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9일 월요일

1046일 등원일

영우가 어린이집에 가는 날 같이 있어본 적이 없어서 처음으로 영우가 등원하는 날의 일상을 보게 되었다. 8시 10분쯤 일어난 영우는 잠깐 놀면서 잠을 깬 후 아침밥을 먹기 시작한다. 요즘은 밥 먹는데 한 시간씩 걸리기 때문에 엄마가 일부러 잘 먹는 카레를 준비해놓으셨다. 덕분에 30분만에 아침밥을 다 먹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바쁜 아침이다. 얼굴 닦아주고, 소변 누이고, 옷 갈아입히고, 외투 입히고, 쉼없이 움직이면 겨우겨우 9시 30분까지 시간을 맞출 수 있다.
하원하는 영우를 데리러 간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처음으로 등원을 시켰는데, 어린이집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빠이빠이를 하며 뛰어들어가 놀고 싶어한다. 선생님께서도 엄마랑 같이 왔는데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울지 않고 잘 헤어진다며 기특하다고 하신다. 하원할 때에 데리러 갔더니 선생님 말씀이 오늘은 놀면서도 집에 빨리 가고 싶어요, 집에 가면 엄마가 있어요 하더란다. 고마워 영우야.
아침에 영우는 '엄마 뭐한다고 카톡카톡해?'라고 물어보았다. 나는 카톡을 거의 안하는데, 라인도 알람을 거의 꺼놓았는데 카톡카톡이 무엇을 의미할까? 언제?라고 물었더니 '혼자'란다. 엄마 혼자 카톡카톡해서 심심했어? 했더니 '응'이란다.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핸드폰을 보고 있을 때가 많은가보다. 영우 심심하지 않게 핸드폰은 멀리 두어야겠다.
매번 영우한테 잘해야지 다짐을 하면서도 저녁에 또 소리를 지르게 되었다. 양치를 시키고 손발을 다 씻긴 후에 욕실 밖으로 내보냈는데 잠깐 한눈 파는 사이에 '할아버지 신발 멀리 던질거야' 하면서 욕실 슬리퍼 바닥을 잡고 휙 던진 것이다. 힘들게 씻기고 내보냈는데 다시 손 닦여야 한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꽥! 손발을 씻기는게 뭐 그리 힘든가 싶겠지만, 영우는 비누칠을 두세번씩 하는데다 손에 물만 닿으면 첨벙첨벙거려서 옷을 버릴 확률이 높다. 집이 주택이라 욕실이 춥기도 하고 온수도 아파트처럼 바로 콸콸 쏟아지는게 아니라서 감기 걸릴까 걱정도 된다. 뭐 다 핑계고, 그냥 다시 씻기기가 귀찮았던거겠지. 이렇게 또 무서운 소리를 내는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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