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30일 일요일

눈먼 자들의 도시


몇 년 전엔가 영화로 보고 책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눈 먼 사람들에 대한 표현, 그들의 심리 묘사를 어떻게 글로 표현했을지 궁금했다. 본 걸 또 보는건 지겨운 일이라 결국 독서모임 메인 책으로 선정되어 다시 읽게 되었다.

어느 날 도시의 사람들이 아무 이유 없이 눈이 멀게 되고 그 중 초기에 눈이 먼 사람들은 수용소에 갇히게 되는데 그 중 단 한 사람, 눈이 보이는 사람이 있다.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저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생활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다고만 생각하기엔 현실의 축소판이라 씁쓸하기도 하고 인간의 원초적인 모습이 적나라하게 묘사되므로 상당히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누가 지금처럼 고고하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300명이 모여있는 집단 수용소에서 눈이 보이는 단 한명의 그 여자. 책임감을 갖고 그녀가 속한 병동의 사람들을 보호하고 리드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녀를 따르는 10여명의 사람들. 그런 불행이 닥친 와중에도 나 하나 살기 좋으면 그만이니 사람들을 괴롭혀서 내가 취할 것을 취하겠다는 20여명의 사람들. 그리고 내 배만 불려주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했던 말은 눈먼자들의 도시가 눈뜬자들의 도시와 다를 바가 없네.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냥 그런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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