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28일 일요일

908일 일상

전날 11시가 넘어서 잠들었으니 늦잠을 기대했으나, 8시 반에 일어난 영우는 달려나와서 우리를 깨운다. 이 날은 기차놀이가 하고 싶단다. 기차를 사러 기차집에 가야 한단다. 기차집에 가겠다고 혼자 옷을 막 갈아입는데 기차가 그려진 옷을 찾아서 입는다. 이런 센스 하고는. 기차집이 어디냐고 물어봤더니 '서울에 있는 그 집'이라고 하는데 앰뷸런스 샀던 장난감 가게를 이야기하나보다. 장난감이 쌓여 있던 그 곳이 영우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 있나보다. 건전지로 움직이는 미니 기차는 영우의 사랑을 듬뿍 받아 결국 망가졌다. 좀 더 튼튼한 기차놀이 세트를 사주고 싶기도 하다.
어제 늦게 자고 오늘 일찍 일어나서 잠이 충분하지 않았던 모양인지, 12시도 안됐는데 졸려하다가 스르륵 잠들어버렸다. 점심도 안 먹고 3시간이나 자는 것이 아닌가. 영우가 자면 편하게 오래 자 주었으면 하는 마음과 조금이라도 더 놀아주지 못하니 아쉬운 두 가지 마음이 양립한다.  
저녁에는 동생들 가족과 다같이 외식을 하였다. 대구에 안 내려온지 한참 되어서 그 사이 막내 동생 부부의 생일이 지나가버렸다. 가족들 대소사를 항상 막내 동생이 챙기는데, 각자 애들 챙기느라 정작 막내 동생네 축하파티는 하지 않고 넘어간 것이 마음에 걸린다. 미안 >.<
외식을 한 곳은 집 근처 샤브샤브 집인데 놀이방이 잘 되어있다. 어떤 사고가 생길지 모르니 항상 같이 있어주긴 하지만 이제는 영우 혼자 놀이방에 두어도 큰 아이들한테 치일까봐 걱정되지는 않는다. 몸놀림이 아주 좋아져서 방방이도 꽤나 높이 잘 타고, 미끄럼틀도 신나게 타고 내려온다. 게임기가 있는데 아직 할 줄은 모르지만 숨겨져 있는 버튼을 찾아서 켜고 끌 수도 있다.
전날 내려오는 길에 보니 달이 밝고 보름달에 가깝길래 영우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너무 이른 저녁이었는지 달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반짝이는 별 하나를 가리키며, 별 이야기를 하며 돌아오는 그 길이 참 비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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