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28일 일요일

도쿄 미술관 투어

겨울에 다녀온 여행을 여름의 끝자락에서야 겨우 포스팅한다. 엄청 거창한 여행기도 아닌데 얼마나 마음의 여유가 없는지. 미술사 수업 멤버들 14명과 함께 다녀온 도쿄 2박 3일 미술관 투어.
우리는 8곳의 미술관을 방문하였고, 보티첼리라는 이름만으로, 라파엘전파라는 주제만으로 전시회를 열 수 있음에 감동하였고, 정말 다양한 화가에 대한 많은 종류의 책이 출판되어 있음에 놀랐다. 유아부터 노년층까지 미술관을 찾을 수 있는 나라, 일본이 왜 강국인지, 문화적 수준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주요 미술관에는 작품명과 화가명이 프린트된 종이와 작은 연필을 배포하고 있어 매칭을 해가며, 인상적인 작품은 체크를 해가며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첫째 날
1. Bunkamura 미술관 : Pre-Raphaelite and Romantic Painting from National Museums Liverpool
라파엘전파의 그림을 한 곳에 놓고 보니 이리도 아름다울 수 없다. 라파엘 전파의 세밀한 묘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첫번째 미술관에서 뜻밖의 수확. 예전부터 알마 타데마(Lqwrence Alma-Tadema)의 작품은 좋아했었는데 윌리엄 워터하우스(John William Waterhouse), Charles Edward Perugini, George Frederic Watts의 작품들이 인상깊었다. 
2.신국립미술관 : The Best Selection of the Ohara Museum of Art
오하라 미술관의 작품들이 신국립미술관에서 전시중이었다. 일본 작가들의 작품이 꽤 많았는데 기모노를 주제로 한 작품들은 특색 있고 꽤 괜찮다 싶은 느낌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국가의 작품들로 구색을 잘 갖춰놓았는데, 이렇게 많은 이란의 작품을 본 것은 처음이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On Kawara의 작품. 그는 누구인가. 지난 뉴욕 여행에서 구겐하임 미술관을 방문한 나에게 분노를 준 일본의 현대미술 작가 아닌가. 그런데, 이 곳에서 만난 작품은 정상적인 페인팅 작품인 것이다. 그래서 더욱 화가 났다. 지금은 어떤 그림이었는지 잊혀졌지만 다시 생각해도 화가 나네.
Lucio Fontana의 찢어진 캔버스가 있었다. 이 작품은 2차원인 회화를 3차원으로 만든 작품으로 의미가 있다고 한다. 처음 본 작품이었고, 혼자였으면 캔버스가 찢어졌는지도 몰랐을텐데 일행들이 알려주어 다시 보니 색다른 느낌이다. 나중에 일행들이 Tsutaya 서점에서 Fontana 관련 서적만도 서너권이라며 일본 문화의 저변에 감동을 받기도 하였다.
이 밖에도 재스퍼 존스나 잭슨 폴록의 작품, 우리가 자주 볼 수 있는 흔한(?) 작가의 흔치 않은 작품 딱 한점씩이 갖춰져 있었다. 모네의 수련도 있었는데 평소였다면 좋기만했을 수련이, 라파엘전파의 작품에 밀려 별 감흥이 없었다. 2월 초의 인상주의전에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좋아하는 장르가 바뀔 수 있나 싶다.
3. 52F Mori Art center Gallery : Vermeer and Rembrandt(The Masters of the 17th century Dutch Golden Age)
롯본기 힐즈의 모리 미술관은 52층과 53층에 자리잡고 있어 하늘과 가장 가까운 미술관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52층에서 베르메르와 램브란트 전부터 살펴보는데 전시회 이름이 주는 기대와는 달리 베르메르와 렘브란트 작품은 한 점씩뿐이다. 그러나 17세기 회화의 특징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시간이어서 베르메르와 렘브란트가 아니어도 정말 좋았다.
17세기의 정물도 좋고, 하늘과 풍경도 좋았지만 특히나 초상화의 매력에 빠졌다. 할스(Frans Hals)의 그림이 특별히 달라보이는 것은 편견 때문인가, 실력 때문인가. 어찌되었든 초상화에는 그 시절의 복식과 집안을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있다. 아트샵 벽면에 베르메르의 작품들이 프린트되어 있었는데 생각보다 아는 작품들이 많았다. 베르메르만의 특징이 있기도 하고, 뉴욕 여행때 봤던 작품들이 아직 여운이 남아있기 때문이겠지. 이번 전시회의 대표 작품이 Mets에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4. 53F Mori Art Museum : Takashi Murakami The 500 Arhats
동선이 그리 멀지 않긴 했지만 첫 날에 자그마치 네 곳의 미술관을 보러 가다니, 얼마나 힘들까 싶어 사실 다카시전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아는 분이 다카시전에 다녀오신 후,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셨었는데 크게 감흥도 없었고 일본의 현대미술 작가에 관심이 가지도 않았다. 단체 활동이니 따라갔다가 어딘가에 앉아서 쉴 요량이었는데 이게 웬걸, 뜻밖에도 굉장히 인상적인 전시였다. 언젠가 보았던 작품이 다카시 작품이었구나 매칭시키게 되었고, 규모나 재료비 측면에서 엄청난 작품들이 많고 많았지만 과거의 작품을 재창조해낸 작품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작업하는 과정까지도 작품으로 만들어내다니 인상적이었다고 일행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미술 전공자분께서 말씀하신다. 과거의 작품을 참고하여 재창조하는 것은 전공 수업 중의 하나라고, 누구나 배우는 그것을 재창조해내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다카시가 정말 대단한 거라고. 이 사람, 만화 그리던 사람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선 이런 사람이 성공할 수 있을까. 

둘째 날
1. Seiji Togo Memorial Sompo Japan Museum of Art
이 곳은 손보재팬(손해보험회사)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으로 고흐의 해바라기!가 있는 곳이다. 고흐의 해바라기와 세잔, 고갱의 작품이 유리벽 안에 상시로 전시되고 있다. 
우리가 갔을 때에는 어느 대회에선가 입상한 일본의 신진 작가들의 작품들이 기획전시되어 있었다. 기획전시되어 있는 곳을 통과하면 마지막 방에 해바라기가 있다. 이 방에는 Seiji Togo의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고 또 한 명의 인상적인 분, Grandma Moses의 작품이 있다.(마지막 방에 있는 작품들은 상시 전시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확실한 정보는 아니다.) 고흐의 작품을 보는 것도 좋긴 하지만 처음 별이 빛나는 밤에를 보았을때만큼의 임팩트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모지스 할머니의 따뜻한 작품들이 더 인상깊었다.
일본 사람들이 모지스 할머니를 좋아하는지 이후 다른 미술관에서도 작품 및 할머니의 사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따뜻하고 행복한 일상을 그린 할머니의 작품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 수 없다.
http://ch.yes24.com/Article/View/29748
2. Tokyo Huji Art Museum : From the Renaissance to the 20th Century - 500years of Western Paintings
후지 미술과는 도쿄 시내에 있는 것은 아니다. 외곽선을 타고 하치오지로 가서 또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한다. 매우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 가야하는 이유는 어마어마한 소장품들 때문이다. 이 전시는 영구히 전시되고 있고, 다른 몇 개 관에서도 시즌마다 새로운 주제로 소장품들을 전시한다.
루이14세의 초상화가였던 이아생트 리고의 멋진 초상화들. 반 다이크, 틴토레토, 할스의 초상화들. 부셰의 작품들도 몇 개나 있어서 얼마나 이쁜지. 교과서에 나오는 브뢰겔의 Peasant Wedding Feast나 루벤스의 작품들은 한국에서 보았던 루벤스전의 복습같은 느낌이었다.
이 작품들은 영구히 전시되는 것이므로 QR코드를 통해 작품에 대한 해설도 잘 되어있다. 심지어 한국어 설명도 있다. 사진도 찍을 수 있게 되어있고, 사람들도 많지 않아 우리 일행들이 미술관을 전세낸 느낌, 아톡님이 틈틈이 작품 설명도 해주시고, 이보다 더 좋은 감상 조건이 있을 수 있을까. 정말 감동적인 미술관이었다.
다른 관에서는 얼굴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리고 있었고, 갑자기 초상화에 꽂힌 내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전시였다. 로비에 있는 조각 중에도 로뎅의 작품들이 많다. 아마 다른 조각들도 유명한 작품들이겠지.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가서 보고싶다. 후지그룹 정말 돈이 많았구나.
3. Murauchi Art Museum
여기는 좀 특이한 곳이다. 1층에서는 가구를 팔고 있는데 윗층은 전시실로 꾸며두었다. 그래서 모르고 가면, 가구가 중심인지 작품이 중심인지 헷갈릴수도 있다.
이 곳을 찾은 것은 바르비종파의 작품들이 있기 때문. 같은 풍경을 그려도 인상주의 작품들은 좋아도 바르비종파는 그냥 그렇다. 르누아르, 드가 등의 인상파 작품, 현대의 작품들도 많은데 바르비종파 중심으로 홍보가 되다보니 목가적으로 보이고 싶었는지 양떼 모형들이 있어서 뜬금없기도 했다.
여기서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Bernard Buffet의 판화같은 형식의 작품들이었는데 베니스를 그린 작품들이 참 멋졌다. Buffet라는 이름을 완전히 잊고 있다가 지금 예술의 전당에서 하고 있는 샤갈, 달리, 뷔페 전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하고는 갈까말까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셋째 날
Tokyo Metropolitan Art Museum : Botticelli
보티첼리와 Lippi 부자 만으로 전시관이 꾸려질 수 있다니. 15세기 작품들로만 전시관이 꾸려질 수 있다니.
종교가 없어서일까, 이런 전시회는 의미를 생각해야해서 어렵고 지루하다. 아톡님도 힘든 전시일 것이 예상되었는지 수시로 카톡으로 작품 설명을 해주셨다. 그러나 지루한 건 어쩔 수가 없다. 이런 전시에도 사람이 가득가득차는 일본의 힘.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유디트였다. 보티첼리의 유디트라니, 이런 것을 보게 될 줄이야.

도쿄도미술관(Tokyo Metropolitan Art Museum)은 우에노공원 안에 위치해 있는데 바로 옆에 국립서양미술관도 있다. 우리가 갔을 때에는 안타깝게도 휴관이어서 정원의 로댕 작품들 조차도 볼 수가 없었다. 휴관이 아니었다면 마지막 날은 우에노에서 보냈을텐데. 아쉬움을 달래며 Tsutaya 서점에서 아트서적을 쇼핑하는 우리의 일행들.

이렇게 마무리한 굵고 짧은 2박3일간의 도쿄 미술관 투어. 안타깝게도 이 날 이후로 수업에 가지 못해 일행들과 제대로 된 뒷풀이도 하지 못했다. 정리하고 나니 생각나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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