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랑랑의 연주를 들었다.
입장부터 퇴장까지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클래식계의 아이돌이라 그런걸까? 엄청난 환호와 박수가 익숙한듯 입장할 때부터 느껴지는 여유와 무대매너. 연주 중 피아노가 쉬는 순간에도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온 몸으로 느끼며 박자를 타고 순간순간 오케스트라를 향해 손짓도 하는 것이 랑랑도 나중에 지휘하려나 하는 느낌이 살짜기 들었다. 한국말로 인사하는 센스와 오케스트라에 대한 감사 표시, 앵콜곡 소개 등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우리나라의 차세대 피아니스트들과 조금은 비교되었다. 선욱군도 태형군도 shy guy들인데 그들의 연주 자체로도 멋지긴 하지만 세계로 커나가려면 어느정도의 무대매너는 갖추는게 좋을 듯.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좀 더 들면 괜찮아질테지~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지만 아직 소나타는 부담되고 콘체르토는 한 곡 연주라 늘 아쉽다. 이번 연주는 콘체르토 콘서트! 수원시향의 서곡에 이어 베토벤 피협 5번과 프로코피예프 피협 3번, 두 곡이나 연주한다.
베토벤 피협 5번, 황제는 참 많이도 들었다.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3인의 연주로도 다 들어봤는데 어제는 이게 내가 아는 그 곡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느낌이었다. 어느 것이 더 낫다라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곡이, 익숙한 곡이 이렇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니 이런 것이 연주자의 ‘곡의 해석’이라는 거구나 싶은 생각이 처음 들었다.
랑랑의 때론 섬세하고 때론 화려한 기교는 기술적인 면에서는 매우 훌륭하다.(예술가에게 기술적이란 표현을 써서 미안하지만 달리 적절히 표현하기 힘든 나의 언어능력을 탓하길) 그렇지만 감성적인 면에서 엄청난 울림은 없었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2009년 5월 23일 김선욱군의 연주. 그 날과 같은 곡, 같은 오케스트라, 같은 지휘자였지만 적어도 나에겐 랑랑보다 김선욱군의 베토벤이 더 감동적이다.
2부 프로코피예프 피협은 절로 감탄이 흘러나오는 엄청난 연주였다. 악장 사이에 박수 치면 안된다지만 1악장 끝날때부터 박수가 절로 나오려는걸 참느라 힘들던지, 엄청났단 표현말고 어떤 적절한 표현이 있을 수 있을까. >.< 레퍼토리가 프로코피예프, 스트라빈스키 이러면 약간 기피했었는데 역시나 듣기 쉽진 않았고 아마 수원시향도 베토벤에 비해 프로코피예프는 경험이 덜할것이고, 그래서인지 랑랑의 연주를 못따라가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 아쉽긴 했다. 그렇지만 랑랑 정말 최고. 수원시향도 훌륭했다.
현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훌륭한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들을 수 있어 좋았던 밤이다. 이런 감동이 있는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아서, 이런 멋진 세상을 만나고 느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트위터를 보니 어제 랑랑 다큐도 방송한 모양이고, 12월 9일에 MBC에서 방송되는 미니콘서트도 녹화했나보다. 랑랑 자서전도 읽었으니 다큐도 방송도 기회되면 찾아봐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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