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30일 목요일

6월의 문화생활

피가로의 결혼.
요즘 영화관마다 차별화를 위해 명화 재상영이나 클래식 공연을 상영해주는데 메가박스에서는 오페라를 상영해준다. 매년 MET 오페라를 상영해오다가 이제는 유니텔 클래시카 오페라도 추가되었다. 팀에서 보러가기로 해서 무난하고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카르멘을 보려고 했는데 피가로의 결혼으로 프로그램이 변경되었다. 상영 정보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
http://www.megabox.co.kr/?menuId=specialcontent-classicHome&majorCode=02&minorCode=0208
워낙 취향을 타는 장르인데 팀원들과 보는 거라 살짝 걱정이 되긴 했지만 다들 재미있었다며 다음 공연도 함께 보러가자고 했다. 오페라 가수들의 풀이 한계가 있다보니 주인공이 미남 미녀가 아니어서 좀 낯설긴 했지만 400년 전에도 출생의 비밀이 담긴 막장 드라마가 인기였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극장에서 보는 오페라는 생동감은 좀 떨어지지만 배우들의 표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고, 자막 덕분에 내용 파악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또 보러 가야겠다.

말괄량이 길들이기.
지난 해 국립발레단이 초연하고 세익스피어 사망 400주년을 맞이하여 정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말괄량이 길들이기. 대부분의 발레는 비극이지만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희극이다. 발레를 보면서 이렇게 유쾌하게 웃을 수 있다니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동선도 까다롭고 표정 연기도 많은데 기존의 공연들과는 완전히 달라서 무용수들이 춤을 추기도, 연기를 하기도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정통 발레를 보는 것도 늘 감동이지만 이렇게 유쾌한 작품 하나 친구들과 같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많이 웃고 많이 즐거웠던 시간.  

이재효 전시.
7월 3일까지 성남아트센터에서 전시되는 이재효 작가의 전시. 이재효 작가의 이름을 인지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누구라도 작품을 보면 아~ 할 것 같다. 그만큼 요즘 큰 건물들의 로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나무로 만든 작품만 알고 있었는데 못으로 만든 작품도 이재효 작가의 작품이었고, 그 외에도 낙엽이나 돌 등의 자연소재 작품이 많다.
두 개의 전시실과 야외 전시장에 작품을 두었는데, 전시실의 로비에는 작가의 작품을 의자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치해 두었고 야외에서는 작품에 매달려 사진을 찍을 수도 있게 해두었다. 손대지 마시오가 아니라 마음껏 매달리고 일상의 가구로 이용할 수 있게 하니 참 인상적이다.
입구를 들어서면 맞이해주는 낙엽을 엮어 만든 길과 빛을 이용한 돌 작품, 가느다란 나무 줄기들로 만들어졌으나 마치 복슬복슬한 털 같은 느낌의 작품, 뻗어나가는 나무 가지의 자연스런 현태를 그대로 활용한 작품 등 볼거리가 많았다. 몽환적인 느낌과 자연 친화적인 익숙한 느낌도 참 좋았다. 좋았던 날 좋은 작품을 만나 더 좋았던 날.


          

5월의 문화생활

변월룡전.
변월룡이라는 이 낯선 이름의 화가는 러시아에서 태어난 고려인이다. 평양에서 몇 달간 미술을 가르치기도 했다. 이 특이한 이력은 그를 더욱 특별하게 한다. 몇 달 전 문화사 멤버를 통해 그의 이름을 들었고 전시회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잊고 지내다가 수지형이 올린 포스팅을 보고 전시회 마지막 날 극적으로 가서 볼 수 있었다. 정말 극적이었던 것이, 차가 밀려서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마감 한 시간 전 입장종료하는 시간에 걸려버렸다. 그래도 한 번 가보자 해서 갔는데 입장 시간을 놓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계속 입장을 요구하고 있었던 덕분에 딱 그 타이밍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전시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짧았지만 변월룡이란 작가에 대해 감탄할 시간은 충분했다.
그의 이력을 내가 나열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아래의 링크를 통해 설명이 될 것이다.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2868&contents_id=110346
모르고 지나갔을 변월룡이라는 한 예술가의 인생을 우리에게 알려준 사람은 바로 이 분.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53&aid=0000021524
아래 작품을 보는 순간 왜 사실주의 얘기가 나왔는지 느껴진다. 쿠르베의 오르낭의 매장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훨씬 더 인상적인 것은 해방이라는 작품의 습작들. 실제 해방이라는 작품은 소재지가 불명이라고 하는데 어떤 작품으로 완성되었을지 궁금해진다.
북한의 풍경과 초상화가 많았는데 그 그림들을 보니 유화로 그려진 동양의 풍경과 동양인이 어찌나 생경한지 정말 특별한 느낌이 있는 전시였다. 올해 변월룡 작가의 탄생 100주년으로 특별히 기획된 전시였는데 그의 태생과 삶을 생각하면 이 작품들을 갖고 오기 얼마나 힘들었을지, 감사함에 절로 고개 숙여진다. 어떤 전시라도 경험해 보는 것과 아닌 것은 천지차이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느낄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대한민국 발레 축제.
4월에 교향악 축제를 하듯이, 5월에는 발레 축제와 오페라 축제도 열린다. 여러 무용단과 무용수들의 모든 공연을 즐길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마는 하루라도 가 볼 수 있으면 감사한 것이 현실이다. 국립발레단의 스페셜 갈라를 보러 갔는데, 그저 김기완과 이은원이 좋아서 믿고 보러 가는 국립발레단이지만 이번 갈라 공연은 뜻밖의 수확이 있었다. '요동치다'라는 공연이었는데 국립발레단의 무용수가 안무한 창작공연으로, 국악 리듬에 맞추어 현대적인 춤을 선보인다. 현대 발레도 몇 번 봤지만 도대체가 취향에 맞지 않았는데 이번 공연은 정말 감동이었다. 안무며, 음악이며, 무용수들의 완벽한 춤이며, 무대 조명까지, 정말 나무랄 데가 없는, 감탄을 자아내는 공연이었다. 국립발레단에서는 은퇴가 빠를 수 밖에 없는 단원들의 은퇴 이후 삶을 위해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덕분에 무용수이지만 안무가를 꿈꾸는 강효형의 안무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이런 기회가 있다면 무조건 보러 가야지, 정말 신선하고 멋졌다. 그리고 또 하나, 스파르타쿠스의 하이라이트 장면도 선보였는데 정말 멋져서 전체 공연을 보고 싶어졌다. 8월에 공연 예정인데 갈 수 있으려나. 끝나고 김기완과 사진까지 찍어서 완전 행복한 날이었다.

르누아르전.
일본 출장을 갔다. 처음으로 주말을 포함하여 일정을 잡고 신국립미술관에 르누아르전을 보러 갔다. 거의 10년쯤 전엔가 우리나라에도 르누아르전이 열린 적이 있었지만 일본의 르누아르전은 작품 수준이 다르다. 교과서에서 보는 그림을 거의 다 갖다놓은 느낌인데 그림들이 너무 익숙해서 이 작품들을 다른 미술관에서 본 적이 있었는지 교과서에서 본 것인지 오늘 처음 보는 것인지 매우 헷갈렸다. 르누아르전이지만 중간중간 피카소, 마티스, 고흐 등의 작품도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장 베로의 작품인데, 우리나라에 과연 장 베로의 그림이 올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면 정말 귀한 작품 봤다 싶을 수밖에. 혼자 다니는 일정이었으면 억지로라도 한 군데 정도 더 들러봤을텐데 조금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르누아르의 작품을 이렇게나 많이 볼 수 있었으니 누린 것에 감사하자. 참고로 8월 22일까지 신국립미술관에서 전시된다.

2016년 6월 29일 수요일

855일 일상

어린이집에서 산책을 하면서 택배 아저씨를 만났는데 영우가 택배 아저씨한테 우리 아빠 어디있어요? 물었다고 한다. 선생님한테도 아빠 어디있냐며 요즘 부쩍 아빠를 많이 찾는다고 한다. 아 짠해라. 우리 신랑 얼마나 짠할까.
어린이집에서 배변 훈련을 시키면서 찍은 사진을 보내왔는데 완전 빵터졌다. 옷이 젖을새라 웃옷을 꼭 부여잡고 소변기 앞에 바짝 붙어서서 소변을 보고있는 사진이었는데 그 자세와 엉덩이를 드러낸 뒷모습이 어찌나 웃긴지, 큰 웃음 줄 수 있는데 프라이버시 때문에 공유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집에서도 배변팬티 입고 조금씩 연습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동생이 다리를 긁고 있었더니 가려워? 하더란다. 가려우니 긁어달라고 했더니 우유 하더니, 우유를 다 먹고 나서 정말로 긁어주더라지 뭔가. 누가 그런 말을 가르쳐 줬냐고 하니 선생님이 가르쳐줬단다. 아직 영우가 하는 모든 말을 알아들을 순 없지만 뜻밖의 상황에서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고 툭 던지는 말은 정말 신기하다. 네 하고 대답하는 것도 참 귀엽다.

2016년 6월 27일 월요일

4월의 문화생활



문득, 갑자기, 예술의 전당 앱에 들어가서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라 바야데르의 취소표 두 장이 포착되었다. 신랑이 바빠서 같이 갈 사람이 정해여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바로 구매. 몇 년 째 성인 취미발레를 배우고 있는 친구에게 같이 가자고 하였는데 요즘 뮤지컬만 봐서 발레가 보고싶었다는 럭셔리한 발언을 남기며 약속이 성사되었다.
최근에 유니버셜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공연을 보았던터라 어쩔 수 없이 비교가 된다. 니키아 역을 내 사랑 이은원이 했기 때문에 엄청난 편견이 작용할 수 밖에 없기도 하다. 보고 보고 또 봐도 아름답고 멋지다. 의상, 무대, 조명, 무용수들의 연기 모두 훌륭하다. 국립발레단에 감동받은 친구는 이후의 국립발레단 정기공연을 전부 예매할 기세이다.
공연이 끝난 후에 친구랑 이야기하느라 조금 늦게 내려왔더니 무용수들이 짐 싸서 나오는 타이밍이 되었다. 이 날 부상으로 춤은 못 추고 왕 역할을 한 이재우랑 사진도 찍고 이은원도 먼 발치에서 바라보았다. 기다리면 이렇게 사진찍을 수도 있구나! 기분 좋았던 날!

3월의 문화생활

3월에는 영화만 두 편 보았네. 귀향과 주토피아.

귀향.
귀향을 본 사람들이 힐링된다고 하는 반응이 있었는데 보기 전에는 위안부의 삶을 다룬 영화를 보고 어떻게 힐링이란 단어를 쓸 수 있는가 싶었더랬다. 보고 나니 왜 힐링된다고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이 평범한 일상,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이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주토피아.
주토피아 역시 큰 기대 없이 봤는데 아주 재미있었다. 곳곳에 깨알같은 유머코드를 숨겨놓았는데 아마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 훨신 많았으리라. 소수의 강자와 다수의 약자가 어우러져 살고 있는 주토피아에서 벌어지는 차별에 대해서 꽤나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수퍼스타 가젤이 트랜스젠더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살짝 찡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재미있게 본 영화. 강추.

2월의 문화생활

육아일기 적는것도 매번 밀리기만 하니 문화생활 한 것은 뒷전이다. 너무 오래전에 다녀와서 어떤 감동을 받았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서울 가려면 마음 먹고 가야하니 명절 전 날, 기름 냄새 풀풀 풍기며 전시회 두 개를 숙제하듯이 보고왔다.



대영박물관전은 흥행을 위하여 '대영박물관'이라는 제목을 붙였지만 인간, 또는 인간의 얼굴을 주제로 하는 전시였다. 기원전 몇 천 년 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소재를 통해 표현된 인간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묘한 경험이다. 그리고 아시아의 작품도 많이 있었는데 살면서 인도의 작품들을 이렇게 볼 수 있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나 싶어 인상적이었다.
인상주의전은 뜻밖에도 별 감흥이 없었다. 아니, 나는 인상주의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감흥이 없다니, 그동안 풍경화를 너무 많이 보았던 것일까? 사실주의부터 야수파까지 시대별로 잘 구성되어 있었고, 그렇다보니 많은 작가의 작품들이 왔다.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서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생각나지 않고 잘 접할 수 없는 독일의 인상주의 작품들이 왔다는 것이 신선했었다.
전시회를 다 둘러본 후에 신랑에게 대영박물관전이 더 좋았다라고 이야기하였는데 이 느낌은 일본 미술관 투어에서도 이어졌다. 일본의 미술관 투어 여행은 나중에 다시 시간 내서 포스팅하도록 해야겠다.

2016년 6월 26일 일요일

요즘 나는 우울하다.

숙제처럼 육아일기를 마무리하고 나니 나에 대해 쓰고 싶은 생각이 드나보다.
요즘 나는 우울하다.
이 회사 입사하고 나서부터는 나에 대한 이야기는 일이 많다, 힘들다는 이야기밖에 없었던 것 같다.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며칠 전에 팀장님과 면담을 했는데 그 이후로 더 우울해졌다. 이제 입사한지 1년이 되었으니 시니어로서 성과를 내라, 언제까지 일 많다고 이야기하고 있을거냐, 일이 많으면 효율적으로 일을 줄일 수 있도록 고민하라는 주문이었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듣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어쨌거나 열심히 일 해 왔는데 얼마나 더 희생해야 하는건가, 회사 다니기 싫다, 이직을 잘못했나 싶은 생각이 가득하다.
머리로는 시니어로서 앞으로 해나갈 일에 대해 계획을 세워야겠다 싶지만 마음으로는 괴롭고 또 괴롭다. 회사를 옮긴 가장 큰 이유가 영우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일거라 믿어서였는데 아직도 영우를 데려올 날은 요원하기만 하고, 내 삶은 전보다 행복하지 않다.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야할까. 그냥 다 놓아버리고 싶지만 난 놓을 수 없겠지. 그렇게 행복하지 않은채로 살아가겠지.

853일 맞을 준비가 된 아이?

아침에 사진이 올라왔는데 엄마가 맴매를 들고 있고 영우가 손바닥을 위로 하여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어서 동영상이 올라왔는데 상황을 설명하자면,
빌면서 네~ 하고 있는 영우.
앞으로 말 잘 듣겠습니다 해라 하니까 네~ 때리지 말까 하니까 네~ 그래 용서해준다, 또 그러면 이걸로 맞는다 하니까 네~ 하는 영우. 이렇게 대답 잘하는 순한 양이 있을까.
알고 보니 물을 쏟았는데 영우가 스스로 맴매를 들고 와서 맞을 준비를 했다고 한다. 흠, 어린이집에서 맴매로 맞는건 아니겠지? 이렇게 맞을 준비가 잘 되어있다니~ ㅎㅎ

2016년 6월 25일 토요일

28개월 리뷰

언제부터 말을 잘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게 말을 잘 하는 영우. 무언가 아느냐고 물었을 때 대답은 거의 '알아'이다. 정말 아는걸까 그냥 하는 말일까 궁금한데, 사실은 알긴 뭘 알겠나 그냥 하는 말일거라고 생각하는데, 가끔씩 모르는건 모른다고 이야기하는걸 보면 정말 다 알고 있는건가 싶기도 하다. 요즘은 영우가 하는 질문에 대답을 해줄때마다 '아아~'라고 하는데 듣고 있으면 정말 귀엽다. 마찬가지로 정말 알아듣고 아아~라고 하는건지 매우 궁금하다. 질문을 했을 때 그대로 반복해서 말을 한다면(예를 들어, 우리 밖에 나갈까? 하면 우리 밖에 나갈까 한다.) 그것은 긍정의 표현이다. 싫을 때는 아니아니 아냐아냐 의사표현이 확실하고 좋을 때는 반복해서 말을 따라한다.
한글 자음과 알파벳을 읽고 말할 수 있다. 영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알파벳송을 즐겨 부른다. 숫자도 1~12까지는 아는데 세어보라고 하면 몇 개씩 빼먹어서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다. 역시 정확히는 아니지만 시계보는 것에 대한 감은 갖고 있다. 긴 바늘을 기준으로 대략 몇 시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무지개 색깔을 빨주노초파남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이 색깔들은 영어로도 알고 있다.
여전히 반찬을 골고루 먹지는 않는데, 이거 먹어보자 하면 아니아니 의사표현이 확실하다. 엄마가 먹이실때는 안 먹는다고 하면 야단을 치며 밥도 먹지 말라고 하시는데 그러면 받아먹기는 한다고 하고, 고기 많이 먹어야 아빠처럼 키가 큰다고 얼러가며 먹이신다고 한다. 요즘 새롭게 먹기 시작한 반찬은 감자채볶음. 첫술에 받아먹지는 않지만 생선도 억지로억지로 먹기는 한다고 하니 다행이다. 뜻밖에도 다슬기국을 한 그릇 뚝딱 잘 받아먹기도 한단다. 며칠 전에는 손이 닿지 않던 전등 스위치에 손이 닿기 시작해서 영우 키가 많이 컸네 했더니 영우 고기 많이 먹어서 키가 컸어요 하더란다. 말은 참 잘해요. 그래도 최근 몇 번의 외식에서도 밥을 다 잘 먹긴 했으니 다행이다.
배변훈련이 생각보다 원활하진 않다. 말귀도 잘 알아듣고 응가는 변기에서 할 때도 많아서 기저귀 떼기가 수월할거라고 생각했는데 별로 진척이 없는 것 같다. 어린이집에서도 산책, 낮잠 등의 스케줄이 있으니 기저귀를 채우지 않기 좀 애매한가보다. 배변팬티 입는 것을 싫어한다는데 바지를 벗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고 한다. 외출할 때 무슨 색 옷을 입을지 스스로 결정하는 패션리더인데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 팬티를 입고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일까, 배변팬티가 작아서 입기 싫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큰 걸로 사줘야 하는 것일까. 어려운 일이다.
어릴 때부터 줄 세우는 것을 좋아하고 여기저기를 닦고 다니더니 약간 깔끔떠는것이 보인다. 손에 무언가가 묻으면 닦을 때까지 그 손을 쓰지 않고 한 손만 사용해서 논다. 며칠 전에 어린이집에서 흙놀이를 하는 사진이 올라왔는데 왼 손으로 흙을 파헤쳤는지 왼 손에는 흙이 잔뜩 묻어 있고, 그 손으로 삽질을 하기는 싫었는지 왼 손은 주먹을 꼭 쥐고 오른 손만 사용하여 삽질을 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너무 깔끔떠는건 좋지 않지만 더러운 것보단 낫겠지 하며 위안을 삼는다.
영우가 가장 좋아하는 아웃도어 활동은 그네와 미끄럼틀 타기. 그네는 타고타고 또 타고 지겹지도 않나보다. 요즘은 터널 미끄럼틀이나 경사가 있는 미끄럼틀도 탈 수 있다. 산책할 때에는 횟집의 수족관 보는 것도 좋아한다. 인도어 활동 중에 최고는 뭐니뭐니해도 아이패드. 여전한 아이패드 사랑으로 화상통화하기 어렵다. 내 핸드폰을 들여다볼 때에는 귀신같이 게임 아이콘을 찾아내서 누르는데 클래시 로얄을 지운터라 요즘은 디즈니 매직 킹덤을 좋아한다. 기차가 달리는 것은 보고보고 또 봐도 지겹지 않나보다. 무한반복해서 보면서 칙칙폭폭 달려요, 가자, 출발 등 추임새도 잘 넣는다. 한 번은 잘못 눌러서 다른 사람의 킹덤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내가 갖지 못한 롤러코스터가 운행을 하고 있었다. 작은 기차라며 너무 좋아하길래 이 재미없는 게임을 계속하면서 나의 킹덤에도 롤러코스터를 만들어주었다. 가상세계에서라도 원하는 것을 해주고 싶은 이것은 정상적인 엄마의 마음인가.

851일 짜잔

즐거운 놀이터 나들이. 터널 미끄럼틀을 무서워하지 않고 잘 타게 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글쎄 역주행을 하지 뭔가. 제법 길기도 하지만 꼬여있기도 한 미끄럼틀이었는데 그것을 기어올라갔다. 아빠가 영우가 다시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미 기어올라가버린 영우는 다른 쪽의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왔다. 영우도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할아버지를 놀라게 한 것을 아는 것인지, 미끄럼틀을 내려와서는 짜잔~ 한다. 아이 깜짝이야.

847일 매실따기 체험

어린이집에서 매실따기 체험을 하러 갔다. 이 꼬맹이들이 매실을 딴다고? 싶었으나 제법 많은 양의 매실을 따왔나보다. 다른 아이들은 큰 가방을 들고 땅에 떨어진 매실도 줍고 나무에서도 열심히 따는데 영우는 매실 따는데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것 같다. 열심히 매실따는 아이들의 사진과 달리 물이 가득 담긴 커다란 고무다라이(?) 옆에서 첨벙첨벙하는 영우 사진이 올라왔다.
다음 날, 매실을 담기 위해 아이들이 매실꼭지 따는 사진이 올라왔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웃긴지. 준비해 간 통에 매실을 넣고 설탕을 담는데 그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국자로 설탕 떠서 담는것에 얼마나 집중을 했던지 왕년의 근엄이 얼굴이 보인다. 엄마아빠가 해주기 힘든 이런 체험들, 참 좋네.

846일 목욕

저녁에 목욕을 시키다가 영우를 엄청 울렸다. 영우가 물놀이를 좋아해서 목욕을 빨리 마치는 것을 싫어한다. 비슷한 시간을 들여 목욕시키는데 어떨때는 울지 않고 잘 마무리되고 어떨때는 많이 우는데 아직까지 어떨 때 우는건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평상시에는 데리고 나갈 때 울기 시작하지만 몸을 다 말릴 때쯤이면 울음을 그치고 옷을 입는데 이 날은 옷 입는 것을 거부하면서 욕실 문을 두들기면서 한 번 한 번 하면서 계속 우는 것이다. 하도 우니까 엄마가 오셔서 한 번이라는 것이 물장난 한 번만 하겠다는 건데, 그거 한 번만 해주면 되는건데 라고 하셔서 다시 물을 받아서 물장난 한 번 하게 해주었다.
이제 충분히 말이 통하는 아이인데 목욕을 다 마친건지 나가도 되는건지 확인하지 않고 갑자기 확 들어내서 마음이 많이 상했나보다. 평소에 신랑은 떼쓰는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떼쓰는 행동을 강화하게 된다는 믿음이 있어서 떼를 써도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는 편이다. 이번에는 너무 서럽게 울어서 원하는걸 해주기는 했으나 계속 그 상황을 곱씹고 있었다. 이 아이를 좀 더 인격적으로 대해줘야겠구나 싶은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우리가 영우가 바라는 것을 좀 더 잘 읽어내기도 해야겠지.

845일 양떼목장

드.디.어. 몇 주 전부터 벼르던 양떼목장에 갔다. 6월 중순임에도 날이 너무 더워서 오후 4시가 넘어서 출발을 했는데도 대구의 더위는 정말 남다르다. 생각보다는 가까이에 있었는데 너무나 경사가 가파른 산을 올라가야하고, 바닥에 자갈을 깔아놓아서 유모차를 끌기 너무 힘들었다. 아이들이 많이 오는 곳인데 이런 접근성이라니, 또 갈 것 같지는 않다.
양만 있는 줄 알았는데 소, 염소, 토끼, 양이 있다. 건초를 사서 양과 염소에게 주는데 영우는 건초를 한주먹 쥐고 겁 없이 쓱 내밀었다가 양에게 물려서(?) 약간 겁먹었다. 먹이체험을 마치고 반대쪽 언덕에 있는 매점으로 가는데 그쪽에는 더 큰 목장이 있어서 볼만했다. 물론 대관령 양떼목장에 비할 규모는 아니지만 넓은 잔디밭과 양과 목장, 그리고 시원한 바람이 있으니 잘 왔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신랑은 지금 이 곳에서의 이순간이 참 좋았던 기억으로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다고 한다.
간식으로 자장라면을 먹었는데 영우는 맛있게 잘 받아먹는다. 이렇게 생애 첫 불량음식 미션 클리어. 우리는 저녁을 밖에서 먹을건데 영우가 저녁밥을 잘 먹을지 예상할 수가 없어서 자장라면이라도 많이 먹여서 저녁을 대신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저녁도 잘 먹었다. 돈가스도 시키고 불고기 샐러드도 시켰는데 돈가스는 쳐다만 보고 거부, 불고기도 안 먹겠다고 맨 밥만 먹겠다고 하였으나 불고기를 밥으로 살짝 덮어서 먹이니 먹긴 먹었다. 와중에 뭐 있다고 안 먹겠다고 하기도 했으나 그냥 먹어 하면 또 먹긴 먹는다. 이렇게 성공적인 외출과 외식에 뿌듯한 하루.

2016년 6월 22일 수요일

844일 일상

5시 퇴근 찬스를 쓰고 대구에 내려간다. 영우가 자러 가기 전에 대구에 도착했으면 좋겠다. 가는 도중에 엄마아빠 지금 출발한다고 전화를 했는데 내가 이야기할 때에는 시큰둥하더니 아빠 목소리가 들리니 소리를 지르며 너무 좋아한다. 영우야 아빠한테만 반가워하면 엄마가 서운한데 그러면 되겠어 안되겠어? 하면 안되겠어 라고 대답한다. 대답은 참 잘하지.
크기 공부를 할 수 있는 나무블럭을 하나 갖고 내려갔는데 블럭을 발견하자마자 엄마아빠 고맙습니다 한다. 맞벌이 엄마아빠가 미안한 마음에 아이에게 보상을 주고 싶어서 선물공세를 많이 한다는데 왠지 모양새가 그러하다.
나무블럭은 크기와 넓이, 굵기, 높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데 영우는 한 줄로 세워서 줄맞추기에 여념이 없다. 목적에 맞게 가르쳐줄까 싶어서 내가 엄마가 이렇게 한 번 해볼게 하며 블럭 하나를 건드리니까 아냐아냐 한다. 영우가 놀고 싶은대로 놀아야한다.
펜을 갖고 와서 스케치북에 그리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동그랗게만 그리다가 최근에는 선도 잘 그릴 수 있게 된 것 같다. 조그맣게 뭔가를 그리길래 뭔가 했더니 캥거루란다. 달팽이란다. 공작이란다. 어, 근데 진짜 느낌이 있다. 캥거루는 다리와 꼬리가, 달팽이는 달팽이집이, 공작은 깃털의 문양이 제대로 느껴진다. 것 참 신기하네 그려.
이제 여름이 되어 패디큐어를 하였는데, 영우가 그것을 보더니 휴지를 갖고 와서 닦기 시작한다. 발톱에 이상한 색이 묻어있으니 지우고 싶나보다. 안 지워지는거라고 설명을 하고 나니 영우 발톱, 할머니 발톱, 아빠 발톱에 색깔이 있는지 하나하나 체크해본다. 영우 발톱에도 색깔 칠해줄까 물었더니 아냐아냐 하며 정색을 한다.
두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많은 일이 있었구나. 매일매일 이런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삶은 어떠할까?

843일 몽키매직쇼

어린이집에서 몽키매직쇼를 보러 갔다. 마술사가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누가 도와줄래 물어보니 영우가 손을 번쩍 들고 올라갔다고 한다. 그게 뭔지 알고 손들고 올라갔을지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하다. 무대 위에 올라가면 긴장되고 무서울 수도 있을텐데, 몇 장 사진이 올라온 것을 보니 표정은 좀 긴장되어 보이지만 시키는대로 잘 하는듯 보인다. 유리잔을 머리 위에 잘 올려두고 있고, 후 불라고 하니 불고, 잘 보조하고 박수 많이 받으며 내려왔다고 한다.
선생님들이 영우 행동에 완전 흥분하셨다. 다른 어린이집 아이들도 있고 쇼가 진행이 되어야 하는데 저렇게 올라가서 어떡하나 걱정도 하셨나본데 잘 하고 내려오니 너무 자랑스럽다고 하신다. 4세 반 아이들도 아무도 못 올라가는데, 모든 엄마들이 당당히 나서는 것을 기대할텐데 얼마나 뿌듯하냐며, 엄마한테 무대에서의 이야기를 설명해 주시며 감격의 눈물까지 글썽이셨다지 뭔가. 그러게, 자랑스럽다 영우야.

840일 부상

어린이집에서 산책을 나갔는데 신이 난 영우는 혼자 다다다다 달려나갔나보다. 순식간에 바위 위에 올라갔는데 선생님이 내려오라고 영우야 부르는 순간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선생님이 얼마나 놀라셨을지. 다행히 얼굴이 긁힌 정도로 마무리된 것 같다. 긁힌 면적이 넓긴 하지만 지금 현재는 흉 없이 잘 나은 상태이다.
아침에 방방이를 뛰다가 얼굴을 부딪혀서 한참 울었나본데 같은 부위를 또 다치다니. 일진이 안좋은 날이었나보다.

2016년 6월 21일 화요일

839일 배변훈련

지난 주에 수족구 때문에 아이들이 많이 출석하지 않아서 영우 선생님이 며칠 쉬셨다고 한다. 그래서 배변 훈련은 다음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는데 주말에 연습을 시키고 싶은 엄마. 응가는 누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변기에 잘 앉기 때문에 쉬도 잘 가릴거라는 기대가 있어서, 쉬 마려우면 꼭 이야기하라고 신신당부하고 기저귀를 벗겨두셨다고 한다. 쉬 마렵다고 하지 않더라도 30분에 한 번씩은 억지로 누게 하려고 생각하신 모양인데 30분이 뭐야, 10분에 한 번씩 세 번을 연달아 바지에 실례를 해버렸다. 그간 이렇게 자주 쉬를 했던건가, 아니면 기저귀 없는 느낌이 이상해서 그런건가? 30분만에 3번 오줌 싼 것을 치우느라 지친 엄마는 바로 기저귀를 채우셨다. 채우자마자 또 기저귀에 쉬를 한 모양인데, 오줌이 또 다리를 타고 주루룩 흐를건가 싶었는지 고개를 숙여서 쳐다보고 있더란다.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으니 이상하긴 했겠지.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배변훈련이 시작될 모양인데 기저귀 떼면 또 다른 귀찮음이 있긴 하겠지만 한층 더 큰 아이 같을테지. 잘 해보자, 영우야.

838일 아빠가 보고싶었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린이집에 가겠다고 떼를 썼는지 아빠가 동영상을 하나 찍어서 올려주셨다. 어린이집에 선생님도 안계시고 오늘은 가는 날이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으나 영우는 계속 울고 있다. 그러다가 하는 말이 아빠가 보고싶었어. 어린이 집에 가지 않는 날에는 아빠가 와서 놀아줬는데 어린이집도 못가게 하고 아빠도 없으니 이상했던걸까? 아, 짠하다.

837일 혼자 양말신기

어린이집 갈 준비하는 영우, 양말을 꺼내와서는 혼자 신는다. 발뒷꿈치 부분이 딱 들어맞지는 않은데 어찌할 줄은 모르니 이거 뭐지 이거 뭐지 하고 있다. 아빠가 옆으로 살살 돌리며 맞춰주긴 하셨지만 이만하면 제법 그럴듯하게 신었다. 한쪽 양말을 신고 다른 한쪽도 쑤욱 잘 신고는 스스로도 뿌듯한지 현관문을 향해 휘적휘적 걸어간다. 혼자서 양말 신고 모자 쓰고 어린이집 갈 준비하는걸 보니 많이 컸다 싶다.

836일 어린이집 일상

같은 반에 명준이 말고 한 아이가 더 수족구에 걸렸나보다. 그래서 영우 반에 영우를 포함하여 두 아이만 등원을 한다고 한다. 선생님이 두 분인데 아이도 두 명이라 일대일 수업중. 작년에는 선생님 한 분이 두세명을 돌봐주셨는데 지금은 너댓명을 보시는 것 같다. 돌봐야하는 아이들이 많으니 수업 중에 아이들의 사진을 찍으려다보면 다른 아이들에게 소홀해질 수 있고, 그것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보니 아마 클레임이 들어왔나보다. 그래서 이제 사진이 많이 올라오지 않게 되어 아쉬움이 있는데 선생님 두 분이 두 아이를 보시니 사진이 전보다 많이 올라와서 좋다. 아이들이 많으면 인솔이 힘들어 멀리까지 산책나가기도 어려운데 이 날은 마트까지 가서 영우랑 요거트를 사먹으셨다고 한다. 선생님이랑 일대일로 수업하는 것도 좋긴 하지만 친구들과 북적북적 노는 것도 좋겠지. 친구들아 아프지 말고 건강히 지내자~

833일 일상

색칠공부하는 영우. 평소에는 싸인펜이나 물감놀이를 하는데 언제 받아온건지도 모를 크레용을 발견하였다. 싸인펜이나 물감으로 놀 때는 영우 혼자 찍찍 선을 긋는 수준이었는데 크레용으로 당근을 그려주니 주황색으로 칠하고, 딸기를 그려주니 빨간색으로 칠하는데 제법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지 않게 잘 칠한다. 영우가 잘 칠하는것을 보니 신랑도 뭔가 그려주고 싶었는지 바나나를 그려주었다. 그러나 냉정한 영우, 바나나 안 같애, 라고 하며 칠하지도 않는다.
요즘 계속 폭력을 쓰는 영우에게서 어김없이 또 한대 맞았다. 퍼즐을 갖고 놀다가 퍼즐판을 내 콧등에 찍었는데 어찌나 아픈지, 아프다 하고 있으니 신랑이 엄마를 또 때리다니 맞아야겠다며 몽둥이를 하나 들고 왔다. 큰 몽둥이를 들고왔더니 영우가 그거 아니라며, 큰 맴매 아니고 작은 맴매라며, 손수 작은 맴매를 들고왔다. 요즘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맞고 사는건가? 작은 맴매라니 완전 빵터졌다.
잠깐이라도 양떼목장에 들렀다 오고 싶었으나 아침부터 비가 와서 양떼목장은 결국 실패. 영우 낮잠자고 일어난 후에야 비가 그쳐서 잠깐 외출을 했다. 놀이터는 젖어 있을 것 같아서 공원을 돌아보고 올 계획이었는데 공원 가는 길에는 우체국과 소방서가 있다. 우체국 앞의 우체통을 보고 편지 넣는 거라고 이야기를 하는게 아닌가, 지난 어버이날에 우체통에 편지 넣은 것을 기억하고 있나보다. 소방서는 항상 문이 닫혀 있었는데 이 날은 문이 열려 있는데다가 소방차가 세 대에 앰뷸런스까지 있다. 맞은 편에는 경찰서까지 있어서 로이와 앰버, 폴리까지 만나 영우는 신이 났다. 돌아오는 길에 놀이터가 보이니 참새가 방앗간 못 지나듯 유모차에서 내릴래 내릴래 하길래 내려줬는데 미끄럼틀이 아직 젖어있는 것을 보더니 두 말 않고 돌아선다. 그래도 말귀를 잘 알아들으니까 이럴때 억지를 부리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832일 일상

엄마아빠가 시골에 가셔서 하룻밤 주무시고 오신다. 전날 재울 때에는 할머니를 찾지 않았는데 일어나자마자 대성통곡이다. 그것도 새벽 5시에. 꿈을 꿨는지 영우거야! 라고 외치면서 깨서는 할머니를 찾으며 울기 시작하였다. 한참을 울다가 신랑이 영우 꿈꿨구나 했더니 꿈이란 말이 재미있었는지 깔깔 웃으면서 울음을 그치기는 했는데 이미 잠은 다 깬 상태라 힘든 하루가 시작되었다. 한참을 놀다가 아침밥 먹다가 잠든 영우.
한 잠 자고 일어나서는 동생네 집에 갔다가 조카와 함께 동촌 유원지에 갔다. 작년 이맘때 오리배 탔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이 날은 조카도 있고 해서 유원지에는 가지 않고 커피를 마시는데 영우도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케잌을 먹는다. 커피숍에 작은 정원도 있고 그네의자도 있어서 영우는 계속 밖에 나가고 싶다. 선글라스 쓰고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즐거운 나영우.
나온 김에 저녁도 먹고 가기로 했다. 식당 하이체어에서 영우는 물장난을 시작한다. 불안불안하더니만 물 한 컵을 그대로 쏟아서 옷을 버리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이제 물 쏟으면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했으나 학습이 될리가 없지, 또 물을 쏟아서 옷이 젖었다. 물 양이 많지는 않아서 다행히 많이 젖지는 않았으나 나는 화가 날 수밖에. 웃긴건 영우가 화난 엄마의 눈치를 보더라는거. 영우야, 엄마는 사실 좀 무서운 사람이란다. 앞으로 눈치있게 잘 해야 할 것이야.

2016년 6월 20일 월요일

831일 일상

즐거운 방방이 타임. 이제는 정말 제법 높이 잘 뛰는데 손을 잡아주기를 바란다. 손을 잡아주면 더 높이 뛸 수 있어서 재미있나보다. 많이 많이 하면서 높이 뛸 수 있게 도와주길 바라는데 문제는 뛸 때마다 팔목뼈가 우두둑거리는 소리가 난다는 것. 즐거워하니까 손을 잡아주기는 하는데 그 소리 참 불편하도다.
어제의 선글라스를 내 가방에 넣어두었더니 가방 속이 궁금한가보다. 지갑을 꺼내서 열고 싶어하다가 금방 포기하나보다 싶었는데 카드 한 장이 실종이다. 화장 가방에서는 팩트를 꺼내서 내 얼굴에 톡톡톡을 해준다. 영우 앞에서 화장을 몇 번 한 것 같지도 않은데 뭘 보고 기억을 하는건지, 고녀석 눈썰미 참.
저녁에는 제부 동생이 하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가끔씩 생각나는 맛있는 문어숙회. 대구수목원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서 저녁 식사 전에 수목원에 가고 싶었는데 비가 와서 실패. 다행히 식사 시간에는 비가 오지 않아서 근처를 돌아다녔다. 이 집 저 집 튼튼하게 지어졌는지 벽을 두들겨 보고, 음악학원 앞에서 난생처음 기타줄도 튕겨보고, 동네 학교 운동장 탐방도 하고 수조에 있는 문어들을 한참동안 구경했다. 언제나 밖에 나가면 영우가 뭘 먹을 수 있을까 고민인데 메뉴에 자장면이 있어서 맛있게 먹었다. 식당을 나설 때에는 자장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까지.
저녁을 먹고 나서 바로 옆의 파스쿠치로 이동했다. 방금 자장면을 먹었음에도 빵을 먹겠다고 해서 영우가 직접 고른 빵과 동생이 주문한 딸기 스무디를 반 이상 먹은 것 같다. 엄마가 우유 외에 다른 음료들은 거의 주지 않으시는데 딸기 스무디 엄청 맛있나보다. 신세계가 열렸겠지. 이렇게 하나하나 먹는게 늘어간다.

830일 일상

3일 연휴를 앞두고 휴가를 냈다. 어린이집 하원 시간에 맞춰서 도착하고 싶었는데 딱 맞춰서 도착했다. 영우가 반가워할까 어떤 반응을 보일까 설레어 하며 문을 열었는데, 우리를 본 영우는 신발장에서 신발을 꺼내서 신더니 꺄아아아 소리를 지르며 뛰어나와, 어느샌가 저 멀리로 뛰어갔다. 영우 잡으러 간다고 선생님들께 제대로 인사도 못했는데 선생님들은 영우 저런 모습 처음 보신단다. 엄마 아빠가 데리러 와서 업된 영우를 보니 살짝 흐뭇하기도 하다.
출장길에 사온 영우 선글라스를 선물로 줬는데 오옷, 의외로 잘 쓰고 있다. 작년에는 선글라스를 끼우자마자 1초만에 휙 잡아빼는 바람에 바로 반품했는데 이번엔 다르다. 선글라스를 끼고 휙휙 둘러보며 캄캄해 하기도 하고, 손을 뻗어 보며 다 보이네 하기도 하고, 벗어도 보고 다시 껴보기도 하고 제법 흥미로워한다. 때가 되니 흥미가 생기는구나. 선글라스 끼고 내일 놀러가자 영우야.
엄마가 저녁 간식으로 방울토마토를 내주셨다. 영우가 방울토마토를 하나씩 갖고 와서는 엄마 먹으라고 한다. 고마워~ 하며 다 받아먹었더니 갑자기 한주먹을 가득 쥐고 와서 엄마 반가워 많이 먹어 한다. 신랑이 아빠는 안 준다고 서운해하니 아빠한테도 갖다주면서 아빠 두 개 줬어요. 그리고 나머지는 다 나한테 갖고 와서 입에 밀어넣는다. 다 먹었는지 확인까지 하고는 뿌듯해하며 접시까지 정리한다. 동영상으로 찍어놓은 것이 있는데 다시 봐도 웃긴지. 신랑이 나중에 이 때 상황을 또 이야기하면서 영우 아빠한테는 안 주고 엄마한테만 다 줬지? 했더니 아빠는 두 개 줬다니까 한다. 이 녀석 다 알고 하는 행동이구나. 엄마 챙겨줘서 고맙다.

824일 저지레

하루하루 늘어가는 저지레.
두루마리 휴지 하나를 몽땅 다 풀어냈다.
할머니의 팩을 꾹 짜내서 못쓰게 만들었다.
(저지레는 아닌 것  같지만) 영우용 하이 체어에 기어올라갔다. 클라이밍 수준이다. 자리에 착석하고 나서는 표정이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 혼자 올라오고 싶었다며 안 위험했다며 마냥 즐겁다.

823일 첫 소풍

처음으로 소풍을 갔다. 영우의 첫 소풍을 위하여 엄마는 작은 도시락통을 사고, 소풍용 백팩도 준비하였다. 빨간 도시락통에 미니 김밥, 바나나와 방울토마토를 싸고, 노란 백팩에 도시락과 물통을 넣어서 영우는 소풍을 갔다.  

친구와 형아누나들은 어린이집 체육복을 입고, 노란 버스에 타서 안전벨트를 하고, 20여분을 달려 수변공원에 갔다. 작년에도 차를 타고 이동하는 야외활동이 있었는데 엄마가 보내지 않으셨더랬다. 엄마의 그 때 마음과 같았는지 영우 반에는 미주라는 친구와 영우만 소풍을 갔다.
평소에는 사진이 거의 없는데 둘밖에 없으니 선생님이 사진을 많이 찍어주셨다. 꽃터널 아래에서 친구와 손 꼭 잡고, 두 손으로 하트도 만들고, 조형물 앞에서 폼도 잡고, 이 모든 것을 남겨주셔서 감사한지. 도시락 먹고, 선생님이 싸오신 김밥도 같이 먹고, 즐겁게 놀다가 돌아온 영우와 미주는 들떠서인지 낮잠도 안 자고 말똥말똥. 늘 이렇게 즐거운 날들이길.

2016년 6월 12일 일요일

822일 방방이

지난 주에 영우가 인디언텐트를 치우고 싶다고 하여서 텐트를 치운 자리에 트램폴린을 들이기로 결정하였다. 이제 곧 장마가 될텐데 실내에서 영우의 에너지를 소진할만한 놀이기구가 필요하지, 암.
방방방방 하면서 뛰기도 하고 점프점프 하면서 뛰기도 하는데 사실 아직은 높이 점프를 하지 못한다. 방향을 잘 잡지 못해서 빙글빙글 돌게 되기도 하고 가운데에서 잘 뛰지는 못해서 밖으로 떨어질까봐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한다.
그래도 좋아하니까 다행이다. 이틀 뒤에는 다시 인디언텐트를 설치해달라고 난리였나본데 그 때를 잘 넘기고 나니 지금까지는 매일매일 꽤나 잘 놀고있다. 트램폴린 많이 뛰면 성장판에 도움을 줘서 키도 큰다는데 열심히 뛰어보자.

818일 일상

영우가 내 핸드폰의 사진첩을 보다가 체육대회 회식에서 사람들이랑 찍은 사진을 보더니 '아빠가 있어야 되는데 다른 사람이 있네' 한다. 아빠를 너무나 좋아하는 영우, 엄마 옆에는 항상 아빠가 있어야 하고, 아빠랑만 사진 찍어야 하는구나. 낮잠을 잘 때에도 할머니가 데리고 들어갔는데 아빠랑 자겠다고 하며 안 자고 버티더니 결국 아빠 무릎을 배고 잠들었다. 월탱 동영상을 보다가 스르륵 잠들었는데 신랑은 영우가 아빠를 좋아한다며 정말 뿌듯해한다.
그러나 영우 뒷치닥거리하고 데리고 노는 것은 나의 몫. 낮잠에서 깨어난 영우를 데리고 그네 타러 나갔다. 그네는 몇 번을 타고 또 타도 재미있을까, 많이 많이 높이 높이를 외치며 내려올 생각을 안한다. 중간에 잠깐 내려온 틈을 타 다른 아이가 그네를 잡았더니 자기가 타겠다고 어찌나 소리를 질러대는지, 형아라 다행히 양보를 해주긴 했는데 이런 고집은 너무 세서 걱정이 된다.
이 날은 뜬금 없이 '우리집'이란 표현을 했다. 그리고 이어서 '서울 가자'라는 이야기도 하였는데, 영우에게 서울이란, 우리집이란 어떤 의미일까? 헤어질 때 운다거나 따라가겠다고 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뜻하지 않게 영우가 내뱉은 말에 마음이 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