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만났을 때, 림림이가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에는 교회에서 행사가 많을거라고 했는데, 과연 그러했다. 유아부에서는 반별로 성탄 발표회를 했는데, 연습을 시켜도 안될 것을 알았는지 영우네 반은 노래나 율동은 시키지 않고 음악에 맞춰 마라카스만 흔들었다. 괜찮은 전략이었던 것 같다.
오후에는 헨델의 메시아 공연이 있었다. 예전에 한 번 볼까 하다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싶어 포기했던 기억이 있는데 교회 공연이니 부담없이 보러갔다. 영우가 잘 협조해줄까 염려가 되었는데, 드레스 입고 입장하는 솔리스트들을 보고 공주님은 언제 나오는거냐며 기다리다가 잠이 들어준 덕분에 무사히 공연 전체를 감상할 수 있었다.
전곡은 아니었지만 성가대의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꽤나 괜찮은 수준이고, 솔리스트들도 나쁘지 않았다. 2부 예배 때 가끔 특송하시는 분들이 솔리스트로 나오니 괜히 반갑던지. 할렐루야 때 모두 기립을 하였는데 교회 공연에서도 이렇게 오글거리는데 실제 공연장에서 기립할라치면 얼마나 오글거릴까 싶다. 오히려 괜찮으려나.
영우는 한 시간 푹 자고 일어나서는 다시 공주님을 기다리며 잘 참아주었다. 두 공주님의 노래를 듣고 나서야 지겨워졌는지 집에 가고싶다고 해서 마지막 합창곡 할 때 예배당을 나왔다. 집에 갈 줄 알았더니 예슬이를 봐야한다며, 예슬이 보러가자고 해서 다시 들어갔다가 정말로 예슬이를 만나버렸다. 둘이 끌어안고 손잡고 폴짝거리며 좋아하다가 헤어진 후에 교회에서 제공하는 떡국까지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교회에서 저녁까지 먹는 삶을 살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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