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자음과 알파벳을 읽고 말할 수 있다. 영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알파벳송을 즐겨 부른다. 숫자도 1~12까지는 아는데 세어보라고 하면 몇 개씩 빼먹어서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다. 역시 정확히는 아니지만 시계보는 것에 대한 감은 갖고 있다. 긴 바늘을 기준으로 대략 몇 시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무지개 색깔을 빨주노초파남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이 색깔들은 영어로도 알고 있다.
여전히 반찬을 골고루 먹지는 않는데, 이거 먹어보자 하면 아니아니 의사표현이 확실하다. 엄마가 먹이실때는 안 먹는다고 하면 야단을 치며 밥도 먹지 말라고 하시는데 그러면 받아먹기는 한다고 하고, 고기 많이 먹어야 아빠처럼 키가 큰다고 얼러가며 먹이신다고 한다. 요즘 새롭게 먹기 시작한 반찬은 감자채볶음. 첫술에 받아먹지는 않지만 생선도 억지로억지로 먹기는 한다고 하니 다행이다. 뜻밖에도 다슬기국을 한 그릇 뚝딱 잘 받아먹기도 한단다. 며칠 전에는 손이 닿지 않던 전등 스위치에 손이 닿기 시작해서 영우 키가 많이 컸네 했더니 영우 고기 많이 먹어서 키가 컸어요 하더란다. 말은 참 잘해요. 그래도 최근 몇 번의 외식에서도 밥을 다 잘 먹긴 했으니 다행이다.
배변훈련이 생각보다 원활하진 않다. 말귀도 잘 알아듣고 응가는 변기에서 할 때도 많아서 기저귀 떼기가 수월할거라고 생각했는데 별로 진척이 없는 것 같다. 어린이집에서도 산책, 낮잠 등의 스케줄이 있으니 기저귀를 채우지 않기 좀 애매한가보다. 배변팬티 입는 것을 싫어한다는데 바지를 벗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고 한다. 외출할 때 무슨 색 옷을 입을지 스스로 결정하는 패션리더인데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 팬티를 입고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일까, 배변팬티가 작아서 입기 싫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큰 걸로 사줘야 하는 것일까. 어려운 일이다.
어릴 때부터 줄 세우는 것을 좋아하고 여기저기를 닦고 다니더니 약간 깔끔떠는것이 보인다. 손에 무언가가 묻으면 닦을 때까지 그 손을 쓰지 않고 한 손만 사용해서 논다. 며칠 전에 어린이집에서 흙놀이를 하는 사진이 올라왔는데 왼 손으로 흙을 파헤쳤는지 왼 손에는 흙이 잔뜩 묻어 있고, 그 손으로 삽질을 하기는 싫었는지 왼 손은 주먹을 꼭 쥐고 오른 손만 사용하여 삽질을 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너무 깔끔떠는건 좋지 않지만 더러운 것보단 낫겠지 하며 위안을 삼는다.
영우가 가장 좋아하는 아웃도어 활동은 그네와 미끄럼틀 타기. 그네는 타고타고 또 타고 지겹지도 않나보다. 요즘은 터널 미끄럼틀이나 경사가 있는 미끄럼틀도 탈 수 있다. 산책할 때에는 횟집의 수족관 보는 것도 좋아한다. 인도어 활동 중에 최고는 뭐니뭐니해도 아이패드. 여전한 아이패드 사랑으로 화상통화하기 어렵다. 내 핸드폰을 들여다볼 때에는 귀신같이 게임 아이콘을 찾아내서 누르는데 클래시 로얄을 지운터라 요즘은 디즈니 매직 킹덤을 좋아한다. 기차가 달리는 것은 보고보고 또 봐도 지겹지 않나보다. 무한반복해서 보면서 칙칙폭폭 달려요, 가자, 출발 등 추임새도 잘 넣는다. 한 번은 잘못 눌러서 다른 사람의 킹덤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내가 갖지 못한 롤러코스터가 운행을 하고 있었다. 작은 기차라며 너무 좋아하길래 이 재미없는 게임을 계속하면서 나의 킹덤에도 롤러코스터를 만들어주었다. 가상세계에서라도 원하는 것을 해주고 싶은 이것은 정상적인 엄마의 마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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