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15일 월요일

892일 여름방학 여덟째 날 - 스케쥴 세 개

오늘부터는 자체 방학이다. 어린이집 방학은 수요일까지라 오늘부터 등원인데 영우는 주말까지 있다가 월요일에 내려갈 예정이라 어린이집에는 화요일부터 등원하게 된다. 자체 방학을 길게 보내는 대신에 방학숙제는 1등으로 해서 카페에 올려두었다. 방학숙제는 오이마사지와 세족식 사진을 카페에 올리는 것이었는데, 엄마의 재촉으로 억지로 한 것이었지만 막상 사진을 편집해서 올려두고 선생님들이 써주시는 댓글들을 보니 재미있다. 얼굴에 오이를 올려줄 때에는 오이에 가려진 얼굴이 낯선지 엄마 얼굴이 없어졌다고 무서워한다. 발을 씻어줄 때에는 물장난 수준이었지만 사진은 제법 그럴싸하게 찍혀서 숙제 미션은 컴플릿.
자체 방학 첫번째 스케쥴은 정은언니네 방문. 언니네 아이들은 초등학교 5학년, 2학년이라 영우랑 놀기에 수준이 맞지는 않지만 온갖 장난감들을 총 동원해 잘 놀아주었다. 인상적인 것은 이동하면서 자동으로 도미노를 놓아주는 자동차였는데, 영우는 자동차에 엄청 손대고 싶었을텐데도 누나와 형이 됐다고 할때까지 잘 참고 기다리고 있었다. 형아 장난감은 꽤 수준이 있어서 잘 갖고 놀 수 있을까 싶었는데 RC 탱크를 제법 잘 조종하여 전진, 후진, 회전시킨다. 신랑의 로망인 RC 장난감을 이제 사줄 때가 된 것일까. 그리고 레고를 처음 본 영우는, 레고 사람에 다리가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는지 계속 다리 있는 아저씨를 찾는다.
언니 아이들 덕분에 잘 먹고 잘 놀고 시댁으로 갔다. 영우를 또 한 번 볼 수 있어서 어머님 아버님은 정말 좋아하신다. 오늘도 뻐꾸기 시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사과를 반개나 먹고, 포도도 씨까지 꼭꼭 씹어먹었다. 영우 밥 먹일게 제일 걱정인 어머님은 5시부터 저녁식사를 준비하시고, 영우 먹을 국을 따로 끓여놓기까지 하셨으나 과일로 배를 채운 영우는 밥을 제대로 먹지 않았다. 어머님이 밥 안먹는다고 속상해하시니까 '과일 많이 먹어서 배가 불러요' 한다. 어쩜 이리 웃긴지.
마지막 스케쥴은 신랑 친구와의 만남.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한 신랑의 절친인데 영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시댁에 온 김에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카페에 앉아서 우유를 원샷한 영우는 카페 이곳저곳을 탐방한다. 카페 주인 언니가 영우 귀엽다며 자기 옆에 앉으라고 하니 그 옆에 앉아 한참을 놀며 귀여움을 발산하고 온다. 우유를 먹어서인지 또 응가가 마렵다는 영우. 아, 공중화장실인데 잘 볼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으나 그래도 성공적. 이렇게 세 개나 되는 스케쥴을 무사히 마무리하였다.
공중화장실에서 응가를 하는 바람에 꼭 씻기고 재워야겠다는 의지로 돌아오는 길에 잠들지 않게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월요일과 수요일에 차를 타고 이동할 때 영우가 터널이 왜 이렇게 많냐고 물어보길래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이야, 길을 돌아가지 않도록 일직선으로 길을 내려면 산을 뚫고 길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터널이야, 그래서 터널이 많은거고 작은 산을 뚫으면 짧은 터널이, 큰 산을 뚫으면 긴 터널이 나온단다라고 두 번 정도 이야기해주었다. 그런데 집에 가는 길에 터널이 나오자 영우가 산 보여? 작은 산 보여? 하고 묻는 것이 아닌가. 그 긴 이야기를 대충 이야기하기는 했나보다. 알아듣건 못 알아듣건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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