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15일 월요일

894일 여름방학 열번째 날 - 네 가족

아마도 앞으로 평생 함께 하게 될 신랑 친구들의 가족들을 만났다. 영우보다 13개월 빠른 진섭이, 영우보다 이틀 늦은 은기, 영우보다 8개월 늦은 지은이. 모두가 한 자리에 모인 적은 처음이어서 아이들이 얼마나 컸는지 처음으로 다같이 보는 자리가 되었다.
역시나 아이들이 다같이 모여 사이 좋게 노는 것을 바라는 것은 무리이다. 엄마 아빠들이 번갈아가며 놀아줘야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각자 잘 노니 엄마들끼리, 아빠들끼리 이야기할 시간도 생긴다. 좀 더 크면 좀 더 여유가 생기려나.
다른 아이의 장난감을 뺏기만 하던 영우는 진섭이 형에게 장난감을 빼앗겨 서럽게 울기도 하고, 모든 장난감을 독식한 진섭이 형에게 장난감 한 번만 갖고 놀게 해달라고 사정해보기도 했다. 영우 정도의 어린 아이들은 또래나 동생보다는 형아를 바라보며 놀게 되는거 같기도 하다. 동생이나 또래가 갖고 노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형아랑 놀고싶어한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데 진섭이도 그렇다고 한다.
신랑이 영우와 강아지 인형을 던져주고 받는 놀이를 시작했는데 영우가 던진 인형을 톡톡 쳐 올리면서 이거 뭐야, 이거 뭐야 하면 영우가 꺄르르 넘어간다. 신랑이 계속 이거 뭐야, 이거 뭐야를 해주니까 영우가 그거 말이야(말처럼 보였나보다. 말인거 아니까) 이거 뭐야 하지마, 하길래 그냥 톡톡 쳐올리기만 하니 재미가 없었나보지? 다시 이거 뭐야 하라고 시킨다. 반복되는 재미없는 일을 못견뎌하는 신랑이지만 아들이 원한다면 해야지, 영우의 꺄르르 웃음을 위해 이게 뭐야는 계속된다.
돌아오는 길에 진섭이가 신랑 손을 잡길래 우리 집에 같이 가자 했더니 진섭이는 정말로 우리랑 같이 가려고 하는지 차에 타려고 한다. 그 모습을 본 영우는 진섭이 형과 함께 집에 가는게 무서웠는지 울음이 터진다. 그래도 돌아오는 길에 물어보니 진섭이 형 좋다고 한다. 앞으로 자주 보게 될테니 사이좋게 잘 지내렴. 네 아이들 비교하면서 키우지 말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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