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6일 금요일

나는 공짜로 공부한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뭐야? 왜 이리 두꺼워? 였다. 칸 아카데미의 바로 그 살만 칸이 직접 쓴 책이라 성공에 대한 자서전격인 가벼운 책일거라고 생각했다. 그의 교육에 대한 철학과 그간 연구해온 교육방법들이 너무나 진지하고 범위가 방대해서 조금 놀랐다. 어느날 갑자기 대박이 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가치관과 삶에 대한 방향이 바로 서야 성공에 대한 밑바탕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책 후반에 접어들면서 칸이 헤지펀드를 나와서 칸 아카데미 운영을 위해 고군분투 하는 이야기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지면서 눈물이 핑 돌 지경이다. 
현재의 교육이 문제라고 느끼면서도 그 기원은 몰랐다. 우리의 기본적 교실모델은 프러시아에서 만들어졌다. 애초에 공교육은 독립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모와 교사, 교회,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왕의 권위에 굴복하는 가치를 배워 충성스럽고 다루기 쉬운 시민들을 대량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도입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 방식이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100년 넘게 이어져 왔으니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프러시안들로부터 계승한 전통적인 교육모델에서 학생들은 동년배 집단끼리 함께 움직였다. 가장 빠른 학생과 느린 학생들 사이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므로, 그들 모두를 한 교실에 밀어넣으면 결국 빠른 학생들을 지겹게 만들거나 느린 학생들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교실에서 배운 내용을 궁극적으로 현실에 적용하는데에 실패하는 것이 우리의 망가진 교실모델의 핵심적 결점 중 하나이다. 벡터를 배웠으나 어디다 써야할지 모르는 나는 그것이 3D 게임을 만들 때도 쓰인다는 사실을 알고 뭘 배운건가 싶었다. 아무생각 없이 그저 개념만 아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는데 말이다. 
칸은 금융위기를 겪으며 CDS, 모기지 등 어려운 개념의 금융에 대해 자료를 만들었고, 칸 아카데미가 일반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위한 표준화된 학습주제만을 다루는 일 이상을 할 의무가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를 둘러싼 변화무쌍한 세상에 대해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배우도록 도울 필요가 있었다.세상이 더 복잡해짐에 따라 무엇이 왜 일어나는지를 일반인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마음의 평화는 말할 것도 없고 진정한 민주주의도 위기에 처할 것이다."라는 그의 생각에 깊이 공감한다.
모든 놀이와 학습을 어린 시절에만 몰아넣고, 모든 일은 중년에, 모든 후회를 늙은 나이에 몰아넣는 것은 완전히 틀렸으며 지독하게 독단적이다라는 마거릿 미드의 말을 인용해 두었는데 이렇게 어른들을 위한 칸 아카데미가 시작되었다.
한세상학교에 대한 그의 꿈. 이미 절반 이상은 이루어 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다시 뛰게 한, 빌게이츠마저도 감탄케 한 그의 업적을보며 나는 또 뜬금없이 영어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마구마구 하고 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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