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을 맞이하여 오랜만에 영훈이네랑 같이 놀기로 하였다. 5세 영훈이의 체력을 방전시키기 위해서 영훈이네는 서울시내 놀이터를 다 가보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사각이 없어서 아이를 지켜보기 쉬운 곳을 선호한다는데 양재 시민의 숲 놀이터는 지켜보기도 괜찮고, 나무도 많고, 모래도 많고, 앉아서 쉴 공간도 많아서 좋았다.
영우는 미끄럼틀 몇 번 타다가 곧 모래밭에 주저앉아 모래놀이를 시작했다. 다른 집 아이의 모래놀이 장난감을 마치 제것인냥, 심지어는 아이들이 다른 곳으로 놀러간 자리에 영훈이랑 둘이 주저앉아 신나게 논다. 좀 젖은 모래이기도 했고, 가까이 수돗가가 있어서 물을 퍼 나르기도 해서 영우의 바지와 신발은 황토색이 되어갔다. 아, 나는 왜 놀이터 놀러나오는데 흰바지를, 그것도 정하는 바지를 입힌것일까. 여벌옷 한 벌 정도는 챙겼으면 좋았을텐데 왜 맨 몸으로 온 것일까. 아직도 외출할 때 준비가 미흡하다.
영우가 너무 젖은데다 옷 상태가 어디 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점심은 함께 먹지 못하고 헤어졌다. 다음에 만날 때는 물놀이도 할 수 있게 여벌옷 꼭 챙겨 나오기로 했다. 차 더러워질까봐 신발, 양말, 바지를 다 벗기고 팬티만 입은 채로 집에 왔는데 영우는 그것도 신나나보다.
생각보다 집에 일찍 들어오고, 비가 와서 밖에 못 나갔더니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넘친다.
바나나 껍질을 까면서 먹다가 마지막 끄트머리 부분을 바닥에 툭 떨어뜨렸는데 먹으려고 하길래, 더럽다고 먹지 말라고 했더니 먹고 싶다며 울기 시작한다. 그럼 울지 말고 먹으라고 했더니 '더러워서 못 먹을거 같아' 하며 운다. 그럼 먹지 말라고 했더니 먹고 싶다고 운다.
저녁밥을 먹으면서 우리가 물김치를 먹는 것을 보더니 어떻게 그런걸 먹냐며 '헐' 한다. 누가 그런 말을 쓰니 물었더니 엄마아빠가 한단다. 헐.
저녁에 업되서 춤을 추다가 '오빵나감남쏴'라고 외치며 춤을 이어간다. 요즘은 워낙 아무말대잔치를 하는 중이라 아빠가 그게 무슨 말이냐며 또 엉뚱한 말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딱 들으면 감이 오지 않나? 오빤 강남스타일이라고 하면서 말춤 추는거잖아. 과학관에서 로봇댄스할 때 강남스타일에 맞추어 로봇들이 춤을 췄는데, 안무를 비슷하게 잘 하길래 감탄했었는데 그걸 영우가 따라하고 있다.
또 어린이집 가기 싫어가 시작되어 친구들은 보고 싶다면서 왜 어린이집 가기 싫냐고 했더니 할머니랑 오래 같이 살아서 그렇단다. 할머니랑 뭘 오래 살았냐고 3년밖에 안 살았잖아 했더니 3년밖에 아니라며 오래 같이 살았다고, 100년 같이 살았다고 소리를 지른다. 100년 살았으면 도깨비인데 영우인 줄 알았더니 도깨비였구나 할머니한테도 이야기해야겠다고 했더니 할머니한테 이야기하지 말라고 울기 시작한다. 할머니랑 3년밖에 안 살았고 영우는 4살이라며 우는데, 나만 귀여운건 아니겠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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