 그러면 안된다는 말을 유도해냈다. 그 모습을 볼 때에도 살짝 감동을 먹었고 선생님이라 그런지 교육법이 남다르구나 싶었는데 책에서도 아이의 도덕성을 길러주는 적절한 방법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긍정이가 태어난 후에도 까먹지 말고 읽어봐야 할 책. 

2013년 11월 30일 토요일

스핀잇


저자는 게임빌 창업멤버로 일하다가 미국에서 MBA를 하고 오라클의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IT 업계에서는 꽤나 유명해진 조성문이란 사람이다. 
어떤 책을 냈을까 궁금했는데 어찌보면 블로그에 올렸던 내용들도 있고,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는 기업들의 성공스토리가 많아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사실 나는 이런 식의 짜집기한 듯한, 그리고 남의 회사 성공사례들을 모아놓은 책을 싫어한다. 그러나 이 책에 대해서는 그런 평가를 할 수 없는 것이, 그의 블로그를 보면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던 사례들에 대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조사하고 연결하여 글을 엮어내는지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작은 사례 하나라도 짜집기가 아니라 본인이 모두 조사하여 본인 것으로 만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자포스의 토니 셰이 이야기로, 아마존에 인수되기 전에도 수많은 인수 제의가 있었지만 그것을 거절할 수 있었던 것은 돈을 좇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 큰 금액을 제시받았을 때 그 돈으로 무엇을 할지 생각해보았다고 한다. 하고싶은 일 리스트는 지금도 할 수 있는 것이었다고, 돈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없어서 못하는 것일 뿐. 그 이후로 토니셰이는 돈이 생기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살게 된 것 같다. 1조원을 번 지금, 라스베가스에 창업자의 도시를 만들고 있는 토니 셰이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이런저런 이야기.

남들이 태교라고 부르는 것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그런 중에 제부가 사준 국악 태교 음반. 신랑이랑 대구 가면서 국악이 안정감을 주고 태교에 좋다고 한다더라 얘기했는데 제부가 선물로 국악 태교 음반을! 이런 텔레파시가 있나.
음반 제목이 '우리 소리 태교 : 왕자를 키운 우리 음악'으로 듣기엔 좋고 잠이 솔솔 온다. 아직 한 번도 제대로 안들었다는 것이 문제.

남들은 태담도 한다는데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태교동화를 샀다.
사실 처음에 뇌태교동화라는 것을 도서관에서 빌렸었는데 도저히 오글거려 읽을 수가 없어서 반납해버리고, 이번엔 제대로 좀 해보려고 샀는데!
한 페이지 읽다가 긍정이가 자고 있는거 같아서 덮어버리고 아직도 다시 펼쳐보지 않았다.

운동도 해야지 해야지 말만 하고 안하고 있다가, 어제 임신당뇨 검사하는데 수치가 매우 높게 나왔다. 다음 주에 재검. ㅜㅜ
신랑은 그래도 각성이 되어 앞으로 조심하게 될테니 좋게 생각하라고 하는데 매우 우울하다. 긍정이는 주수보다 좀 큰 상태이다.
그간 춥다고 꼼짝도 안했는데 점심시간에 좀 걸어야겠다. 눈치보이는걸 무릅쓰고 화/목 임산부 요가하러 일찍 퇴근했다고 이야기해두었는데 결과적으론 꼭 필요한 일이었다. 

2013년 11월 28일 목요일

전주여행


회사에서 매월 인문기행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0명 정도 신청을 받아서 반나절 정도 서울 시내 투어를 하기도 하고, 지방 도시로 1박 2일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혼자하는 여행일때도, 가족과 동반하는 여행일때도 있다. 개인적으로 참 좋은 프로그램이라 생각하는데, 잘 알지 못하는 회사 사람들과 주말을 보내는 것은 싫은 일인지 큰 호응은 없는 편이다.
이번에는 부모님과 함께하는 전주 한옥마을 투어. 엄마와 다녀온 1박 2일 여행.
회사에서도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이라 그런지 먹거리나 잠자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 전주를 대표하는 전주비빔밥, 한정식, 콩나물국밥 등을 먹어볼 수 있었고, 한옥에서의 1박도 생각보단 불편하지 않았고, 전주한옥마을과 오목대, 향교 등은 문화해설사와 함께 투어를 하게 해주었다.
전주 한옥은 안동이나 경주의 전통 한옥마을과 달리 1900년대부터 일제 강점기에 저항하기 위해 지어진 근현대식 한옥이라고 한다. 그래서 미음자보다는 기역자, 일자 한옥들이 대부분이라고. 어쨌거나 1970년대 이후 아파트 열풍에도 불구하고 한옥에서 계속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대단하다. 지금은 관광지가 되어서 전통적인 분위기만 기대하고 간다면 북촌과 인사동을 섞어놓은 느낌이라 살짝 실망스러울지도. 해설사들만 만나봐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이성계, 조선의 뿌리라는 자부심이 대단한 지역이었다. 
엄마와 단둘이 가는 여행은 지난 2009년 오키나와 이후 오랜만인데, 엄마가 나 불편할까봐 너무 신경을 많이 써서 좀 죄송하긴 했지만 여행 자체에 대해서는 좋아하셔서 다행이다. 

2013년 11월 27일 수요일

괌 여행


남들 다 간다는 괌으로의 태교여행을 다녀왔다. 사실 뭐 그렇게 유난떨까 싶기도 했고, 힘들지 않을까 걱정도 됐지만 이제 당분간 해외여행 가기 힘들다는 마음이 더 커서 급히 결정! 결과적으로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훨씬 좋았다.
여행의 반은 날씨! 돌아오는 날 잠깐 비가 오긴 했지만 내내 쨍하니 좋은 날씨에 경치 좋고, 공기 좋고, 깨끗한 곳이라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호텔 앞 비치에서의 스노클링은 새로운 경험. 신혼여행때 스노클링 하면서 해파리에 쏘인 이후로 여행 가서 야외에서 물놀이 한 적은 처음이었는데 수영을 배우고 싶은 생각, 다이빙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긍정이가 뱃속에서 자기의 존재를 계속 일깨워줘서 함께 하는 느낌이 물씬 나는 여행이었다. 신랑이 마지막 남은 음식마다 긍정이 몫으로 남겨주고(덕분에 1kg이 늘어서 돌아왔지만), 긍정이 옷이랑 장난감 쇼핑도 많이 하고(제대로 산 건지는 모르겠지만..좋아해야 할텐데..), 긍정이랑 같이 오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들게끔 하는 장소였다.
비행 시간도 비교적 짧은 편이고, 좋은 경치에, 아이들과 함께하는 activity도 가능하고, 쇼핑거리도 있고, 꽤 괜찮은 여행이었다.

2013년 11월 12일 화요일

세계의 박물관 미술관 예술기행



세계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다니며 보았던 작품들을 소개해 놓은 책이다. 인쇄된 그림 사이즈도 작고, 글로 소개만 해놓은 그림도 많아서 감상용으로는 아쉬움이 있다. 이런 책 보면서 아쉬워할게 아니라 세계의 박물관 미술관을 다니며 감상할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특이한 점은 아시아의 여러 미술관과 박물관까지도 소개해놓은 것이다. 아시아의 전통 미술과 자기 등 유럽과는 또다른 감상포인트가 있다. 대만의 고궁박물관이 소개되니 반갑기도 하고, 좀 알고 갔으면 자기들을 더 열심히 봤을텐데 싶기도 하고.
그래도 미술사 공부 2년 정도 한 덕분에 화가들의 스토리도 꽤나 많이 알고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사실은 로스코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저 색면 추상 화가라고만 생각했던 로스코가 좋아했던 화가는 렘브란트라고 한다.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 들러 하루종일 렘브란트 작품만 바라보며 영감을 얻었다는 그가 추구하는 것은 결국 빛을 담아내는 것이었나 싶다.

바니타스


죽음이란 소재는 언제나 존재했겠지만 17세기 초 네덜란드에서 특히 유행한 정물화 양식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이라는 것을 깨닫도록 한다. 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양식 특성상 썩 보기좋은 그림들은 아니라 그나마 무난한 홀바인의 대사들을 소개한다.
주말에 외할아버지를 뵈러 부산에 다녀왔다. 꽤 오랫동안 병상에서 거동도 제대로 못한채로 지내셨는데, 이제는 음식물 섭취도 어려운 지경이다. 외할아버지는 20대부터 교장을 하셨고, 당신의 직업에 매우 자부심을 갖고 있는 분이셨다. 완전히 선비 스타일이라 시도 쓰시고, 글도 잘 쓰시고, 여기저기 초청 받으며 매우 바쁘게 사신 분이셨다. 누워계신 동안에도 정신은 매우 맑아서 오히려 그게 더 안쓰러울 지경이었는데 한동안 굉장히 안좋으시다가 우리가 갔을땐 그래도 좀 괜찮으신 상태였다.
연세도 있으시고, 죽음이란 것을 피할 수 없겠지만, 젊은 시절의 꼿꼿하고 선비같았던 모습을 떠올리면 참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언젠가 우리 엄마, 아빠에게도 일어날 일일텐데 그땐 또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건강히 오래오래 함께 살 수는 없는 것인지. 

현대카드, 국립현대미술관 제휴


현대카드가 국립현대미술관과 제휴하여 미술관 운영시스템을 지원한다고 한다. 
긍정이랑 미술관 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 작년에 미련없이 해지한 프리미엄 카드를 다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마구 들게 만든 오늘의 기사.
기사는 아래 링크 클릭

2013년 10월 30일 수요일

막 엄마가 되려는 당신에게


작가가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 그녀의 일상이 크게 와닿거나 한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몇 가지 느낀 바는, 나도 노산이란 말을 하지 말아야겠단 것. 
아이를 낳으면 당분간 공연장도, 전시장도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우울했는데 전시회는 갓난 아이와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2013년 10월 28일 월요일

피카소전

왜 제목이 고향으로부터의 방문인가 했더니 피카소가 태어난 말라가에 있는 피카소 재단에서 큐레이션 한 전시였다. 그래서인지 전시 구성도 짜임새 있고 작품도 매우 많다.
피카소가 워낙에 오래 살아서 시대별로 그의 작품 스타일의 변화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이 아저씨 너무 일찍부터 입체파 화풍이 굳어져버렸다. 주로 스케치, 판화 등이 많은데 입체파의 스케치와 판화라니 썩 재미있지는 않지만 그의 다양한 활동들을 함께 볼 수 있다. 일찍이 인기 화가가 되어 대중의 사랑을 받고 부를 축적한데다 오래 살기까지 했으니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해볼 수 있었을테지. 그림 뿐만 아니라 도자기도 만들고, 책의 삽화, 본인이 직접 글을 쓰기까지 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세잔을 좋아해서 세잔이 살았던 지역의 산과 성을 사버리고 노후를 보냈다니 돈이 있고 볼 일이다. 그리고 평화의 상징 비둘기가 피카소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울긋불긋한 예당을 기대했지만 올해는 단풍이 늦은 듯. 다음번 예술의 전당을 찾을 때는 겨울이겠구나.
~11.24 예술의 전당.

마더쇼크


EBS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엮은 책. EBS가 좋은 컨텐츠를 참 많이 제공해주는 것 같다. 이 프로그램의 시작은 모든 엄마들은 모성을 갖고 있는가? 라는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누구나 갖고 있는 로망이자 두려움, 좋은 엄마. 나도 내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어려서부터 편애가 심하고 좋은 사람만 좋고, 싫은 사람은 한없이 싫은데 내 아이가 하는 짓이 싫으면 어떡하나, 애가 멍청하다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나, 남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내 아이에게는 다르다는 것이 내게도 적용될 것인가 하는 걱정이 있다. 내가 아이가 맘에 안들면 냉정하게 대할까봐 두려움이 있다. 그런 두려움을 모두가 갖고 있었나보다. 이 책을 통해 위안삼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
우리 몸의 신비는 어디까지인지, 아이를 가지면 아이를 잘 돌볼 수 있는 신경들이 발달할 수 있도록 뇌가 작동한다고 한다. 뇌를 촬영해보면 임신 6개월부터 출산 후 6개월까지 뇌의 특정 부분이 커지는데, 복잡성, 유연성과 관련된 영역이 커지고 사고, 판단, 인지와 관계된 영역이 작아진다고 한다. 복잡성과 유연성에 관련된 영역이 커진다는 것은 신생아를 돌보는 능력이 더 잘 발휘되도록 뇌가 일시적으로 변하는 것이라는데, 그렇다면 모성도 뇌의 작동으로 자연스레 생기는 것인가? 
그런데 그 모성이라는 것이, 한국 엄마들의 모성이라는 것이 다소 왜곡되어 있다. 한국 엄마들은 건강하고 바른 아이로 잘 키우는 것 뿐만 아니라 아이의 성공까지 엄마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로 인해 아이에게 참견하고, 간섭하고, 내가 원하는대로 되지 않으며 다그치고. 그것이 모성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실험을 통해보면 외국의 엄마들은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반면, 한국의 엄마들은 반칙을 써서라도 정답을 맞출 수 있도록 도와준다. 외국의 엄마들은 타인과의 비교보다는 절대적인 성공에 반응하지만 한국의 엄마들은 남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 더 성공했는지에 반응한다. 모성이라는 것도 사회적 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겠지만 엄마가 모든 것을 다 해내길 바라는 한국 사회에서 형성된 모성이라는 것, 좀 무섭기까지하다.
모성이란 이름으로 엄마에게 너무나 많은 짐이 지워지고 있는 것 같다. 엄마이기 이전에 한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하는데, 아이에게 모든 것이 집중되다보니 자존감도 낮아지고 엄마가 행복하지 않으니 아이에게도 그 감정이 전달될테지. 많은 엄마들이 어릴 적 엄마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해 상처를 받았고, 아이에게 잘못할때마다 엄마가 나에게 잘못된 모성을 유전시켜 그런 것이 아닌지 자책하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새삼 엄마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2013년 10월 24일 목요일

사소하지만 감격스러운.


다음주 테스트로 인해 이번 주말 이틀 다 출근해야 할 것 같아 우울했다. 쌀쌀해진 날씨에 늦기 전에 서울의 가을을 즐기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지나는 말로 신랑에게 툭 던진 한마디, 나 단풍놀이 가고싶어. 근데 주말에 출근해야해.
다음날 아침에 일정 체크하다보니 신랑이 주말에 단풍놀이 일정을 등록해놓았다. 그것도 오전 8시에. 나의 말을 다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신랑의 마음씀에 감격했고, 요즘 아침마다 나 회사 데려다준다고 피곤할텐데 주말임에도 8시에 일정을 잡다니, 출근하더라도 단풍놀이는 같이 가준다는 것이니 그 또한 감격스러운 일이다. 
주위에 온통 감기 바이러스 투성이라 사무실에 앉아있으면 눈두덩이에 열이 오르고 코가 찡찡하다. 어제 감기 걸릴 것 같다고 투정을 부렸더니 밤새 뒤척이는 내 이마를 계속 체크해준다. 
항상 고맙지만 요즘은 그 마음씀이 더 고마운 우리 신랑.

2013년 10월 22일 화요일

지젤


국립극장에서 국립무용단의 춤,춘향과 국립발레단의 지젤을 교차상영하고 있다. 참고로 지젤은 오늘이 마지막 공연. 오늘 남자캐스팅의 부상으로 김기완이 올라가는데 또 보고싶기는 하지만 참아야지. ㅜㅜ
내가 사랑하는 커플 이은원, 김기완은 지난 금요일 공연이어서 평일이지만 무리해서 출동.

아 정말 얼마나 감동적인지.
김기완의 점프는 볼 때마다 감동이다. 점프할 때 높이 자체도 우월한 것 같은데 키가 크고 비율이 좋아서인지 무대를 압도한다. 회전할 때 땀방울이 흩날리는데 우와, 어찌나 멋지던지 깜짝 놀랐다. 점프 동작 후 윌리들 사이에 쓰러져서 거칠게 숨을 내몰아쉴때는 또 어찌나 안쓰러운지 완전 몰입해서 보았다.
아름다운 이은원은 수줍고 사랑스러운 지젤 역할엔 정말 딱이다. 그녀 자체가 그냥 지젤인 것 같다. 그런데 미친 지젤은 박슬기가 좀 더 인상적이었던듯 해서 이은원이 연기하는데 박슬기가 계속 떠오르긴 했지만 나폴나폴 춤추며 보는 이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데는 이은원이 최고.
마지막 장면에선 눈물이 날뻔했다. 헤어지는 장면이 얼마나 절절한지, 마지막 알브레히트의 표정은 또 얼마나 슬픈지. 춤도, 연기도 나날이 발전해가고 있는 두 사람. 정말 좋다.

이번 공연은 국립극장 남산 이전 40년 기념 공연이었는데 예전에 뮤지컬 한 번 보고 오랜만에 왔더니 참으로 별로였다. 우선 식당이 최악. 평소에 손님이 많지 않아 주방에서 공연이 있는 날 손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편의점에서 파는 2천원짜리 수준의 샌드위치를 5천원에 팔지를 않나. 서버는 최악의 표정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공연장도 경사가 거의 없어서 앞사람 머리가 매우 거슬렸다. 쌍안경으로 보다보면 바로 앞의 머리 때문에 시커멓고 커다란 것이 계속 휙휙 지나가니 어찌나 불편하던지. 
식당에 자리가 없어서 최태지단장 옆자리에 앉아서 먹었는데 지난 주 롤랑프티 공연 무대가 참 멋졌다고 말해주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공연보고 나오는데도 마주쳤는데 인사할뻔. 

리골레토


올해는 베르디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오페라 공연이 많다.
아주버님이 좋은 자리 구해주셔서 다녀왔는데 너무 자버리는 바람에 봤다고 해야할지, 못봤다고 해야할지..ㅜㅜ
그래도 긍정이가 잘 들었겠지~위안 삼으며 기록만 남긴다.
2013.10.15. 예술의 전당

2013년 10월 17일 목요일

추억팔이


싸이월드가 추억팔이에 나섰다. 예전에 싸이질 열심히 했던 사람들은 그 사진과 추억이 아까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나도 그 중에 하나라 블로그를 시작하며 엄청 고민했었지.

싸이월드는 내가 과거 오늘 날짜에 등록한 사진이며 게시물들을 보여주는데 그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늘은 3년 전 예술의 전당에서 찍은 사진 4장이 올라왔는데, 감나무가 주렁주렁, 단풍이 들기 시작한 파란 가을날, 김정원의 공연과 사라문의 전시. 아, 그때 그랬었지.

사진을 보니 폴라티를 입고 있는 것이, 3년 전 이맘때도 날씨가 쌀쌀한 편이었나보다. 그리고 사진이 축소된 사이즈라 그런지 나 왤케 풋풋해보이는지 원. 오늘이 지나면 어제의 나는 또 그만큼 풋풋하게 느껴질테지. 힘들다고 기운빠져 있지 말고 오늘은 남아있는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니 마음만이라도 즐겁게 가져보자는 영혼 없는 다짐.

2013년 10월 16일 수요일

반얀트리 선데이 브런치


10월 초에 휴일이 두번이나 있어서 페이스북 타임라인엔 연차내고 여행 떠난 사람들의 사진으로 도배도배. 그러나 연차는 언감생심, 몇 주째 주 6일 근무 중인 터라, 앞으로도 한두달은 주 6일 인생인 터라, 쉬는 일요일 나에게 주는 보상으로 반얀트리에 브런치 먹으러 다녀왔다.
먹을거에 큰 욕심 없는 나로서는 특별히 엄청 맛있다는 생각은 안 들었지만 날씨 좋은 가을날, 좋은 뷰를 바라보며 기분 전환하기는 괜찮았다.
예전 호주 여행 다녀와서 너무나 좋았던 그때를 떠올리며 한 달에 한번쯤은 여행 온 기분내며 맛있는거 먹어보자고 했었는데 딱 한 번 비손에 가서 분위기 내고 끝. 생각해보면 특별한 곳에 가서 분위기 낼 필요 없이 밥 먹으면서 와인 한 잔, 맥주 한 잔만 마셔도(특히 낮에) 좋은데 뭐 힘들다고 그걸 못하다니. 여행 다녀온 직후에나 생각나서 할까 평소엔 참 일상에 찌들어있다 싶다.
감히 먹어볼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비싼 가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밥 한끼 가격으로 보면 절대 만만한 가격이 아닌데 우울한 와이프 기분 전환을 위해, 내가 하고 싶은건 언제나 흔쾌히 오케이 해주는 신랑한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2013년 10월 14일 월요일

롤랑 프티의 밤


20세기의 유명한 발레 안무가라는 롤랑 프티의 작품 중 '아를의 여인', '젊은이와 죽음', '카르멘', 세 작품을 엮어 공연하였다. 현대 발레이다보니 이제 겨우 익숙해진 발레 형식들은 하나도 나오지 않아 조금 서운하긴 했지만 현대 발레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내가 좋아라하는 이은원은 여전히 나풀나풀 이뻤고~ 좀 더 이쁜 의상에 우아한 동작들을 많이 볼 수 있었음 좋았겠지만 아쉬움은 지젤을 통해 달래겠소! 그리고 김용걸의 무대는 정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라 바야데르때는 눈여겨 보지 않았는데 역시나 내공이 남다른 듯. 이 와중에 나는 또 다른 캐스팅이었던 김기완이 김용걸을 보면서 얼마나 많이 배웠을까 생각하며 흐뭇해하고 있었으니 이 팬심을 어찌할꼬. 
공연이 전반적으로 뮤지컬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짧은 공연 시간에도 불구하고 화려하고 공들여 꾸며진 무대장치, 역동적인 움직임이 경쾌하게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참, 엄청난 사족이지만 롤랑 프티의 어머니는 플랫슈즈로 유명한 repetto의 창업자 Repetto라고. 발레와 매우 인연이 깊은 집안~

2013년 10월 12일 토요일

똑똑한 여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일 잘하는 여자가 무능한 남자들에게 번번이 밀려나는 이유란 제목부터 부제까지 꽤나 자극적인, 스스로를 알파맨이라 칭하는 남자가 쓴 책으로, 남자들이 직장에서 여자들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쓴 것이다. 주변에 알파맨으로 느껴지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지은이가 여자들을 대하는 태도, 무너뜨리기 위해 하는 행동들에 대해서는 크게 와닿지가 않았다. 그러나 내가 해당되지 않는다고 그의 이야기들에 발끈할 수 없는 것은 책에서 사례로 드는 건들을 충분히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유리 천장을 만든 것은 남자들이지만 그것을 방치해온 것은 여자들이란 말은 참 할 말 없게 만든다.
이 책은 직장 처세에 대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와 같은 느낌의 책이라고 마케팅되고 있어, 회사에서 정말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남자들의 행동과 속성에 대해 이해할 수 있으려나 기대했는데 특별히 그렇지도 않다. 다만 여자는 과정지향적이고 남자는 결과지향적이어서 여자들이 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남자들은 변명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회의에 늦은 상황에 대해서 여자들은 ‘설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구구절절, 조목조목 얘기하는데 이럴때 남자들이 듣고 싶은 것은 늦은 이유가 아니라, 다음에는 이러한 일이 없겠다는 차선책 제시, 그리고 무슨 일이 있을 경우 어떻게 하겠다는 다짐같은 말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나도 불필요한 말들을 길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주의를 해야겠다.
누군가의 리뷰에서 여자들도 읽어볼만하지만 자기가 알파맨인줄 착각하는 못난이 남자들도 읽어봐야 한다고 하던데 어느 정도 동감.

2013년 10월 11일 금요일

SBS 스페셜 산후조리 100일의 기적


매일 야근에 제대로 쉬지도 못해 책 읽으며 태교나 할까 싶어 책을 몇 권 빌렸는데 뇌태교동화라는 책은 도저히 읽을 수가 없어서 덮어버렸다. 미안해 긍정아.
이 책은 산후조리라는 것이 정말 필요한지, 산후통이라는 것이 정말 존재하는지에 대해 방송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산후통이려니, 어차피 고칠 수 없는 병이려니 하고 평생 고통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이를 낳고난 후에는 아이를 돌보느라 자신의 몸에 대해서는 제대로 살피지 못해 제때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산후통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 정밀검사를 해보니, 갑상선 이상이나 교감신경 이상 등 치료나 수술을 통해 나을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인간의 몸은 3개월이 지나면 정상으로 회복하기 때문에 이후에도 관절이 쑤시고, 피곤하고, 회복이 안된다면 꼭 병원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은 남편도 산후우울증을 앓는다는 것. 생각해보면 그럴것도 같은데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다. 아이를 맞이하는 것은 엄마만의 일이 아니니 당연히 아빠도 힘들고, 부담되기도 하고, 피곤할텐데 엄마만 안쓰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남편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아이에게만 쏟아지는 아내의 관심, 그리고 아내의 산후우울증 때문에 산후우울증을 앓게 될 수 있다고 한다. 이건 꼭 유념해두고 대화를 통해 잘 풀어나가야지 싶다.
서양의 산모들은 출산 후 바로 샤워하고 걸어나간다며 한국의 산모들이 마치 유난을 떠는듯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재미있는 것은 북미와 유럽지역을 제외하고는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 등지의 산모들 역시 우리와 비슷하게 산후조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40일에서 100일 정도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되도록이면 외출을 자제하며 조리하는 것이 참으로 비슷하다. 서양인과 동양인의 골반의 형태가 완전히 다르게 생기긴 했더라. 
아무것도 모른채 막연히 불안해하고 걱정하고 무서워하는 것 보다는 얕은 지식이라도 알게 되는게 생기니까 좀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내 몸은 내가 잘 챙겨야지.

2013년 10월 9일 수요일

Blue Elisha

작년 기록을 보면 센터원에서 하는 전시회도 틈틈이 가고,
회사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전시와 공연들에서 작은 즐거움을 느끼고,
다 가까운 곳이긴 하지만 제주, 부산, 마카오, 홍콩, 대만, 상해, 여행도 많이 갔고,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접하기도 했다.

올해는 여의도 개발실에 틀어박힌지 벌써 9개월째, 기약이 없다.
회사 주변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보고 싶지만 쉽지 않다. 
11월로 예정된 오픈 시점은 다시 연기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올해 나의 여행은 휴가도 못쓰고 끝나는건가. 급 우울해지기 시작.

매일 야근하고 휴일에 나와본들 
내가 더 많이, 내가 더 열심히 한다고 해서 프로젝트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니 
흥도 안나고 더 진빠진다. 
그래도 이번 주와 다음주에 걸친 발레 공연 볼 생각하며 기운내야지.

2013년 10월 7일 월요일

노을공원 캠핑장

신랑 친구들과 처음 가본 노을공원 캠핑장.여기 꽤나 괜찮은 곳이다.
다른 캠핑장에 가 본 적이 있는 건 아니지만, 여기저기 영상에서는 텐트가 빡빡하게 쳐져있는 모습을 많이 보았는데 이 곳은 밀도가 매우 낮다.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는데 일단 신청이 되면 텐트 칠 공간, 거기에 더하여 돗자리를 펼쳐놓을 공간, 식사할 공간, 바베큐할 공간, 그리고도 약간의 공간이 남는다.
나는 출근을 한 터라 이미 어둑해진 뒤에 도착해서 노을 지는 모습이나 노을공원의 환경을 다 만끽하지는 못했지만 날씨 좋은 날, 해가 긴 날 오면 참 좋을듯.
노을공원 캠핑장이 있는 까페에서는 한강 전망이 눈에 들어온다. 돌아오는 길에 한강 야경을 바라보며 한참 서있었는데, 이 좋은 조건을 가지고, 큰 강이 도시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이 훌륭한 조건을 가지고 이토록 보잘것 없는 스카이라인과 야경이라니 참 아쉽다.
잠깐 찾아보니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이 몇 개 더 있나보다. 난지캠핑장은 들어봤는데 다른 곳들도 쬐끔 궁금하기도 하고~ 

2013년 10월 2일 수요일

벌써 10월

2013년이 3개월 남았다.
오늘 날씨도 좋고, 휴일에 출근하다보니 한적한 여의도길이 참 좋다.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은행냄새, 슬슬 물들어가기 시작하는 은행잎.
먹고 싶은 건 없는데 가고싶은덴 많다.
당장 가고 싶은 곳은 학교, 서울숲, 가로수길.
프로젝트 끝나고 가고 싶은 곳은 방콕, 홍콩, 제주.
올 가을 프로젝트에 저당잡혀 야근에, 주말/휴일 근무에, 어디 가 볼 여유나 있으려나 모르겠다. 이렇게 나의 36살 가을이 저무는구나.

2013년 9월 23일 월요일

iOS 7

지난 연휴에 ios 7이 배포되어 내내 타임라인이 떠들썩했다. 안타깝게도 3일 전, 안드로이드폰으로 갈아타는 바람에 나의 아이폰5에는 ios 7을 얹어보지 못했다. 아이패드에만 업데이트해 보았는데, 아직 업데이트되지 않은 앱들이 많아서 다소 어색하긴 하지만 키보드 디자인과 잠금화면 디자인이 아주 마음에 든다.
예전에 베타버전 배포되었을 때 디자인만 보고 조나단 아이브 왜이래? 실망이야!를 연발했는데 ios 7은 단순히 디자인 측면 외에도 엄청난 기술적 변화가 있는 것이라고 한다. 전 세계에 고수들이 넘치고 훌륭한 리뷰들이 넘치는데 이런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좀 부끄럽긴 하지만 이번 업데이트의 숨은 의미를 알았을 때 애플에 대한 감동을 조금이나마 공유하고 싶어 어설프지만 리뷰를 쓰기로 한다.
애플의 모바일 기기 아이폰과 아이패드미니, 아이패드레티나는 현재 각각 다른 해상도를 갖고 있다. 아이폰미니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아이패드미니 레티나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디바이스의 크기에 따라 최적의 해상도를 결정하고 그에 맞추어 작업을 하고 테스트 하는 것은  꽤나 번거로운 일일 것이다. 이러한 것을 보완하기 위해 이번 ios 업데이트에 벡터그래픽이라는 기술이 도입되었다고 한다. 해상도가 맞지 않아 픽셀이 깨져보이는 현상은 모두가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벡터그래픽은 좌표를 가지고 점을 표현하기 때문에 어떤 해상도에서도 별도의 작업을 거칠 필요없이 깨끗한 이미지를 제공한다. 촌스럽다고 생각했던 디자인 이면에는 벡터그래픽이라는 기술이 반영되어 있었고, 이제 수많은 디바이스를 만들어 내더라도 엄청난 속도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 것이다. 멋지지 아니한가.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단연 지문인식 터치ID가 화제가 되었다. 지나치면서 본 리뷰들에 몇비트 프로세서 A7 이런 글들이 보이긴 했으나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니 당연히 눈에 띄지도 않았다. CPU가 64비트인 것을 가지고 혹자들은 과잉사양이라고 비웃어버린다고 한다. 그러나 64비트 CPU 탑재의 숨은 의미는 멀티미디어 처리의 강화를 의미한다고 한다. 카메라 속도가 매우 빨라졌고 다양한 기능이 탑재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렇게 연결되니 참 재미있다. 이제 자동차에도 아이패드가 기본 탑재된다고 하니 멀티미디어 처리속도는 기존의 태블릿과 스마트폰의 범주를 벗어나게 될 것이다. 애플이 도대체 앞으로 뭘 더 하고싶은 것일까? 우주에 발자국을 남기기 위해 살아온 스티브 잡스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ios 업데이트 아닐까 싶다고 하면 오버이려나?

2013년 9월 22일 일요일

고갱전


오랜만에 미술관 나들이.
오래전에 소셜커머스에서 할인된 티켓 사두고도 시간내기가 어려워 겨우겨우 추석 연휴에 다녀올 수 있었다. 아마 고갱의 3대 작품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크게 홍보가 된 것 같은데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작품 외의 두 작품은 잘 알지도 못하고, 봐도 무슨 의미인지, 왜 유명한지 잘 모르겠더라.

예전에 인상주의를 이야기하면서 피사로를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피사로는 인상주의를 보다 확장하고 더 많은 인물들을 키우려고 하였다. 그로 인해 내부에서는 너무나 다른 화풍의 화가들로 갈등이 있기도 했는데, 고갱도 피사로의 제자였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 전시관에는 고갱이 피사로와 함께 하던 시절의 그림들이 있었는데 역시 인상주의 그림이 가장 편하고 보기 좋다. 그렇게 화풍이 바뀔 수 있다니,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어낼 수 있다니, 역시 위대한 화가라는 감탄을 하게 된다.

타히티, 낙원을 그린 화가로 유명한 고갱이지만 나는 그 시절의 그림은 좋아하지 않는다. 색감이나 윤곽선 등이 인상주의를 좋아하는 사람이 좋다고 느끼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고갱이 없었다면 마티스나 피카소같은 화가가 탄생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20세기의 새로운 길을 열어준 고갱, 꽤나 많은 작품들이 와 있어 볼만하다. 아쉬운 점은 고갱의 흔적을 좇을 수 있도록 전시관의 순서를 구성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과, 군데군데 억지로 의미를 부여해 끼워넣은 현대작가들의 작품들을 좀 다르게 전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9.29 서울시립미술관

십자수 모빌


내 대신 태교중인 내동생
십자수로 흑백 모빌을 만들고 있는 중.
자매지만 나랑은 참 다른 동생들. 쌩유~

하우스푸어


지난 달 독서모임의 주제는 '아픔'
요즘 급등하는 전세값과 반대로 매매가는 하락하여 깡통 아파트가 되어 경매로 넘어가는 아파트들, 그로 인해 피해보는 세입자들. 현 시절에 잘 어울리는 주제인 것 같아 선택했는데 특별히 모르는 사실도 없고 뻔한 얘기들이지만 실사례는 읽을수록 우울하다. 
그나저나 내년에 이사해야 하는데 여전히 집 살 생각은 없고, 이제는 전세값 돌려받지 못할까 걱정된다니까.

2013년 9월 17일 화요일

뉴욕 크로넛





뉴욕에서 사는 친구가 알려준 지금 뉴욕의 핫한 도넛. 크로넛.

도미니크 안셸이라는 유명한 셰프가 독립하여 차린 베이커리에서 파는, 도넛과 크로와상을 믹스한 크로넛이 인기라고 한다. 오전 8시에 오픈하는데 5시부터 줄을 서기 시작하고, 하루 판매량이 정해져 있어 빠르면 20분만에 늦어도 9시에는 매진되어 문을 닫는다고. 이렇다보니 새벽부터 대신 줄서주는 아르바이트가 탄생하기도 했다고 한다. 친구네 회사에서도 먹어자며 회의 때 먹을 수 있도록 주문하려고 했는데, 글쎄 9월에 먹을 수 있도록 배달받으려면 7월에서 8월로 넘어가는 자정에 메일로 주문을 해야한다고 한다. 그마저도 1분만에 몇 백통의 메일이 쏟아져서 주문 실패. 친구도 아직 못 먹어봤다고.

도넛이 도넛이겠지 뭐 그렇게 난리일까 싶다가도 처음 크리스피 도넛이 상륙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그 맛이 궁금하기도 하다. 언제 먹어볼 날이 오겠나 싶은 생각이 들면, 언제 또 뉴욕에 와서 먹어보겠나 싶은 관광객들이 새벽부터 줄 서는 것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다들 난리니 짝퉁도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에도 현대백화점 지하에 크로넛을 판다고 하고, 던킨 도넛도 뉴욕 파이도넛? 이런 이름으로 판매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왜 미국에선 75센트 짜리가 우리나라에선 2천원이냐고. 흥. 아쉬운대로 던킨에서라도 먹어봐야겠다.

뉴욕의 반응이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로.
 http://www.nyculturebeat.com/index.php?document_srl=2888761&mid=FoodDrink

2013년 9월 16일 월요일

직장인 서바이벌 가이드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책은 사회 초년생인 후배들에게 한 번쯤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사실 초년생뿐 아니라 직장 생활 10년 이상 한 내게도 느끼는 바가 많은 책이다. 
많은 이야기들 중 '기능인을 넘어서 설계자로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기능인은 자신이 맡은 일들을 비교적 잘 처리한다. 하지만 의외로 기능인들이 지식의 깊이가 부족한데 자기가 수행하는 업무에 대해 '왜 그런 방법을 쓰는지? 왜 그렇게 일하는지? 진정한 개념과 원리가 무엇인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다른 길은 없는지?'에 대한 답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이야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하고 있는 일이 큰 맥락 안에서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는데 나는 여전히 기능인일뿐 아닌지, 내 분야에서는 잘난 체 하지만 근본을 탐구한 적도 없고 새로운 흐름을 업무에 잘 적용시킬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기도 하다.
칸 아카데미 책을 읽을 때에도 공부하는 방법에 대한 칸의 생각에 공감을 하면서 반성이 많이 됐었는데 신수정 박사의 경우도 비슷하다. 아무래도 내가 근본 원인을 탐구하며 학습하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뜨끔한게 많나보다.
아래는 기능인과 설계자에 대한 저자의 생각 요약.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기능인으로 출발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이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넘어선다는 것은 설계자가 되는 것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기능인의 수준에서 멈춰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동일한 업무를 20년을 반복해도 '왜?'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근본을 탐구하지 않으면 새로운 일을 설계할 수 없고, 최고가 되기 어렵다. 내가 생각해내지 못한다면 젊은 사람에게라도 배워야 한다. 원리와 근본에 대한 성찰을 가볍게 여기면 안된다.

2013년 9월 12일 목요일

관점을 디자인하라


저자 박용후는 카카오톡 전략커뮤니케이션 고문으로 이외에도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10여개 기업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그리고 자칭 대한민국의 유일한 관점 디자이너라고 말한다. 현재 이 사람 자체가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하고, 실제 하고 있는 일들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도 하고, 여기저기서 초청 강연을 받기도 하고, 그래서 책을 낸 핫한 사람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사람의 책에서 뭔가 깨우침이 있다거나 가슴이 뜨거워진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박용후씨의 책을 읽고난 직후 직장인 서바이벌이라는 정직한 제목의 책을 읽고 있는 중인데 이 책이 훨씬 더 진정성이 느껴지고 와닿는 것이 많다. 후배들에게 권한다면 후자를 택하겠다. 박용후 씨의 책은 세련된 제목과 화려한 이력으로 이목을 끌지만 자기 자랑을 가득 늘어놓은 뻔한 자기계발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박용후씨가 현재 성공한 사람이라고 불리울만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나는 이렇게 살았으니 너네도 관점만 바꾸면 성공할 수 있어. 모두 성공해라 성공해라 닥달하는 책이 싫다. 
그러면서도 이 책에서 가장 공감이 가는 부분은
 '이것을 이뤘을 때 나는 행복할거야 하고 데스티네이션을 정해놓으면 죽을 때까지 성공하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하게 된다. 그날그날 성공하고 행복하게 살자. (중략) 지금 행복하게 지내면 미래의 내가 과거를 돌아볼 때 나는 행복하게 살았던 사람이 된다. 매일 성공하고 매일 행복한 사람이 되어라. 그러면 당신의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 되고, 당신의 인생은 행복한 인생이 된다.'
이 부분인데 박용후씨의 성공과 행복에 대해 공감이 가지 않아 글로는 공감이 가지만 전체적으로는 와닿지 않는 책이었다.

2013년 9월 6일 금요일

나는 공짜로 공부한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뭐야? 왜 이리 두꺼워? 였다. 칸 아카데미의 바로 그 살만 칸이 직접 쓴 책이라 성공에 대한 자서전격인 가벼운 책일거라고 생각했다. 그의 교육에 대한 철학과 그간 연구해온 교육방법들이 너무나 진지하고 범위가 방대해서 조금 놀랐다. 어느날 갑자기 대박이 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가치관과 삶에 대한 방향이 바로 서야 성공에 대한 밑바탕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책 후반에 접어들면서 칸이 헤지펀드를 나와서 칸 아카데미 운영을 위해 고군분투 하는 이야기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지면서 눈물이 핑 돌 지경이다. 
현재의 교육이 문제라고 느끼면서도 그 기원은 몰랐다. 우리의 기본적 교실모델은 프러시아에서 만들어졌다. 애초에 공교육은 독립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모와 교사, 교회,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왕의 권위에 굴복하는 가치를 배워 충성스럽고 다루기 쉬운 시민들을 대량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도입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 방식이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100년 넘게 이어져 왔으니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프러시안들로부터 계승한 전통적인 교육모델에서 학생들은 동년배 집단끼리 함께 움직였다. 가장 빠른 학생과 느린 학생들 사이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므로, 그들 모두를 한 교실에 밀어넣으면 결국 빠른 학생들을 지겹게 만들거나 느린 학생들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교실에서 배운 내용을 궁극적으로 현실에 적용하는데에 실패하는 것이 우리의 망가진 교실모델의 핵심적 결점 중 하나이다. 벡터를 배웠으나 어디다 써야할지 모르는 나는 그것이 3D 게임을 만들 때도 쓰인다는 사실을 알고 뭘 배운건가 싶었다. 아무생각 없이 그저 개념만 아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는데 말이다. 
칸은 금융위기를 겪으며 CDS, 모기지 등 어려운 개념의 금융에 대해 자료를 만들었고, 칸 아카데미가 일반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위한 표준화된 학습주제만을 다루는 일 이상을 할 의무가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를 둘러싼 변화무쌍한 세상에 대해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배우도록 도울 필요가 있었다.세상이 더 복잡해짐에 따라 무엇이 왜 일어나는지를 일반인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마음의 평화는 말할 것도 없고 진정한 민주주의도 위기에 처할 것이다."라는 그의 생각에 깊이 공감한다.
모든 놀이와 학습을 어린 시절에만 몰아넣고, 모든 일은 중년에, 모든 후회를 늙은 나이에 몰아넣는 것은 완전히 틀렸으며 지독하게 독단적이다라는 마거릿 미드의 말을 인용해 두었는데 이렇게 어른들을 위한 칸 아카데미가 시작되었다.
한세상학교에 대한 그의 꿈. 이미 절반 이상은 이루어 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다시 뛰게 한, 빌게이츠마저도 감탄케 한 그의 업적을보며 나는 또 뜬금없이 영어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마구마구 하고 있다. ㅜㅜ

2013년 9월 5일 목요일

상황이란.

잠깐 이중잣대란 제목을 생각했는데 이중잣대까지는 아니고, 상황에 따라 이렇게 마음이 오락가락할 수 있는거구나 싶은 생각이 많은 요즈음이다.
지금까지 닥친 일이 아니었을 때까지는 출산휴가 3개월 외에 다른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니고, 임박한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어찌하면 좋을지 고민이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여건이 좋은 것은 친정 엄마가 아이를 봐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인데, 그렇더라도 지방에서 키워야 한다는 점이 문제이다. 엄마가 그렇게까지 하겠다고 하는건 내 경력이 끊어지는 것이 아까워서이겠지. 나도 그런 걱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 태어나서 1년간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하는 마음과, 이 회사가 내 인생에서 뭐 그리 중요한가 싶은 생각과, 내가 없으면 당장 팀 운영에 차질이 있을텐데 하는 쓸데 없는 생각이 교차된다.
아마도 이 고민을 막달까지 가져가겠지. 오늘 만난 언니는 그때되서 고민하라고, 그때 되서 내가 제일 편할 것 같은 방향으로 선택하라고, 맘 편히 가지라고 한다. 어서 엄마가 일하기 좋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3년 9월 3일 화요일

이케아, 불편을 팔다.


집에 이케아 소품이 약간 있긴 하지만 가구를 접한 적도 없고, 이케아란 그룹에 대해 큰 관심은 없었는데 우리나라에도 이케아가 들어온다고 하길래 골라본 책이지만 읽고나서는 오히려 실망했다. 이건 뭐 윤리 의식이라고는 없는 기업인듯.
이케아는 스웨덴 가구회사라고 알려져 있지만 본사는 네덜란드에 있다. 물론 창업은 스웨덴에서 했으나 이후 많은 돈을 벌어들이면서부터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네덜란드로 이전했다. 또한 잉바르 캄프라드 개인 재산의 세금납부 회피를 위하여 그 또한 이민을 택했다. 
뿐만 아니다. 사람들이 열광해 마지 않는 스칸디나비아식 가구 디자인의 대명사인 이케아는 남의 디자인을 법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카피하는 법을 안다. 목재를 사용하다보니 환경을 필연적으로 파괴하는 기업이지만 최근 환경연구소를 만들었을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도 않는다.
저렴한 이케아 가구는 동유럽의 노동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인데 이 또한 사상적인 측면에서 많은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물론 이케아의 가격대비 품질이나, 고객을 불편하게 함에도 열광시키는 브랜드 경쟁력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우리나라 가구업체 생각하면 이케아가 들어와주는게 고마울 지경이다. 하지만 이케아란 기업에 대해서는 비호감이 되어버렸다.
잉바르는 세계 몇 위의 엄청난 부를 가졌지만 여전히 구두쇠로 불리우고 있고 기부란 모르는 사람이다. 그는 젊은 시절 나치 추종자였으나 이 사실이 밝혀지고난 후에도 그에 대한 충분한 반성이 없는듯하다. 이쯤되면 우리 나라의 몇몇 인사들이 생각나지 않는가?
이 기업이 돈을 많이 번 것 말고는 크게 배울 것이 있나 모르겠다. 잉바르의 경영철학이라고 하는게 뭔지 나는 모르겠다.

2013년 9월 1일 일요일

긍정이

예전부터 나는 쌍둥이를 낳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이 근거없고 뜬금없는 느낌은 뭐지 -_-)
그래서 혹시나 쌍둥이를 갖게 되면 태명을 건강이로 하려고 했다. 건이, 강이, 건강이.
쌍둥인 아니라 뭘로 할까 하다가 생각한 게 긍정이. 긍정적인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 :)
하루는 신랑이랑 카톡을 하는데 처음으로 긍정이를 부른다는게 건강이를 부른 것이다. 내가 긍정이 서운해 한다고 했더니 제발 긍정이에게 인격을 부여하지 말라고 -_-
태어나고 몇 년이 지나도 인격이 생길까 말까인데 그러지 말라는 것이다.
냉정한 아빠 같으니. 이제부터 오빠를 냉정이라고 부를 테다! 라고 선언.
그러고 보니 나는 부정이인데? 이런 부모 밑에서 긍정적인 아이가 태어날 수 있을 것인가!
냉정하게 부정적인 애가 태어나면 어떡하지? 라고 오빠가 한마디 한다. 맙소사.

돈키호테

세르반테스의 원작을 읽은 적이 없어, 언젠가 TV에서 본 만화영화의 기억만 어렴풋이 남아있는 돈키호테. 발레는 더욱 생소했는데 알고 보니 몇 안되는 희극발레라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각국마다 나름의 버전으로 무대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이 작품은 돈키호테 2권 중의 일부 장면이고 그나마도 원작을 충실히 따르는건 아니다.
크게 기대하고 예매한 건 아니었고, 요즘 피곤에 찌든 상태라 졸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1막이 끝나고는 바로 우왕~ 정말 재밌고, 무용의 난이도도 꽤나 높은 것 같은데 이은원과 김기완이 너무나 훌륭히 잘 해내어 감동이었다. 다음날 공연도 예매해두어 또 한 번 볼 수 있다는 것이 어찌나 기대되던지.
금요일 저녁의 주연은 이은원과 김기완. 내가 사랑하는 커플.
나의 첫 지젤이었던 이은원과 남자발레가 멋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김기민의 형 김기완. 그동안은 김기민의 형 김기완이었는데 이날로 김기완의 팬이 되어버릴 것 같다. 3막의 그랑 파드되에서 멋진 점프와 회전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아니, 이은원의 32회전, 공중회전 리프트 등등 인상적인 장면이 너무 많아 꼽을 수가 없을 정도이다. 깜짝깜짝 놀란 것이 몇 번인지~   
4월의 라 바야데르, 보지는 못했지만 5월의 지젤, 이번 돈키호테까지 김기완과 이은원이 이제 짝꿍이 될건가보다. 너무나 이쁘고 멋진 커플!!
토요일 저녁의 주연은 김지영과 이동훈.
김지영이 국립발레단의 얼굴이나 다름없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잔뜩 기대. 나랑 나이도 같아서 이제 은퇴가 머지 않았을텐데, 그래서 더 늦기전에 봐야지 싶기도 했고. 워낙에 원숙미, 노련미, 대한민국 최고의 테크닉 이런 수식어가 많이 붙기도 해서 궁금하기도 했고.
결론만 얘기하자면 이은원과 김기완 커플이 훨씬 좋았다. 김지영은 무엇 때문에 원숙미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인데 이 때문에 깜짝 발랄한 키트리에는 어울리지 않았고, 이동훈은 김기완보다 역동적이고 힘은 좋은데 이 날 공연은 내내 뭔가 불안불안했다. 
그렇지만 이 공연을 또 본 것이 후회되지 않는 것은! 로비에서 어슬렁거리는 김기완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은 것!! 완전 계탔다. +_+
그리고 또 봐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재미있는 공연이었다. 서로 다른 캐스팅을 보니 느낌이 새롭고 소소한 부분 다른 연출도 있어서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다.

어쨌든 앞으로 태교는 이은원과 김기완이다! (별로 잘 나온 사진은 아니지만) 완소커플!!

2013년 8월 29일 목요일

분석의 힘


지금 프로젝트가 끝나면 팀의 업무 중에 BI 영역이 포함되게 된다. 그 때문에 팀장이 읽어보라고 한 책. 삼일회계법인에서 BI 프로젝트를 많이 한 컨설턴트가 쓴 책이다.
경험 많은 컨설턴트가 맘 먹고 하는 말이니 구구절절이 맞는 말이고 당연한 말들이다. 당연한 것들이지만 전혀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BI란 것을 조직에 어떻게 정착시키고 문화를 만들어낼지가 문제이고 고민이다.

빅데이터 이슈와 맞물려 사내 정보분석 조직을 만들고 어떻게 visioning을 할지 고민이라면 참고해볼 만하다.

빅데이터가 만드는 세상


빅데이터가 몇 년 전부터 이슈가 되면서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출판되었다. 너무 원론적이거나, 식상한 타사 사례만 잔뜩 늘어놓거나, SNS에서 파생된 데이터가 빅데이터의 전부인양 이야기하거나, 지나치게 흥미 위주이거나 한 책들 사이에서 이 책이 가장 와닿는게 많았다. 통계학을 전공한 사람이 어쩔 수 없이 가질 수 밖에 없는 고정관념과 편견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끔 한다.
가장 감명깊은 한 구절을 소개하자면 '많은 데이터를 가진 간단한 모델이 적은 데이터를 가진 정교한 모델보다 뛰어나다'라는 것이다. 이전에는 샘플링을 잘 하는 것, 정교한 모델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했는데 이제는 샘플링을 할 필요조차 없는 환경이 됐다는 것. 따라서 전체 데이터를 사용하여 심플한 모델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지난 10년동안 한 번도 생각해본 적도 없는 개념이다. 그리고 이제는 인과성보다 상관성이 주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급변하는 이 사회에 일상적인 용도에서는 이유가 아니라 결론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첫 직장에서 두 명의 상사가 논쟁을 한 적이 있었다. 한 분은 모델은 무조건 Lift(모델 향상도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가 중요하다는 것. 0.01 차이라 하더라도 lift가 높으면 그 모델을 써야 하고 얼마나 복잡한 모델을 쓰던지 상관없다는 것. 다른 한 분은 lift 차이가 크지 않다면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을 쓰는게 낫다는 것. 당시에는 뭐가 맞는지도 모르고 같은 학교에서 같은 학문을 배워도 저렇게 다르구나 싶을 뿐이었는데 빅데이터 시대가 되면 이런 논쟁도 의미가 없어지겠구나.

나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도 재미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결국은 데이터를 가치있게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   

2013년 8월 28일 수요일

AHAF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


수지형 덕분에 호텔에서 하는 아트페어에 가보는 호사를. VIP 티켓 소지하고 있는 사람들만 입장 가능해서 한산한 편이고 라운지에서는 커피, 와인 등을 무제한 공급해줘서 된장삘이 충만해지는 경험이었다.
기존의 갤러리를 벗어나, 컨벤션에서 부스 형식으로 하는 방식을 벗어나, 호텔 객실 하나당 한 갤러리가 들어가 작품들을 전시해놓는 형식이었다. 욕실에도 걸어두고, , , 침대, 가구 등등을 활용하여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신선한 방식이긴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좁다는 것이고, 큰 작품들을 입구 복도에 전시해놓은 경우 감상하기도 어렵고, 매일 보는 여의도 풍경이라 그런가 콘래드 호텔의 뷰도 썩 마음에 들진 않았다.

그렇지만 작품들은 기대 이상으로 볼만한 것들이 많았다. 좀 규모있는 갤러리는 스위트룸을 빌려 전시했는데 그 중 오페라 갤러리는 데미안 허스트, 살바도르 달리, 줄리안 오피 작품들이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했고 떠오르는 중국 작가들 작품도 많이 볼 수 있었다. 한국 작가들 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작품들이 있었는데 어찌나 취향이 저렴한지 40만원, 50만원이면 살 수 있었지만 사겠다는 결정은 하지 못했다. 미술품 사모으는게 취미인거 같은 고상한 사모님들 구경도 많이 했고 바로 옆에서 2천만원이 넘는 작품 매매하는 광경도 보는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렇지만 미술품은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봐야 제 맛.

2013년 8월 21일 수요일

속초 여행

프로젝트 중 휴가란 언감생심이지만 샌드위치 연휴에 개발자들까지 단체로 쉬기로 해서 초성수기에 얻은 소중한 휴가. 회사 콘도에 당첨되어 설악 한화콘도에 다녀왔다. 가기 전까진 설악산 바로 옆에 속초가 있는지도 몰랐던 국내 지리 무지랭이 1
아침 7시에 출발했는데 연휴의 시작이라 가평휴게소까지 3시간이나 걸렸다. 좁은 고속도로에 밀려드는 차들로 꽉 막힌 고속도로를 보니 고속도로가 매주 이 모양인데, 매주 사람들의 시간이 낭비되고 있는데 4대강 사업이 웬말이냐는 말이 절로 나온다.
5시간만에 도착한 속초에서 첫 식사는 김정옥 할머니 순두부. 순두부가 순두부지 싶지만 다음 날 나름 맛집인 대청마루에서 먹은 순두부랑 비교하니 이 집이 낫다 싶다. 체크인 시간까지 속초시립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지은지 얼마 안되어서 실내는 냄새가 너무 심하고 실외는 너무 더워 바로 콘도로 와서 휴식. 저녁은 속초 시내의 황가네 찜에서 생선찜을 먹었는데 저렴한 가격에 4가지나 되는 생선이 나오는 푸짐한 식사로 대만족. 그리고 유명하다는 속초 중앙시장을 갔는데 마주치는 5명 중에 한 명은 만석 닭강정을 들고 있는듯하다. 만석 닭강정 외에도 엄청 많은 닭강정 집이 있었는데 쌓여 있는 닭강정 물량들이 어마어마한데 제 때 소진되고 재고관리 잘 되고 있는건지 의심스럽다. 씨앗 호떡이랑 뻥튀기 아이스크림에 줄 서서 먹던데 저녁을 너무 배불리 먹어서인지 더이상 먹을거에 욕심은 안나서 아이스크림만 먹고 돌아왔다.

다음 날, 수학여행 이후 처음으로 설악산에 가보았다. 물론 등산을 한 건 아니고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 그냥 내려오기는 아쉬워 75m 아래에 있는 작은 암자까지 갔다가 800년된 무학송을 보고 왔는데 올라오는 길에 힘들어 죽는줄 알았다. 한 세 번은 쉰 듯. 이 저질 체력을 어찌할꼬. 그래도 아침 일찍 서둘러 움직였던 덕분에 대기 시간도 거의 없고 돌아오는 길에 2km 이상 늘어선 차량 행렬을 보니 뿌듯하기도. 콘도로 돌아오는 길에 족욕공원에서 발 담그고 놀고, 들어와서는 늘어져 자고, 침대에서 눈을 뜨면 파란 하늘이 보이고, 놀고 먹고 자는 휴가이다. 저녁은 교동짬뽕에서. 지난 번 강릉에서 먹었던 교동짬뽕이 생각나 강릉에 갈까 했는데 짬뽕 하나 먹으러 왕복 세 시간은 아닌듯하여 찾아보니 속초에 분점이 생겼다. 대략 비슷한 맛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인근 시내를 구경다니는데 정말 오랜만에 보는 가게. 바로 현상소! 예전엔 놀러갔다오면 필름 맡기고 언제 현상되나 손꼽아 기다리고 했었는데 이제 세월이 좀 더 흐르면 아이들은 현상소라는 것을 모를테지?
마지막 날, 느지막히 일어나서 체크아웃하고 돌아오는 길. 계속 고춧가루 들어간 음식만 먹어서인지 어쩐지 햄버거가 땡긴다. 나중에 보니 이서진도 꽃할배에서 유럽여행 마지막에 햄버거 먹방을 선보였다고 하던데~ 그래서 이동 중에 검색을 해보니 홍천에 몽고버거가 유명하단다. 이름도 웃기지 몽고버거가 뭐람. 그래서 찾아가 보았는데 가게가 잘 보이지도 않고 완전 옛날식 인테리어에 옛날식 수제버거인 것이다. 떡볶이 노점상에서 팔던 것 같은 햄버거? 물론 그보다는 고퀄리티긴 했지만 이렇게 장사하는 곳이 있다니 정말 신기했다. 내부에 손님은 우리 뿐이었는데 배달이 많은지 계속해서 포장을 하고 계셨다. 이 햄버거도 교동짬뽕처럼 나중에 생각날까?

이렇게 2 3일 속초 여행 마무리. 순 먹은 얘기밖에 없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