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5일 화요일

Les Miserables



역사, 세계사에 대해 너무 모르는 나는 미술사 시간에 루이 16세가 처형되고 나폴레옹 시대를 연 후 다시 부르봉 왕가의 샤를 10세가 즉위하는 것을 배우면서도 별 생각이 없었다. 대선 이후 프랑스 혁명과 비교하여 언급한 몇몇 글을 보았는데 보면서도 별 생각 없다가 레 미제라블 시작에서 나오는 ‘프랑스 혁명 25년 후, 다시 왕정이 시작되었다’는 문장을 보면서부터는 마음이 찡한 것이 우리나라 상황을 너무 투영하면서 본 것 같다. 바리케이드 장면, 엔딩 장면을 보면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누군가는 오버라 하겠지만 이 역사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싶다. 내일은 다시 오리라. 오는거겠지.

이제 영화 얘기를 하자면, 3시간에 가까운 상영시간이 부담이긴 하지만 정말 강추이다.
여기까지 써놓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25주년 기념 뮤지컬 실황을 녹화한 영상을 보았다. 뮤지컬과 비교해 보니 영화가 얼마나 잘 연출되었는지 더 실감할 수 있었다. 선박을 끄는 오프닝 장면의 웅장함, 바리케이드가 무너지던 날 파리의 좁은 골목들을 전체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최고로 멋졌던 엔딩. 영화이기에 가능했던 연출이었다. 잘 알려져있는바와 같이 모든 대사처리가 노래이기 때문에 나중에 추가 녹음을 한 것이 아니라 촬영현장에서 배우들이 직접 노래했는데 그또한 멋지다. 특히 개인적으론 앤 헤서웨이의 재발견. I dreamed a dream을 부를 때 그 절절함이 묻어나오는 표정과 노래는 앤 헤서웨이가 이 정도 배우였나 싶을 정도였다. 뮤지컬의 순서와 한 신을 바꿨는데 그것만으로도 절절해서 그 때문인지 배우 때문인지 뮤지컬에서는 그 장면에서 감정이입이 잘 안됐다.
사실 레 미제라블 원작을 읽은 적도 없고 그냥 빵 훔쳤다가 장기복역하고 나와서 시장되고 쫓기는 장발장 이야기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쓰고 보니 부끄럽네 >.<) 혁명에 관한 대서사시였구나, 그 시절과 지금이 하나 다를게 없구나, 많은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누가 누구를 낙인찍고 판단하는지. 나 또한 누군가에게 낙인을 찍어놓고 있지는 않은지. 피흘리는 혁명의 젊은이들을 외면하는 프랑스의 시민들과 내가 무엇이 다른지.

덧. 영화의 에포닌이 25주년 뮤지컬에서도 에포닌이다. 실은 반대가 맞는 말이지만. 영화에서는 아만다와 앤에 상대적으로 가려지는데 뮤지컬에서는 에포닌이 가장 이쁘다는 것이 함정.
25주년 기념 영상 마지막에 1985년 초연 배우들이 나와서 2010년 배우들과 노래하는데 정말 멋졌다.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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