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싸이에 들어가면 과거의 오늘 기록된 것들을 보여주는데, 2007년 7월 1일의 기록은 이러하다.
"PB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은 내가 아는 지식을 전달하고 상담해 주는 것..
더더더 많은 지식을 쌓고 끊임없이 공부해서 매일매일 발전하는 내가 되기를.."
PB라니..10년이 지난 지금은 참 멀리 와버린 것 같다. 그 시절의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 것인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래저래 불평이 많기도 했고, 꿈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고,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았던 것 같지만 지금의 모습이 내가 바랬던 모습은 아니다.
수지형이 나의 커리어를 읊으며 통신, 카드, 금융, 게임, 뭔가 해도 할 수 있을거라고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산업을 이리저리 바꿔버린 바람에 내실을 다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업무에 좀 자신이 없기도 하고, 지금 업무가 나중에 리더급으로 옮길 때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이 있기도 하지만 직장 생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자신감이 없는 상태이다.
결국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아직도 잘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흘러가는대로 나를 내버려두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웹툰 '나빌레라'에서 나이 70이 되어서 하고싶은 것을 시작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보며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지. (뭐 꼭 그때문은 아니고 이 웹툰은 눈물이 날만한 요소가 많이 있긴하다. 할아버지가 시작하는 것은 발레인데, 소재도 소재지만 자문을 해준 이원국 발레리노는 내가 애정하는 김기완, 김기민 형제의 스승이라 더욱 애정을 갖고 보게된다.)
10년 전 기록에서의 마지막 문장은 참으로 부끄럽다. 하고싶은 것을 찾기 위한 노력은 게을리 하지 말아야 했을텐데, 특정 분야가 아니더라도 지식을 쌓는 일은 계속했어야 했을텐데,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이러다가 발전 없는 꼰대가 되어버리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좋아했던 경제학자가 있었는데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긴건지 완전 꼰대가 되어버렸다. 철저한 시장주의자인 그는 모든 것을 시장은 효율적이다라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하는데, 예전에는 신선한 시각도 있었다만 지금은 너무 과하다. 모든 것을 데이터와 효율이라는 프레임에 짜맞추려고 하는데 그 과함에 대해서 스스로는 잘 모르고 있을뿐만 아니라(알고 있는데 책 쓰려고 그러는걸까), 본인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나 대단해서, 자기 생각이 다 옳아서, 남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 여러 모로 좋아했던 사람인데 꼰대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정말 짧더라. 공부하지 않고 발전 없는 삶을 살다 꼰대가 되는 삶은 싫은데 말이지. 지식인도 꼰대가 되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것을 깨달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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