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15일 월요일

895일 여름방학 열한번째 날 - 성남시청

분당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라, 아빠 모시고 성남시청 구경도 시켜드릴겸, 성남시청 물놀이장에 가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감기가 떨어진 상태가 아닌데, 게다가 물놀이장이 그늘에 있어서 물이 차가웠을텐데 괜히 물놀이를 시켰나 싶기도 하다. 영우가 물 속에 들어갔을 때 물이 차갑다며 놀기 싫다고 했는데 그냥 물놀이 시키지 말걸 이제 와 후회된다.
처음엔 물에 들어가기 싫어하길래 준비해 간 물총가방을 꺼내주었다. 물총놀이는 재미있는지 여기저기 다니며 나뭇잎에도 물총을 맞추고, 작은 연못의 물에도 물총을 쏘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물총을 쏜다. 물통을 두 번이나 채워가며 재미있게 놀았는데 나중에 찍힌 사진을 보니 농약치는 아저씨 포스다. 그냥 가기는 좀 아쉬워서 물에 잠깐만 들어가서 놀자고 했는데 물 온도에 적응이 된건지 엄청 신나게 논다. 물 속에서 방방 뛰고, 공놀이고 하고, 튜브 타며 물개처럼 물장구도 치고, 재미있게 놀았다.  
물놀이를 마치고 2층에 있는 시장실에 가보았다. 일요일이라 시장님은 안계셨지만 당직 서는 공무원 아저씨들이 안내를 해주셨다. 시장님 자리에는 폴리와 타요 장난감들이 놓여있다. 영우는 시장님이 폴리 좋아해 하면서 폴리를 집어들고 시장님 자리에 앉아서 사진 한 방을 남겼다. 9층에 유아 놀이방이 있다고 하길래 가보았는데 일요일은 운영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냥 돌아왔다. 성남시청은 정말 시민 친화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영우가 잠드는 바람에 일어났을 때 목욕을 시키는데, 씻기면서 신랑이랑 대화 중에 영우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가(영우가) 하더라'라는 표현을 썼는데(앞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 영우가 '자기라고 하면 어떡해'라고 한다. 그래서 왜? 누가 자긴데? 라고 물었더니 아빠란다. 이럴 때 정말 깜짝깜짝 놀란다. 우리가 하는 대화나 사용하는 단어의 뜻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것인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어서 놀랍다.
저녁에는 중앙공원에 산책을 갔다. 분당에서의 마지막 일정이 되겠구나. 넓은 곳에 나오니 또 다다다다 뛰어다니며 마냥 즐겁다. 물고기도 보고, 오리도 보고, 호수도 보고, 다리도 건너 보고, 아빠 덕분에 셋이 찍은 사진도 생겼다. 열흘 넘게 함께 있으면서 셋이 같이 찍은 사진 한 장 없었구나. 호숫가의 돌다리를 신나게 건너는 영우를 보며, 신랑이 이 광경이 한참동안 생각날 것 같다고 한다. 행복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 저녁의 풍경이다.
돌아오는 길에 영우는 운전하는 신랑을 보며 '빨리 커서 저기 앉고 싶어, 운전하고 싶어, 위험할 때 빵빵하고 싶어' 한다. 빨리 크고 싶은, 신나는 영우와 달리 나는 왜이리 아쉽기만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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