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이 출근을 하지 않고 일찍 내려와서 같이 하원시키러 갔다. 영우는 아빠를 보고는 흥이 폭발하여 어깨를 들썩인다. 선생님이 영우 서울 가면 보고싶어서 어떡하지~라며 우는 흉내를 냈더니 영우가 '용감하게 참아야돼' 하더란다. 엄마아빠도 영우가 보고싶으면 용감하게 참을게!
신랑이 영우에게 엄마 힘들게 안했냐고 물었더니 자신있게 응이라고 대답한다. 화나게 했잖아라고 신랑한테 이르니까 신랑이 다시 영우한테 물어본다. 엄마가 화나게 했다는데 왜 화나게 했어? 했더니 '화장실에 신발 던져서'란다. 흠,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구나.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건 아니겠지;
스케치북을 다 써서 하원길에 사왔다. 새 스케치북은 핑크색 싸인펜으로 시작한다. 싸인펜 뚜껑을 여닫으면서 영우 손도 같이 핑크빛이 되어갔지만 화를 내지 않고 놀이가 끝난 후에 같이 손을 씻어주었다. 한 번 비누칠로는 잘 지워지지 않아서 싸인펜은 비누로 잘 안지워진다고 했더니 '그러면 할 수 없지'란다. 쿨한 녀석.
신랑이랑 같이 놀던 중에 영우가 클래쉬 오브 클랜을 하였는데 상자를 오픈하기 위해 보석을 써버렸다. 신랑이 으앗 보석 쓰면 안되는데 하고 소리를 지르니 움찔움찔하던 영우가 울기 시작한다. 얼마나 서럽게 오랫동안 울던지, 부모님이 왜 우는 거냐고 물어보시는데 이유를 얘기하지도 못하고. 그간 내가 화를 낼 때는 살짝 쫄기만 하더니 신랑이 보석 쓰면 안되는데라고 했을 뿐인데(사실 소리를 질렀다고 하기도 뭐하다) 아빠의 소중한 것을 망쳤다는 것을 느낀 것일까, 아무튼 당혹스러웠다. 신랑도 그게 뭐라고, 영우를 울리다니 왜그랬을까 반성반성. 그러나 내가 열심히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의 보석은 소중한 것이지. 난 이해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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