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엮은 책. EBS가 좋은 컨텐츠를 참 많이 제공해주는 것 같다. 이 프로그램의 시작은 모든 엄마들은 모성을 갖고 있는가? 라는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누구나 갖고 있는 로망이자 두려움, 좋은 엄마. 나도 내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어려서부터 편애가 심하고 좋은 사람만 좋고, 싫은 사람은 한없이 싫은데 내 아이가 하는 짓이 싫으면 어떡하나, 애가 멍청하다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나, 남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내 아이에게는 다르다는 것이 내게도 적용될 것인가 하는 걱정이 있다. 내가 아이가 맘에 안들면 냉정하게 대할까봐 두려움이 있다. 그런 두려움을 모두가 갖고 있었나보다. 이 책을 통해 위안삼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
우리 몸의 신비는 어디까지인지, 아이를 가지면 아이를 잘 돌볼 수 있는 신경들이 발달할 수 있도록 뇌가 작동한다고 한다. 뇌를 촬영해보면 임신 6개월부터 출산 후 6개월까지 뇌의 특정 부분이 커지는데, 복잡성, 유연성과 관련된 영역이 커지고 사고, 판단, 인지와 관계된 영역이 작아진다고 한다. 복잡성과 유연성에 관련된 영역이 커진다는 것은 신생아를 돌보는 능력이 더 잘 발휘되도록 뇌가 일시적으로 변하는 것이라는데, 그렇다면 모성도 뇌의 작동으로 자연스레 생기는 것인가?
그런데 그 모성이라는 것이, 한국 엄마들의 모성이라는 것이 다소 왜곡되어 있다. 한국 엄마들은 건강하고 바른 아이로 잘 키우는 것 뿐만 아니라 아이의 성공까지 엄마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로 인해 아이에게 참견하고, 간섭하고, 내가 원하는대로 되지 않으며 다그치고. 그것이 모성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실험을 통해보면 외국의 엄마들은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반면, 한국의 엄마들은 반칙을 써서라도 정답을 맞출 수 있도록 도와준다. 외국의 엄마들은 타인과의 비교보다는 절대적인 성공에 반응하지만 한국의 엄마들은 남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 더 성공했는지에 반응한다. 모성이라는 것도 사회적 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겠지만 엄마가 모든 것을 다 해내길 바라는 한국 사회에서 형성된 모성이라는 것, 좀 무섭기까지하다.
모성이란 이름으로 엄마에게 너무나 많은 짐이 지워지고 있는 것 같다. 엄마이기 이전에 한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하는데, 아이에게 모든 것이 집중되다보니 자존감도 낮아지고 엄마가 행복하지 않으니 아이에게도 그 감정이 전달될테지. 많은 엄마들이 어릴 적 엄마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해 상처를 받았고, 아이에게 잘못할때마다 엄마가 나에게 잘못된 모성을 유전시켜 그런 것이 아닌지 자책하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새삼 엄마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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