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31일 월요일

2013

2012년 결산.
길지 않은 인생 1년 단위로 끊는게 소모적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반복되는 일상 일부러라도 끊어서 돌아보고 반성하고 보다 나아지기 위한 노력은 필요한 것 같다.

2012년엔 몇가지 변화가 있었다.

1. 회사
TF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 때문이기도 하고 워낙 변화무쌍한 조직이라 올 한 해 세 개 본부, 네 명의 팀장을 겪었다. 아직까지 프로젝트는 진행 중이고 내년 하반기나 되어야 오픈 될 예정이라 성패를 가늠하기 힘들지만 창립 이래 최대 금액이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라 부담스럽고 스트레스도 많다. 바쁜 나날들도 있었고 망연자실한 날들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컨설팅 받으면서 배운 것들도 좀 있었던 것 같다. 가끔 기존 조직에 있었으면 좋은 평가 받고 더 자신감있게 일했을텐데 여기선 맘대로 되는 것도 없고 뭐한건가 싶은 생각이 들때도 많았다. 어쨌건 지난 날은 뒤로 하고 남은 기간 열심히, 그리고 잘 해내야겠다.

2. 취미/문화생활
올 해는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많이 한 해였다.
-발레. 지젤을 시작으로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를 다 보았는데 인간의 몸으로 표현되는 아름다움에 대해 감탄을. 발레리나는 말할 것도 없고, 전에는 발레리노의 매력을 몰랐는데 힘있는 점프가 정말 멋졌다.
-오페라. 정식 오페라는 아직 라보엠밖에 겪어보지 못했지만 오페라 갈라를 두 번 정도 더 볼 기회가 있었다. 이 또한 인간의 목소리가 얼마나 훌륭한 악기인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고 그런 측면에서 뮤지컬 위키드와 레미제라블도 감동적이었다.
-연주회. 올 해 해외 연주자,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감상할 기회가 많았는데 대만족이었다. 비용의 압박으로 좋은 좌석에서 즐기긴 어렵지만 경험을 해보는 것과 아닌 것은 천지 차이. 앞으로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많은 좋은 공연을 즐기고 싶다.
-그림. 그리고 싶다, 그리고 싶다 말만 하다가 드디어. 학원에 나가게 되었다. 지금 잠시 쉬는 중이고 언제까지 하게될 진 모르겠지만 그리는 시간동안은 즐겁다. 언젠가 여행지에서 색연필로 슥슥 그릴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여행. 마카오, 홍콩, 대만, 상해.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친구들과 동행한 여행. 긴 시간 함께해 온 유년시절 친구와의 여행, 회사라는 드라이한 공간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과의 여행. 정말 즐겁고 유쾌하고 의미 있었던 시간들이다. 앞으로 한께할 시간들도 기대되는 인연들.

3. 자기계발
블로그를 시작하였다. 맘편히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다시 독서모임을 시작하였다. 덕분에(블로그 때문인 것 같기도 하지만) 올해 31권의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나 혼자라면 다소 편협한 도서선정이 이루어질 수 있을텐데 여러 사람의 기호가 반영된 책을 볼 수 있다는 정도로 의미를 두려고 한다.
올해도 영어공부는 하지 않았다. 언제쯤 영어공부란 얘길 하지않고 생활 속에 녹여낼 수 있을지 원. >.<

2013년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여 또 어떤 다이나믹한 일들이 생갈지 짐작도 안간다.
나는 지금까지처럼 즐겁고 행복하게 때론 후회도 해가면서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의 나를 기대하며 살아갈 것이다.
여러분들도 힘내시길!
Happy new year~!!

2012년 12월 30일 일요일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이번 달 독서모임의 주제는 인간과 사회이다. 마침 대선을 치룬 후라, ‘보수’는 이 시대를 어떻게 지배해 온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어 선택한 책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에서 말하는 세 가지 명제가 꼭 보수만의 레토릭은 아닌 것 같다. 다만 현재의 기준으로 보자면 인류의 지난 역사가 진보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할 때마다 그러한 변화에 대해 반대논리를 펼 수밖에 없는 쪽이 보수이다 보니 그들이 펼친 논리를 참고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세상을 조종해 온 세 가지 논리라고 하는 것은 역효과 명제, 무용 명제, 위험 명제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을 법한, 그래봐야 의도했던대로 안되고 정반대 결과만 낳을걸? 그래봐야 아무소용 없을걸? 그러면 우리가 위험해질 걸? 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류가 정진을 시작한 이후 크게 세 번의 진보적인 과제가 화두가 되었는데 첫번째가 프랑스 혁명으로 대표되는 인권, 시민권의 정립. 두번째가 보통선거권, 투표권의 확대. 세번째가 복지국가의 등장이다. 이 때마다 보수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프랑스혁명이 도대체 어떤 변화를 가져온거야? 프랑스혁명의 결과 혹은 흔히 말하는 성과들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로는 구체제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는데! (무용 명제)
보통선거권이 확대되면 글도 못 읽는 농촌 민중들이 투표권을 얻게 되고, 그러면 그들의 투표는 오히려 매수되거나 권력자들의 뜻대로 유도될 거라고. 민주주의가 오히려 지배 집단의 권력을 강화시키고 우리의 자유를 위협하게 된다니까! (위험 명제)
실업보험이라고? 그러면 새로운 일거리를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게 되고 사람들은 게을러져.
빈민구제법이라니! 구걸을 방지하자는 것이 오히려 구걸을 합법적인 직업으로 만들어버렸네.(역효과 명제)

이런 이야기들은 참으로 그럴듯하지 않은가? 한쪽 면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목적을 가진 사회적 행위는 분명 긍정적 결과와 부정적 결과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고 때로는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긍정/부정 어느 결과가 더 큰지, 옳은 것인지는 역사가 판단할 것이다.
지난 대선 이후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힘들어하고 있지만 프랑스 혁명 이후 그것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이들은 얼마나 괴로웠겠는가. 역효과 명제보다 무용 명제가 훨씬 더 고통스러운 것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역효과 명제는 그래도 변화는 있었고 그 방향이 의도와는 반대였으나 그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있지만, 무용 명제는 어떠한 노력도 수포로 돌아간다는 무기력을 수반하므로 매우 모욕적이라고 한다.
역사의 단계를 뛰어넘을 순 없는 법. 더디 가더라도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미래를 맞이해야한다.

눈먼 자들의 도시


몇 년 전엔가 영화로 보고 책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눈 먼 사람들에 대한 표현, 그들의 심리 묘사를 어떻게 글로 표현했을지 궁금했다. 본 걸 또 보는건 지겨운 일이라 결국 독서모임 메인 책으로 선정되어 다시 읽게 되었다.

어느 날 도시의 사람들이 아무 이유 없이 눈이 멀게 되고 그 중 초기에 눈이 먼 사람들은 수용소에 갇히게 되는데 그 중 단 한 사람, 눈이 보이는 사람이 있다.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저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생활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다고만 생각하기엔 현실의 축소판이라 씁쓸하기도 하고 인간의 원초적인 모습이 적나라하게 묘사되므로 상당히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누가 지금처럼 고고하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300명이 모여있는 집단 수용소에서 눈이 보이는 단 한명의 그 여자. 책임감을 갖고 그녀가 속한 병동의 사람들을 보호하고 리드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녀를 따르는 10여명의 사람들. 그런 불행이 닥친 와중에도 나 하나 살기 좋으면 그만이니 사람들을 괴롭혀서 내가 취할 것을 취하겠다는 20여명의 사람들. 그리고 내 배만 불려주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했던 말은 눈먼자들의 도시가 눈뜬자들의 도시와 다를 바가 없네.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냥 그런 생각이다.

2012년 12월 25일 화요일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않다



독서모임 지정 책이라 읽긴 했지만 이런 ‘좋은생각'류의 책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읽는 중에 인상적이라고 체크해놓은 부분을 보면 내 인생의 화두를 알 수 있다.
이 짧은 인생, 하고싶은 일 찾아서 다른 사람들 신경쓰지 말고 행복하게 살자는 것이다.


아래는 정목스님의 목소리.

인생은 짧습니다. 이 짧은 인생을 소모하지 마세요. 인생에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소중한 일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무엇을 할 때 나는 가장 행복한가요?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무엇을 할 때 당신은 가장 행복한가요?
나를 소모시키는 일은 하지 마세요. 좋은 사과를 얻기 위해 사과나무 가지를 쳐내듯 인생의 좋은 과일을 얻기 위해 당신이 하는 많은 것들을 가지치기하세요. 당신을 소모시키는 필요 없는 일들을 잘라내세요.
자르고 버리고 하다 보면 모든 것이 가지런해집니다. 인생 그 자체엔 아무 의미가 없지만 그 의미는 나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성숙하지 못한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하려 하고, 성숙한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한다는 속담이 있지요. 좋고 싫음의 미로에 갇혀있으면 판단하기가 어려우나 원치 않는 일도 담담히 수용하면 고민이 풀리지 않을까요?
놀라운 일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관심을 갖기보다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데 더 관심을 갖는다고 합니다.

Les Miserables



역사, 세계사에 대해 너무 모르는 나는 미술사 시간에 루이 16세가 처형되고 나폴레옹 시대를 연 후 다시 부르봉 왕가의 샤를 10세가 즉위하는 것을 배우면서도 별 생각이 없었다. 대선 이후 프랑스 혁명과 비교하여 언급한 몇몇 글을 보았는데 보면서도 별 생각 없다가 레 미제라블 시작에서 나오는 ‘프랑스 혁명 25년 후, 다시 왕정이 시작되었다’는 문장을 보면서부터는 마음이 찡한 것이 우리나라 상황을 너무 투영하면서 본 것 같다. 바리케이드 장면, 엔딩 장면을 보면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누군가는 오버라 하겠지만 이 역사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싶다. 내일은 다시 오리라. 오는거겠지.

이제 영화 얘기를 하자면, 3시간에 가까운 상영시간이 부담이긴 하지만 정말 강추이다.
여기까지 써놓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25주년 기념 뮤지컬 실황을 녹화한 영상을 보았다. 뮤지컬과 비교해 보니 영화가 얼마나 잘 연출되었는지 더 실감할 수 있었다. 선박을 끄는 오프닝 장면의 웅장함, 바리케이드가 무너지던 날 파리의 좁은 골목들을 전체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최고로 멋졌던 엔딩. 영화이기에 가능했던 연출이었다. 잘 알려져있는바와 같이 모든 대사처리가 노래이기 때문에 나중에 추가 녹음을 한 것이 아니라 촬영현장에서 배우들이 직접 노래했는데 그또한 멋지다. 특히 개인적으론 앤 헤서웨이의 재발견. I dreamed a dream을 부를 때 그 절절함이 묻어나오는 표정과 노래는 앤 헤서웨이가 이 정도 배우였나 싶을 정도였다. 뮤지컬의 순서와 한 신을 바꿨는데 그것만으로도 절절해서 그 때문인지 배우 때문인지 뮤지컬에서는 그 장면에서 감정이입이 잘 안됐다.
사실 레 미제라블 원작을 읽은 적도 없고 그냥 빵 훔쳤다가 장기복역하고 나와서 시장되고 쫓기는 장발장 이야기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쓰고 보니 부끄럽네 >.<) 혁명에 관한 대서사시였구나, 그 시절과 지금이 하나 다를게 없구나, 많은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누가 누구를 낙인찍고 판단하는지. 나 또한 누군가에게 낙인을 찍어놓고 있지는 않은지. 피흘리는 혁명의 젊은이들을 외면하는 프랑스의 시민들과 내가 무엇이 다른지.

덧. 영화의 에포닌이 25주년 뮤지컬에서도 에포닌이다. 실은 반대가 맞는 말이지만. 영화에서는 아만다와 앤에 상대적으로 가려지는데 뮤지컬에서는 에포닌이 가장 이쁘다는 것이 함정.
25주년 기념 영상 마지막에 1985년 초연 배우들이 나와서 2010년 배우들과 노래하는데 정말 멋졌다. 엉엉.

2012년 12월 19일 수요일

盡人事待天命

나도 모르게 하늘도 무심하시지..란 말을 내뱉었다.
아침에 제대로 떠지지도 않는 눈으로 핸드폰을 더듬어 찾아 포탈 메인을 확인하였다.
아, 이것이 꿈이 아니구나. 이것이 대한민국의 2012년 12월 20일의 아침이구나.
출근 길에 나도 모르게 큰 한숨만 내쉰다.
아침 뉴스에 잠깐 비친 문재인 얼굴을 보니 울컥한다.
정말 몹쓸 짓을 했다. 이 정도밖에 안되는 우리였는데.

나를 가장 참담하게 하는 것은 아래와 같은 결과이다.
그냥..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 생각하는게 답일까?


직업별 지지율

* 농림 임업 어민: 朴 55.2-文 37.1%
* 자영업: 朴 50.2-文 37.1%
* 화이트칼라: 朴 32.7-文 53.5%
* 블루칼라: 朴 43.1-文 48.1%
* 가정주부: 朴 55.6-文 32.3%
* 학생: 朴 27.9%-文 57.7%
* 무직: 朴 60.4-文 19.3%

월(月) 소득별 지지율

* 200만 원 이하: 朴 56.1-文 27.6%
* 201만~300만 원: 朴 40.1%-文 47.6%
* 301만~400만 원: 朴 43.5-文 47.3%
* 401~500만 원: 朴 39.4-文 50.6%
* 501만 원 이상: 朴 40.8-文 46.4%
 
학력별 지지율

* 중졸 이하: 朴 63.9-文 23.5%
* 고졸 이하: 朴 52.8-文 33.1%
* 대재(大在) 이상: 朴 37.4-文 49.6%


그리고 이번 출구조사 투표율

20대 65.2%
30대 72.5%
40대 78.7%
50대 89.9%
60대 이상 78.8%


2012년 12월 10일 월요일

평화로운 저녁




간만에 토요일 저녁, 집에서 저녁 먹고 빈둥거리며 보낸 시간.

보일러 빵빵하게 틀어놓고 거실 러그 위에서 배 깔고 엎드려 뒹굴뒹굴~
커피 한 잔과 새로 받은 아이폰5 만져보면서 TV도 보고 신랑과 노닥노닥~
게으름피우며 보내는 시간, 참 평화롭고 좋구나.

2012년 11월 29일 목요일

다음 플레이



사회에 발 딛은지 올해 꽉 채운 10년. 10이라는 숫자가 주는 상징성 때문인지 나의 다음 10년을 위한 커리어에 대해 종종 생각해보게 된다.

하고싶은 일은 남들에겐 헤드헌터라고 표현하지만 더 세부적으로는 커리어 코칭, 특히 실리콘밸리와 연계하여 IT 섹터쪽으로 특화하고 싶다. 그러나 그러기엔 나의 경력과 네트웤이 너무나 미천하다. 생각뿐이지 구체적인 실행방안도 없다.
잘할 수 있는 일은 10년동안 해왔던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일텐데 현재 회사가 데이터 기반이 너무 약하다보니 이대로 가다가 시대에 뒤쳐지지 않나 하는 불안감이 없지는 않다. 주관적으로 나의 학습 능력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 부족하더라도, 신기술이 도입되더라도, 금세 따라잡을 수는 있을 것이라 믿고 결국 분석역량은 인사이트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런 면에서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어제 SAS에서 보내준 웹진을 통해 SAS Visual Analytics 데모를 보면서, 내년 4월에 개최되는 SAS Global forum 일정을 접하면서, 아마존의 약진에 대한 기사를 보면서, 조금은 상실감이 있었다. 분석역량을 보다 중시하는 회사에 있었으면 좀 더 스킬업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오히려 제조업이나 온라인쇼핑몰 전문회사로 가서 구매행태 분석하고 추천상품 예측하는 경험을 해보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HR인지, Data Scientist인지, 나의 다음 커리어에 대한 확신이 없어 생긴 일상의 고민, 긴박감 없는 프로젝트에 대한 지루함으로 생긴 투정일 뿐이었는데 오늘 아침 링크드인 CEO 인터뷰에 대한 기사를 보고는 생각이 좀 더 머무른다.

다음 플레이. 지금 너무 안주해 있는 것이 아닌가,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그리고 링크드인 CEO의 질문에 난 무어라 대답할 것인가.
“내가 당신한테 질문을 할 건데, 15초 안에 답해라. 지금부터 20,30년 전을 돌아보면, 무엇을 성취했다고 대답할 건가?”
이 질문에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30년은 너무 멀고) 10,20년 전에 비해 나는 나를 객관적으로 알게 되었고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링크드인의 CEO는 업무적인 성취를 기대하고 질문한 것일수도 있지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내가 대견하다. 나를 알고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내가 잘하는 것을 알아가고 있는 지금이 있어, 더디더라도 10년 후에는 이거 성취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올테지.

링크드인 CEO 제프 와이너 인터뷰는 다음을 참고.
또 뜬금없이 이런 좋은 글을 번역본이 아니라 직접 읽고 온전하게 느낄 수 있도록 영어 좀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 이 놈의 영어 컴플렉스 >.<

랑랑 피아노 협주곡 콘서트




드디어. 랑랑의 연주를 들었다.
입장부터 퇴장까지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클래식계의 아이돌이라 그런걸까? 엄청난 환호와 박수가 익숙한듯 입장할 때부터 느껴지는 여유와 무대매너. 연주 중 피아노가 쉬는 순간에도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온 몸으로 느끼며 박자를 타고 순간순간 오케스트라를 향해 손짓도 하는 것이 랑랑도 나중에 지휘하려나 하는 느낌이 살짜기 들었다. 한국말로 인사하는 센스와 오케스트라에 대한 감사 표시, 앵콜곡 소개 등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우리나라의 차세대 피아니스트들과 조금은 비교되었다. 선욱군도 태형군도 shy guy들인데 그들의 연주 자체로도 멋지긴 하지만 세계로 커나가려면 어느정도의 무대매너는 갖추는게 좋을 듯.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좀 더 들면 괜찮아질테지~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지만 아직 소나타는 부담되고 콘체르토는 한 곡 연주라 늘 아쉽다. 이번 연주는 콘체르토 콘서트! 수원시향의 서곡에 이어 베토벤 피협 5번과 프로코피예프 피협 3번, 두 곡이나 연주한다.
베토벤 피협 5번, 황제는 참 많이도 들었다.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3인의 연주로도 다 들어봤는데 어제는 이게 내가 아는 그 곡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느낌이었다. 어느 것이 더 낫다라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곡이, 익숙한 곡이 이렇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니 이런 것이 연주자의 ‘곡의 해석’이라는 거구나 싶은 생각이 처음 들었다.
랑랑의 때론 섬세하고 때론 화려한 기교는 기술적인 면에서는 매우 훌륭하다.(예술가에게 기술적이란 표현을 써서 미안하지만 달리 적절히 표현하기 힘든 나의 언어능력을 탓하길) 그렇지만 감성적인 면에서 엄청난 울림은 없었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2009년 5월 23일 김선욱군의 연주. 그 날과 같은 곡, 같은 오케스트라, 같은 지휘자였지만 적어도 나에겐 랑랑보다 김선욱군의 베토벤이 더 감동적이다.
2부 프로코피예프 피협은 절로 감탄이 흘러나오는 엄청난 연주였다. 악장 사이에 박수 치면 안된다지만 1악장 끝날때부터 박수가 절로 나오려는걸 참느라 힘들던지, 엄청났단 표현말고 어떤 적절한 표현이 있을 수 있을까. >.< 레퍼토리가 프로코피예프, 스트라빈스키 이러면 약간 기피했었는데 역시나 듣기 쉽진 않았고 아마 수원시향도 베토벤에 비해 프로코피예프는 경험이 덜할것이고, 그래서인지 랑랑의 연주를 못따라가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 아쉽긴 했다. 그렇지만 랑랑 정말 최고. 수원시향도 훌륭했다.

현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훌륭한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들을 수 있어 좋았던 밤이다. 이런 감동이 있는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아서, 이런 멋진 세상을 만나고 느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트위터를 보니 어제 랑랑 다큐도 방송한 모양이고, 12월 9일에 MBC에서 방송되는 미니콘서트도 녹화했나보다. 랑랑 자서전도 읽었으니 다큐도 방송도 기회되면 찾아봐야지 :)

2012년 11월 25일 일요일

아워이디엇브라더 유료시사회



프레인의 두번째 영화 아워이디엇브라더
첫번째 영화 50/50의 마케팅 사례를 본부에서 발표한 적도 있는터라 그 기대가 적지 않다.
원래 1차 시사회를 예매했다가 집안 일로 눈물을 머금고 당일 취소를 했는데 다행히 2차 시사회가 열려 참석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기발한 프로덕트를 준비했는데 아워이디엇브라더 캔들. 1차 시사회 후기를 보며 선물을 미리 알고 있었던터라 웬 캔들? 했는데 영화를 보고나면 아 역시~ 싶은 제품이다.

두번째 영화 상영을 결정하면서 프레인무비는 멤버십을 도입하였다. 이메일로만 가입이 되는 이 멤버십은 주로 이메일로 소통하고 이번 시사회도 멤버십 회원들에게 선예매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가입순서대로 부여되는 멤버십번호로 후에 특별한 이벤트들을 진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체에서 이메일로 전해지는 소식들은 대부분 드라이하기 그지없지만 프레인무비의 이메일은 좀 다르다. 여준영대표가 직접 이 영화를 수입하기로 결정한 배경을 설명해주기도 하고, 화려한 이미지가 아닌 텍스트로 작성된 이메일이 오히려 정감있고 반갑기도 하다. 온라인으로도 따뜻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 느낀다.

아마도 영화가 개봉되고나면 더 많은 마케팅 사례들이 생겨날 것이고 또 한번 포스팅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영화를 대하는 컨셉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예상되듯이 주인공인 네드라는 이디엇한 브라더가 사실은 이디엇한 것이 아니라 사랑스런 브라더란 것인데 영화의 컨셉에 충실하게 모든 제작물들을 만들었다. 모든 제작물에서 이디엇을 지우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 포스터에서도, 선물 박스에서도, 선물에서도, 이디엇은 지워지거나 뜯어지거나 사라진다. 무형의 컨셉에 집중하여 그 컨셉에 딱 맞아떨어지는 유형의 프로덕트를 제작해내는 아이디어의 원천이 부럽다.
"이 영화를 보고 지루하다고 말할 사람이 전국에 몇 천만 명 이다
그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지 않게 마케팅 했으면 좋겠다.
꼭 봐야 할 사람이 보고, 본 사람들이 모두 이 영화를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 숫자는 십만 미만일 거다"
여준영대표가 프레인영화팀에게 한 이야기라고 하는데 멋지지 않은가. 영화에 딱 맞는 사람들에게만 마케팅하고 그들 모두가 사랑하게 만들자니.

영화시사회 후기인데 영화 얘기는 너무 없는 것 같아 간략히 말하자면,
아워이디엇브라더는 50/50과 마찬가지로 적당한 위트와 적당한 감동이 있는 저예산 영화로 엄청난 재미와 감동, 화려한 액션이나 서스펙트를 제공하진 않지만 어느 누구와 보더라도 부담스럽지 않은 ‘어떤’ 영화. 이번 주 목요일 개봉 예정이라 특별히 스포일링을 하진 않겠지만 보고난 후엔 캔들 선물의 의미도, 선물박스 디자인에 대한 의도도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년에 한 번씩 만나게 될 프레인영화. 벌써부터 기대된다.


Home, sweet home




주말에 왜이리 바쁜지, 주중은 또 왜이리 바쁜지.
나의 라이프스타일엔 분명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내내 이렇게 살았으니 쉽게 바뀌진 않겠지만 이제 힘들다. 왜 이렇게 사나 싶기도 하고 ㅜㅜ
이번 달은 책도 거의 읽지 못했고 미술사 수업내용 정리도 3일차 이후로 못한 것이 계속 부담으로 남는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회사 일도 많았고 예기치 못한 집안 일도 발생했다는 것.
그런 와중에 차근차근 집정리를 하여 이제는 몇 개 안남았다.

첫 주차 : 옷장 정리, 불필요한 물건들 정리.
불필요한 물건들은 끊임없이 나오는지. >.<
둘째 주차 : 암막 커텐 설치, 러그 구매, 욕실 선반 설치.
주변 환경이 좋지 않아 번쩍이는 네온사인 불빛이 안방에 들어온다. 암막을 다니까 잠들때 좋긴 한데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아 일어나기가 힘들다. 왕십리역사 구경도 하고 이마트에도 가보고 아파트 주변 밥집도 탐방. 난생 처음 러그를 사서 거실에 깔았는데 정말 맘에 든다!
셋째 주차 : 화장실 수리, 오디오 버리기, 옷 버리기, 인터넷 설치, 주방정리.
현대건설에 있는 친구가 삼성이 아파트 젤 못짓는다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5년밖에 안된 아파트 화장실 배관에 문제가 있어서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진다. 몇 번 맞았는데 우웩 >.< 2주나 지나서 옷장 정리한 것들 겨우 버리고 오디오도 버리고 했더니 속이 시원하다. 결혼 7년만에 주방에 애정이 생겨 전자렌지대도 사서 주방 정리.
넷째 주차 : 장롱문 수리, 화분 정리
이사하면서 장롱 문짝이 떨어졌는데 경첩이 지지하는 힘이 약해서 그랬던 듯한데 4주간 방치하다가 드디어 장롱문도 달았다. 이사하면서 화분을 하나 깼는데 마침 죽어있는 화분도 하나 있어서 엄마가 분갈이를 해주고 갔더랬다. 분갈이 하면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흙값이 비싸다고 화분의 상당부분은 스티로폼으로 채워놓는다는 것. 분갈이도 안해주고 방치하다보니 이제야 알게 됐는데 그동안 잘 커준 화분들이 대견하다. 그런데 날이 추워 그런지 애들이 누렇게 뜨고 시름시름한다. 일단 거실로 옮겨놓고 쓰러진 애들 묶어놨는데 잘 클 수 있을런지.

아직 식기세척기 설치를 안했고, 비데/세탁기 청소를 한 번 했으면 좋겠고, 도배로 인해 남아있는 풀 흔적들을 없애는 일이 남긴 했다. 이번 주에 대구 갈 때 안쓰는 물건들도 내려보낼 예정이다.
이 정도 정리해놓고 나니 집에 더욱 애착이 간다. 한 달 살아보니 더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는 지하 상가. 지난 주에 일찍 퇴근한 날이 있는데 지하 마트에서 그날 반찬거리만 사서 저녁을 뚝딱 해먹고 나니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주중에 집에서 밥먹는 일이 거의 없다보니 늘 토요일 오전이 문제였는데 이제 내려가서 찬거리 사서 올라오면 되니까 마음만 먹으면 OK.
아직까지는 우리집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은 상태 :)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좋아하는 장소.



좋아하고 따르던 상사가 퇴직을 하였다. 내가 퇴사한 적은 있어도 나보다 윗사람이, 그것도 좋아하던 사람이 퇴사한 경우는 거의 없었던터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당장은 경황이 없지만 조만간 만나서 환송의 시간을 가질텐데 어디서 어떻게 진행할까 이야기하던 중에 기쁠때나 슬플때나 찾을 수 있는 장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난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 좋아하는 장소를 기쁠때나 슬플때나 찾을 수 있는 장소와 일치시킬 수 있을진 아직 모르겠지만 이번 결혼기념일 이벤트처럼 추억을 쌓아갈 수 있는 곳이 되어가고 있다.
좋아하는 장소에 대해 예전에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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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비에서..

윤희는 이틀 뒤 결과에 따라 실명에 이르게 될수도 있는 수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보고싶은 것들을 눈에 담아둔다. 보고싶은게 너무 많아진 그녀는 하나에게 쪽지를 남겨두고 보고싶은 것을 찾아 잠시 떠난다. 그 장면을 보며 나는 당연히 학교로 가겠지, 생각했고 윤희를 찾기 위해 하나는 그녀의 고향으로, 인하는 첫사랑의 추억이 가득한 학교로 향한다.

나는 그런 일이 닥쳤을 때 어디에 머무르며 주변을 정리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고(맞아요, 저 이 드라마에 엄청 몰입해있었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았고, 신랑한테 나 찾으러 어디로 갈지 물어보았다.
신랑은 경복궁, 삼청각, 학교, 예술의 전당 순으로 답을 했고, 나의 대답은 학교, 예술의 전당.

난 무색무취에다 딱히 좋아하는 것도 없었던 터라 누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물어보면 여기라고 대답해야지라고 생각해둔, 만들어진 곳이 있고, 그 곳이 학교이다.
상경대에서 이과대로 가려면 윤동주 시비 뒷쪽 길을 지나게 되는데 거기서 바라보는 교정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저 길일 뿐이어서 그 곳에 가면 나를 찾을 수 있다던가, 한참을 머물렀다던가 한 건 아니다. 그저 시간이 지난 후에도 떠오르는 장소여서 선정되었던 것.
두 번째로 생각난 곳이 예술의 전당이라니 드디어 나에게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게 아닌, 무색무취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장소란 것이 생겼나보다. 좀 기쁘다.

신랑에게도 물어보았다. 어디에 가 있을거야? 대답은 역시 학교.
신랑은 이과대에 있을거랜다.
오빠, 난 이과대에 잠깐 들리긴 하겠지만 본관쪽 벤치에 있을거니까 그쪽으로 찾으러와~
우리, 이러고 놀고있다 >.<



2012년 11월 9일 금요일

지식의 미술관


10월에 꽤나 바빠서 책 리뷰도 못 올리고 독서모임 책도 읽지 못해서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다. 좀 편한 책을 읽고 싶어서 선택한 책.
이 책도 빌려온지 한참 됐는데 좀 더 미술공부 하고 정리도 한 후에 읽고 싶어서 아껴두다가 정리되는 시점이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아서 >.<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
아는 그림도 있고, 아는 지식꺼리도 있고, 모르는 것도 많고, 재미있게 읽었다. 얼마 전에 문화사 수업때 배웠던 알마 타데마와 로세티의 그림이 있었는데 화풍을 보는 순간 어, 이거 배웠던 거다 싶어서 다시 한번 수업내용 찾아보는, 끼워맞춰보는 소소한 즐거움도 있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난 뒤에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일 것 같다.

이너게임


작가 티모시 골웨이는 테니스 지도를 하다가 잠재역량을 발굴해낼 수 있는 코칭법을 발견해내고 테니스의 이너게임이란 책을 썼는데 이 코칭법이 골프, 수영 등 스포츠를 넘어 기업경영에 이르기까지 적용됨을 확인하고 이너게임 전도사가 되었다.


기본적인 사상은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갖추어져 있는 역량을 끌어내기만 하면 되는데 일반적인 코칭법은 이를 방해한다. 인간은 자아가 두 개가 있는데(이 책에서는 셀프1과 셀프2로 표현하였다.) 우리가 무언가를 행할 때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셀프1이라고 보면 된다. 그것이 착한악마인지 나쁜악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셀프2가 잠재력을 끌어내려고 하면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대는 셀프1.


그러고 보면 골프 연습할 때 아 백스윙 탑이 높네, 에고 이런 또 뒷땅, 머리가 너무 나갔군 이런 생각을 끊임없이 하는데 이것이 공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 것엔 동의한다. 내 머릿속에 코치가 했던 얘기를 그대로 반복해서 질타해주는 또하나의 코치가 있다고나 할까.
책은 전체적으로는 다소 지루하지만 앞쪽 챕터만 봐도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충분히 알 수 있다. 부분부분 공감가는 이야기도 많은 자기계발서이다.

2012년 11월 7일 수요일

2012년 11월 6일, 결혼 7주년


결혼기념일이라고 일상에 비해 특별할 건 없지만 매드포갈릭에서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다. 어디서 볼까 지역을 나열하다가 예술의 전당점 어때?라고 했을 때 신랑도 예술의 전당점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저녁 먹고 시간 되면 예술의 전당 산책을 하기로 했는데 오후 내내 기분이 좋다. 둘이 동시에 같은 곳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

가볍게 와인 한 잔 하고 커피 한 잔 사서 음악당으로 향했다. 오늘은 무슨 공연이 있나~
우와, 게르기예프의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손열음의 협연이 진행중이었다. 신랑이 손열음을 좋아하는 터라 볼까 말까 했었던 공연인데 쇼스타코비치는 힘들지 않을까 해서 말았더랬다.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게 되다니. 비싼 공연이라 만약 보러 왔더라도 2,3층 끝에서나 봤을텐데 로비에서 상영해주는 공연 실황을 보니 열음의 표정도 생생하고, 열음의 손놀림과 오케스트라의 일사분란한 움직임이 어우러져 멋지던지. 앵콜까지 보고 자리를 뜨는데 챔버홀에서는 김정원과 송영훈의 연주가 열릴 예정이다. 와 좋구나~

어느 날 문득 생각나는 곳, 둘러보고 싶은 공간이 예술의 전당이 되었고.
어느 날 문득 예술의 전당에 가자고 했을 때 좋아라 함께 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고.
어느 날 문득 예술의 전당에 들렀을 때 아는 사람들의 연주가 열리고 있고.
이러한 일상에 감사함을, 작은 기쁨을 느낀 하루였다.

2012년 11월 2일 금요일

실행하는 사람들



몇 년 전이었을까. 첫번째 직장 사무실이 아직 역삼에 위치할 때였으니 아마도 5년 전쯤이었을 것이다. 입사하자마자 참여했던 프로젝트에서 만났던 윤선배님과 김박사님과의 만남에서 윤선배님은 언젠가 미국에 갈거라고 하셨다. 표면적인 목적은 초등학생인 아이의 영어 교육이었고 그에 따른 본인의 플랜도 서있었다. 미국은 유학생 자녀에 대한 공립교육이 무료라고 한다. 어차피 돈 들어갈 거, 본인이 어학연수를 하고 아이를 공립학교에 무상교육 시키겠다는 플랜. 돌아와서는 갈고닦은 영어 실력으로 외국계 항공사 파트타임 지상근무에 지원하겠다는 플랜.
당시에는 하하호호 웃고 말았는데 3년 전, 정말로 떠나셨고 2년 반의 어학연수를 마치고 돌아오셨다. 보통은 아이만을 위해 기러기 생활을 감수하는 것이지 본인을 위한 플랜이 서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듯하여 이후의 플랜도 실행준비 중이신지 여쭤보았다. 그랬더니 케세이퍼시픽 홍콩에서의 근무 제의는 받은 모양인데 남편분께서 너무나 반대해서 안가기로 했다고 하신다. 마흔 넘은 나이에도 이렇게 즉실행하는 모습이라니. 그 실행력과 용기가 대단하다.
그리고 입사 동기 커플의 영국 어학연수 소식. 오빠가 먼저 어학에 대한 필요성을 어필하며 9월에 퇴직을 했고, 원래는 오빠 혼자 갈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오빠의 설득으로 언니도 함께 가는 걸로 결정하고 이번 주에 퇴직, 다음 주에 영국으로 출발이란다. 이 엄청난 실행력을 어쩌면 좋아. 누군가는 적지도 않은 나이에 부부가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함께 어학연수라니 미쳤다고 하겠지만 우리 이제 일한 지 만 10년이 되었으니 스스로에게 주는 안식년이자 업그레이드의 기회라 생각한다. 한 때 꿈꾸었던 바이지만 이것저것 따져보다보니 결국 실행하지 못했던 우리로서는 정말 부러운 실행력이 아닐 수 없다.
나도 언젠간 실행에 옮길 날 있겠지. 아직은 절실하지 않아 그럭저럭 살지만 마지막 남은 컴플렉스 극복하고싶은 날이 올테지. 그 어느 날의 즉실행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2012년 10월 31일 수요일

2012년 10월 31일



오늘 10월 31일이란건 알고 있었는데 회의실 예약하려고 하다가 내일이 11월 1일이란 사실에는 깜짝 놀란다.
벌써 송년모임을 잡으려는 친구들의 카톡 메시지가 오간다.
2013년 3월 3일에 약속이 생겼다.

2012년이 이제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프로젝트 마무리 및 새로운 프로젝트 Kick-off로 정신없이 지내다보면 12월이 성큼 다가와 있을 것이다.
오늘 쌀쌀해진 날씨가 멀어져가는 가을을 더욱 실감나게 한다.
이렇게 또 한 해가 가는구나.
가는 세월, 흐르는 시간 아쉬워 말고 오늘도 즐겁게~

2012년 10월 29일 월요일

이사



6년간의 영등포 생활을 마무리하고 왕십리로 이사.
전에 살던 집이 거의 30년 되어가는 집이고 도배도 안되어 있었던 반면, 이사한 집은 지은 지 5년여 지났고 이번에 도배도 한 덕분에 아주 깨끗하다. 아직 주변을 완전하게 파악하진 못했지만 영등포는 주거지역이었던 반면, 왕십리는 유흥지역이라 번잡한 편이다.
내 출근 시간은 10분 단축되었고 신랑도 20분 정도는 단축될 것 같으니 일단은 만족.
6년간의 묵은 때를 벗겨내고 정리하느라 지난 한 주간 꽤나 힘들었는데 앞으로 정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마법사 엄마의 출동으로 어느정도 깨끗하게 정리되었는데 이후에도 유지할 수 있을런지, 이제 좀 깨끗하게 정리 잘하고 살 수 있을런지.
2012년 목표였던 일주일에 한 번 청소하기를 다시 한번 시도해보겠다!  

2012년 10월 22일 월요일

제니퍼소프트 사옥 방문


제니퍼소프트란 회사에 대해 헤이리로 사옥 옮기기 전부터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지난 주에 시사인 특집기사 ‘저녁이 있는 회사' 시리즈로 소개가 되어 회자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기사는 아래 참고. SAS를 롤모델로 삼고있는 회사인만큼 직장인들의 부러움이 가득 담길수밖에.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4414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4415

어제 헤이리에서 점심을 먹을 일이 생겼는데 검색해보니 마침 식사한 곳에서 사옥이 200m 거리여서 일행들과 가보았다. 겉으로 보기엔 헤이리의 여느 건물들과 마찬가지로 1층엔 카페가 있는 4층 높이의 콘크리트 건물.
혹시나 커피라도 얻어마시며 노닥거릴 수 없을까 싶어 기웃기웃하고 있으니 카페는 27일부터 일반에 오픈한다고 한다. 관계자로 보이는 분이 사옥 내부를 둘러보시겠냐고 한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뜻밖의 횡재에 일행 모두 신나서 둘러보았다. 심지어 안내해주신 분이 제니퍼소프트 사옥 건축가!

직접 둘러보니 인상적인 것은 지하에서부터 4층까지 이어지는 서재. 기발하기도 하고 기술서적들이 무심한듯 꽂혀있는 모습을 보니 멋지기도 하고.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자투리 공간에 자리잡은 작은 회의실. 액자 모양의 창을 내서 창밖으로 보이는 헤이리 풍경이 좋다. 제주도 지니어스 로사이에서 보았던 성산일출봉 풍경처럼.
딱딱한 콘크리트 건물이라 생각했는데 내부는 나무 구조물로 되어 있다. 사무실 문을 여는 순간 나무향이 나고 냉난방에도 효율적이어서 에어컨이 필요없을거라 하고 아토피에도 좋은 친환경 공간이라고.

외부인이 봤을때는 부럽고 좋은 곳이지만 내부에서는 개개인이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과장되었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 싫으면 복지가 아무리 좋아도 견디기 힘들 수 있을 것이고, 모든 것을 다 주어도 부족한 하나 때문에 불만이 싹 틀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직원들에 대한 창업자의 마음이 잘 전달되는 것. 창업자의 의지를 함께할 수 있는 직원들이 모일 수 있는 것. 그리고 열정.이라고 썼는데 이런 말을 쓰기엔 너무 뜬금없고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마음가짐이다.



2012년 10월 18일 목요일

10월의 어느 날..


9월의 어느 날과 놀라우리만큼 똑같은 일상..

그 때보다 체력은 더 떨어졌고 피곤해 죽겠지만 주말엔 여전히 두 세개씩 일정이 잡히고 이사를 열흘도 남기지 않은 상태이지만 정리는 전혀 안되어 있다.
야근 횟수는 엄청 많아졌고 잠도 부족하고 멘탈도 깨지고 피곤한 하루하루다..
다음 주는 이번 주보다 낫겠지. 다음 달은 이번 달보다 낫겠지. 힘내자.

2012년 10월 16일 화요일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저자 강연회



주말 강남 교보문고에서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의 저자 김동조 님의 강연회가 있었다.
신랑이 함께 갔으면 더 좋았겠지만 출근한터라 나 혼자 대타로.
책에서는 하기 어려웠던 정치와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할 예정이라고 하셔서 정치 이야기에 대한 기대가 좀 있었는데 시간관계상 뒷풀이 때 더 많은 이야기를 하신 듯.

처음 시작할 때 박정희,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의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하길래 솔깃했는데 정치적으로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뭔가 마무리를 못짓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이어서 한 이야기가 스티브 잡스의 성공과 싸이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스티브 잡스가 좋은 대학을 졸업한 것도, 엔지니어도 아니었지만 IT회사의 CEO일 수 있었던 것은 미국 시장의 size와 유동성 때문. 싸이가 지난 십여년 간 큰 스캔들을 두 번이나 겪으면서도 지금까지 연예인 생활을 유지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의 B급 정서에 대한 수요가 충분한 size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 이러한 이야기로 미루어보건데 박정희, 노무현, 이명박 모두 그 시대별로 시장의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고 정치적으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후로는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소개팅에서 많이 차였던 본인의 경험담을 중심으로 자아성찰을 통해 오늘날의 통찰과 전략적 사고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뭔가 매칭이 잘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김동조 님의 강연 후기를 보니 "전략의 수립과 실천도 철학적 뒷받침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그렇지, 그렇게 전략적인 사람이 그 정도 계산도 하지 않고 자기 얘기만 계속하진 않았겠지. 내 size가 그것밖에 안되서 그만큼밖에 받아들이지 못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민주당 최연소 국회의원도 질문을 하는, 애 둘 아빠도 수원에서 달려오게 만드는 인기 블로거임을 인증했다. 이어서 사인회를 했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늦어져서 사인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꼭 얘기하고 싶은게 있어서 사인을 받았다.
9월에 김태형 연주회 때 신랑이랑 두리번거리면서 만약에 hubris님이 오셨다면 저 분일 것 같다고 한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그 분이 맞다는 거! 얼굴을 보고 기억한 건 아니고, 헤어스타일이 개성 있는 편이라 기억이 났던 것. 연주회때 알아봤던 이야기를 했더니 빵 터지면서 (태형군) 너무 잘하죠~ 라고 했는데 거기서 신랑 절친과의 관계를 말해버리는 오지랖을 펼쳤다. 으으.
뒷풀이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놓쳐 아쉽지만 충분히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예술의 전당 회원음악회



2년째 예술의 전당 유료회원에 가입했는데 회원 음악회는 처음 참석했다.
첫 해에 유료회원이 얼마나 많겠어 생각했다가 매진되는 것을 보고 이번엔 티켓 오픈하자마자 신청(을 부탁.) 
‘콘서트와 오페라의 만남'이라는 주제였는데 최근 오페라에도 흥미가 생긴 터라 아주 좋았다.

시작에 앞서 예술의 전당 사장이 인사말을 하며 소개해드릴 회원이 있다고 했다. 속물인 나는 돈 많이 내는 후원회원들 소개하려나보다, 유명인사라도 왔나 하며 시큰둥하게 듣고 있었는데 서너명을 호명한 후 글쎄 회원기간동안 100회 이상 연주회에 참석한 사람이라지 않는가. 우와~ 박수가 절로 나왔고, 다른 회원들도 나랑 같은 생각을 했는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박수가 쏟아졌다. 이런 분들이 있었기에 클래식의 저변이 넓어질 수 있었던 거겠지. 그리고 반가운 소식 또 하나는 2013년부터 예술의 전당도 시즌제를 시작한다고 한다. 지금도 일정 안내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연간으로 미리 연주 일정을 알 수 있다고 하니 반갑다.

아직 오페라에 대한 경험이 없다시피하지만 역시 사람의 목소리는 참 좋은 악기이다. 물론 잘 하는 사람을 섭외해서 그랬겠지만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르는 테너는 참 멋졌다. 꽤 앞자리여서 노래하면서 연기하는 모습 보는 것도 새로웠고 익숙한 앵콜곡의 하모니도 참 좋았다. 오페라의 매력을 알아버려서 언젠가는 저 프로그램의 곡들을 익숙하게 들을 수 있는 날이 올 것도 같다.
날씨 좋은 가을날 예술의 전당에서 멋진 경험.

2012년 10월 14일 일요일

미술학원 3개월차

오늘 스케치북을 다썼다.
줄긋기부터 시작해서 꽤나 많은 그림을 그렸지만 실물을 보고 그리는데는 자신없다.
오늘 예당에서 감나무 그리다가 좌절. 아직 제대로 그리려면 한참 멀었구나.

2012년 10월 11일 목요일

디지털 워


세상엔 많은 책이 있다. 이 책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면 재빨리 덮어야 한다. 이 책의 퀄리티가 형편없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읽을 책은 아니란 것이다.
이전에 ‘거의 모든 IT의 역사’를 매우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에 다 잘 아는 기업들의 이야기이니까 이 부분이 지나면 다음 챕터는 재미있을거야, 스마트폰은 그 흐름을 잘 알고 있으니 재미있겠지, 자기 최면하면서 꾸역꾸역 끝까지 읽었다.
신랑은 재미없어 하는 나를 보며 재미없을 줄 알았다고. 그 별거없는 내용을 저렇게 길게 썼으니 얼마나 세세한 내용을 담았겠냐고 했다. 그 세세한 내용들은 업계에 종사하는 어느  사람들에게는 깊은 감명을 줄 수도 있겠으나 내게는 전혀 의미없었다. 다음부터는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면 미련두지 말고 바로 포기하자는 교훈을 남겼다.


그래도 한가지 인상적인 부분은 있었다. 구글의 채용방식에 대한 이야기인데 신임 엔지니어가 적어도 기존 팀원만큼은 뛰어나야만 생산성이 증가된다는 사상을 갖고 채용한다는 것이다. 기존 팀원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고용하면 그들을 관리하고, 조언하는 데 자원을 빼앗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말 와닿는 이야기이지만 내가 구글에 채용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도 하다.

2012년 10월 8일 월요일

불꽃 축제



주말에 여의도 불꽃축제를 다녀왔다.
이탈리아, 중국, 미국, 한국의 순으로 진행되었는데 규모는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더 화려해졌으나 내용 면에서는 살짝 아쉬움이 있다. 국가별로 주제가 있긴 했으나 불꽃으로 표현하는 ‘사랑’이나 ‘강’이라는 주제는 어차피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음악이다. 불꽃축제에서 불꽃의 화려함 외에 다른 것을 이야기하게 될 줄이야.

처음부터 음악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가 시작을 하는데 오페라 아리아가 흐르는 것이다. 와, 멋지다.
그저 이탈리아 화약 회사가 참여하는 행사일 뿐이지만 그들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음악을 고민했을 것이고, 아리아를 택했고, 파바로티의 목소리와 함께 터지는 불꽃은 아름다웠다.
중국은 워낙 음악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니 그저 스케일이 중국 스타일이구나 싶었다.(후반 국가일수록 스케일은 더 커졌지만)
음악에 대해 더 의식하게 만든 것은 미국 행사에서였다. 첫 곡인 All that Jazz가 흐를 때는 그래, 재즈의 본고향은 미국이지 생각했는데 얼마 후 Memory가 흐르는 것이다. 음악 주제를 뮤지컬로 잡은 모양이군, 그런데 Cats는 영국에서 시작했는데? 라는 생각은 오페라의 유령 OST가 흐르기 시작하면서 아, 미국은 뮤지컬의 본고장이 자기들이라고 생각하는구나 싶었다. 하긴 나도 문화사 수업을 듣기 전엔 뮤지컬 하면 뉴욕의 브로드웨이만 생각했지 4대 뮤지컬이 영국에서 시작된 걸 전혀 몰랐으니까. 그렇게 익숙한 넘버들과 함께 화려한 불꽃행사가 마무리 되었고 다음은 한국.
한국은 어떤 음악을 선택할까 한껏 기대에 부풀어 올랐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이것이 한국 음악을 대표한다고 내세울만한 문화적 컨텐츠가 아직 풍부하지 않으니까 한화는 어떤 고민을 했을까 기대도 되고 우스개소리로 설마 강남스타일이 나오는건 아니겠지? 하며 기다렸다.
결과적으로는 실망. 한국의 음악 선곡은 해마다 써온 것 같은 대충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음악에다가, (담당자는 엄청 고심했을 것 같지만) 김연아 프로그램의 007 테마를 Yuna Kim이라는 소개 멘트까지 따다가 흘려보낸데다가, 박진영 노래도 나오고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불러서 더 유명해진 넬라판타지아도 나왔다. 한류로 대표되는 아이돌 음악을 내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긴 하지만 전반적인 선곡이 실망스러웠다.

불꽃 축제가 올해로 12년이 됐다고 하는데 몇 년에 한 번씩 두 세 번 본 정도라 해마다 트렌드가 어떠했는지는 모르겠다. 오랜만에 불꽃축제 보면서 혼자 불꽃이 아닌 음악에 의미 부여하고 쓸데없는 소리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컨텐츠가 조금만 더 풍부했으면 훨씬 좋은 행사가 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 한편으로는 몇 년 전에 이런 행사를 접했으면 음악은 들리지도 않았을텐데 이런 아쉬움을 느낄만큼 그간 폭 넓은 경험을 하게 된 것 같아 즐겁기도 하다.
덧붙여, 뉴스에서는 120만이 찾은 불꽃축제의 교통 대혼잡과 쓰레기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런 행사에 자그마치 서울 시민의 10%나 되는 120만명이 몰리는 놀거리 없는 우리나라 축제문화도 참 아쉽다.
참, 음악과 별개로 한화의 불꽃은 참으로 웅장하고 멋있었다. 마치 회장님의 출소를 기원하는 전 직원의 염원이 담겨있는 듯.

2012년 10월 6일 토요일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동명의 블로그를 구독하고 팔로잉하고 있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인 것 같은데 역사, 철학, 예술 두루두루 식견이 깊고 통찰 있는 사람이라 누군지 매우 궁금했었다. 드디어 베일이 벗겨졌고 냉큼 사다 읽었다.
저자가 ‘편견으로 가득 찬 책을 쓰고 싶었다'라고 말한 것과 같이 처음 접한 사람에게는 좀 충격적인 이야기들일 수 있다. 현실이긴 한데 글로 인쇄되어 있는 것을 보니 좀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누구인지가 자식의 미래 모습이다’라는 말은 공감은 되지만, 사실일거라 생각되지만, 자식만은 어떻게든 잘 되게 하려고 열심히 사는 이 땅의 모든 부모에게 너무 잔인한 말 아닌지. 나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사람이라 자부하며 늘어놓은 이야기들이 그 얼마나 편협한 시각에 기반한 것이었는지, 그 적나라한 분석에 마음이 불편해지고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얼마전 사회적 원자라는 책과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세상의 모든 현상을 경제학으로 풀어내려 했고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블로그 등을 통해 이미 작성되었던 글들을 편집한 것이라 반복이 많다고 느낄 수 있음을 감안해야한다. 용두사미가 된 것 같은 편집에 살짝 실망스럽긴 했지만 내용 측면에서는 꽤 괜찮은 책이다.

씨티뱅크 트레이더 김동조님의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블로그
http://seoul.blogspot.kr/

2012년 10월 5일 금요일

마이클 샌델 교수 강의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란 책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보상과 처벌법은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약해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라는 문장이 나와서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의를 정리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정의란 무엇인가' 이후 초절정의 인기를 누린 마이클 샌델 교수는 지난 6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란 책을 내고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공개 강연회를 열었다. 주제는 예상할 수 있듯이 돈의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이다. 우리 사회는 시장경제체제에서 시장사회로 이동하고 있다. 이미 돈과 시장가치가 삶의 모든 부분을 지배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이에 공적인 논의가 필요한 부분은 비시장적 가치에 대한 것이다.
 인간관계, 시민으로서의 의무, 교육 등은 비시장적 가치인데 이러한 가치들은 인센티브를 도입하면 그 가치가 변질된다. 예를 들어 어느 마을에 핵폐기물 처리장을 만든다고 하면 당연히 수용도가 낮겠지만 이에 대한 보상금을 주게 되면 수용도는 더 낮아진다. 핵폐기물 처리장 문제는 이미 경제적 논리가 통하지 않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의무감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경제는 윤리에서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 공공재는 여럿의 기여에 기반하는데 이 기여를 금전적으로만 평가할 수 없듯이 비시장적 가치 또한 시장논리로 좌지우지할 수 없다. 시장의 원리와 돈이 공공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 비시장적 가치를 몰아내는지 구별하고 판단해야 한다.
  쓰고 보니 앞서 언급한 보상과 처벌법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당시 인센티브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충분한 고민 없이 제공되는 인센티브는 효과가 없다는 것에 동의를 했던 것이 떠올라 뒤늦게 정리해보았다.

  사실 이 강의에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은 영어 사대주의에 대한 것이었다. 이 강연 이전에도, 이후에도 TV에서 마이클 샌델 교수 강의를 보여준 적이 많았는데 이 분의 스타일은 먼저 가벼운 질문을 던져 찬반을 묻는다. 그리고 비슷한 논제에 윤리적인 부분을 추가하여 여전히 같은 생각인지를 묻는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기 위해 암표를 사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사람이 많을 수가 있을 것이다. 내가 보고싶으니까 내 돈 더 주고 사겠다는데 왜. 이런 얘기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것이 중국 어느 병원의 진찰권에 대한 암표가 되면 윤리적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경우에도 여전히 암표를 사는 것에 찬성하는지를 묻는 식이다.
  간단한 예이지만 질문을 받을수록 생각이 복잡해질 수 있고, 평상시 윤리와 철학적인 측면에서 내 생각을 정리해 본 경험이 없으면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이러한 내용들로 찬반 토론을 해야한다고 생각해보라. 한국말로 이야기해도 쉽지 않다. 이렇게 새로운 시도로 마련된 그 강의장은 논리적인 토론장이 아니라  영어 스피킹 대회가 되어버렸다. 그냥 한국말로 하는 것이 좋았을 것을. 동시 통역도 제공되는 자리였는데 왜 굳이 영어로 말하고, 영어가 잘 안되는 것에 민망해 해야 했을까. 영어 잘하면 우와~ 박수치고 영어 잘 안되면 웃어버리는 그런 자리가 되어야 했을까. 그 자리는 논리를 펼치는 자리여야 했는데 무슨 초등학교 학급회의 토론회마냥 기부입학 정원으로 10% 정도는 괜찮다고 말하면 그럼 15%는 왜 안되냐 이런 꼬투리나 잡고 몰아붙이고 승리했다고 기뻐하는 수준이었다. 10%라고 말한 것 자체도 질문자의 의도를 제대로 짚지 못한 답변이었단 것 또한 충분히 예상가능할 것이다.
  이번에 연세대에서 열린 구글 에릭 슈미트 회장의 모닝챗도 마찬가지다. 여긴 동시 통역이 제공되지 않고 사회자가 통역을 해주는 방식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대부분 영어로 진행되었고 그 바람에 꽤 괜찮은 질문 하나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제대로 답변되지 못했다는 것이 한창 화제가 되었다. 심지어 사회자의 IT 지식이 전무하여 에릭 슈미트 회장이 통역을 요청했는데도 불구하고 대충 넘어가버렸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한국말 써서 질문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언제부터 영어 못하면 질문도 못하게 된건지 원.
  물론 나도 외국에 나가면 유창하게 영어 잘하고 싶고 못하는 것이 부끄럽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그렇게 느끼지 않아도 되는거 아닌가. 그렇지만 영어 잘 못하는 내가 이런 글을 쓰니 순식간에 영어 열등생의 투정이 되어 버리는구나. >.<

2012년 10월 4일 목요일

말할 수 없는 비밀



예전부터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드디어 추석연휴에 감상. 기대와는 달리 대만의 도시 풍경은 많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


오프닝에 story by Jay Chou라고 나오길래 오잉? 했는데 감독도 주걸륜이었다. 고등학생이 주인공이라 좀 오글거리기는 하지만 의외로 구조적이고 요즘 유행하는 타임리프 소재임에도 식상하지 않다. 본인의 예고 경험을 토대로 만든 작품이라고 해서 피식했는데 주걸륜의 피아노 실력은 모든 것을 용서할만큼 인상적이다.
그 어린 나이에 종합예술의 절정인 영화를 찍질 않나, 피아노 실력에 더해 작사/작곡/노래도 하는 모양이고, 연기도 그만하면 훌륭하고 쿵푸덩크에서 볼 수 있듯이 농구 실력도 뛰어나다. 이런 훌륭한 사람을 발견하게 되다니!

신랑에게 대만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무엇인지 물었더니 박물관이라고 하였다. 덧붙여 장제스와 쑨원으로 대표되는 대만의 역사를 알게 되어 좋았다고 한다. 그러나 나에게, 대만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주걸륜이다! 이제부터 내가 아껴주겠어.

No, 이기는 협상의 출발점


팀에서 분기에 한 번 도서구입을 한다. IT 개발하시는 분이 신청한 책이 이 책이라, 지난 몇 년간 함께 일한 적이 많았던 분이라, 어떤 책을 읽으시려는 것인지 내용이 궁금했다.
저자는 ‘예에 도달하기’, ‘아니오를 넘어서기’, ‘No, 이기는 협상의 출발점’이라는 책을 차례로 썼는데 그 때문인지 책의 구성이 Yes, No, Yes로 되어 있다. 이런 억지로 끼워맞춘 듯한, 책을 써내기 위한 책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 추천하고 싶지는 않지만 저자 개인의 역량은 훌륭하고 실전 경험도 많으니 협상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읽어보아도 좋을 것이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서도, 이 책에서도, 인상적인 부분은 아이와의 협상에 관한 부분이다. 이 책의 저자가 세미나 참석자들에게 그들이 받은 최악의 아니오가 무엇이었냐고 물어보았을 때, 참석자들이 가장 공통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10대 때 부모들에게서 받은 아니오였다고 한다.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아무런 존중도 관심도 보여주지 않는, 철저히 힘에 기반한 아니오를 의미한다.
한 번도 아이와의 대화를 협상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아이도 사고할 줄 아는 하나의 인격체인데 왜 부모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된 것일까 싶다. 아이에게 특히나 아니오를 외쳐야 할 일이 많은데 문제에는 강경하되 사람에게는 그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협상책을 두 권째 읽는 것이지만 생각만 해도 어렵다. 아니오를 잘 해서 협상에서 이기라니. 내가 누구의 감정도 상하지 않게 아니오라고 잘 외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