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시댁에 가기로 해서 오전에는 가볍게 분당구청 앞 풀장에 갔다. 이 날 날씨가 너무 더워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는데 파라솔 그늘 아래에 앉아있는 것도 힘들었다. 이런 더위에 물속이긴 하지만 땡볕 아래서 노는 영우가 너무 걱정되서 내내 좌불안석이다. 우리가 준비한 것은 일본 출장에서 사온 반팔 수영복과 튜브 하나. 다른 아이들은 래쉬가드를 입고 있거나 목덜미까지 가려주는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그나마 전 날 봄봄이 사준 썬캡 없었으면 햇빛가리개 하나 없이 어쩔뻔했나몰라.
풀장은 두 개 운영되는데 하나는 허리정도 깊이, 다른 하나는 무릎정도 깊이이다. 허리 깊이의 풀에 튜브와 함께 놀게 하였더니 방방 뛰며 극도로 흥분하여 물을 먹었다. 물 속에 있는것만으로도 영우는 너무너무 신나 했는데 우리의 준비 부족으로 타지 않을까, 더위 먹지 않을까 걱정이 되서 한 시간만에 데리고 나왔다. 물론 영우는 나오고 싶어하지 않았는데, 그래서 또 영우를 풀장에 남겨둘 채 우리끼리 와버렸다. 풀장에서 혼자 나올 수가 없으니 우리를 쳐다보며 울고 있고, 안전요원이 밖으로 꺼내주는 동안 우리가 가서 데리고 왔는데 이러다 트라우마 생기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4개월만에 영우를 만난 시부모님은 훌쩍 큰 영우를 보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신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뻐꾸기 시계를 보고는 뻐꾸기뻐꾸기하며 시계바늘을 돌려보겠다고 하는데, 4개월 전에 시계바늘 돌리며 놀았던 것이 기억났나보다. 할머니 할아버지 이름 말하는 개인기도 보이고, 곰세마리 노래도 부르고, 종알종알 어찌나 이쁜 짓을 하는지 영우가 효도를 다 하는구나.
식사를 하러 간 곳에 볶음밥도 있었지만 예상대로 볶음밥을 먹지 않고 맨 밥만 먹어 할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만 빼면 아주 성공적인 방문이었다. 벌써 소변을 가리는 것을 보고 가족들 모두 신기방기해 하셨는데 갑자기 응가를 하고 싶다지뭔가. 처음으로 어른 변기에 앉아서 응가도 성공적으로 해냈다. 응가도 빠른 시간에 해치우는 것을 보고 매우 기특해하셨다. 내가 생각해도 참 기특하네.
휴가 기간이고, 형님댁은 일정이 있으셨는데도 영우 보려고 먼 길을 바삐 왔다가셨다. 영우도 오랜만에 보는 사촌형을 잘 따르고 계속 찾는지, 역시 가족이 좋기는 좋다. 자주 볼 수 없어 아쉬우실테지만 그래도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 동영상이나 사진을 볼 수 있으니 성장 과정에 대해서 소외감이 좀 덜한 것 같다. 이번에는 옥수수 먹는 영상이 아주 히트였다. 8시가 지나면서는 영우가 갑자기 졸렸는지 영우 할머니를 찾으며 징징대기 시작해서 서둘러 정리하고 나왔다. 오늘도 성공적인 시댁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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