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퇴근 찬스를 쓰고 대구에 내려간다. 영우가 자러 가기 전에 대구에 도착했으면 좋겠다. 가는 도중에 엄마아빠 지금 출발한다고 전화를 했는데 내가 이야기할 때에는 시큰둥하더니 아빠 목소리가 들리니 소리를 지르며 너무 좋아한다. 영우야 아빠한테만 반가워하면 엄마가 서운한데 그러면 되겠어 안되겠어? 하면 안되겠어 라고 대답한다. 대답은 참 잘하지.
크기 공부를 할 수 있는 나무블럭을 하나 갖고 내려갔는데 블럭을 발견하자마자 엄마아빠 고맙습니다 한다. 맞벌이 엄마아빠가 미안한 마음에 아이에게 보상을 주고 싶어서 선물공세를 많이 한다는데 왠지 모양새가 그러하다.
나무블럭은 크기와 넓이, 굵기, 높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데 영우는 한 줄로 세워서 줄맞추기에 여념이 없다. 목적에 맞게 가르쳐줄까 싶어서 내가 엄마가 이렇게 한 번 해볼게 하며 블럭 하나를 건드리니까 아냐아냐 한다. 영우가 놀고 싶은대로 놀아야한다.
펜을 갖고 와서 스케치북에 그리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동그랗게만 그리다가 최근에는 선도 잘 그릴 수 있게 된 것 같다. 조그맣게 뭔가를 그리길래 뭔가 했더니 캥거루란다. 달팽이란다. 공작이란다. 어, 근데 진짜 느낌이 있다. 캥거루는 다리와 꼬리가, 달팽이는 달팽이집이, 공작은 깃털의 문양이 제대로 느껴진다. 것 참 신기하네 그려.
이제 여름이 되어 패디큐어를 하였는데, 영우가 그것을 보더니 휴지를 갖고 와서 닦기 시작한다. 발톱에 이상한 색이 묻어있으니 지우고 싶나보다. 안 지워지는거라고 설명을 하고 나니 영우 발톱, 할머니 발톱, 아빠 발톱에 색깔이 있는지 하나하나 체크해본다. 영우 발톱에도 색깔 칠해줄까 물었더니 아냐아냐 하며 정색을 한다.
두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많은 일이 있었구나. 매일매일 이런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삶은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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