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30일 일요일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이번 달 독서모임의 주제는 인간과 사회이다. 마침 대선을 치룬 후라, ‘보수’는 이 시대를 어떻게 지배해 온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어 선택한 책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에서 말하는 세 가지 명제가 꼭 보수만의 레토릭은 아닌 것 같다. 다만 현재의 기준으로 보자면 인류의 지난 역사가 진보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할 때마다 그러한 변화에 대해 반대논리를 펼 수밖에 없는 쪽이 보수이다 보니 그들이 펼친 논리를 참고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세상을 조종해 온 세 가지 논리라고 하는 것은 역효과 명제, 무용 명제, 위험 명제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을 법한, 그래봐야 의도했던대로 안되고 정반대 결과만 낳을걸? 그래봐야 아무소용 없을걸? 그러면 우리가 위험해질 걸? 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류가 정진을 시작한 이후 크게 세 번의 진보적인 과제가 화두가 되었는데 첫번째가 프랑스 혁명으로 대표되는 인권, 시민권의 정립. 두번째가 보통선거권, 투표권의 확대. 세번째가 복지국가의 등장이다. 이 때마다 보수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프랑스혁명이 도대체 어떤 변화를 가져온거야? 프랑스혁명의 결과 혹은 흔히 말하는 성과들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로는 구체제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는데! (무용 명제)
보통선거권이 확대되면 글도 못 읽는 농촌 민중들이 투표권을 얻게 되고, 그러면 그들의 투표는 오히려 매수되거나 권력자들의 뜻대로 유도될 거라고. 민주주의가 오히려 지배 집단의 권력을 강화시키고 우리의 자유를 위협하게 된다니까! (위험 명제)
실업보험이라고? 그러면 새로운 일거리를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게 되고 사람들은 게을러져.
빈민구제법이라니! 구걸을 방지하자는 것이 오히려 구걸을 합법적인 직업으로 만들어버렸네.(역효과 명제)
이런 이야기들은 참으로 그럴듯하지 않은가? 한쪽 면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목적을 가진 사회적 행위는 분명 긍정적 결과와 부정적 결과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고 때로는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긍정/부정 어느 결과가 더 큰지, 옳은 것인지는 역사가 판단할 것이다.
지난 대선 이후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힘들어하고 있지만 프랑스 혁명 이후 그것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이들은 얼마나 괴로웠겠는가. 역효과 명제보다 무용 명제가 훨씬 더 고통스러운 것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역효과 명제는 그래도 변화는 있었고 그 방향이 의도와는 반대였으나 그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있지만, 무용 명제는 어떠한 노력도 수포로 돌아간다는 무기력을 수반하므로 매우 모욕적이라고 한다.
역사의 단계를 뛰어넘을 순 없는 법. 더디 가더라도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미래를 맞이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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