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6일 토요일

889일 여름방학 다섯째날 - 동탄 나들이

영우의 육아용품 공급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사촌동생네 놀러가기로 했다. 가기 전에 영우에게 우유를 주는데 여기 서울이라 서울우유야? 하는 아재개그를 선보인다. 아이 깜짝이야.
동탄으로 가는 중에 어느 사거리에서 빨간불이라 서 있는데 초록불이라며 빨리 가자는거다. 9시 방향에서 보는 신호등에 초록불이 들어오자 그걸 보고 가자고 하는거 같은데 아이들이 생각보다 시야가 넓고 많은 것을 보는구나 싶다.
사촌동생네는 7살 남자 아이와 5살 여자 아이가 있는데 이 글에 다 풀어놓을 수는 없지만 특히 7살 아이가 매우 착하다. 언젠가 영우와 놀아주는 날을 꿈꿨는데 드디어 그 날이 와서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영우가 형아가 아끼는 장난감을 독차지하는 바람에 이 아이가 말도 못하고 끙끙대다가 울어버린것. 다른 집 같았으면 한 대 맞았을텐데 벌써부터 착한 장남 컴플렉스에 빠진 이 아이는 울면서 삭힌다.
어쨌든 이 사건을 빼고는 다같이 아주 잘 놀았다. 놀이방이 잘 되어 있다는 감자탕 집에 갔었는데 진짜 놀이방이 엄청 크고 잘되어 있었다. 두 아이가 영우 손을 잡고 데리고 다니며 봐주니 어른들은 편히 식사를 하고, 아이들은 놀다가 뛰어와서 밥을 한숟가락씩 받아먹고 가는데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은 신세계를 경험하였다. 좀 큰 아이들도 있고 못된 아이들도 있어서 영우가 치이기도 하고, 넘어지거나 부딪히는 바람에 몇 번 울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편한데 한편으로는 부모 시야에서 아이들이 안보이는 이 상황이 좀 걱정스럽긴하다.
이 날도 사촌에게서 장난감과 기타 용품을 세 박스 받아서 돌아왔는데 낮잠에서 깨어난 영우가 블럭을 하겠다고 떼를 쓰며 울기 시작한다. 블럭통이 더러워서 당장은 안 꺼내주려고 한거였는데 어찌나 오랫동안 서럽게 울던지 이렇게 떼를 쓰면 어찌해야할 바를 모르겠다. 나중에 진정되고 나서는 울면서 이야기하면 무슨 이야기인지 엄마아빠가 알아들을 수가 없다, 떼쓰면 아빠가 안해준다, 웃으면서 이야기하면 아빠가 다 들어준다고 이야기했더니 억지로 헤헤헤 웃으며 블럭을 달란다. 그래 이 웃음을 보면 안해줄 수가 없지. 휘둘리지 않고 잘 키울 수 있으려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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