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5일 금요일

886일 여름방학 둘째날 -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전 날 잘못 보낸 메일이긴 하지만 업무를 대략 마무리지었다고 생각해서 휴가를 냈다. 그러나 내 맘대로 되는건 없지, 중요한 메일들이 계속 오가는 바람에 쉬면서도 얼마나 마음이 불편했는지 모른다. 영우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신경써야 할 일들이 계속 생기는 거, 정말 싫구나.
비도 오고 해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가기로 했다. 롯데월드 근처에는 절대 가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영우를 데리고 갈 줄이야, 제2롯데월드 건물은 모든 면에서 랜드마크이긴 하다보니 이후에 영우가 말하는 '건물'이란 것은 제2롯데월드를 의미하게 된다.
작년에 제주 아쿠아플라넷에서는 꽤 재미있게 구경했던 것 같은데 영우가 이 곳에선 별 흥미를 못 느낀다. 갈 때는 큰 물고기 보러 간다며 들떠했었으나 정작 물고기에는 관심이 없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팔짝팔짝 뛰는 것만 신난다. 그래도 해파리를 보고는 좀 신기해했고, 이쁜 물고기 안 이쁜 물고기 정도의 평가는 해주었다. 개인적인 소감을 말하자면 너무 많은 물고기가 너무 좁은 수족관에서 살고 있어 애처롭고, 기사로 접한 선입견 때문인지 벨루가를 보러 가는 것도 왠지 죄책감이 든다.
아쿠아리움을 나오고 나서는 에스컬레이터 타는데 재미를 붙였다. 쇼핑몰 에스컬레이터를 몇 번이나 오르내렸는지 모른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들으신 엄마는 대구 촌놈 서울 와서 촌놈티 팍팍 냈구나라고 하신다. 뭐라도 재미있으면 다행이지 뭐. 쇼핑몰 4층인가에 키즈존이 있었는데 밟으면 소리 나는 커다란 피아노 건반이 있어서 즐거워하기도 했다.
우리와 함께 지내다보니 아무래도 동영상 노출이 잦다. 아이패드를 쥐어주면 한참동안 편하게 쉴 수 있으니 그 유혹을 뿌리치기가 힘들다. 나쁘긴 한가보다 싶은게, 영우가 동영상에 빠져있다가 그 자리에서 오줌을 쌌다. 그동안 배변훈련을 충실히 해왔는데, 지난 2주간 이런 일이 없었는데, 동영상을 보는동안 무념무상이 되나보다. 아이패드나 노트북 등을 영우 눈에 띄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어른들이 전자기기를 끊지 못하니 보고싶어하는 것을 막기도 어렵다. 그나저나 유투브를 보면서 광고 건너뛰기를 하는 영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런 기술이 장착되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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