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14일 금요일

1231일 서현 나들이

그간 교회에서 추가로 이용하는 공간은 놀이터밖에 없었는데 비가 올 때면 예배 끝나고 바로 집에 돌아왔었다. 이제 보니 친구네 가족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은 아이가 예배 후 주산을 배운다거나 하는 과외 활동이 있기도 하고, 오후에 특별 강연이 있기도 하고, 본인이 모임을 하기도 해서 교회에 굉장히 오랜시간 머문다. 의도했던건 아니지만 영우가 교회 곳곳을 돌아다니며 장애우들의 예배에 참석하기도 하고, 지하에도 내려갔다오고 하는 바람에 예슬이네를 만나서 한참을 놀았다. 그리하여 신랑도 오라고 해서 교회 식당에서 점심도 먹었다. 교회에서 점심을 해결하는건 나쁘지 않은 듯.
영우 낮잠 자고 일어나서 서현에 가자고 이야기했는데 갑자기 비가 많이 쏟아져서 못가겠네 했더니 '차 타고 가면 되잖아' 와이퍼 움직이는 흉내를 내면서 '이렇게 이렇게 하면서 가면 되잖아' 해서 빵 터졌다. 잠시 후 비가 잦아들길래 신랑이 지하철을 타고 가자고 한다. 내가 발 다 젖을텐데 어떻게 지하철 타고 가냐고 하니까 영우가 '장화 신으면 되잖아' 하면서 지하철을 타고 가자고 한다. 그리하여 지하철 타고 서현 나들이.
사실 나들이의 큰 목적 중 하나는 삼겹살이 먹고 싶어서 하남돼지에 가는 것이었다. 백화점 지하에서 영우 먹을 주먹밥을 하나 사고 우리는 삼겹살과 소주를 두 병이나 시켜서 폭풍흡입을 하였다. 옆 자리에 조금 불편을 주기는 했지만 이만하면 됐지, 충분히 성공적인 삼겹살 외식이었다. 삼겹살을 집에서 구워먹을 생각을 애초에 하지 않으니, 가끔씩 삼겹살에 소주가 생각나는데 소원 풀었다.
다음 코스는 아티제의 망고빙수. 기록을 했었는지 잘 모르겠는데, 예전에 어린이집 저녁 식단으로 아이스망고가 나온 적이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어떤 엄마가 아이에게 오늘 저녁은 뭐 먹었어 물었더니 아이가 차갑고 맛있는거 라고 대답해서, 옆에서 듣고 있던 영우가 '망고야'라고 큰 소리로 알려줬다. 요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망고를 알고 말이야, 참 풍족한 시대기는 하다. 여하튼 망고빙수를 먹으러 갔는데 맛있어 맛있어를 연발하여 열심히 열심히 먹는다. 신랑도 아들도 맛있게 먹으니, 먹는 모습만 봐도 뿌듯한 엄마의 마음.
다음 코스는 영풍문고로 영우가 며칠 전부터 노래를 부르던 스티커북을 사러 갔다. 수지형이 사주었던 스티커북은 스티커가 정말 많아서 한참 갖고 놀았는데 비슷한 걸 찾지 못해서 학구적인 블루래빗 스티커북을 샀더니 두 권이나 샀는데도 일주일도 안되서 다 붙여버렸다. 어린이 코너로 갔더니 아이스크림트럭을 포함하여 여러가지 보드게임류가 전시되어 있다. 체험도 해볼 수 있어서 영우도 이것저것 만져보았는데, 장난감이 너무 많아서 보는 것마다 빼오는 바람에 제자리에 두느라 혼났다. 그래도 사달라고 떼쓰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그리고 마지막 코스는 다이소. 영우 스케치북도 사고, 어린이집에서 그려오는 그림들 넣어줄 파일도 사려고 갔는데 영우는 또 흥분했다.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는 것들이 있을까' 하면서 모든 섹션에 다 들어가서 하나하나 만져보고 다닌다. 만져볼게 많은 것은 좋은데 깨지는 물건들도 많아서 곤란하다. 다이소에 영우랑 와본게 세 번째쯤 되는거 같은데 구조를 기억하나보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오늘은 왜 강아지가 없냐고 물어본다. 지난번에 왔을 때 강아지가 입구쪽에 묶여 있었던 것이 생각났나보다. 휴~ 이렇게 서현 나들이는 성공적으로 마무리. 서현 살때는 참 촌스러운 동네라고 생각했는데 더 시골인 이매로 가니까 서현은 참으로 번화하고 놀게 많은 곳이구나 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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