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좋아하는 장소.



좋아하고 따르던 상사가 퇴직을 하였다. 내가 퇴사한 적은 있어도 나보다 윗사람이, 그것도 좋아하던 사람이 퇴사한 경우는 거의 없었던터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당장은 경황이 없지만 조만간 만나서 환송의 시간을 가질텐데 어디서 어떻게 진행할까 이야기하던 중에 기쁠때나 슬플때나 찾을 수 있는 장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난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 좋아하는 장소를 기쁠때나 슬플때나 찾을 수 있는 장소와 일치시킬 수 있을진 아직 모르겠지만 이번 결혼기념일 이벤트처럼 추억을 쌓아갈 수 있는 곳이 되어가고 있다.
좋아하는 장소에 대해 예전에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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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비에서..

윤희는 이틀 뒤 결과에 따라 실명에 이르게 될수도 있는 수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보고싶은 것들을 눈에 담아둔다. 보고싶은게 너무 많아진 그녀는 하나에게 쪽지를 남겨두고 보고싶은 것을 찾아 잠시 떠난다. 그 장면을 보며 나는 당연히 학교로 가겠지, 생각했고 윤희를 찾기 위해 하나는 그녀의 고향으로, 인하는 첫사랑의 추억이 가득한 학교로 향한다.

나는 그런 일이 닥쳤을 때 어디에 머무르며 주변을 정리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고(맞아요, 저 이 드라마에 엄청 몰입해있었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았고, 신랑한테 나 찾으러 어디로 갈지 물어보았다.
신랑은 경복궁, 삼청각, 학교, 예술의 전당 순으로 답을 했고, 나의 대답은 학교, 예술의 전당.

난 무색무취에다 딱히 좋아하는 것도 없었던 터라 누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물어보면 여기라고 대답해야지라고 생각해둔, 만들어진 곳이 있고, 그 곳이 학교이다.
상경대에서 이과대로 가려면 윤동주 시비 뒷쪽 길을 지나게 되는데 거기서 바라보는 교정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저 길일 뿐이어서 그 곳에 가면 나를 찾을 수 있다던가, 한참을 머물렀다던가 한 건 아니다. 그저 시간이 지난 후에도 떠오르는 장소여서 선정되었던 것.
두 번째로 생각난 곳이 예술의 전당이라니 드디어 나에게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게 아닌, 무색무취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장소란 것이 생겼나보다. 좀 기쁘다.

신랑에게도 물어보았다. 어디에 가 있을거야? 대답은 역시 학교.
신랑은 이과대에 있을거랜다.
오빠, 난 이과대에 잠깐 들리긴 하겠지만 본관쪽 벤치에 있을거니까 그쪽으로 찾으러와~
우리, 이러고 놀고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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