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포크레인 갖고 역할놀이를 하는데 막 대사를 한다. '내가 불을 꺼줄게, 어 알았어, 기다려' 뭐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을 하면서 구조대 혹은 공사장 놀이를 한다. 둘이 앉아서 대화를 주고받은 적은 많았지만 장시간 혼자 앉아서 역할놀이를 하는 것을 보니 언제 이만큼 컸나싶다.
책을 읽는데 쪼꼼 나라의 게으른 공주가 주인공이다. 그림을 유심히 보더니 공주가 안 이쁘다며 왜냐고 물어본다. 아닌게 아니라 작화가 모든 인물들의 얼굴형을 타원형으로, 정말 안 이쁘게 그려놓기는 했다. 그런데 어디서 공주는 이쁘다는 것을 배웠을까. 원흉은 나인가.
자꾸 잔머리를 굴린다. 보통 외출할 때는 새 옷으로 갈아입히는데 동네 나가는거라 입고있던 옷 그대로 나가려고 했더니 싫었나보다. 갑자기 세수를 하겠다며 욕실로 들어가더니 옷을 다 적셔놓고 나왔다. 그리고는 실수란다. 옷을 갈아입고 나가야겠다고 한다.
저녁에는 중앙공원에서 하는 파크콘서트를 보러갔다. 이번 순서는 오페라 마술피리인데, 야외공연이라 무대가 화려하지는 않겠지만 영우가 볼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하고갔다. 비가 오락가락해서 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시작 시간을 30분 잘못 알고 도착한 덕분에 비 안 맞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영우가 얼마나 잘 볼 수 있을까 싶어서 여차하면 바로 퇴장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한 시간이나 보았다. 한 시간을 버틴 것은 온전히 새우깡 한 봉지 덕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 무대를 보면서 노래 잘한다 이야기도 하면서 한 시간을 있다왔다. 나름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밤의 여왕의 아리아까지는 보고 나와서, 지금도 밤의 여왕 아리아를 흉내내보기도 하고 밤의 여왕 멋지지 않았냐는 이야기를 한다. 옆자리의 7살 형아랑 이야기도 하고 과자도 나눠먹었는데 우리가 간다고 하니까 그 형아는 배웅까지 나왔다. 영우가 6살인 줄 알았다며 잘 가라고 하는데, 그 소리에 기분이 좋았는지 영우는 지금도 가끔 자기 6살 같냐고 물어본다. 이만하면 첫 오페라 감상은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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